선경같은 운해와 함께한 낙동정맥6구간 (한티재-검마산휴양림)16.8km


 

                                                                         2009.  9.  6. (일) 15~25
 

꼭지(아내)와 둘이서 

 

일출 05:57 / 일몰 18:44 / 음력 7.18.

 

 


▲ 낙동의 어느 무명봉(650m)에서 맞이한 한티재방향의 아침 풍경


 

 

▣ 구간별 산행기록 
 

05:55 한티재  -산행시작-

06:50-07:20 무명봉(한티재 2.3km  / 추령 4.3km) 

07:52 우천마을 고추밭 

08:56 추령 

11:00-11:45 왕릉봉 

12:40 덕재 

13:45-13:55 휴양림 갈림길(검마산 2.9km  / 추령8.7km  / 매표소 1.5km) 

14:20

휴양림매표소 주차장   -산행종료- 
 

총 산행거리 : 16.8km ( 8시간 25분, 휴식 1시간 25분 포함)

 

▣ 정맥종주거리 : 정맥거리 15.3km (접근거리 1.5km)  / 누적거리 95.5 km

                       한티재→6.6←추령→6.6←덕재→2.1←휴양림갈림길→1.5←휴양림주차장=16.8km(이정표기준)

 

▣ 총 누적거리 : 99km

▣ 식수위치 :  없음

▣ 주의구간  없음

▣ 교      통 : 자가운전 (대구칠곡I.C-남안동I.C-영양-88번 한티재  170km / 약 2시간 30분)

      차량회수 : 검마산휴양림-한티재 7,000원  수비(영양)개인택시 017-805-9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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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데려가고 싶다

 

 

홀로 깊은 숲속의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자신을 온전히 몰입시킬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한참을 걷다보면

밀려드는 고독과 외로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웬만하면 꼭지와 함께 길을 나서지만 꼭지에게는 산행 자체가

고통인지도 모르겠다. 유독 심장을 약하게 태어났다는 꼭지

 

가파른 길을 오를 때는 스틱으로 잡아당겨야 한다.

그럴 때는 내 한몸도 힘들지만 나는 꼭지와 함께하는 것이 행복하다.

앞으로는 수영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되

무리한 산행을 하지말라는 의원의 충고 아닌 경고가 있었지만

난 꼭지를 산에 데려가고 싶다.

 

오늘도 머리가 아프다는 꼭지를 억지로 깨워서 길을 나선다.

미리 준비해둔 것도 없는지라 냉장고를 뒤져서 과일 몇 개를 넣고,

24시 김밥집에서 김밥 네 줄을 사서 배낭에 넣으니

배낭이 홀쭉하고 가볍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올 때 쯤이면 

어깨가 무겁도록 배낭속에는 무엇인가 가득찰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산에서 보고 느끼고 감동한

풍경일 수도 있고, 낙엽 보송한 산길 위에서 보고 느낀 생각의 파편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꼭지는 3~4일동안 산행의 피로감과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한다.

 

 

 

산행을 하기전 우리가 늘 꿈꾸는 풍경이란..

 

 

05:55 한티재

영양읍내를 지나올 때 안개가 자욱하더니 한티재에 올라서니

아니라다를까 우유빛 안개가 한없는 부드러움으로 산객을 맞는다.

안개속의 산행이라?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흐린 날과 달라서 맑은 날의 안개는 낮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그래서 구름바다를 연출할 뿐만 아니라 산봉우리들을 바다위의 섬처럼

둥둥 떠오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운해!

낙동길에서 운해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안개가 자욱한 한티재

 

 

 

 ▲한티재 들머리에 세워진 산행안내도

 

 

 산행준비를 하고 들머리에 세워진

'낙동정맥 영양2구간'산행안내도를 지나니 우측 숲속으로 길이 열린다.

이미 어둠은 소리없이 물러갔지만 햇살이 안개속으로 숨어들어 숲이 어둡다.

새벽 이슬에 젖은 풀잎은 고개를 떨구고 솔향을 머금은 산들바람이

나뭇잎을 살랑거리며 다가선다.

 

육지의 섬이라 일컫는 영양 오지의 산길..

육신을 분해할 것 같은 맑고 상쾌한 기운이 전신을 엄습한다.

길게 심호흡을 한다. 신선한 기운으로 정신은 맑아지고 육신은 정화되는 느낌이다.

솔갈비와 낙엽이 적당하게 깔린 등로위로는 길이 훤하다.

 

꼭지는 추운지 자켓을 입는다. 새들의 지저귐이 조용조용하다.

우리의 발걸음을 눈치채지 못했나 보다.

숲은 신갈나무와 굴참나무, 철쭉나무와 소나무가 어울려 터널을 이룬다.

길은 대간보다 더 뚜렸하다. 멀리 산사면이 온통 붉은 빛이다.

불이 났나? 싶었는데 불이 아니라 꽃의 향연이었다.

 

 

 

▲멀리서 볼 때는 '산에 불났나?' 싶었는데..

 

 

  

▲꽃며느리밥풀이 모여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사람이 아프게 한 상처는 아름다운 풍경이 감싸주고..

 

 

 

▲꼭지가 없었다면 나의 존재조차도 잊을 번 한 길.. 

 

 

소나무마다 아픈 상처가 있긴 하지만

본래의 고고하고 늠늠한 자태는 여전하여 더 깊은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그것을 바라보노라니 웬지 마음이 찡하고 슬퍼진다.

 

한동안 오르내림이 없는 유순한 길로 이어지더니 

크고작은 봉우리들이 연이어 나타나 진을 뺀다. 꼭지를 스틱으로 잡아당긴다.

그러기를 여러차례, 땀방울은 이마를 타고 등을 적신다. 그러다가 안부에 올라서면

마중나온 바람이 온몸으로 다가와 땀을 식혀준다.

 

가끔은 '내려올 산을 왜 힘들게 올라갑니까?'하고 아들이 의문을 던질 때가 있다.

나는 적당한 대답을 해줄 수가 없다. 언젠가 힘들게 올라선 산정에서 바람과

경이로운 풍경들을 만나게 되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기에..

 

꽃과 푸른 신록의 나무와 구름이 한데 어울린다.

저마다의 빼어난 아름다움.. 운해위로 넘실대는 산마루가 장관이다.

우리가 늘 꿈꾸는 풍경이 이런것이리라..

 

 

 

▲어느 무명봉에서 맞이한 구름바다. 우리는 늘 이러한 장면을 꿈꾼다.

 

 

 

 ▲소나무도 자신의 상처를 잊었는지 늠늠한 모습이다

 

 

 

▲구름바다

 

 

 아물지 않은 송진생채기

그 상처를 풍경이 위로한다. 해발 650m 무명봉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신비..

그 넓은 품에 안기지 않을 것이 없고, 아무리 아픈 상처라도

치유되지 않을 것이 없어 보인다.

 

작은 시골마을과 길도 사라지고 황금빛의

풍요로운 들판도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는 하얀 구름만이 내려앉았다.

낙동에서 떨어져나간 1219m인 일월산이 철탑을 이고서서 주위의 산들을 호령한다.

부드러운 고만고만한 능선들.. 크고작은 산봉우리들만

바다위의 섬처럼 고개를 내민다.

 

 

 

▲일월산과 주위에는 해발 600m가 넘는 봉우리들만 남았다.

 

 

 

 

 

 

 

 

 

 

 

 

 

 

 

 

 

 

 

 

 

 

 

 

 

 

 

▲엉겅퀴를 닮은 꽃

 

 

 

 ▲우천마을.. 정맥은 우측 고추밭을 지나 산길로 붙는다.

 

 

 

▲해발고도 500m 고산지대에서 익어가는 영양고추

 

 

 

 

 

 

 ▲우산나물 군락지

 

 

멀고도 먼 추령에서 덕재

 

추령은 임도인줄 알았는데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다.

우측 가천리 방향은 시멘트포장이 되어있지만 좌측 오기리방향은 비포장으로 되어있다.

추령에서 덕재가는 길이 오르내림이 심해 힘들게 느껴진다.

 

특별한 조망은 없지만 산길이 아늑해서 좋다.

굴참나무와 참나무종류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금강송이 우아한 자태로

분위기를 돋우어준다. 도토리는 여기저기 떨어져 발밑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기도 하고

머리위로 따닥~~!하며 돌팔매질을 하기도 한다.

 

성질급한 옻나뭇잎은 벌써 빨갛게 단풍이 든것도 있다. 이미 가을이

코 앞에 다가온 듯하다. 능선의 평균고도는 550~650m, 덕재까지 계속 오르고 내려야한다.

심심하지 않는구간이지만 꼭지에게는 힘에 겨운 구간이다.

 

 

 

 ▲추령 (좌측은 비포장, 우측은 시멘트 포장임도)

 

 

 

 

추령에서 1시간쯤 진행하여 둔덕을 치고 오르는데 

바람처럼 다가서는 너댓명의 산꾼들과 마주쳤다. 서로가 반가워 인사를 건넨다.

윗삼승령에서 출발하신 선두그룹이었지만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었다.

 

추령까지 얼마정도 남았느냐고 물으신다.

1시간쯤 가야 한다고 했더니 이내 휑하니 사라진다. 걸음이 무척 빠르다.

그런데 후미그룹은 덕재 근처에서 쉬고 있었으니

선두구룹은 추령에서 꽤나 기다렸을 것이다.

 

 

 

▲오늘 구간의 유일한 봉우리 '왕릉봉'

 

 

 

 ▲나무가 아닌 바위 위에 이끼류와 함께 피어난 버섯

그 주제가 무엇이든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것은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어 보인다.

 

 

 

▲이른 아침에 피어올랐던 안개는 자취를 감추었고 지나온 마루금은 낮아서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되지않는다

 

 

 

▲비포장 도로인 덕재

 

 

 

 

 

 

 

 

 

 ▲휴양림 갈림길

 

 

 

 

 이정표(매표소 1.5km)가 세워진 휴양림 갈림길의 임도

택시 기사님은 비상시에는 이곳까지도 차량통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임도길이지만 가파른 코너길에는 시멘트포장이 되어있는 것을 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절개지 아래쪽 수로에는 도토리가 수북하게 쌓였다.

꼭지와 어릴적 동심으로 돌아가 도토리를 줍는다. 엄청 많다.

도토리는 통통하고 살이쪘다. 들에도 산에도 올해는 과일과 곡식이

풍년인 것 같아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갈림길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검마산 휴양림

 

 

 

▲한티재-검마산휴양림 산행지도 / '월간 산'에서 발췌 

 

 

ㅡ 끝 ㅡ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