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고성 거류산

산행일 : 2009년 1월 16일 금요일 (맑음)

누구랑 : 청솔산악회와...

산행코스 : 감동마을~거북바위~ 거류산 정상~거류산성~당동고개~문암산~엄홍길 기념관

 

       (산행 개념도)

 

 

이번 산행은

일상에 지쳐 굳어진 머리와

식어 버린 가슴속에 콩당거리는 설렘을 안고 돌아온 산행였다.

 

그저 단순히

안가본 산행지에 마침 노는날이라

아무 생각없이 이른 아침 따라 나선 산행지가 고성의 거류산이다.

 

예전

사무소 산악회 산우들을 이끌고 다녀왔던

벽방산의 맞은편에 있는 그저 조그만한 야산이다 란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오늘의 산행지 고성 거류산의 전부다.

 

세상

차~암 좋아졌다.

6시간 가까이 걸리던 거리가 이젠

두어 시간만 할애하면 통영과 고성의 어느 산이든 다녀올 수가 있으니....

 

산행 들머리 감동마을은

조용하고 한적한 전형적인 시골농가의 풍광이다.

거류산을 향해 마을을 두쪽으로 가르는 시멘트 소도로 입구에 위치한

밀양 방씨 조상을 모시는 재실을 뒤로 소똥냄새 짙게 풍기는 우사를 지날적엔 

어릴적 시골서 자란 나의 후각이 고향을 떠 올리게 한다.

 

내 고향은 이제

모두 떠나 연고도 없기에 가볼일이 없어 그런지

가끔은 어릴적 뛰돌던 뒷동산과 앞 개울이 사무치게 그리울때가 있다.

오늘처럼 소똥 냄새라도 맡는 날이면 소 여물을 쑤던 사랑방의 아궁이 장작불이 그리워 진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젠 옛시절이 그리울 만큼 꽤 나이를 먹었나 보다.

ㅋㅋㅋㅋㅋ 

 

     (밀양 방씨 재실 건물)

 

 

 

시멘트 도로가 끝나는 곳엔

거류산을 소개하는 안내도가 공터에 덩그러니 서 있고

입구의 이정표가 거류산 정상 2.8 km 라 가르킨다. 

 

   (산행들머리의 안내도)

 

 

정상을 향한 오름길이 가파르다.

별로 알려진 산행지가 아님에도 많은이가 다닌 듯

등로는 완전 고속도로 수준으로 빤질빤질 윤이 난다.

 

 

오름길에 내려다 본 감동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채 밑 바닥만 겨우 채운 물만 조금 보인다.

가뭄이 장난이 아니다.

자연환경 파괴의 영향은 아닌지 ?

지금쯤엔 눈이 엄청 쌓일 강원도의 산에 눈이 없고

어찌나 가뭄이 심한지 제한급수가 시행된다니 큰일이다.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

 

머나먼 남쪽나라에 온 걸 실감한다.

아무리 힘든 오름길이라 해도 계절은 동토의 한겨울인데 정말 덥다.

오르면서 한겹 두겹 무장해제 당한 옷들로 채워진 베낭이 두툼해 진다.

 

올라선지 얼마 후...

두눈이 휘둥그레해질 만큼 선경이 발 아래 펼쳐진다.

이정도까지 기대는 안했는데...

로또 대박을 맞은 기분이다.

 

파아란 물감을 풀어 놓은것만 같은 하늘과

그 하늘빛을 고스란히 담아낸 바닷물이 빚어낸 색감이 넘~ 아름답다.

 

좌측으로 바닷물이 밀려 들어온 당동만과

우리가 올라선 마을 뒤로 우뚝 솟아오른 구절산과 철마산

그리고 맨 우측의 당항만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아름답게 다가선다. 

 

    (당동만의 풍광)

 

 

    ( 감동마을 뒤로 펼처진 산 능선 철마산과 구절산)

 

 

     (당항만의 풍광)

 

 

 

 

   (당동만의 선경에 빠진 산님)

 

오름길 내내

넓직한 바위들이 조망처를 제공한다.

오늘 산행거리가 대략 9 km 정도로 짧아 시간이 여유롭다.

 

맘껏 조망에 취해 걷다 보니

오름길이 끝나고 암릉길을 쉽게 오르내리기 쉬운

철계단이 나타난다.

 

철계단을 내려보니 안내판이

방금 내려온 암릉이 거북의 등 껍데기임을 알려준다.

사다리를 타고 거북의 목을 올랐다.

거북바위라 그런가 ?

향일암의 금오산 암릉처럼 바위가 쩍쩍 금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거북 바위를 걸어 오르면서도

거북의 형상은 그려지지 않는다.

아마도 멀리서 봐야 그 형상이 나올것 같은 생각이 든다.

 

   (거북바위를 오르며)

 

 

 

 

   (뒤 돌아본 거북바위와 당동만의 풍광들)

 

   (거북바위 뒤로 구절산의 연능)

 

거북바위를 내려서자

등로는 평범한 육산의 숲길로 이어지다 

갑자기 고도를 한없이 올린다.

 

가파른 오름의 첫 암릉이

정상인줄 알았는데 거류산 정상은 맞은편에 덩그러니 있다. 

첫 암릉을 내려서 조금 올라서자 360도 사방팔방 거침없는 조망이 펼처진 정상이다.

정상엔 산불감시초소가 우선 눈에 뛴다.

감시초소엔 빨간 모자를 눌러쓴 아저씨 한분이 근무중이다.

 

정상의 풍광이 황홀하다.

동쪽의 당동만. 북서쪽의 고성평야....

남쪽의 벽방산과  그 넘어로 남해바다가 그려낸

그림속에는 삼천포의 와룡산과 저멀리 사량도 옥녀봉이 선명하다.

 

가까이 발아래론

우리가 달려온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가

평야를 가르며 길게 이어지며 거류산 곁을 스처 통영을 향해 누워있다.

 

    (거류산 정상의 풍광들)

 

 

 

 

 

 

 

 

 

선경을 내려보며

암릉에 앉아 도시락을 편다.

바람 한점 없이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암릉의 조망처에 앉아 천하의 선경을 안주삼아 주린배를 달랜 후

막상 내려 서려니 서운하다.

 

언제고

여유로운날 사랑하는 이들과 다시한번

올라보고 싶은맘이 절로 나는 이곳 거류산 산행이 아주 흡족하다.

 

마음은 아직 정상인데

발길은 이미 내림길로 들어선다.

성터를 복원하는곳까지 내림길은 급경사이나

이내 등로는 완만한 육산이다.

 

 

 

월촌마을

엄홍길 기념관으로 향한 길은

완만한 육산의 솔숲 오솔길이다.

그길을 따라 내려서다 뒤 돌아 보니 거류산 정상을 기어 오르는 거북이 한마리가 보인다.

멀리서 보니 거북바위는 영락없는 진짜 거북이 모습 그대로다.

 

  (뒤돌아 본 거북바위 모습)

 

 

  (도로 건너편 우뚝 솟아 오른 벽방산)

 

 

   (바로앞 문암산 뒤로 거류산과 거북바위 모습)

 

 

 

   (남해바다 섬들....사량도 옥녀봉은 어디 ?)

 

 

    (진행방향 좌측아래 사찰 장의사)

 

지금껏 육산이 근육질의 암릉으로 변한다.

등로 좌우로 가릴것 없는 조망이 시원스럽다.

때맞춰 반대편으로 올라서던 청솔산악회 쥔장 원추리님을 만난다.

 

더 올라갈거냐 물어보니

그냥 내려 가신단다.

그님은 아직 점심도 못 먹었단다.

원추리님이 도시락을 먹는걸 옆에서 기다렸다 함께 내려선다.

 

 

 

 

    (벽방산 전경)

 

 

 

내림길 끝엔

엄홍길 전시관이 자리한다.

고성이 낳은 히말라야의 영웅 엄홍길의 발자취를 그대로 옮겨논 전시관을 둘러본다.

 

엄 홍길.....

사람에 따라  그 평가는 다를 수 있다.

글쎄 ????

불가항력적이라고는 하나

동료의 죽음으로 얻어진 업적이라면 난 별로다.

거벽등반의 이해부족이란 생각은 되나 아마도 나 같음 안전에 100%의 자신감이 없음

무조건 정상정복을 뒤로 미루고 후퇴를 택했을 것이다.

우야튼 그는 영웅이다.

그게 상처뿐인 영광일 지라도.....

 

엄홍길 전시장을 나오며

그러나 무쟈게 부러운건 있었다.

나로선 그저 꿈 뿐인 그곳에 전시된 최첨단 장비들과 고가의 의류들이...

 

    (엄홍길 전시관)

 

 

 

 

귀로에 동양의 나폴리항이란

별명이 붙을만큼 아름다운 미항으로 알려진 통영에 들렸다.

 

펄떡 펄떡 살아 날뛰는

싱싱한 회 시장에 들리자

집에 있는 아내와 막내가 생각난다.

 

미대를 지원한 막내는 요즘

일주일을 격주로 가.나.다군의 실기 시험을 치루느랴

체력이 바닥권으로 무척 힘들어 한다.

막내 이놈은 생선회는 좋아한다.

체력보강을 시킬 속셈으로 회를 떠 포장을 하는 동안

사도요한님이 회를 떠 식당을 향하며 그쪽으로 먼저 갈테니 따라 오란다.

 

뒤따라 식당을 찾아드니

맛깔스럽게 차려낸 식탁엔 회와 쇠주가 한상이다.

오랫만에 소주을 마셔본다.

좋은 산행 선배님과 마시는 술은 기분이 좋아 나의 주량 한계 3잔을 들이켰다.

뒷풀이를 끝내고 일어 서는데 이미 계산은 끝난 상황이다.

1/n 로 부담없이 먹는줄 알았는데....

사도요한님이 이게 다 정인데 뭘 정 읍게 계산을 따질려구 하느냐 하신다.

고맙게 그냥 받아 드린다.

 

귀로에 든 버스안...

몇잔의 소주에 취해 끄덕이다 보니 대전이다.

소주 덕분에 귀로가 아주 짧아진 느낌이다.

산찾사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낸다.

 

함께 하신 산우님께 감사드리며....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