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은 산
 


                  산행일자 : 2006년 7월1일 토요일
                  산행자 : 평택뫼산악회원
                  교통 : 진우관광 (시인 정영동)
                  날씨 : 노다지 비(시계는 고장)
                   


♣ 가은산(可隱山)은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에 위치한 금수산과 맥을 같이하는 산이다. 금수산(錦繡山,1,016m) 정상에서  남쪽 말목산(715m)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에 중계탑이 서있는 802m봉에서 남동쪽으로 갈라진 능선이 청풍호반에 이르러 빚어진 산이 말목산이고, 802m봉에서 남서쪽으로 갈라진 능선상의 최고봉이 가은산이다

가은산을 이곳 토박이 주민들은 '가는 산'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여느 산과 같이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마고 할미가 이 산에 놀러왔다가 반지를 잃고, 그 반지를 찾으려고 온 산을 뒤지게 되었는데, 모든 능선과 골짜기를 샅샅이 찾아 다니다가 아흔 아홉번째 골짜기에서 반지를 찾게 되었다. 반지를 찾은 마고 할미는 "이 산에 골짜기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한양이 들어설 골짜기인데, 내가 이 곳에 눌러 앉아 살려고 해도 한양이 될 땅이 못 되니 떠나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해서 '가는산' 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한다.

가은산의 암릉 곳곳에는 기이한 바위들이 많다. 시계바위, 돌고래바위, 촛대바위, 기와집바위, 얼굴바위, 석문바위, 코끼리바위, 곰바위 등 갖가지 사연과 전설을 담은 바위들이 널려 있어 마치 기암괴석의 전시장을 연상케 한다. 상천리에서 올려다 보이는 시계바위는 일명 12시 바위로 불리는데, 옛날 시계가 귀했던 시절에 상천리 주민들이 밭일을 하다가 바로 이 바위 꼭대기에 해가 걸리면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오래전에는 가은산 꼭대기를 마을에서 올려다 볼 때 마치 빗자루를 만드는 싸리나무를 엮어놓은 것처럼 보여 '답싸리봉'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가은산은 충주호를 사이에 두고 구담봉과 옥순봉을 마주하고 있어 산 위에서 펼쳐지는 조망이 유난히 아름답다. 여기에다 지난 11월 20일 가은산 남서쪽에서 옥순봉 방면으로 충주호를 건너는 옥순대교가 개통되어 수산이나 구단양 방면에서도 이 다리를 이용, 가은산이나 금수산, 또는 청풍의 관광명소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가은산 등산은 일단 상천휴게소에서 정오바위 능선으로 오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상천휴게소 앞 등산로 안내판 남쪽 둔덕으로 오르는 길로 발길을 옮기면 고추밭이 있다. 고추밭을 왼쪽으로 끼고 약 100m 거리에 이르면 급경사 바윗길로이어진다. 위험구간에 매여놓은 밧줄 세 구간을 통과해 12분 가량 올라가면 급경사 바위지대를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는 삼거리가 나타난다. 삼거리에서 왼쪽 세미클라이밍 암릉을 타는 것도 재미있다. 밧줄이 매어져 있는 세미클라이밍 암릉을 10분 가량 오르면 암릉 오른쪽으로 그야말로 일부러 조각해 놓은 것처럼 물개머리를 쏙 빼닮은 물개바위가 반긴다.

물개바위를 뒤로하고 8~9분 더 오르면 정오바위 아래에 닿는다. 정오바위 왼쪽으로 난 길로 들어가 3~4분 더 오르면 정오바위와 상천리가 내려다보이는 주능선 전망바위에 닿는다. 전망바위에 오르기만 해도 주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가 일품이다. 서쪽으로 깊고 길게 패어져나간 충주호반이 멀리 청풍 비봉산과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마치 분화구를 보는 듯한 상천리 위로는 금수산과 망덕봉이 하늘금을 이룬다.

동으로는 가은산 주능선 위로 올망졸망 이어지는 기암괴석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으로는 구담봉과 옥순봉이 영화 콰이강의 다리를 보는 듯한 옥순대교와 함께 아름답게 발 아래로 펼쳐진다.  이어지는 정상 바윗길도 한 폭 그림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기암괴석 사이를 빠져나가면 분재와 같은 노송군락이 나타나고, 노송군락을 지나면 또 기암괴석이 반기는 암릉길을 따라 35분 거리에 이르면 안방 같은 자연석굴을 품고 있는 기와집바위 아래에 닿는다. 기와집바위 아래에서 산길은 왼쪽 급경사를 10m 가량 기어오르는 길과 오른쪽 석굴 속을 통과하는 길이 있다. 재미삼아 오른쪽 완만한 경사도에 길이가 10m 가량 되는 석굴을 빠져나오면 옥순대교와 옥순봉이 내려다보이는 너럭바위를 밟는다.

이곳에서 왼쪽 자연석문 옆을 지나 노송군락들이 뿌리를 내린 능선길을 따라 17~18분 거리에 이르면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에 7m 길이로 밧줄이 매어져 있는 급경사 바위 내리막 코스가 나타난다. 이어서 오른쪽 6m 길이 밧줄을 잡고 내려서면 북쪽 초경동으로 내려서는 하산로가 있는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15분 더 오르면 곰바위가 나타난다. 덩치 큰 곰이 등을 돌리고 구담봉을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인 곰바위 등허리에 올라서면 구담봉 위로 제비봉, 사봉, 용두산을 비롯해 멀리 백두 대간 상의 황장봉산, 대미산,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월악산 정상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남동으로는 톱날 같은 암릉으로 이뤄진 말목산 뒤로 소백산, 죽령, 도솔봉이 하늘금을 이룬다. 곰바위를 뒤로하고 5분 거리인 안부를 지나 7~8분 거리에 이르면 10여 그루 노송으로 에워싸인 무명봉을 밟는다. 무명봉에서 주능선을 따라 10분 거리에 이르면 가은산 정상이다. 가은산에서 하산은 금수산 남동릉 중계탑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고갯골등에 이른 다음, 서쪽 초경동 상천리로 내려서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흔적 : 상천휴게소-정오바위-안부-500봉-기와집바위-굴바위-곰바위-안부-가은산-낙엽송숲-묵밭-상천휴게소-용담폭포-상천휴게소




딸아이가 컴퓨터에 타블렛으로 그린 그림

-엄마! 그림 하나 줄게- 

뭔 그림??

-응 내가 그린 그림이야-

어쭈구리 뭐? 다재(多才)의 작품이라  ㅋㅋㅋ

암튼 "어린날의 기억을 찾아서" 동화같은데...





상천리 표지석

가은산으로 드는 길은 출입금지구역이다

자료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으니 헛꿈을 꾼 셈인가?
정오바위의 위치가 궁금해서 표지석 옆 식당 마당에 계신 아저씨께 여쭈어 보니
표지석 뒤로 보이는 바위라고 가르쳐 주시는데 멀리서 보아선지 바위 자체는 별 특징이 없다
아저씨는 덧붙여서 한마디 하신다 그런데 출입금지라고

일행 중 한 사람이 표지석 옆을 오르자마자 건너편에 상천리휴게소 앞에 섰던 남자분이 소리친다
아저씨!! 출입금지 팻말 안보여요? 어서 내려오세욧!!

잠시 잔머리 굴리다가 슬며시 그 남자 옆으로 가서 약간은 덜 떨어진 사람처럼 말을 붙여 본다
인터넷에서 확인했지만 출금구역인지 몰랐다고
그랬더니  이 아저씨 아는 지식 총동원해서 이유를 설명한다

아저씨!! 말씀은 잘 알았습니다
근데요오 금수산은 여러번 들었기 때문에 별 궁금증도 없고 풍광이 좋다는 가은산을 꼭 보고 싶은데요??
아저씨이!~~ 허락해주세요~~~(고맙게도 승락)

출입금지구역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서 산으로 향하는 고샅 하나 발견
그 때부터 가은산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11:00 백운동 표정과 운무 속을 거슬러 올라가는 금수산 줄기




11:12
십여분 올라서니 아래 백운동 마을이 보이고 맞은편 금수산 용담폭포쪽이 보인다




꼬리진달래가 대궁이를 흔들며 살랑살랑 꼬리치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미리 하늘은 퍼져버렸다

여느 때보다 느긋한 해찰에 빠진 걸음을 시샘함인가
찰방찰방 넘칠듯한 구름덩이가 머리위에서 숨죽이며 따라다니니
아슬아슬한 긴장감까지 등짐속에 묻어간다


푸르디 푸른 앞산을 지나 돌들을 적시며 강줄기같은 호수를 건너 온 빗줄기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삼대같이 꽂힌다





11:40 시계바위
상천리에서 올려다 보이는 시계바위는 일명 12시(정오) 바위로 불리는데, 옛날 시계가 귀했던 시절에
상천리 주민들이 밭일을 하다가 바로 이 바위 꼭대기에 해가 걸리면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이 바위 아래 물개바위가 있는데 비가 많이 와서 내려가지 못했다




가야할 능선들과 뒤에 말목산줄기




가야할 능선들
뒤에(왼쪽) 철탑이 있는 802봉




11:45
옥순대교와 옥순봉, 제비봉, 사봉과 용두산, 도락산, 황정산 연이은 산그리메

작은 산자락의 발치를 훑으며 돌아나가던 물줄기는 흐르는 일도 잊고
내 마음에 들어와 앉더니 종내 떠날 생각을 않는다

작은산 구비를 돌고 또 돌아도 달아나지 않고
어느샌가  내 안에 내 모든것을 훔친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이미 나는 그의 것이 되어 한 장의 그림으로 남는다




충주호




몸을 있는대로 낮추어 아주 작은 몸짓으로 그대를 훔쳐본다
작은 산릉 너머에 있어 더욱 우람한 그대를

문득 굵은 빗방울이 죄 없는 작은 나무들을 때리는 소리에  
꿈에서 깨어난다
그대 품에 잠들고 싶었던 그 꿈에서.





암릉사이 꼬리진달래와 산아래 초경동 마을




금수산 자락은 운해에 묻히고

징하게 열오른 바위덩어리들의 신열을 식히려 주사기에 물만 잔뜩 채워
산으로 냅다 달려 온 간호사의 이름은 장맛비였습니다

그 큰 엉덩이가, 무지막지한 팔뚝들이 엄살을 떨며
주사를 안맞겠다고 길길이 날뛰며 도망을 다녔지만
이 작은 산에 덩치 큰 넘들이 숨을데가 있어야지요

그렇게 종일 장맛비는 신열에 들뜬 돌덩어리들의 열을 식혀주었습니다




옥순대교가 있는 풍경

금방 세수한 듯한 맨얼굴의 당신을 보고싶었습니다
굳이 치장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나를 들뜨게하는 당신의 맨얼굴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내 뜻과는 상관없이 빗줄기는 당신의 환한 얼굴 가리우며
젖빛 어두움에 갇힌 당신만 보라고했습니다

그냥 돌아서긴 너무 아쉬워서
한참을 아슬한 바위에 올라 당신을 바라보며
좀 더 환한 모습으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긴 기다림 끝에
정말 잠시 동안 허연 갑갑증에서 놓여나는 당신을 만납니다
두 눈과 가슴으로 만나고 
행여 달아날까 가만가만 마음 가득 담아봅니다







12:17
동물형상의 바위 아래는 비를 피하기 좋은 장소였다




위 사진의 앞부분은 거의 맞춤형 테라스였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한방울도 허락치 않고 점심을 해결한다

어린날 기억속의 편린

맞으면 아플 것같은 굵은 소나기 퍼붓던 날
이런 곳에 숨어들고 싶었는데...

사방에 널린 남의 집 처마에 숨어드는 것이 상책이었지 아마도

비가 그칠 때까지 여기서 기다렸다면  집에 못가서
엄마가 걱정하면서 우실뻔했을걸
어쩜 우셨을지도 몰라...

어린날 나는 볼품 없이 작고 약했어




12:50
얼굴바위, 기와집바위,석문, 굴바위가 있는 봉우리
이 봉우리에 눈요깃감이 많았다




뒤는 말목산

지난해 8월 아주 큰 바람, 정말 큰 바람 부는 날
앞뒤 가릴 새 없이 달려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말목 그 위을 걷고 있었다

태풍도 막지 못하는 걸음에 온몸으로 받아내는 땀은 가관이었다
호수로 향하는 길은 아무것도 열어주지 않는 하얀 어둠의 길이었다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워
그 걸음의 끝은 무모함의 결과를 보여주는 듯했다

깊고 넓기도 한 저 물길을 건널 수 없어
다시 산을 오르고 또 오르고
그리고서야 겨우 미아의 딱지를 뗄 수 있었다


무지함의, 무모함의 끝은 어디일까?
그러고도 그 어리석은 무모는 고쳐지지 않고
그냥 습관으로 남아
그대를 향한 지울 수 없는 흉터로 남아 있을 뿐이다


정말로 어리석은 사랑임을 알고서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아직도 진행중인 무모한 사랑*





얼굴바위




13:00
초경동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13:02
굴바위
기왓집바위 내부는 비를 피할 수 있는 방도 있고 굴도 있고 드나들 수 있는 문도 있고




13:04
석문
동물의왕국 그러나 갈 수 없는 나라




기와집 바위의 상단부 처마에 해당되는 부분은 짐승형상이다




13:22
암릉코스
젖은 암릉이라 조심스러워 절절맨다
한 손엔 우산들고 한 손으로 밧줄잡고




13:31




13:34
곰바위




13:52
가은산 정상석

내림길은 아주 짧았다
다만 110m 허들처럼 장애물이 너무 많이 드러누워 곤혹을 치르게 했다
엎드리는 일도 힘들고
기는 일도 힘들고
다리를 휘감는 물줄기에 잡혀서 고어텍스 신발이 울려고 하더니
징징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대를 만나려면 정말 어떤 일이라도 감수해야함을...




14:25
초경동에 내려서서 뒤돌아보는 가은산 풍광




가은산 능선

몸은 가는데
마음이 남아

두발 가지런히
저 산자락에 남아
몸도 마음도 두고
빈 껍데기로 간다

신동엽님이 그러겠다
껍데기는 가라!!




내려서서 보는 가은산 능선




초경동에서 망덕봉 능선

백운동매표소를 지나 용담폭포를 향해 들어간다




14:54
보문정사




산신각




14:57
보문정사에서 보는 용담폭포(암릉 가운데 흰물줄기)




15:57
금수산 용담폭포(錦繡山 龍潭瀑布)

위치 : 충북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금수산에 위치)


    금수산 용담폭포는 높이 30M 암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장관을 이룬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용이 승천하는 모습같아서 용담폭포라 하고 폭포위 선녀탕에 머무르던 물길이 수직절벽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백운동 골짜기에 메아리치면 용의 울음소리같은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용담폭포 주변에는 소나무와 동백나무등의 산림과 각종 어류가 서식하여 충북의 자연환경명소로 지정되었다.


   폭포(瀑布)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楕)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용담폭포 상단부 오른쪽 암벽




조금 아래에서 잡은 용담폭포


때론 가난하던 물줄기가
비를 만나더니
행세가 넉넉해졌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몸짓으로
곤두박질 친다
온몸을 던진다

먼지 한톨의 무게도 남기지 않고
과거를 향해 내지른다
지나간 시간속에 묻힌다.

용담폭포 아래에서





16:07
용담폭포 아래 무명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