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을 찾아서 - 가야산 (2010.11.14)


ㅇ 산행지 : 가야산(1,430m)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백운대 매표소(10:30) -> 용기골 -> 서성재(11:50) -> 철계단 전망대(12:30) -> 서성재(13:00) -> 만물상(14:40) -> 백운대 주차장(16:10) (총 5시간 40분)

38년만에 개방되었다는 만물상을 찾아 9개월만에 가야산을 다시 찾는다.
가야산 남쪽의 암릉으로 유명한 매화산을 찾을까.. 가야산을 찾을까.. 고민하다 가야산으로..
그때만 해도 만물상이 개방되지 않아서 용기골로 올라 해인사 방향으로 하산하였다.
더구나 11월 15일부터 한달간은 산불예방기간으로 다시 입산통제 된다고 하니 여유로울 때 찾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한다.

입구에 도착하니 도로 양옆으로 가야산을 찾은 차들로 빈틈이 없다.
산행작전도 이미 짜 놓았다. 사람들이 많으면 용기골로 올라 만물상으로 하산하고.. 그렇지 않으면 만물상으로 올라 용기골로 하산하고..
등산화 끈을 조이고.. 잔뜩 기대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역시나 만물상으로 오르는 길은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왼쪽으로 만물상 능선을 바라보며 용기골을 따라 오른다.

용기골로 오름길도 인파로 꽉 메워져있다.
속도를 낼 수도 없고.. 만물상과 상왕봉 갈림길인 서성재에 이르러서야 조금 한산해 진다.
만물상은 하산을 위해 잠시 뒤로 미루고.. 상왕봉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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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재 지나서 상왕봉으로 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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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사이로 정상부근


평탄한 오름길을 지나고 상왕봉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가파른 암릉길이 시작된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모자가 날릴정도의 차가운 바람이 분다.
철계단을 오르고.. 전망대에 이른다. 상왕봉까지는 올라야 할 철계단이 남아있다.
철계단에는 정상을 오르는 사람들이 개미들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고.. 잠시 고민에 빠진다.
정상을 오를까.. 어쩔까.. 잠시 조망을 즐긴다.

윗쪽으로는 상왕봉과 칠불봉이 웅장하고..
아랫쪽으로는 가야산의 넓은 참나무지대와 그 뒤로 공룡능선과 만물상이 멋지게 펼쳐진다.
마치 평원지대처럼 보인다.
정상은 9개월전에 본 것으로 만족하고 서성재로 발길을 돌린다.

중간에 점심식사를 하고.. 서성재로 돌아오니 만물상으로 내려가려는 인파로 가득하다.
이런.. 낭패다.. 이러다 만물상을 못보는 것 아닌가.. 불안한 느낌이 든다.
많은 사람이 찾다보니 일방통행제를 한다는데..
올라오는 사람들이 모두 올라온 다음에 내려가는 사람들이 내려갈 수 있도록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2시부터 하산을 허락한다는데 시간은 아직도 1시간이 남아있다.
일단은 기다려보기로 한다. 사람들은 계속 몰려들고.. 많은 인파에 등떠밀려 내려갈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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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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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에서 정상(상왕봉)과 칠불봉(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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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만물상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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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남쪽으로 공룡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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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정상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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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봉


만물상도 다음기회로 미루고 용기골로 하산한다.
하필 오늘 가야산을 찾은 것이 후회스럽다. 차라리 남쪽의 매화산이나 갈걸.. 그곳도 암릉이 만물상에 뒤지지 않는다는데..
계곡을 내려오는 내내 혼잣말로 투덜거린다.
계곡을 1/3쯤 내려왔을까? 입산금지 플랫카드가 있는 샛길로 몇명의 사람들이 내려온다.
사정을 물으니.. 만물상을 오르다 사람들에 지쳐서 하산하는 길이란다.
그럼? 나는? 맞다. 역으로 가면 되겠네.. 어떻게 찾은 만물상인데.. 이렇게 포기할 순 없지.. 계곡에서 만물상 능선을 향해 미친듯이 금지된 샛길을 오른다.

그리고.. 만물상 능선.. 얼마나 힘들게 찾은 곳인가.. 감격이다.
능선을 따라 내려온다. 올라가는 행렬이 잠시후에 끝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올려면 아직 멀었고.. 호젓한 산행을 즐긴다.
역발상의 승리.. 절로 웃음이 나온다. 거의 포기했던 만물상을 이렇게 보게 되다니..

사방으로 시원하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눈길을 끈다.
만물상이란 이름이 그냥 붙여진 것이 아니다.
날카롭지 않고 둥글둥글한 바위가 친근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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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능선에서 정상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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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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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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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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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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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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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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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쪽 능선


계속해서 암릉을 내려온다.
길은 험하고 좁아서 오늘처럼 사람들이 많을 때 일방통행제가 아니었다면 모두가 보지 못할 만물상이다.
역발상 덕에 여유있게 만물상 능선을 통과하고.. 기분좋게 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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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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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돌아본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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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후 가야산


6시간이 채 안되는 산행을 마친다. 함께 온 사람들 중에 가장 먼저 하산한 느낌이다.
남는 시간은 내려올 사람들 기다리며 여유있는 뒷풀이..
뒷풀이를 마치고..
다시 귀가하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전국민이 길거리로 나선 느낌이다.
전용차선도 의미가 없다. 4차선 고속도로가 차량으로 꽉 막혀서 움직일 줄 모른다.
휴게소에서는 남자화장실도 길게 줄을 서야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11시가 되어서야 지친 몸으로 귀가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