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서장대 만물상 능선, 나는 산 속에 산은 내 속에......

 

Mt. 1021  서장대(1,158.9m) - 경북 성주군

 

산 행 일 : 2010년 11월 5일 금요일

산의날씨 : 맑음

동 행 인 : 나도산우회 동참 산우 님들

 

산행거리(이정표 기준) : 약 7.8km

                     주차장 <3.6> 서성재 <0.5> 가야산성 <0.5> 서성재 <3.2> 주차장

 

산행시간 : 5시간 06분 (식사 휴식 1시간 10분포함)

 

참 고 :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가야(2008년 수정본)지형도

 

 


                                               서장대 직전에서 본 만물상 능선


                                                    칠불봉과 상왕봉이 보인다.

 

호젓한 산행이 아닌 수많은 사람 물결에 부대낄 생각을 하니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공휴일이 아니라는 핑계로 여러 사람들에게 묻혀 가보기로 했다.

약속한 장소에서 버스에 오르다 깜짝 놀랐다.

평소와 달리 빈 좌석이 몇 개 안 보인다.



                                                        사자바위 능선

 



                                                                                       용기골 동능

 



                                                         오늘 산행도

 

광양에서 몇 사람을 더 태운 버스가 남해고속국도와 대전-통영간 고속국도 그리고 88올림픽고속국도로 바꿔가며 달리다 해인사 IC로 빠져나가 곧 이어 공사 중인 59번 국도로 들어서 가산과 북두산으로 이어지는 경상남북도 도계를 넘어 간다.

백운동 주차장에 이르러 얼른 차창 밖으로 살펴보니 버스는 몇 대 없다.

그런데다 우리가 도착한 것은 상당히 늦은 시간으로 인파에 시달리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주차장에서

 



                                                            탐방지원센터 앞

 



                                                        만물상 능선 입구 안내도

 

11 : 34 주차장 출발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는 이직 선생의 시비를 살펴보고 주차장을 가로 지른다.

‘야생화학습관찰로’ 입구부터 좌판을 펼친 노점 상인들이 진을 쳤고 ‘가야산 야생화식물원’을 스쳐 백운교 옆 탐방지원센터에 이르렀다.

 



                                                                         김해 허 씨 무덤에 이르면 잠깐 조망이 트인다.

 



                                                           암릉이 시작된다.

 

좌측 산길로 들어서니 사면으로 돌아가는 길인데도 초입부터 상당히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10분을 걸어 봉분이 거의 허물어진 김해 허 씨 무덤이 나오면서 우측으로 조망이 트이고 다시 솔밭으로 들어가자 볼 상 사나운 모습의 전주 이 씨 무덤이 나온다.

앞 사람의 발 뿌리에서 흙먼지가 폴폴 일어난다.

나무계단을 오르면 서서히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뒤돌아 본 주차장 부근

 



                                                            심원사와 가산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 연인과 앞서거니 뒤서기니 걸었다.

 

12 : 15 ‘↑ 서성재 2.4km * ↓ 주차장 1.2km’ 지점

만물상 능선이 전개된다.

칠불봉을 비롯한 암릉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으며 좌측은 아직 개방되지 않은 사자바위 능선이, 우측으로는 용기계곡 동릉이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환상적인 자태로 뽐낸다.

뒤돌아보면 주차장과 심원사가 가까이에 있고 사자바위에서 이어지는 북두산 줄기는 원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무로 인하여 흐릿하다. 



                                                        1,080봉과 970봉(우측)

 



                                                             산성 흔적

 

12 : 42 등고선 상 970봉

‘서성재 2.0km * 주차장 1.6km’ 이정표와 현 위치 번호 ‘가야 06-02’ 표지가 세워졌다.

조금도 붐비지 않는 암릉 길.

성터 흔적으로 여겨지는 돌무더기들을 스치기도 하고 일보일경(一步一景)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걸으며 조망을 만끽한다.



                                                         바위틈새를 통과하고

 



                                                        안전한 우회로를 따르며

 



                                                           서장대도 보고

 

바위틈새를 지나기도 하며 각양각색의 주변 바위들에 내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본다.

그러다 특이하게 생긴 바위를 보고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실실 웃으며 지나간다.

‘가야 06-03’ 표지를 스쳐 오를 수 없는 암봉은 설치해 놓은 나무데크를 이용하여 안전하게 우회하며 수시로 나타나는 나무계단도 오르내린다.


 


                                                      구렁이 알 같은 바위도 있고

 



                                                  나무데크를 지나 바위틈으로 기어오르고

 



                                            사람들이 밟고 서있는 납작한 바위는 제사상 같았다.

 

13 : 15~55 등고선 상 1,080 암봉

조망이 기가 막힌 장소에서 도시락을 펼친다.

밥을 먹으면서도 사방 둘러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아~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산행인가.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아낌없이 만끽할 것이다.

 



                                                           수석 감상 - 1.

 



                                                         수석 감상 - 2.

 

니콜라 바니어는 자신의 여행기 ‘눈의 아이 몽텐’에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산 속에, 산은 내 속에 있다.

산의 아름다움은 유리를 통과하듯 나를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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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이상 관객이 아니다.

이런 천혜의 환경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배우들이다.’


 


                                                     우측 암봉에서 밥을 먹었다.

 



                                                            사자바위 능선

 



                                                           기막힌 조화로움

 

칠불봉과 상왕봉을 다녀오기로 한 사람들은 일찍이 자리를 떴다.

나는 정상에 미련을 두지 않고 식사를 마친 후에도 한참 더 머물렀다.

가야산은 1972년 10월 13일 지리산에 이어 아홉 번째로 국립공원에 지정되었다.

-지리산은 1967년 12월 29일 한국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됨-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 능선-언제, 누가 만물상 능선이라고 했는지 모르지만-은 가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당시부터 폐쇄되었다가 지난 6월 12일 전격적으로 개방되었다.

 



                                               일방통행으로 알았는데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뒤돌아 본 모습

 

많은 사람들은 볼거리를 찾아 산에 다니는 듯한 인상을 받게 한다.

봄철에는 진달래와 철쭉 향연에 젖고 여름에는 깊은 계곡을 찾으며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과 억새바다를 그리워한다.

또 초목이 울창한 육산보다는 아기자기한 암릉이 펼쳐지는 산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이런 때 만물상 능선 개방은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11월 15일부터 산불경방기간으로 입산이 통제되므로 적기에 찾아온 셈이다.

 



                                                      서장대 위로는 오를 수 없었다.

 



                                                          암벽에 붙은 보름달

 



                                                       상아덤 안내판 위에서

 



                                                           가야산 정상부

 

14 : 36 서장대

안부로 내려서고 마주선 암봉을 우회하기를 반복하며 도달한 서장대.

정상으로 올라갈 수는 없으나 지나온 능선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지점이다.

조금 내려간 곳에 세워진 ‘상아덤’ 안내판은 서장대의 원래 이름이 상아덤이라고 적고 있다.

 



                                                                 서성재

 



                                                          정상으로 가는 길

 

14 : 44~15 : 05 서성재

상왕봉으로 간 사람들이 있으니 서둘러야하는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정상부 암릉을 오르지 않는 것이 조금도 섭섭하지 않다.

너무 오랜 시간 앉아있기가 따분해서 가야성터를 살펴보기로 한다.

일행들은 모두 내려가고 혼자 산죽 사이로 설치된 판자계단을 타고 오른다.

 



                                                          가야산성 흔적

 



                                                내려가면서 본 서장대와 사자바위 능선

 

산길 좌측으로 정상부에서 흘러내린 듯한 너덜이 길게 이어진다.

가야산성터 흔적으로 여겨지나 안내판 하나 보이지 않는다.

뒤뚱거리는 돌을 밟으며 오르다 다시 산길로 나와 걷기를 반복하다 되돌아선다.

백운교에 이르러서야 가야산산성 안내표지를 보았다.

 

‘가야산 산성은 경북 기념물 제143호로 지정돼 있다.

칠불봉 동남쪽에 위치하였으며 용기골 좌 우 상아덤과 재골산 능선을 따라 축성된 포곡형 산성으로 처음 축성한 연대는 기록에 남아있지 않아 확실하지 않다.

임진왜란 때에 제찰사 이원익(李元翼)이 조정의 명을 받아 승장(僧將) 신열(申悅)을 시켜 개축하였으며 난중에는 인근 백성들의 피난처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성벽 전체 길이는 약 7.2km 정도 되지만 대부분 무너졌으며 현존하고 있는 곳은 평균 높이가 약 1.5m 정도이며 성안의 면적은 약 2.1㎢이다.’


 


                                                          통나무 계단 길


                                                               판자 길

 



                                                                돌 길

 

성터를 둘러보느라 20분을 소비하고 삼거리에 이르러 부지런히 내려간다.

판자계단이 나오는가 싶으면 통나무 계단길이 나오고 납작한 돌을 깔아놓은 길이 나오는가

싶으면 흙길이 나오고...... 그런 길이 되풀이된다.

산죽 길도 지나고 돌밭 길도 지난다.


 


                                                              백운암지

 

15 : 36 백운암지

‘주차장 2.6km’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현위치 번호 ‘가야 05-04’ 지점을 통과한 뒤 한 동안 걸어 나무다리를 통해서 계곡을 좌측으로 건너간다.

앞 선 사람들에게 양해를 얻어 추월을 하는 등 평소의 보속을 훨씬 벗어나고 있는데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다.



                                                      개울가에서 쉬고 있는 일행들

 



                                                               무명교

 

15 : 55~16 : 04 개울가 휴식

일행 몇 분이 개울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휴식을 취한다기보다는 뒤에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말라버린 고지대와 달리 저지대로 내려갈수록 나무이파리 색이 아름답다.

아직 혹독한 서리를 맞지 않은 탓이리라.

 

 


                                                               백운2교

 



                                                              용기골 입구

 



                                                       백운교와 탐방지원센터

 

백운3교를 시작으로 2교, 1교를 차례로 지나 마지막으로 백운교를 건너 주차장으로 향한다.

상인 한 사람이 “맛보라”며 산 더덕을 조금 베어 준다.

입안이 얼얼해진다.

“무슨 더덕이 이리 독해........”

눈치 채지 못하게 뱉어내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간다.

 

16 : 40 주차장 도착

염려했던바와 달리 인파에 떠밀리지 않고 사방팔방을 두루 살펴가며 느긋한 산행을 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다음 산행은 구미 베틀산입니다. 그때도 많이 참석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동호인들이 오늘처럼 많이 따라나서는 유명산만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산을 찾아, 오지(奧地)도 마다하지 않는 산우회, 그래서 더욱 정이 깊어가는 모양이다.

팔공지맥의 베틀산, 아직 가보지 못한 산이니 어찌 빠질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