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살아 숨쉬는 주왕산에서


 

  -산행일시:2004.9.23

  -산행코스: 절골-가메봉-내원동-제3/2폭포-주왕산-제1폭포-대전사

  -동행인: 나 홀로

 

                                     <기암: 마장군이 대장기를 세웠다하여 기암이라함>

 

  주왕산!

주왕의 전설이 살아 숨쉬는 산, 과연 주왕이 누구일까?

중국 당나라 시대에 주도라는 사람이 후주천왕을 자칭하고 반란을 일으키고 쫓겨 온

곳이 주왕산이라는 설과, 신라 헌덕왕 시대에 반란을 일으킨 김헌창이 주왕이라는

설(최근 사학자들에 의하면 김헌창설이 유력)

 

                                                                  <대전사와 기암>

 -설레 이는 가슴을 안고

지리산에서만 묻혀 살수 없었던 나는 전설이 살아 숨쉬는 주왕산을 언제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다. 이곳에서 주왕산을 찾기란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큰맘을 먹기 전에는 좀처럼

어려운 곳이다.

산을 좋아한 뒤부터 타 지역에 갔을 때는 항상 주위의 산과 연관시키는 버릇이 생겼다.

작년에 서울에 가서도 북한산에, 부산에 가서도 금정산을 돌아보지 않았던가?

오늘도 가정사로 인하여 대구에서 일을 치르고 마친 나는 마음을 벌써 주왕산에 가 있었다.

아침 일찍 IC를 출발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서로의 안부 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주왕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웬걸 가다 서다 가다 서다 반복하더니만 한나절을 보내고 이곳에 왔다.

더군다나 초행길인 이곳이라 몇 번이고 묻고 물어 알바하여 왔건만,

산에서도 알바를 하더니만 결국 알바는 이런 국도에서도 이어지나, 어렵게 찾은 절골

매표소에는 정오가 다 되어서야 도착하였다. 
 

                                            <물을 건너고 또 건너서: 절골에서> 

 11:40 절골에서

뭐 이런 곳이 있을까?

맨발로 걸어야 하나, 장화신고 걸어야 하나, 상황판단이 안 된다.

상이전 절골 매표소를 벗어나자 계곡도 아니고 하천도 아닌 그냥 꼬불꼬불하고 평탄한

골짜기의 모습이 연속이다.

다만, 양쪽으로 산세를 끼고 있고 이따금씩 절벽으로 내리찍는 바위에 가끔씩 나타나는

나무의 형상이 여느 산과는 약간 다를 뿐이다.

선답자들이 만들어 놓은 징검다리는 물이 넘쳐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 번째... 세 번째까지 신발과 양말을 벗고 신기를 반복하였다.

이럴 바에야, 나는 어느 새 등산화 차림으로 계곡물을 넘고 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제는 거칠 것이 없어졌다.

발바닥의 시원한 체감이 내 몸을 식혀줘서 좋고, 어린 동심의 세계로 뛰어 넘어 역류를

헤쳐 나가는 모습 또한 유유자적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걸 예상했을까?

고어 등산화를 신고 오지 않았음이..

 

                                                       <양말과 등산화를 벗고...> 

 12:35 대문다리

한 시간을 이렇게 소비하고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빨리 움직여진 시계를 쳐다본다.

이곳까지 와서 최대한 시간을 활용하여 내 눈을 즐겁게 하고 오감을 동원하여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갖고 가기로 하였던 것 아닌가?

12:35 대문다리에서 와서야 절골이 끝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대문다리인줄도 모르고 이곳을 지나고 있다. 갑자기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젖어있는 양말을 갈아 신고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간다.

빡센 산행이 이어진다. 첫 번째 안동권씨 지묘가 나타난다. 조선시대 안동권씨의 권세가 가히

짐작이 간다. 이곳 위치에 묘를 쓸 수 있다는 게.....

 

                                               <가메봉 정상에서: 맞은편 능선 먹구등>

 

 13:30 가메봉 (882M)

한 시간 정도 빡센 산행을 하고 나니 가메봉 정상이다.

가메봉은 주왕산에서 주봉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방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암봉의 모습이다. 암봉에 닥아 갈수록 어지러움이 몰아친다.

이곳 또한 조망도 어느 곳 못지않다. 저 멀리 동해 앞바다가 아스라이 보이고 가까이는

내가 걸어온 절골의 모습과 맞은편 능선의 먹구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정적인 내원마을: 지금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단다.>

 14:20 내원마을

가메봉에서 내원동으로 하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왕거암 방향 100m내려와 지능선을 타고

큰길로 내려가기로 하였다.(다른 하나는 더 내려가면 사거리에서 계곡의 너덜지대를 거쳐 큰골로

하산) 내가 선택한 코스는 의외로 상당한 비탈길이 연속된다. 길도 가끔씩 희미하기도 하다.

이윽고 느지미재와 만나 곳에서 도착부터 평탄한 길이 연속 되더니만 합수지점(느지미재와 주방천)

부터는 잡풀이 무성하기도 하다.

내원동에 다가갈수록 주위가 넓어지기 시작한다.

넓이가 상당히 넓어 이곳이 주왕산 속인가 의심되기도 하고 뭐 이런 곳이 국립공원인가

하면서 분명히 내 눈을 의심해 본다.

다만, 산의 높이는 높지 않는데도 골짜기는 어느 산보다 더 길게 이어져있음은 분명했다.

 

                                       <내원마을 앞에서: 문밖에 걸려있는것이 무엇인고>

 

 14:40 휴식중에

갑자기 오후의 나른함이 느껴온다. 전형적인 이곳 산골풍경에 도취되고 싶어 시켜 놓은

도토리묵에 한시름을 논다. 배고픔 속에서 맛이야 어디 무슨 음식인 듯 맛이 없겠는가.

전혀 술을 먹지 못한 내가 이상하던지 왜 막걸리는 시키지 않은가? 하고 몇 번이고 눈을

흘긴다. 예전에 내원 분교을 개조해서 만들어 지금 내원산방 이라는 주점(?)이 초가을의

햇살만큼이나 목가적(牧歌的)인 풍경이다.

 

                                                              <제  3   폭   포 >

 

 14:55 제3폭포/2폭포.

3폭포를 지나오면서까지 솔직한 심정으로 주왕산인 국립공원에 대하여 엄청난 실망이 있었다.

내가 보아온 인터넷상에서 주왕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다. 이윽고 주방천을 따라

한참 내려왔을까. 내원동과는 완전히 다른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3폭포 주위로 뻗은 기암절벽과 봉우리. 협곡. 폭포 등이 가히 환상적이다.

2단으로 떨어지는 3폭포는 이곳의 폭포 중에서 대범하기로 유명하다. 폭포 우측에 우뚝

솟은 절벽위에 힘차게 솟은 노송이 이곳의 분위기를 한층 더 배가시켜준다.

제2폭포 역시도 유명한 조각품의 오묘한 미를 지녔다고 칭송했듯이 두 줄기로 이루어진

2단 폭포가 뭇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외주왕을 주왕산에서 바라보며>

 

 

                                                           <주 방 천 의  모 습 >

 

 15:15 어떻게 할까.

갈림길에서 한참 망설였다. 지금까지 내주왕을 보고 느낀 감정은 별로였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어 욕심을 부려볼까 하여 주왕산에 오르기로 결정하였다.

주워진 시간 속에 이곳의 비경을 담고 언제 다시 올 줄 모를 기약 앞에 무뎌진 감각을

곤두세운다. 오름의 연속이 될 때면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너덜 길의 계곡에서는 기우뚱

거리는 몸을 추스르기를 몇 번인가 하기를 반복하더니 마침내 칼등고개에 넘어선다.

 

                            <일재의 잔재: 전쟁수행에 필요한 석유에너지 대체품으로 사용>

 15:45 칼등고개.

절골인 내주왕 에서부터 이곳까지 올라오면서 가슴속깊이 하나의 의문점을 남겼다.

유독이  소나무가 많아 이곳의 지명을 靑松이라 했거늘 곱디곱게 뻗은 몇십년의 소나무에

거의 모두가 칼자국이 나 있었다. 왜 그럴까? 어떤 놈의 소행일까. 하고 말이다.

문제의 답은 집에 와서야 풀 수 있었다. 일제의 잔재가 이곳 주왕산에 지금도 흉물스럽게

남겨있어 우리 역사의 뒷모습을 보니 미치도록 아픈 마음 억누룰길 없구나.

전쟁수행에 필요한 석유에너지가 부족해지자 이를 대체할 목적으로 소나무 기름을 택했던 것이다.

그때 우리 백성들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시달림에 치를 떨었겠는가.

 

                                                                 <주 왕 산 정 상>

 

                                                   <가메봉을 바라보며: 주왕산에서>

 

 16:05 주왕산(720m)

주왕산 정상에 올라섰다. 주위의 경관도 경관이려니와 정상이라기보다는 실망스런 그

자체이다. 그래서 주왕산 보다 더 가메봉이 주왕산을 대표하는 주봉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인 모양이다. 하지만 내리막길 앞쪽과 우측으로 펼처지는 암봉의 파노라마는 마치 중국의 태산을

연상 캐 한다. 멀리는 가메봉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흔적을 찾아본다.

 

                                                   <주왕산에서 바라본 병풍바위>

 

                                           <연화봉: 봉우리 형체가 연꽃을 닮았다하여>

 

 16:35 주방천을 따라서......

지금까지의 시간이 산행의 목적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관광이 목적이다.

대전사에서부터 주방천을 따라 오르는 코스는 정말 전설의 신비 모두를 간직한 아기자기한

코스이다. 3폭포까지 주방천을 아울러 걷는 모습 모습이 어쩌면 이렇게 유유자적인가.

나와는 아주 다른 모습으로 그들은 세월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시루봉: 생김새가 떡을 찌는 시루 같다고하는데 제가보기에는 할아버지의웃음같음> 

 

                                                                <제 1 폭 포>

 

 17:00 제1폭포에서.

일명 선녀폭포에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폭포주위가 암벽으로 둘러싸여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는 폭포소리는 오색무지개가 피어오르고 당장이라도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고 신선대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암벽 틈바구니에는 기절초풍할 정도로 아름답게 다듬어진 분재속의 소나무들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대전사와 기암>

 

 17:30 대전사와 기암.

통일신라시대로 추측되는 대전사는 매우 큰절이었지만 여러 차래의 화재로 인하여 소실되고

지금은 보광전과 명부전이 남아 있을 뿐이다.

대전사에서 머리를 올려 위를 쳐다보면 기암이 두 눈에 들어온다. 사람을 압도하는 위엄이 

가히 일품이지만 바위의 모습이 또한 멧 산(山)을 연상케 한다. 전설에 의하면 주왕이 신라

마장군과 일전을 벌 일 때 이 바위에 이엉을 두르고 쌀뜨물을 흘러 보내 적을 현혹시켰다는

전설이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 학이 노닐던 학소대>

 

 에필로그.

어렵게 찾아 온 산.

내 마음을 실망에서 흥분으로 되돌려 지게 하는 전설이 살아 숨쉬는 산 주왕산!

생각했던 대로 모든 곳을 두루 거칠 수 있어 더없이 즐거움을 주었던 산행이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시간에 쫓겨 주왕의 관광코스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없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었지만 나머지 보지 못한 무장굴. 주왕암 등등은 또 다시 다음에 만남을 기약하며

이만 산행기를 마친다.

 

                                                        <주 방 천 의 협 곡>

 

 -코스별 시간

11:40 산행시작(절골 매표소)

12:35 대문다리(이곳까지 흐르는 평탄한 골짜기 11번째 건넘) 가메봉2.2/매표소3.5

13:00 첫 번째 안동권씨지묘.

13:20 이정표(내원동2.6/가메봉0.2/절골5.5/상의매표소7.5)

13:30 가메봉 정상(882m)

14:00 이정표(내원동1.7/가메봉1.1)

14:20 내원마을(3폭포1.3/가메봉2.8/상의매표소4.8)

14:35~14:50 휴식

14:55 제3폭포/2폭포(주왕산2.8).

15:15 갈림길(주왕산2.5/가메봉2.6)

15:45 칼등고개(주왕산1.1/2폭포2.7)

16:05 주왕산(720m) 상의매표소2.3/2폭포3.8

16:35 주왕산 갈림길(1폭포2.0/매표소0.3)

17:00 제1폭포.

17:30 대전사

17:45 산행종료(주차장).


 

-산행거리:21.1km

-소요시간:6시간05분.


 

                                          2004. 9. 30.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