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행 일 : 2004. 7. 25~26

2. 산행형태 : 능선산행

3. 교 통 편 : 승용차

4. 날 씨 : 맑음

5. 산행인원 : 나홀로

6. 산행코스 :
   <<2004.7.25>> 매표소(14:34)-기암(14:37)-장군봉 갈림길(14:38)-주왕굴 갈림길(15:03)-급수대(15:09)-시루봉(15:20)-학소대(15:22)-제1폭포(15:23)-제2폭포(15:39)-주왕굴 갈림길(16:03)-주왕굴(16:26)-매표소(16:50)
   <<2007.7.26>> 매표소(08:09)-주왕산 등로(08:23)-이정표(08:38, 주왕산 0.8km)-주왕산(09:03)-가메봉 갈림길(09:51)-제3폭포(10:11)-금은광이 삼거리(10:59)-월미기 삼거리(11:36)-장군봉(11:56)-매표소(12:30)

7. 산행기

<<2004.7.25>>청송의 주왕산은 197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기암괴석으로 인해 볼거리가 많고 곳곳에 주왕의 전설이 깃들어 있어 역사의 현장이자 계곡이 깊어 여름 피서지로 각광 받는 곳이다. 피서를 겸하여 산을 찾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아무튼 짧은 휴가지만 가까운 산을 찾기로 하고 주왕산에 들르니 한적해서 기분이 좋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피로를 풀려는데 그것보다는 산신께 인사드리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아 허리색을 준비하여 매표소에 들르는데 안내지도를 서비스 하지 않는다. 안내 표지판을 카메라에 담아 지도로 활용하기로 하고 출발하는데 좌측으로 우뚝선 기암이 반가이 맞아준다. 이 바위는 옛날에 이곳에 은거하던 주왕이 신라 장수 마장군과 싸울때 볏집을 둘러 군량미를 쌓아둔 것처럼 위장하여 적군의 눈을 현혹케 했다는 설이 있고 그 후 마장군이 이곳을 점령하였을 때 대장기를 세웠다고 하여 기암이라고 불리고 있다 한다.

장군봉 갈림길을 지나는데 잘 정비된 오름길이 문경새재 길을 연상케 하고 있으며 계곡에는 제법 많은 양의 물이 흘러 가슴을 시원하게 식혀준다. 길가의 안내판은 주왕의 전사와 관련된 수단화의 전설을 알려주고 있다. 옛날 주왕이 마장군의 공격을 피하여 주왕굴에 숨어지내던 어느날 굴 입구에 떨어진 물로 세수하다가 마장군의 군사가 쏜 화살에 맞아 죽을 때 그의 피가 냇물에 섞여 붉게 흘렀는데 그 이듬해부터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꽃이 피기 시작하였으며 이 꽃은 주왕의 피가 꽃이 되어 핀 것이라 하여 수단화(壽斷花)라 한다고 한다.

주변 기암괴석을 음미하며 발걸음을 옮겨 주왕굴 갈림길에 들어서는데 변함없이 기암들이 열지어 서 있다. 급수대는 신라 37대 선덕왕의 후손이 없어 빚어진 왕위다툼에서 밀려난 김주원이 주왕산으로 피신하여 산위에 대궐을 건립하였으나 산정에는 샘이 없어 계곡의 물을 퍼올려 식수로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수십m 바위줄에 매달린 두레박이 연상되지만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나타난 제1폭포는 커다란 소로 허연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소 가장자리에는 작은 동굴같이 바위가 움푹 들어가 있는데 어떻게 형성된 동굴인지는 모르지만 여타 다른 폭포에서 볼 수 없는 형태를 만들고 있다. 제1폭포를 오르는 길은 바위틈에 목재로 난간을 만들어 두었는데 철재 난간보다는 훨씬 운치가 있고 경관에 자연미를 더하여 주는 것 같아 좋아 보인다.

오묘한 형태의 제1폭 요모조모를 렌즈에 담고 계곡을 오르는데 자연보호를 위해 목책을 설치하여 두었다. 자연도 휴식을 취하여야 하니 당연한 조치로 계곡 가장자리에는 다람쥐가 뛰놀고 있다. 설악산의 다람쥐는 인간이 던져주는 먹이를 찾아 산객의 주위를 맴돌았었는데 이놈은 인간을 많이 두려워하고 있는지 카메라에 담기가 힘들다.

기암괴석 그리고 능선이 합작하여 만든 수려한 풍광의 계곡을 오르는데 제2폭포와 제2폭포 갈림길이 나오고 이내 제2폭포에 도착한다. 제3폭포는 내일 주능선 종주시 들르기로 예정을 하고... 제2폭포에는 단체로 여행 온 젊은 사람들이 물가에 옹기종기 모여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나도 같이 물속에 발을 담가보니 시원하여 잠시 놀고 싶지만 학소대에서 기다리는 집사람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집사람을 깨워 주왕굴을 향해 계단을 오르는데 집사람이 힘들어 한다. 애들 먹거리를 챙겨주고 혼자서 산타러 가는 남편을 따라온 휴가이니 아이들 걱정에 즐겁기만 하겠는가. 대낮 하루를 주차장에서 산타러 가는 남편의 하산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이니, 그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어쩔 수 없지 하며 위안해 본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집사람이 책 읽으며 혼자서 기다리는 시간도 즐길줄 안다는 것이다.

5부능선을 따라 주왕굴을 향하는데 춘양목에 대한 안내문이 있다. 고향에서 많이 보던 소나무로 눈에는 익은데 나무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여기에 옮겨보면 금강산에서 울진,봉화를 거쳐 영덕,청송 일대에 걸쳐 자라는 소나무로 일반 소나무와 달라 줄기가 곧바르고 마디가 길며 껍질이 유난히 붉다. 이 나무는 금강산의 이름을 따서 금강소나무라고도 한다. 결이 곱고 단단하여 켠 뒤에도 굽거나 틀지 않고 잘 썩지도 않아 옛날부터 소나무 중에서 최고로 쳤으며,

또한 조선시대에는 소나무 보호를 위해 나무의 벌채를 법으로 금하기도 하였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한강수계에서 벗어난 울진,봉화,청송 등에서 명맥을 유지하였다. 일제 강점기에는 산업철도가 놓이면서 이 지역의 소나무가 봉화 춘양역에서 철도를 이용하여 서울로 옮겨지면서 춘양역에서 온 소나무라 하여 춘양목이라 불리어지고 있다고 한다.

주왕암에 도착하니 부처님을 모신 나한전과 주왕암이라는 별채가 있다. 주왕의 혼백을 위로하기 위해 후대의 사람들이 지은 암자로 주왕이 최후를 맞았다는 주왕굴 초입에 위치해 있다. 암자 앞 주왕굴 표시를 따라 발길을 옮기는데 바위틈 사이로 길이 나 있고 이끼가 바위를 덮고 있다. 주왕의 피눈물이 색이 바래 물이 되었는지 바위에는 음습한 기가 덮여 있고 철제 계단을 오르니 주왕을 모신 제단이 있다.

주왕굴의 폭포수가 조금만 더 많이 흘렀어도 주왕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념에 잠겨 있는데 산객 아주머니는 주왕께 인사를 올리고 있다. 과연 우리가 주왕에게 절을 올리고 그의 혼을 기려야 하는지는 의문이 들지만, 무속신앙이 특히 발달한 우리네에게는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평이한 광경이다.

주왕굴을 뒤로 하고 내려오니 어느덧 저녁시간이다. 호객행위를 하는 식당 이곳저곳 가늠해 보지만 거기가 거기 같다. 주인장의 미소가 환한 식당을 찾아 닭백숙과 파전, 소주한잔으로 하루를 마감하는데 연이어진 7일째의 곡주가 취기를 올리고 있다. 내일 주왕산 일주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004.7.26>> 느즈막히 일어나니 계곡의 공기가 상쾌하다. 누가 지금을 열대야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는지 궁금할 만큼 시원하게 간밤을 보냈으니...

주왕산은 매표소에서 출발하여 제1폭포, 제2폭포를 거쳐 제3폭포를 정점으로 되돌아 오는 코스와 대전사 뒤편에서 주왕산으로 올라 제3폭포로 하여 금은광이 삼거리와 장군봉을 거쳐 하산하는 2개의 코스로 나누어지는데 이제껏 당일 산행시 두코스를 어떻게 아우를까 고민을 하였지만 묘안이 없었는데 쉽게 문제가 풀렸다.

어제 느즈막히 들러 계곡을 구경하고 오늘은 주봉인 주왕산 능선을 탈수 있으니 해결책이 쉽게 모색된 것이다. 백악기 화산암류에 의해 발달된 주상절리의 장관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오름짓을 하는데 자연복원을 위해 허공계단이 잘 만들어져 있다.

들머리에서 주왕산은 2km남짓하여 먼길도 아닌데 따가운 햇살로 인해 숨이 막힌다. 30여분을 운행하여 주능선에 들어서니 곧게 뻗은 춘양목과 제법 굵은 소나무에는 빗살무늬의 상처가 있다. 문경 새재 길가에도 상처난 소나무가 있었고 그 소나무는 일제시대 말기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만들어진 상처라고 하였는데,

주왕산의 소나무는 일제시대의 흔적이 아닌 1960년대 자원동원을 위해 3년동안 송진을 채취한 후 벌채하였는데 197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송진채취행위가 전면 중단되었으며 그 상처가 지금껏 남아 있다고 한다. 1960년대의 우리나라는 너나 없이 춘궁기를 겪었었고 인근 야산의 나무들은 땔감으로 전부 베어졌던 시대이니... 세월은 가도 흔적은 남는다더니 그때의 곤궁함이 풍요로운 현실의 가슴에가지 서늘하게 다가온다.

주왕산 정상에는 그 흔한 표지석도 없고 이정표에 주왕산이란 표식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헬기장을 지나 운행하는데 맞은편 괴석들이 머리를 드러내고 있다. 아래에서 보는 정경과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다름을 감상하는데 계곡을 따라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 가는 길은 숲과 계곡수로 인해 시원함을 안겨주는데 젊은 연인이 계곡수로 발을 담그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가메봉 갈림길을 지나 인적이 가까워짐을 느끼며 진행하는데 아랫쪽의 제2폭포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산객들에게 이야기 하는데 이내 제3폭포 이정표가 나타난다. 제3폭포에는 유람객 세 분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불청객 산객 때문인지 담소가 끊어진다.

미안한 마음에 정경을 렌즈에 담은 후 되돌아 서는데 이내 전기없는 마을이란 내원마을 안내판과 금은광이를 가르키는 표지목이 나타난다. 이제 계곡을 따라 오르다 능선을 타면 금은광이로 이어질 것이다. 계곡은 많은 수량은 아니지만 땀을 씻을 수 있을 정도의 계곡수가 흐르고 있는데 언제부턴가 날파리가 웽웽거리고 있다.

잘못하여 눈에 들어가면 소금기 머금은 손으로 눈을 문지를 것이고 그 이후의 고통은 익히 알고 있는데 아무리 쫒아 보내도 계속 눈 앞에서 날아다니고 있다. 땀에 절은 몸 냄새가 날파리를 부르는가 싶어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여도 효과가 없다.

금은광이 삼거리에 도착하니 금은광이 방향으로는 출입을 통제하는 표식이 있고 이내 장군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쪽은 주봉과 계곡을 연계한 산행은 많지만 금은광이 장군봉 탐방객이 적은지 잡풀들이 다리를 쓰다듬고 있다. 반바지의 효능이라고 할지, 아니면 긴바지를 입지 않은 부주의를 탓하려는지는 모르지만...  긁힌 상처는 일주일 내에 자연 치유될텐데 하며 걱정을 접어 두는데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땅을 뒤진 흔적이 많다.

사람을 만나지도 못할 코스이고 하여 최소한 멧돼지가 놀라지 않도록 헛기침 소리로 인적을 알리는데 허공의 메아리처럼 느껴진다. 나타나면 나무로 올라야지 하면서... 헛기침의 효력을 보았는지 걱정되던 산짐승과의 만남은 피하였지만 좌우로 늘씬하게 늘어선 춘양목을 많이 구경하지 못한 것이 흠이 된다.

주왕산 등로와 금은광이 삼거리부터의 등로 좌우는 몸의 열기를 삭이지 못해 드러난 것 같은 춘양목의 붉은 껍질로 인해 눈위의 정경은 붉은 빛이 도는 것 같은데 멧돼지 걱정으로 인해 걸음을 빨리 하였으니, 월미기 삼거리를 지나 장군봉에 도착하니 정상 못미쳐에 표지목이 장군봉임을 알려주고 있다.

정상 소나무에는 「전국/단독, 1500산 순례중, 안산시 김정길, 장군봉, 1140번째산」이란 명찰이 달려 있다. 한국의 산하에서 김정길님의 명성을 익히 들었었고 겨울 청계산에서 말은 건넨적이 있었지만 그분이 김정길 님이란 사실을 몰랐었는데 나중에야 산하모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하여 너무 반갑게 느껴진다. 나는 언제쯤 500산이라도 가려는지...<문> 선생님 무거우신데 나누어서 멜까요. <답>아니오. 먼저 가세요. <문>벌써 내려오세요. 눈이 와서 돌아가시는군요. <답>예

장군봉을 지난 하산로는 바위가 잘게 부서져 미끄러질 수 있어 조심하는데 좌측에 전망 좋은 바위가 있어 올라보니 계곡 맞은편 기암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오늘 코스 중에는 경치가 가장 좋은 위치로 생각된다. 내려서는 바윗길은 안전로프가 설치돼 있고 우측으로도 괴석이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 기다리고 있을 집사람을 생각해 빠르게 운행하는데 아랫쪽에는 대전사의 한가한 정경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임도에 내려서니 계곡수가  시원해 보여 몸을 담그는데 열기가 빠져나가는 듯 하다. 이로써 1박 2일간의 주왕산 탐방은 끝을 맺었으니 내일 산행지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해 집사람에게 아부를 열심히 해야만 될 것 같다.


<기암>                                                                                            <급수대>


<제1폭포>                                                                                       <제2폭포>


<다람쥐>                                                                                        <주왕굴>


<산나리>                                                                                       <송진채취 소나무>


<김정길 님 순례표식>                                                                      <계곡우측 주상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