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용마산-퇴촌(경안톨게이트)...........아직도 가야할 길(Scott peck)


 

일시:2006/02/26(일)

날씨:흐림 강풍

동반자:나홀로

산행길:  안창모루(0745)~검단산(0945)~용마산(1130)~경안톨게이트(1325)

 

 

↗ 작년 승원봉에서 본 검단산에서 이어지는 용마산까지의 능선

  

↗ 작년 예봉산 오림길에 본 검단산과 저 멀리 용마산

 


 


 

1. the road less-travelled


 

두서없이 이것저것 두리번 거리다보면 어느 순간 깜짝 놀라는 책과 만나는 행운을 잡게 된다. 10년 전쯤인가? 우연히 접했던 스콧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the road less-travelled)"이 그런 책이다. 저자인 스콧박사는 현재 70 가까이 되었겠지만 40대 초반에 그런 책을 쓸 수 있었던 스콧펙의 삶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혜안에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검단산을 오르는 길은 많지만 사람들이 알고 있는 길은 피하고 내가 알고 있는 길로 오른다.

 


 

↗검단산 오름길에 본 견우봉,직녀봉,승원봉

 


 

2.감정적 자아 (emotional Ego)


 

검단산 들머리에 발을 디디며 처음하는 작업은 발바닥의 감촉을 느끼는 일이다. 오늘 검단산은 비가 약간 뿌렸는데도 딱딱하며 건조하게 느껴진다. 일상에서 직면했던 여러 가지 힘들었던 일들 때문이었을까? 아이러니칼하게도 스콧펙 책의 첫 문장은 “Life is difficult(인생은 고해다)"...........이 얼마나 함축적인 서문이던가?.........삶이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직면하여  해결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했지........심리학자 프로이드의 제자였던 칼융의 ”대중적인 버전“이 자기라고 했던 스콧펙의 글이 불교에 닿아 있음은 재미있는 일이다.  분노가 생기면 화를 내고 슬프면 울고 즐거우면 웃었던 ......... 어제의 나를 놓아 보내며 아무도 없는 길을 오른다.

 


 

↗검단산


 

3.관찰적 자아


 

오늘 아침 잠깐 뿌렸던 비는 멈추었지만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은 봄이 오는 걸 시샘이라도 하듯이 제법 강하고 얼음처럼 차다. 항상 그렇지만 오름길에서는 위를 가급적 쳐다보지 않는다. 위를 쳐다보면 목표가 생겨 더 힘들기도 하거니와 한발 한발 내딛는 그 과정에 존재하고자 함이다. 오름길에 왼쪽으로 보이는 예봉산이 구름에 싸여있음을 보며 검단산도 정상부위에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한다.

 


 

↗ 검단산 정상에서 본 고추봉과 용마산
 

 

 

4.초월적 자아


 

고소공포증이란 거짓말을 많이 한 나를 초자아(super-ego)가 벌주려는 것이라고 프로이드식으로 이해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나아지기는 했지만 고소공포증이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아직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검단산에서 내가 견뎌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암릉(다른 사람들이 보면 바위도 아니지만)을 마치 꼭 통과해야하는 의례처럼 넘는다. 나를 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면서......

 


 

↗ 최대치


 

5.여인의 분내음


 

정상 가는 길에서 반대편으로 슬쩍 스쳐 지나가는 여인에게서 분내음이 난다. 이것은 산에서 나를 자극하는 3가지 중 하나인데....... 라디오-맨(라디오를 큰 소리로 틀고 다니는 사람), 살라이바-맨(침을 뱉는 사람..거의 남자).... 과는 달리 그리 큰 혐오 자극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내가 산에 있음을 자각하게 해주는 그 무엇이 있다. 나의 본능적인 이드(Id)를 건드리는 것인가? 확실치는 않지만 산에서 맡으면 안 될 것 같은.........그런 종류인데.......

 


 

↗ 고추봉 능선


 

6.성장


 

검단산에서 용마산가는 길은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용마산 정상에서 은고개 갈림길을 지나 415봉을 너머 오른쪽으로 광지원 가는 길이 나오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친다. 다리도 뻐근해지고 숨도 가쁘지만 그래서 더 멀리 갈수 있다면.......고통을 만나는 것이 두렵지만은 않다. 낙엽이 쌓여 인적이 없는 호젓한 길.......고개를 넘으면 또 한 봉우리가 나타나고......그리고 넘으면 또 다른 봉우리가 모습을 보이지만......오늘은 다른 봉우리가 나타나기를 고대한다.......퇴촌가는 어느 국도상의 버스정류장에서 마지막 봉우리를 바라보는............... 나...............과연 나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