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4년 3월28일(일요일) 08:40∼18:40 (10시간)

산행코스 : 익근리∼명지산∼연인산∼장수봉∼장수고개∼구나무산∼옥녀봉  ∼조옥동

기타 : 날씨 맑음 / 홀로 등산 / 버스 및 택시 이용

 요 며칠사이 감기로 몸이 찌뿌드드하니까 더 산에 가고싶었다. 지치도록 산을 타고 나면 이정도 감기쯤은 확 털어버릴텐데...

 일요일 아침 5시반에 일어나서 등산준비를 한다. 어지간한 것들은 어제밤에 다 꾸렸지만 매번 컵라면에 식은 김밥 먹기가 싫어서 요번은 큰애 보온밥통을 빌려서 뜨근한 점심을 준비하려고 한다. 된장찌게도 끓여서 담고 내가 좋아하는 파김치에 요거 조거 준비를 했다.

 집이 동서울터미널 바로 앞이라 집 나선지 3분만에 도착, 6시반 가평행 버스에 오르고 다시 한잠을 청한다. 배 고프면 아무것도 못하는 체질이라 가평터미널에 내려서는 바로 인근 해장국집에서 얼른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선다.

 오늘 산행은 명지산∼연인산∼구나무산을 연결하는 종주코스로 어림짐작으로 한 9시간 좀 더 걸리지 않나 싶었다. 들머리는 명지산 익근리로 잡았고 날머리는 구나무산(노적봉) 줄기끝의 옥녀봉밑 조옥동으로 잡았다. 크게 C자형으로 도는 종주코스이다.

 터미널에서 확인해 보니 익근리 가는 가장 빠른 버스는 9시에 있고 약 40분 걸린다 한다. 지금시간이 8시인데 이거 타면 오늘 해안에 끝나겠나 이거.. 안되겠다 싶어 얼른 택시를 집어 탄다. 20분만에 익근리 주차장에 도착, 택시요금이 18,000이 나왔다. 에고에고 이럴줄 알았으면 한두사람 같이 타고 오는 건데.. 주차장 인근 가게에서 가평 잣막걸리를 한통 사고 등산화끈을 조인다.


 이젠 출발! 몇걸음 옮기는데 이런.. 여기도 입장료가 있었네. 1,000원을 내고 등산객이 많은지를 물어보니 여긴 그리 많지 않단다. 작년 요맘때는 봄철 산불예방 때문에 입산금지 시켰는데 올해는 안한단다. ...아니 그럼 나 잘못했으면 여기까지 왔다가 허탕치고 갔었을 수도 있었네.. 국립공원만 입산금지가 있는 줄 알았더니...


1)익근리∼명지산

08:40 익근리매표소 출발

         10여분 올라가면 승천사 일주문을 통과하고 나면 길가 오른쪽에 약수 파이프가하나 나와있다. 계곡 따라 올라가는 넒은 임도 길이 계속 이어진다.

09:20 명지폭포 도착.

         임도길에서 나무계단으로 약 50m정도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명주실을 한타래 풀어도 그 길이를 알 수 없다고 했건만.. 갈수기라 그런지 폭포 물줄기는 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09:40 임도길이 끝나고 오른쪽 사면을 따라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 사면이 비교적 가팔라 힘이 꽤 드는 편이다. 10:20에 1차 휴식(5분간)

10:43 명지4봉 도착

         표지석도 없는 조그만 암봉이고, 잔가지에 둘러싸여 전망도 좋지 않다.

          명지산 0.9km,익근리 4.9km라는 조그만 간판이 있다.

11:15 명지1봉 도착.

         1200m급 봉우리치고는 정상이 참 좁다. 바위 몇 개로 이루어진 암봉이 있는데 먼저 오른 한팀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어떻게 오를 방도가 없다. 옆에 옹색하게 쪼그리고 앉아 시원하게 펼쳐진 전경을 조망하면서 샌드위치를 안주 삼아 잣막걸리 한잔을 마시니 속이 다 후련해진다.

11:34 명지1봉 출발

12:12 명지2봉 도착

         익근리에서 올라올 땐 사람들을 거의 못봤는데 상판리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간간이 보인다.

12:35 명지3봉 도착

         3봉은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바위밑으로는 산사태가 있었던 듯 바위조각들이 넓게 흩어져 있으며 옆에는 통신시설물이 있다. 오른편 저 멀리로 잘 닦여진 연인산 주능선이 명확하게 보인다.

2)명지산∼연인산

12:44 귀목고개/연인산 갈림길

         명지3봉 밑에 있는 갈림길로 여기서 귀목봉과 연인산 방향이 갈린다.

         연인산 4.7km.  연인산 방면으로 들어서면 갑자기 부드러운 흙길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시작되고 남향이라 후끈한 지열도 느껴진다. 일부러 능선길을 낸 듯한 등산로는 마치 바리깡으로 머리 한가운데를 밀어버린 듯 일직선으로 쫙 뻗어있다. 명지산은 급경사에 돌이 많아 거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곳 연인산은 참 부드러운 느낌이다.

         그런데 이거... 무진장 내려간다. 거의 바닥까지.. 에거 아까버라.

13:15 연인산/백둔리 갈림길 안부 도착.

        온 길과 갈 길이 한눈에 쫙 보이고.. 길도 넓고 평평하고.. 다리도 아프고.. 여기서 오늘 아침 내가 정성들여 싼 점심을 까먹는다. 거의 꿀맛이다.

13:40 식사후 갈림길 출발.

14:25 연인산 정상 도착.

         조망이 참 좋다. 완전히 360도 조망이 되는 곳이다. 정상에는 커다란 정상석에 울릉도등 각 지역까지의 거리가 적힌 평상같이 생긴 넓다란 흰바위가 있다. 한쪽 사면에서는 조림작업이 한창이고.. 등산로부터 여기저기 공들인 흔적은 역력한데 너무 손이 들어가서 자연 그대로의 맛이 사라져 아쉽다.

14:40 연인산 출발

         5분정도 내려 오다보면 바로 오른쪽 밑에 장수샘이 있다. 그러지 않아도 오늘따라 물이 많이 들어가 걱정되던 차에 잘됐다. 시원하게 양껏 물을 들이키고 한통 가득 채운다. 장수샘은 완전 노천샘이다. 뚜껑이라도 좀 해 덮지.. 이거저거 손은 많이 대면서 막상 위생이 중요한 샘물은 이렇게 방치를 해 놓다니..

         여기서부터는 백둔리로 내려갈지,장수능선을 탈지,용추구곡으로 갈지 결정을 해야한다. 요소요소에 표지판이 잘 되어있어 어느쪽이든 길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다. 오늘의 마지막 목표인 구나무산(여기 표지판에는 모두 노적봉으로 표기되어 있음)쪽으로 가기위해 장수능선을 타고 장수고개로 향한다. 몇 번의 오르 내림과 마지막의 급경사를 거쳐 1시간만에 장수고개에 도착한다.

15:47 장수고개 도착.

        등산시작 7시간째.. 오늘따라 유난히 발바닥이 아프고 힘이 훨씬 더 든다. 전에 한국의 산하 관악산 모임시 1200산 김정길 선배님이 구멍난 등산화 2벌이 있다고 한 말씀이 생각나 나도 오늘 구멍 한번 내볼 요량으로 전에 신던 낡은 등산화를 신고 왔더니 바닥이 얇아 장거리 산행의 충격이 그대로 다 발바닥으로 전해진다. 뱁새 가랭이 찢어지고 쌍코피나기 시작한다, 이거...

        장수고개 임도(산림도로)로 내려서니 어라? 가야할 산은 보이는데 길건너 있어야할 들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너무 허기가 져서 임도가에서 잠시 막걸리를 한잔하면서 휘둘러보아도 방법이 없다. 에라 그냥 올라가지 뭐.. 수풀을 헤치고 무작정 산속으로 뛰어든다. 근데 이거 뭐야.. 계곡으로 점점 더 내려가고 있는거다. 이건 진짜 아니다. 아무리 내가 산행경력이 일천해도 오르는 길과 내려 가는 길은 구분이 되는데.. 다시 올라와서 거의 절반쯤 포기한 상태로 임도를 따라 백둔리 방향으로 내려간다. 몸은 점점 더 피곤하고 발바닥은 따꼼따꼼한게 물집이 잡히나 보다.

3)연인산∼구나무산

16:05 구나무산/백둔리/연인산 갈림길

         그런데.. 좀 내려가다 보니 왼쪽으로는 장수봉에서 내려 오는 길이, 오른쪽으로는 구나무산 들머리길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표지판도 친절히..  장수고개 내려설 때 길이 좀 이상하다 싶더니 길이 아닌 그냥 비탈로 내려선 모양이다. 다시 힘을 내서 노적봉으로 들어선다.

16:33 낙엽위에 퍼지다.

        된 비알길을 오르는데 이미 힘이 빠진 뒤라 너무 힘들다. 능선길에 오르자 마자 눈에 보이는대로 배낭을 벗어 던지고 낙엽이 쌓인 곳에 그냥 쓰러져 누워버렸다. 파란하늘과 마른 나뭇가지들이 만드는 구상화같은 그림이 시야에 들어온다. 에거, 내가 지금 뭐하는 건지.. 생각해보니 점심이후로 처음 앉아본다. 탈진하기전에 조금씩 쉬어줘야 하는데 감기 기운이 있는데다 너무 무리한 일정이었던 거 같다. 5분정도 그대로 누워서 쉬고 다시 출발한다.

17:00 물안골 삼거리 이정표

         노적봉 0.9km , 물안골 2.5km

17:15 노적봉 도착.

         '노적봉'이라고 쓰여진 자그마한 나무판자가 정상표지석을 대신하고 무소유 산문자님 특유의 그 비닐 덮인 정상 표지기가 매달려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분 글씨 참 잘 쓰신다. 특히 한자체가 죽여줍니다.

17:43 헬기장 도착.

         옥녀봉 2.08km , 노적봉 1.01km , 중산리 0.94km

         이제 산행시작한지 9시간이 되었다.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18:11 옥녀봉 바로밑 안부 조옥동 삼거리 이정표 도착

         노적봉 2.79km , 조옥동 1.5km , 옥녀봉 0.15km

         앞에 불쑥 솟은 옥녀봉이 사람 난감하게 만든다. 몸 상태 괜찮으면 한 15분이면 올라갔다 내려오겠건만... 너무 지친데다 저멀리 칼봉산에 걸린 해가 이제 쥐꼬리만큼만 남아 하산길이 더 급하게 됐다. 해드랜턴이야 있지만 장수봉이후로 사람을 하나도 못본데다 불발탄 산재지역이라는 경고판이 영 마음에 걸려 얼른 내려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18:40 조옥동 날머리 도착.

         옥녀봉에서 조옥동으로 내려오는 길은 엄청난 급경사지역. 이게 등산로일까 싶은 급경사라 내려가기 천만다행이지 이걸 오른다고 치면 어땠을까 싶다.  이번 산행에 참고삼은 김종오님(3.24일 산행)의 산행기에서는 이곳을 들머리로 했던데 엄청 힘드셨을 듯했다.

          내려오자마자 보이는 민박집(용추빌리지)에서 얼른 캔맥주 하나를 사서 마시니 온몸 끝까지 짜리리함이 전해지는 거 같다. 크으으∼ 쥑인다!

  아침 08:40분에 출발한지 딱 10시간만에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

  용추빌리지 주인 할아버지의 배려로 탄 차안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한마디 하신다. 여긴 산이 험해서 등산객도 별로 없고.. 그것도 일반인은 거의 없고 혼자서 다니는 분들만 가끔 명지산에서 넘어온다고...

  이번 산행은 등산지도책을 이리저리 보다가 산이 붙어있고 들머리 날머리가 한 축상에 있어서 교통편도 괜찮겠거니 하고 덤볐다가 무진장 고생했다.

  산이 험해서 같은 10시간이라도 거의 탈진할 정도로 힘이 들고 페이스 조절에도 실패했던 것 같다. 역쒸 고수의 길은 멀고도 험하나니...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마지막 하산길에 보았던 해를 등지고 선 칼봉산의 험악한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 다시 한번 더 가야할 것 같다.

  후기 :

   가평버스터미널에서 동서울터미널 오는 차편은 저녁7시가 넘으면 30분에 한 대씩 있는데 이곳이 춘천서 오는 경유지라 자리가 안나면 탈 수가 없습니다.저도 한시간가량 대기했다가 탔는데 경춘도로가 또 워낙 밀리는 길이라 가평역으로가서 기차를 타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네요.

   가평 19시40분 출발 , 동서울터미널 21시40분 도착 , 가출 15시간만에 귀가.




▣ SOLO - 긴거리 고생하셨군요. 뿌듯하시겠어요. 옥녀봉에서 보면 우뚝선 칼봉산이 참 군침돌죠? 하하..
▣ 산초스 - 정범모님도 skkim님과 같은동네 사시네요. 저도 명지산,연인산,칼봉산,구나무산등 따로따로 산행을 (차량회수 문제라 핑계대고) 했봤는데 혼자 대단한 산행을 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정범모 - 산초스님, 지난 주말에 북한산 숨은벽,호랑이굴 다녀오셨더군요.. 제가 가고싶었던 곳인데.. 미리 알았으면 산초스팀 따라갈걸 그랬어요.. 담에 기회되면 저도 한번 끼워주세요.^^
▣ 산초스 - 정범모님 산초스팀 산행공지를 매주 산하산장 카페에 올리고 있으니 언제라도 함께하실수 있습니다.
▣ 정동윤 - 가평에 살고있는 저도 아직 해보지 못한 연결종주를 하셨군요 부럽습니다.
▣ 정범모 - 정동윤님, 가평.. 산이 많은.. 정말 좋은 곳에 사시네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