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산(930m 문경)................. 뱀을 보고 로또복권을 사다!  


 

날짜: 2004/07/31(토)

동행: 여여와 마눌(최원철,안귀여루)

날씨: 찜통 무더위(문경36.5도)

산행경로

용추주차장(문경시 가은읍)~용추계곡~월영대~피아골~대야산~밀재~다래골~용추계곡~용추주차장

산행거리: ?

산행시간(총 6시간.............1시간35분 휴식포함)

0820 용추주차장

0930 피아골(휴식커피 20분)

1115 대야산 정상

1230 점심 (밑 없는 바위 휴식 40분) 후 하산시작

1300 밀재

1430 용추주차장(용추계곡 30분 탁족)


 

1.가파른 쪽으로 올라야하나? 내려 와야 하나?

   처가(안동)에 가서 장모님께 인사드리고 휴가 5일의 짐을 푼다. 휴가 때 산을 알현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주왕산을 갈까하다 마눌이 문경(가은읍)에 있는 가은초등학교를 다녔다해서 추억도 더듬을 겸 안동에서  두 시간 차를 몰아 가은읍내 “대야산”으로 들어선다. 문경에 가까울수록 주변의 산세들이 예사롭지 않다. 대야산을 비롯 희양산 주흘산 등의 내 노라 하는 명산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니 예상은 했어도 좌우측으로 눈을 희번 득 거리며 산세의 웅장함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대야산 선유동 계곡 주차장을 지나쳐 용추계곡주차장에 차를 댄다. 아저씨가 나오더니 무슨 오물 쓰레기비용이 포함된 거라나 3000원을 주차비로 징수한다. 희미하게 복사한 대야산 지도를 주면서 아저씨 하는 말 “피아골은 가파르니 밀재로 올라가 정상에서 피아골로 내려오는 게 좋을 겁니다. 내려올 때 가파른 게 좋아요...” 우리는 그 말이 일리가 있다 생각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대야산 등산안내도를 보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자기는 특산물 판매장에 있다며 하산 후에 들리라고 판촉을 한다. 그리고 등산로를 알려준단다. “피아골은 가파르니 내려올 때 힘들 겁니다. 올라가실 때 피아골로 올라 정상에서 밀재로 내려오세요” .......................어리둥절.......????  두 아저씨의 설명이 정 반대다.

어느 루트를 택할까? 고민하다 마눌이 특산물 아저씨가 좀더 신뢰감 있게 생겼다하여(잘생겼다하여) 가파른 피아골로 오르기로 한다. 나중에 누구 말이 맞았을까?

  

  

2.이런 날에 산행하는 것이 피서 맞아?

   용추계곡은 9시가 되지 않은 이른 시간에도 북적댄다. 피서철이라 가족동반 텐트족이 계곡을 모두 점령하여 버너에 아침밥들을 하느라 난리다. 아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물에 들어가 있고....... 본래 계곡에서 취사를 못하도록 한거 아니었나?...................... 오늘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온다. 아니 땀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얼굴에 무슨 펌프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정도 .........어제 안동 문경지역의 온도가 36.5도 였고 오늘도 그 이하는 아니란다. 한 10분을 걸었는데도 턱밑으로는 땀이 줄줄  흘러 떨어지고 이미 땀수건은 다 젖어 버렸다. 이 더위에 등산복을 입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헉헉대는 나에게는 홀랑 벗고 계곡에서 물놀이 하는 피서객들이 너무 부럽게만 느껴진다. “피서는 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위속으로 들어가 땀을 흘리는 거야!” 라고 속으로 그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워 자위해 보지만 오늘 날씨는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
 

↗멀리 보이는 둔덕산
 

↗용소(태조왕건 촬영장)
 

↗용소(태조왕건이 도선대사로부터 도선비기를 전수 받은 곳)

  

  

3.뱀을 보고 촬영에 실패...............길조인가? 흉조인가?

   땀인지 콧물인지 눈물인지 모르게 흘리며 월영대를 향해 억새밭사이로 난 길을 걷고 있는데 왼쪽 발 옆의 억새풀로 뭔가 스멀거린다. 본능적으로 놀라서 보니 길이는 한 40cm정도 굵기는 손가락정도 크기의 뱀이다. 요놈이 움직이지 않고 빤히 나를 쳐다본다. “네가 볼 때는 내가 좀 이상하게 생겼겠지“하면서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지만 조금씩 움직인다. 찍을려하니 깊은 억새풀밭속으로 기어 들어가 버린다. 조금 있다 온 마눌도 그 녀석의 꼬랑지만큼은 보고 비명을 지른다. 녀석을 공개할수 있었는데 아쉽다. 그런데 억새풀에 배~암들이 많은가? 억새풀에서 자주 보게된다. 불길한징조인가? 상서로운 예견인가? 하여간 기분이 좋지 않고 계속되는 억새풀을 지나가기가 소름이 끼친다. 오늘이 로또 2000원짜리로 파는 마지막 토요일인데 이걸 점지해 주실려고 용안을 보여 주신건가? 대야산에서 로또를 어디서 산단 말인가? ㅋㅋㅋ 속으로 웃음이 나오지만 마눌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월영대

  

  

4.성황당의 깃발로 펄럭거리는 대야산 

   억새풀을 헤치며 계곡으로 오르니 한시간후 피아골입구에 도착한다. 대야산은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리본에 휘날리고 있었고 요즈음 생긴 추세인지는 몰라도 각 산악회에서 당일 산행경로를 알리는 방향표시를 A4용지에 복사해 돌맹이로 눌려져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또하는 이야긴지는 모르지만 ”리본은 왜 다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길을 잃을 수 없는 다 아는 넓은 등로에 수십 개의 리본이 펄럭이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짜증이 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무슨 성황당도 아니고 굿하는 곳 같다. 그것 뿐 만 아니라 산행길에 돌멩이로 눌려져있는 A4용지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일 산행에 뒤에 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은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제일 뒤에 오는 일행이 수거를 해야 하지 않을까?  겉으로는 산을 사랑한다는 명목 하에 산악회를 만들어 떼거지로 산에 와 산을 오염시키는 행위.....................참 단순하고 편리하다. 인간이 그렇게 고상하다고 믿을 정도로 순수하지는 않지만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을 한다. 몇 웅큼의 리본들을 떼어 배낭에 쑤셔 넣어보지만 배낭에 수거하기에는 너무 많고 나무 가지를 다시 쳐다보아도 떼어 냈다는 표도 나지 않는다.
 

↗성황당으로 변한 대야산

  

  

5. 정상까지 끝없는 밧줄................산행기 나빠요!

   달 그림자를 맞이하는 월영대를 조금지나면 밀재와 피아골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와 가파른 피아골로 들어선다. 피아골에 들어서서 계곡에 앉아 수도꼭지 틀어 놓은 것 같이 쏟아진 얼굴의 땀을 닦고 20분간 서늘한 처녀귀신바람을 맞이하고..........................다시 정상으로 출발하는데 여기부터가 만만하지 않다. 정상까지 계속되는 밧줄..............을 지겹게 만나는데 암릉에서 만나는 밧줄하고는 그 느낌이 무척 다르다는 것을 알게된다. 가파른 육산에서의 밧줄은 사람을 빨리 싫증내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것도 정상직전까지 계속 있을 줄 이야...............찜통 이라고 해야 하나 습기 100%의 “옥 사우나” 라고 해야 하나 무지무지 습하고 덥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지리한 밧줄의 끝없는 출현, 출현.................... 산행시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 마눌도 땀이 눈으로 들어가 눈이 따갑단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땀을 흘려보는 건 처음이고 육수가 많은 나의 기분을 이제야 알겠단다. 하여간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끙끙 소리를 내며  얼굴은 40도짜리 안동소주 서너잔 빈속에 들이킨 사람처럼 벌게 가지고 오르고 올라 출발한지 장장 2시간 55분 만에  능선에 도달하는데 "아이고 죽겠다!"( 왜? 아무도 산행기에 대야산 정상 올라가기가 만만치 않다고 안 써 놓은 거야. 마치 산보하듯이 다녀온 양, “뭡니까? 이게, 산행기 쓴 사람들 나빠요!”-블랑카 버전- 마눌의 이야기다) .........
 

↗월영대에서 피아골 가는 길
 

↗피아골 이정표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해
 

↗처음 나타나는 밧줄
 

↗끝까지 계속 되는 밧줄의 공포

  

  

6.대야산 정상의 멋진 풍광 그러나 오래 머물 수는 없다.

   우측으로 바로 오르니 그곳이 바로 뙤약볕이 내리쬐는 대야산 정상이다.  뺑그르르 돌아가며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있다.  둔덕산, 마귀할멈통시바위, 희양산, 멀리는 속리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촛대봉이정표와 함께 삐죽한 촛대봉이 보인다. 백두대간 종주 시 조항산(951)에서 대야산(930)을 거쳐 촛대봉(608)쪽으로 가는 것 인가?  산봉우리들에 뺑그르르 둘러싸여 풍광이 좋지만 햇빛이 작열하고 너무 더워 오래 머무를 수 없다. 히말라야 8000m 고봉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사진 한 커트 박고 내려오듯이 우리도 한방 찍고 내려선다. 정상과 비슷 비슷한 높이의 암릉을 다시 밧줄을 잡고 아슬아슬하게 두세 번  오르내리니 숨은 막히고 중대봉 이정표가 나온다. 오른쪽에 삐죽하게 솟아 있는 것이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 상에 있는 중대봉인 것 같다. 이름이 중대봉이 뭣꼬? 저리로 가는 길도 있나보지? 더위에 애꿎은 봉우리 이름을 걸고 넘어져 보지만 시원해지지는 않는다. 찌는 듯한 햇빛에서 되도록이면 빨리 벗어나고 싶어  소 닭 보 듯 지나치게 된다.
 

↗둔덕산
 

↗대야산 정상
 

↗군자산방향
 

↗조항산
 

↗희양산(촛대봉 너머)

↗멋있는 산경(?) 
 

↗희양산, 백화산
 

↗대야산 계곡
 

↗마귀할멈통시바위

  

  

7.보신탕을 싸주신 장모님! 감사 감사....

   아침을 안 먹고 육수를 그렇게 많이 뺏으니 배가 고프기도 하련만 전혀 허기진 느낌이 없다. 아마 더위를 먹은 것 같다. 허기를 못 느끼고 오로지 물먹는 하마가 된다. 갈라진 바위사이를 지나는데 갈라진 틈으로 시원한 바람이 분다. 그래 여기서 밥을 먹자, 아니 쑤셔 넣자. 오직 혈당유지를 위해..................상추에 쌈장을 듬뿍 발라 밥을 입에 넣는데 꾸역 꾸역 밀어 넣어도 넣어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법..................장모님께서 사위 온다고 어제 끓여 놓으신 보신탕을 보온병에 담아 주신 것이 생각난다..................보신탕을 산에서 어떻게 먹어요? 라는 생각을 했지만 뿌리치지 못하고 가져온 것이다................장모 사랑은 사위 ㅋㅋ..............동지섣달 꽃 본 듯이 땀인지 콧물인지 알 수 없이 떨어지는 육수를 보신탕국물에 연신 떨어뜨리며 뜨거운 국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쌉쌀하고도 구수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탈수 시 빠져나갔던 전해질이 벌써 각 세포로 전해지는 것 같다. 장모님 감사합니다! 역시“어른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니까?.............................................등산화까지 벗고 갈라진 바위틈 새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홈리스처럼 흙바닥에 그냥 널 부러진다. 흙 위에 누워 뜨듯한 국물로 채워진 불룩한 배를 두드리며 갈라진 바위틈 새로 파란하늘을 바라본다. “이럴 때면 이병철회장도 안 부럽지! 끄~~윽~” 마눌에게 포만감을 표시하는 말을 던지는데 왜? 이럴 때는 이건희 회장이 아니고 이병철회장이 나오는지 모른다. 내가 늙은 건가? 아니면 이미 관용어가 되어버렸나?..............................
 

↗오른쪽 마귀할멈통시바위와 멀리 보이는 좌측 둔덕산
 

↗돌아본 대야산 정상
 

↗중대봉
 

↗바위 사이로
 

↗찌는 듯한 하늘
 

↗멀어지는 중대봉
 

↗첩첩산중
 

↗너머 조항산

  

  

8.마귀할멈을 포기하고

   틈새바위에서 40분간 쉰 다음 12시 30분에 밀재로 출발한다. 가파른 밧줄을 두 번정도 타니 밀재로 가는 오솔길이 안존하게 나타난다. 30분정도 내려가니 마귀할매통시바위 1시간 표시가 있는 밀재 삼거리가 나타난다. 사실 대야산 간다고 준비하면서 마귀할매통시바위를 가보고 싶었다. 이름 그자체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름에서 나타나있듯이 그 바위 모양이 무섭던지 아니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더위에 1시간을 어떻게 다시 오른단 말인가? 또 통시바위까지 가면 둔덕산 쪽으로 우회하여 하산하는 길이 쉽지 않다는 선답자들의 산행기도 우리를 주저하게 만든다. 오늘은 빨리 계곡물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밀재에서 다래골로 내려오는 길은 계곡길이어서 평이하다. 밀재로 올라오는 길이 완만하기 때문인지 여러 산행그룹을 만난다. 1시가 넘은 이 찌는 듯한 더위에 지금 올라오고 있다니 걱정도 되고 좀 안쓰럽기까지 하다.
 

↗밀재로 가는 첫번째 밧줄
 

↗밀재로 가는 오솔길
 

↗밀재
 

↗용추 계곡 가는 길

 

↗용추계곡

  

  

9.죽어서 썩어 문드러질 육신의 향기

   내려오는 길에 적당한 계곡에 앉아 탁족과 세안을 한다. 땀에 절은 내 등산복 상의는 거의 탈색이 되면서 “썩은 걸레 빤 냄새”가 진동을 한다. 산행을 하면서 내 뒤에 따라오는 사람은 이 좋지 못한 걸레 빤 냄새를 맡아야하는 관계로 뒤에서 따라오는 것을 절대 피한다. 이것 뿐 만 아니라 도봉산이나 북한산을 가서 귀가 할  때 지하철을 타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상의를 2벌이상 가지고 가서 갈아입고 지하철을 타지만 배낭 어깨끈에 배어 있는 향기(?)는 방법이 없다. 친구들이 뭐라고 놀릴 때면 “이게 이 인간 최원철이 살아 있다는 증거야!~내가 죽으면 이 냄새가 그리워 질 걸?”하고 자신 있는 척 말하지만 “이 냄새를 시도 때도 없이 맡는 나는 얼마나 괴롭겠냐? 내고통의 일부분이라도 아냐? 이놈들아! ㅠㅠ“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계곡밑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윗도리를 빨아 햇볕에 말린다.

 

↗반나절에 구정물화 된 용추계곡의 피서객

  

  

10.감사의 말은 생각도 안 나고  로또주문?

   30분간 말린뒤 다시 월영대를 거쳐 용추계곡으로 돌아온다. 아침에 옥색이었던 용소(태조 왕건 촬영장소로 이성계가 도선대사로부터 도선비기를 받는 장면의 연못)가 아이들로 초만원....................................물색은 그야말로 탁한 구정물로 변해 있다. 크~악! 인간이 무섭기는 무섭구나! 그렇게 맑던 물을 반나절에 이렇게 절단 나게 하는 것을 보니.........아이들이 떠난 뒤 용소는 다시 맑은 모습을 되찾겠지.......................자연은 항상 인간을 받아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받아줄 수 있을 것 인지.......................여러 가지 생각이 더위만큼이나 괴롭힌다. 찬 맥주생각밖에 지금 떠오르는 단어는 없다. 2시간 만에 내려온 우리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 도토리묵에 맥주를 마시며 고마우신 장모님께 전화를 한다. ”장모님! 배~암을 봤는데요..........돈 이따 드릴테니 빨리 로또 복권사세요. 오늘이 한 장에 2000원짜리 마지막 날이란 말이예요.“.............................??????........................
 

↗돌아오는 길

  

 

 

후기)

 

혹시 정상에서 밀재쪽으로 대야산을 산행하실 분들은 주의하셔야하는데요... 여러 갈래 길에서는 반드시 좌측길을 계속 타셔서 밀재쪽으로 하산하셔야합니다. 대야산 문경 반대편이 괴산지역인데요 이 괴산지역의 일부 택시기사분들이 밀재쪽으로 하산하는 것을 헷갈리게하려고 리본을 자주 수거(?)해간답니다. 만약 헷갈려서 오른쪽으로 잘나있는길로 내려가면 괴산쪽으로 떨어지는데요. 그러면 문경쪽으로 고개를 넘어 고가의 택시를 타고와야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답니다. 문경쪽의 여러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더라고요.이런일이 없어져야하는데..............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