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산성산 (금성산성), 순창 강천산 일주산행

 

산행일 : 2005. 10. 16(日). 쾌청

같이 간 사람들 : 나 홀로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산성산 주차장 (08:00)

 ☞ 보국문(외남문) (08:30~08:40)

 ☞ 충용문(남문) (08:42~08:48)

 ☞ 노적봉 (멋진 소나무가 있는 전망 좋은 암봉) (08:56~09:02)

 ☞ 철마봉 (09:17~09:27)

 ☞ 고인돌 비슷한 바위가 있는 전망 좋은 봉 (09:29~09:47)

 ☞ 계곡 건너는곳 (09:57)

 ☞ 서문 (09:59~10:00)

 ☞ 북문 (500m, 10:25~10:30)

 ☞ 형제봉 삼거리 (11:16)

 ☞ 왕자봉 삼거리 (11:30)

 ☞ 왕자봉(강천산 정상. 584m) (11:35~12:00)

 ☞ 왕자봉 삼거리 (12:02)

 ☞ 깃대봉 삼거리 (12:22)

 ☞ 금강교 (깃대봉 오르는 들머리) (12:43)

 ☞ 병풍폭포 (12:46~12:57)

 ☞ 강천사, 삼인대 (13:23~13:35)

 ☞ 황우계곡 삼거리 (물 건너는 곳) (13:45)

 ☞ 전망대 고개 (15:57)

 ☞ 전망대 (14:02~14:19)

 ☞ 현수교 (구름다리) (14:34~14:39)

 ☞ 현수교 아래 계곡 (14:43~14:48)

 ☞ 구장군폭포 (14:56~15:08)

 ☞ 사방댐 삼거리 (15:10~15:12)

 ☞ 북바위, 광덕산 갈림길 (15:15)

 ☞ 북바위, 송낙바위 갈림길 (연대삼거리, 아래) (15:26)

 ☞ 연대암터 (15:33)

 ☞ 샘(약수터) (15:35~15:37)

 ☞ 북바위, 동문 갈림길 (연대삼거리, 위) (15:41)

 ☞ 북바위 (운대봉) (16:05)

 ☞ 동문 (500m, 16:14~16:16)

 ☞ 북바위 (16:25)

 ☞ 동문 (16:30)

 ☞ 내성 (16:38)

 ☞ 동자암 (16:46~16:48)

 ☞ 삼거리 (16:50)

 ☞ 충용문 (16:52~16:57)

 ☞ 보국문 (16:59~17:05)

 ☞ 간이매점 (17:17)

 ☞ 산성산 주차장 (17:30)

총 산행시간 : 9 시간 30분

구간별 거리 :

산성산 주차장→(0.8km?)→간이매점→(1.1km)→보국문→(0.1km)→충용문→(1.4km)→철마봉서문→(0.6km)→북문→(2.73km)→형제봉 삼거리→(0.78km)→왕자봉 삼거리→(0.21km)→왕자봉→(0.21km?)→왕자봉 삼거리→(1.39km)→깃대봉 삼거리→(1.0km)→병풍폭 삼거리→(0.1km)→병풍폭포→(1.53km)→강천사,삼인대→(0.55km)→황우계곡삼거리→(0.31km)→전망대고개→(0.16km?)→전망대→(0.59km)→현수교→(0.02km)→현수교입구사거리→(0.6km)→구장군폭포→(0.2km)→연대계곡, 광덕산 갈림길→(0.55km)→연대삼거리(아래)→(0.53km)→연대삼거리(위)→(0.4km)→북바위→(0.3km)→삼거리→(0.22km)→동문→(2.0km)→충용문→(1.2km)→간이매점→(0.8km?)→산성산 주차장 

총 산행거리 : 약 21.58 km

산행지도

 

산행기

  설악산은 너무 멀고 지리산은 아직 단풍이 안 들었을 것 같고, 궁리 끝에 담양 산성산과 순창 강천산을 연계해서 좋은 코스로 계획을 세워놓고 잠이 든다.

 

 산성산에 오르는 입구에는 예전에 없던 매표소가 있어서 주차료 2천원을 내야만 올라갈 수가 있다. 어쩐지 주차장을 잘 만들어놨더라니…….

넓은 임도를 따라 간이매점에 도착하니 몇 몇 산님들이 일행들을 기다리는지 나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능선에 올라 숲길을 올라가니 보국문(외남문)이 나온다.

맑은 날씨 덕에 무등산, 병풍산, 불태산, 삼인산이 뚜렷하게 보이고, 아름다운 담양호와 추월산을 바라보며 잠시 땀을 식힌다.


 보국문 (남문외문)

  충용문에 올라 보국문과 담양호, 추월산을 바라보니 그 아름다움을 무엇으로 표현하랴.

산성길 따라 철마봉과 서문 쪽으로 발길을 돌려 급경사를 오른다. 이렇게 북문까지 담양호와 추월산의 절경이 계속 보이는지라 금성산성 일주 중에 가장 경치가 빼어난 곳이 바로 남문에서 북문까지의 코스인 듯하다.

충용문에서 내려다본 보국문

 

충용문에서 바라본 서문으로 가는 산성로

 아름다운 석송과 암봉이 있는 곳이 노적봉으로 추측되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철마봉이 담양호와 추월산을 배경으로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는데, 뒤에서 어떤 산님이 한 마디 건넨다.

“ 기사 쓰시는 모양이죠?”

“ 아닙니다.”

‘산행기도 기사던가?’

이따금, 이런 종류의 질문을 간혹 받는다.

‘기자세요?, 사진작가세요? 취재 나오셨나요?’

카메라도 전문가급처럼 크지도 않고 콤팩트해서 보기에 전혀 그런 분위기가 나지 않을 텐데, 내가 생각해도 잘 이해가 되질 않는 부분이다. 


 노적봉 (멋진 소나무가 있는 암봉)과 담양호

철마봉(오른쪽)과 추월산 그리고 담양호


  철마봉 오르는 길은 약간 급경사라 땀을 좀 흘려야만 한다. 철마봉에 올라 절경을 휘돌아본다.

아름답다. 예부터 선조들이 우리 땅을 금수강산이라고 한 이유가 바로 이런 풍광을 두고 한 말이렷다. 잠시 땀을 식힌 후 내려가다 보니 왼쪽위에 괜찮은 작은 봉우리가 보인다. 조망이 좋을 것 같아 일부러 왼쪽으로 빠져 그 봉우리로 올라가보니 산성산 최고의 절경이 펼쳐진다.

  바위 위에 앉아 단감을 깎아 먹으며 신선이 되어본다. 이대로 신선이 되어 이곳에서 살수만 있다면……. 모든 것 다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고픈 생각도 가끔은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눈에 어른거려 선뜻 용기가 나질 않는다.

산에만 오르면 속세에 찌든 시름과 번뇌에서 벗어나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이 평온하다. 산이 그래서 좋은가보다. 홀로 산행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철마봉에서 바라본 추월산과 담양호

 

             

추월산 보리암 (줌 촬영)

 

전망좋은 작은 봉우리(등로에서 왼쪽으로 약간 벗어남. 고인돌같은 바위가 있는 봉우리)에서 바라본 추월산과

 담양호. 이곳에서 추월산과 담양호를 가장 넓게 바라볼 수가 있어서 한참동안을 앉아서 바라보았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계곡을 건너 왼쪽에 서문이 나타난다. 예전에는 문과 성벽만이 있었는데 언제 공사를 했는지 계단식으로 성벽을 잘 축조하였다. 급경사를 한참을 올라가야만 한다. 완만한 산길을 지나고 약간의 급경사를 오르면 북문이다.

북문도 서문과 마찬가지로 무너진 곳을 개축하면서 새로이 성을 조성하여 고풍스런 맛은 예전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서문(아래)에서 북문(맨 위)까지의 성벽


 북문 위쪽 성벽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 강천산 형제봉쪽으로 내려간다. 부드러운 육산에다가 경사가 거의 없는 구릉지역을 지나는 것 같이 걷기에 편하다. 호남정맥으로 접어든 것이다.

한동안은 등산로가 능선에서 오른쪽 아래 9부능선상에 있어서 지도에 표시된 대로 능선에 오를 일은 없다. 숲 속에 파묻혀서 조망도 전혀 없다. 한마디로 지루하고 재미없는 구간이다. 이런 지루함은 강천산 정상인 왕자봉까지 이어진다.

 

  조망이 별로인 왕자봉에서 김밥을 먹고 깃대봉쪽으로 하산을 한다. 오늘따라 길을 물어보는 사람도 많다. 경상도 사람, 충청도 사람, 전라도 사람…….

깃대봉 삼거리에서 얼마를 내려갔을까,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 중에 앞서 오르던 부인이 갑자기 내 앞에 서서 말을 건다.

“아저씨 죄송하지만 사탕 있으세요?”

갑자기 웬 사탕? 대단히 넉살이 좋은 사람이다. 황당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무 말 없이 그냥 지나치기도 뭐하고…….

“사탕은 없고, 초콜릿은 있는데요.”

“그거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

“아, 예 드리죠.”

“죄송합니다. 남편이 당이 있는데 깜박 잊고 아래가게에서 못사가지고 왔거든요.”

“아, 네에~~.” 배낭을 벗어 초코바 몇 개를 건네준다.

그러고 보니 남자의 얼굴이 초췌해 보인다. 당이 있는 사람들은 등산을 안하는 게 좋은데, 오래전에 사천 와룡산에서 홀로 산행하던 당뇨환자가 갑자기 저혈당에 빠져서 숨진 일이 있어서 남자가 은근히 걱정이 된다.

  

 전임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20대 중반의 신규교사가 왔는데 그의 책상위에 항상 사탕과 초콜릿이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나다니면서 하나씩 집어 먹었었다. 미남인데다가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활달해서 멋진 청년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쓰러지더니, 그 뒤로 종종 저혈당으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여 주위를 놀라게 하였다. 항상 옆에 사람이 있어야지 혼자 놔두면 언제 위험한 상황에 빠져들지 모를 일이라 그가 한동안 안보이면 온 학교가 발칵 뒤집히기도 하였었다.

 선배교사가 차를 새로 뽑으면서 그에게 쓰던 차를 주었는데, 그가 운전 중 갑자기 쇼크 상태에 빠져 차가 홱 돌아가면서 정지하여 큰 사고가 날 뻔하여 선배가 다시 차를 빼앗기도 하였다.

강천산 정상인 왕자봉

  

  금강교에 내려서니 넓은 길이 사람들로 꽉차있다. 병풍바위(폭포)로 내려가 다리위에서 폭포사진을 찍고 강천사로 올라간다. 단풍철이면 온 산이 빨갛게 물들어 산도 빨갛고, 물도 빨갛고, 사람들까지 모두 홍익(빨갛게 익은)인간이 될 텐데, 아쉽지만 어찌하랴.

강천사에 들러 물통에 물을 보충하고 삼인대로 건너간다.

병풍바위와 병풍폭포

  

강천사 계곡


 

강천사

 

삼인대

 

  삼인대에서 올라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마른 계곡을 끼고 십분 정도 올라가다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계곡을 건너면 왼쪽으로 로프를 길게 매놓아서 급경사구간을 오르기에 약간은 도움이 된다. 전망대 고개에서 오른쪽 급경사를 5분정도 올라가니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도 별 볼일 없는 전망대에 올라가서 왕자봉과 강천사, 산성산, 광덕산을 바라보고 내려와 한쪽에 앉아 단감을 깎아 먹는다.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천사와 왕자봉(왼쪽 가장 높은 봉우리)
 

  현수교로 내려가는 길은 바위가 날카로워서 까다로운 길이고 급경사다. 아직은 현수교를 지날만하다. 하지만 이달 말께부터는 극심한 정체현상으로 구름다리를 통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현수교 밑으로 내려와 올려다보니 이 또한 장관이다. 예전에 징검다리로 건너던 계곡엔 다리가 놓여져 있다. 구장군 폭포까지 올라가는 길은 순창군에서 고운 모래를 깔아놓아 웰빙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행락객들 중 일부는 맨발로 오르내린다. 하지만 먼지가 일어나니 이 또한 좋은 길은 아니다. 산에 맑은 공기 마시러 왔지, 먼지 마시러 오진 않았으니까……. 

현수교

 

 

  구장군 폭포에 도착하니 별천지가 따로 없다. 높이 120m에서 떨어지는 세 줄기의 폭포가 장관이다. 비온직후에나 볼 수 있는 세찬 물줄기가 갈수기에도 볼 수 있도록 밑에서 물을 퍼 올려서 인공적으로 떨어뜨리고 있으니 그 비용은 어디서 다 충당하는지 모르겠다.

인간이 자연을 거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멋있으니 좋긴 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제자 녀석이 자기가 이 공사를 했다고 자랑스럽게 전화한 기억이 난다.

구장군폭포

  

가운데 있는 가장 웅장하고 가장 멋있는 높이가 자그마치 120m나 되는 구장군 폭포

 

맨 오른쪽의 구장군폭포. 물의 양이 가장 적지만 옆에서 보면 멋지게 보인다.

 

구장군폭포가 떨어지는 암봉

 

  연대계곡에 접어들어 올라가지만 작년에 보았던 화려한 단풍계곡이 아니라서인지 그때의 감동은 느낄 수가 없다. 삼거리에서 왼쪽 북바위쪽으로 방향을 잡아 오른다. 대나무 숲에 파묻힌 연대암터를 지나니 샘이 나온다. 물통에 물을 보충하고 실컷 마신다.

북바위 못 미쳐서 급경사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기운을 내서 금성산성에 올라선다. 이제 힘든 구간은 다 지났다.


 북바위

 

  산성을 밟지 않고 산성 아래쪽 길을 따라 동문으로 향한다. 동문에서는 북바위와 광덕산을 바라볼 수가 있다.

  산성안쪽 길로 접어들어 100여m쯤 내려갔는가 보다. 허리쌕 수통위에 걸어놓았던 모자가 보이질 않는다. 지난번 지리산 임걸령 샘에서도 잃어버렸던 녀석인데, 북바위와 동문 사이에서 잃어버린 것 같아 다시 동문을 거쳐 북바위쪽으로 올라가다보니 북바위 거의 다와서 길옆에 떨어져 있는 모자를 찾는다.

북바위 쪽에서 바라본 광덕산

북바위 쪽에서 바라본 시루봉

 

동문

 

동문에서 바라본 북바위 (운대봉)

 

  내성을 거쳐 동자암에 도착하니 두 분인 줄 알았던 동자승이 세분이나 보인다. 그네를 타다말고 심부름을 가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암자를 나오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암자가 없었는데, 언제 지어졌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아버지로 보이는 수염이 시커먼 스님이 일을 하면서 “들어오세요.”라고 권하지만 꼭 남의 집 마당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들어갈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삼거리까지 가면서 동자승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너희 아버지시니?”

“네.”

“저 분은 어머니시고?”

“네.”

“몇 살이니?”

“열한살이요.”

“학교는 어떻게 다니니?”

“이 안(암자)에 있어요.”

“학생수는 얼마나 되니.”

“우리 셋이요. 요 아래 동네 아이들도 가끔 올라와서 무술수업받기도 해요.”

산꼭대기에 있는 대안학교인 셈이다.

막내가 큰형한테 자꾸 발차기를 한다.

천진난만하고 밝은 동자승들에게 산님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다.

“스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동자암 [동자승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가 큰스님(아이들의 아버지. 파란 처마밑

수염기른 스님)의 심부름을 받고 충용문을 가기위해 길을 나서고 있다.]

 

막내가 첫째에게 옆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둘째는 각목을 가지고 암자로 가고 있었음. (모두 삼남매)
 

  석양에 비치는 충용문이 은빛 억새와 더불어 아름답게 다가선다.

석양의 충용문

귀가길의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