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5. 29. 일


 

혹시 발목에 무리가 올 까봐

등산화로 걷다가

맨발로 걸어 올라오는 이들을

며칠째

보다 보면

신발을 벗어버리고 싶다.


 

일원터널 위에서 오르다가

대모산으로 오르는 길을 지나

구룡산 가파른 고개를 오르는 길 직전

십자로까지

오늘

3일째 맨발로 걷는다.


 

흙산이고

완만하고

촉감이 딱 좋다.


 

지나는 아이들은 이상한 아저씨라고

동행 가족에게 던지는 얘기를 들으며

걷는다.


 

겨울 동안은 참다가

몇 사람들이 그러는 걸 기다리다가

나도 시작한다.


 

파상풍의 염려도

돌에 쏘임의 염려도

주변의 경관은 못 보고

발바닥만 보고 걸어야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독특한 즐거움이 있다.


 

아마

비오는 날이나

그 뒷날이나

다시 계절이 바꿔

추워지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걷는 이 길의

이 촉감은 참 좋다.


 

지금

아카시아향이

절정이다.


 

산꿩도 때때로 울어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