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쉬운 한해를 마무리 짖는 의미에서 추억에 남는 산행을 계획하고 아침 일찍 출근하여 직원들을 격려(激勵)한 후 등산복을 갈아입고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사당 역에 오전11시에 도착하였다. 평소에 단골로 가는 김밥 집에서 한 줄은 먹고 또 한 줄은 배낭에 챙기고 나서는 "남태령"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데 날씨가 장난이 아니게 바람도 불고 춥네요.

 

이 연말에 이웃들과 정담(情談) 을 나누면서 편안히 보낼 것이지 무슨 청승ㅡ맞게 고난의 길을 가야만 하는지 내가 생각해도 우습기만 하다. 하지만 모험심이 강한 나는 몰랐던 지역을 알고 나면 그에 대한 성취감에 흠뻑 도취하게   되며 정상에 올랐을 때에는 아무런 잡념 없이 희열(喜悅)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산을 사랑하고 좋아한다. @오늘산행은 "우면산" “청계산" ”구룡산" “대모산" 수서 역까지 종주하는 산행일정을 잡았지만 산행시간이 촉박할 것은 느낌이 든다.  나는 이곳 주변에 거주하면서 위의 산들을 산행하였지만 연계하여 산행하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오늘은 꼭 4개산을 종주하려고 한다.

  

사당 역에서부터 걸어서 남태령에 도착한 시간이 정오12시 이제부터 등산을 시작하려고 한다. 연말(年末)이고 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공군부대 정문 앞까지 갔는데도 등산객 한사람도 보지 못 하였다. 부대정문 앞에서는 우회도로인 좌측으로 등산로 표시가 되여 있으며, 나무계단을 따라 하산하면 유정사 약수터와 덕우암 약수터를 지나면 219개의 나무계단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깔닥 고개에서 처음으로 모자(母子)를 만나게 되는데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아들은 중학생 인 것 같은데 아주 체격이 좋아 보인다. 어머니는 아들을 운동시키려고 산에 데리고 온 것 같은데 아들 녀석은 땀을 흘리며 나무계단에 덥석 주저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어머니는 날씨가 추운데 빨리 일어날 것을 강요하는 데도 아들 녀석은 쥐죽은듯 땅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사람들도 이 광경을 보고 웃고 가는데 어머니는 점점 애 간장이 타는 모양인 것 같다.


 

나도 한마디 학생 감기 든다. 빨리 일어나라. 12시50분 소망 탑에 도착하여 보니 세 명의 산님들이 보이고 너무나 조용하다. 이 소망 탑은 아침등산객들이 하나둘씩 돌을 주워 다가 쌓은 탑이라고 건립비문에 새겨져 있고 이곳의 높이는 대모산과 똑 같은 293m인 것 같다.

  

우면산(牛眠山)은 소가 누워서 잠자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산 전체가 펑퍼짐하고 긴 능선과 육산으로 되어 있어 산행하기에는 아주 좋은 산이며 아늑한 어머니 품안 같이 느껴지는 산이다. 또한 서초구청에서 등산로를 잘 정비하여 깨끗한 인상을 주며 시설물들은 시민들의 건강과 휴식의 공간을 안배하여 설치한 것 같다.


 

나는 소망 탑에서 잠시 기도를 한다. 그리고 전망대와 삼각점을 통과하여 한국교원단체 총 연합회 방향으로 하산하여 우면동 현대주유소에 도착하게 된다. 우면동 과 과천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횡단하여 양재 시민의 숲 방향으로 가지 말고 무지개다리를 건너 양재천을 따라 과천 방향으로 올라가다 서울시와 과천의 경계가 나오면 양재도로 와 과천으로 연결되는 6차선 도로에 지하도가 보인다. 여기에서 서울시 염곡사거리 방향으로 5분만 걸어오면 양재동 화물터미널이 보인다.


 

오후1시50분 화물터미널에 도착하여 따뜻한 보리차 한잔마시고 옥여봉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데 왜 이리 배가 고픈지...나는 이 길을 백운산 광교산 경기대 정문 앞까지 2회에 걸쳐 종주하였고 산행기에도 올린 적이 있으며 자주 찾은 등산로 이므로 낯설지는 않다.


 

옥녀봉에 도착하여 허기진 배를 김밥과 과일로 채우고 매봉으로 향하는데 늘 오던 길인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700개의 계단이 힘들게만 느껴진다. 오늘 처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오후3시30분 매봉에 도착하였다. 단체로 온 등산객들이 제법 많아서 시끌벅적하다. 경상도분 들이 많아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정상 582.5m 로 표기된 바위 뒷면에는 유치한님의 행복이란 시가 적혀 있고 그리고 청계산정상에 오르면 나는 꼭 음송(吟誦)하는 시가 있다.


 

바  위                   청마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에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혈흡재와 만경대를 지나 이수봉에 4시20분도착하여 준비한 빵으로 요기를 한 다음 옛골로  능선을 따라 구보하듯이 하산하여 5섯시 10분에 옛골에 도착하여 고속도로 밑에서 오뎅을 2천원어치 먹고 나니 벌써 땅거미가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마음은 조급(早急)하다. 자ㅡ 염곡사거리 까지 BUS를 타려고 기다려도 오지를 않는다. 나는 조급한 마음에 오늘의 목표 달성을 위하여 걷기로 하였다. 그런데 해가 넘어가면서 추워지기 시작하는데 볼이 따갑도록 바람이 세차다.     

 

고아텍스 잠바를 뒤집어쓰고 걸어가면서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조용히 돌이켜보고 깊은 想念속에 빠져보면서 걷다보니 어느덧 농협 하나로 마트 앞 염곡사거리에 도착하였지만 시간은 벌써 오후 여섯시 구룡산 대모산 종주하려면 2시간을 소요하면 여덟시가 넘을 텐데 날씨도 춥고 어둡기도 하고 잠시 마음에 갈등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헤드 랜턴을 준비하였기 때문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국제협력 연수센터 와 코드락 중간사이에 구룡산 산행입구를 찾아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도심의 불빛으로 생각보다 어둡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왠지 혼자라는 생각에 쓸쓸하고 외로워지는데 집에서 마누라한테 전화가 걸려온다. 이 추운날씨에 어디쯤 가고 있는지 묻는다.  염곡사거리에서 구룡산 정상을 향하여 오르고 있다고 하였더니 이 추운 날씨에 무슨 청승맞게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구룡산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20분 어찌된 일인지 허기가 진다. 남은 것은 귤 3개 밖에 없는데 정상에는 바람이 불며 엄청나게 춥다.

  

하산하여 과일을 먹기로 하고 하산하는 도중에 인기척이 난다. 이 늦은 시간에도 운동복차림의 한주민이 정상을 향하여 열심히 오르고 있어 수고 한다는 인사를 나누고 나는 대모산을 오르기 전 구룡 약수터로 하산하는 갈림길에서 잠시 바람을 피해 나머지 과일과 비상식량인 초코렛 연양갱을 먹고 오늘의 마지막 정상인 대모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자ㅡㅡ출발 휴식을 취한 후 발걸음이 가벼워 진다. 10여분 만에 대모산 정상에 도착하여 서울 시내를 바라보니 형형색색(形形色色)화려한 조명이 한해를 마무리 하는 나에게 마치 축하라도 하여 주는 느낌에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이 산행도로는 수 없이 오르내리는 산행길인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지루하며 멀기만 느껴 진다. 수서역 부근(附近)교회에서 세운 츄리탑도 보이고 궁궐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도 요란하며 거의 수서역에 도착한 느낌이 든다. 대모산 정상에서 약40분 정도 하산하여 드디어 수서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7시50분 오늘산행은 춥고 배고프고 힘들었지만 이것으로 영원히 추억에 남을 송년 산행을 마무리 하면서,,,


 

                               ----- 끝-----


 

지난해 보살펴 주신 厚誼에 깊이 感謝드리며 希望찬 새해를 맞이하여

建康과 幸運이 함께 하시기를 祈願합니다.


 

成百說 올림  


 


 

                                            2004년12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