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태극 01. 구인월-덕두산-바래봉-세걸산-고리봉-정령치. 오늘도 걷는다마는

 

Mt 0623  德頭山(1149.9m) * 바래봉(1186m) * 世傑山(1220m) * 고리봉(1304.5m) - 전북 남원시

 

산 행 일 : 2006년 10월 1일 일요일
산의날씨 : 맑음
동 행 인 : 홀로 산행
산행시간 : 8시간 (식사 휴식 1시간 22분포함)
              구인월 마을 <0:32> 구인월 갈림길 <0:40> 약 930봉 <0:41> ▲덕두산·약 5분 거리
에 헬기장 <0:38> 바래봉·약 5분 거리에 샘 <0:25> 팔랑치 <0:35> ▲1121.0봉·헬기장 1·약 5
분 거리에 헬기장 2 <0:28> ×1134봉 <0:20> ×1149봉 <0:12> 세동치·약 20m 거리에 헬기장
<0:18> 세걸산 <0:21> 약 1220봉 <0:32> 약 1250봉 <0:43> ▲고리봉 <0:13> 정령치·휴게소·
737번 지방도(2차선)

 

산행(도상)거리 : 약 14.1km ⇒ 구인월 마을 <3.3> 덕두산 <1.4> 바래봉 <5.7> 세걸산 <2.9> 고
리봉 <0.8> 정령치

 

* 참고 :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운봉(2003년 수정본)지형도

 

 

                                         천천히 물들어가는 지리 북서릉

 

산행 인구가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산행 방법 또한 여러 가지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한두 번씩 찾은 적이 있는 유명산을 잠시 뒤로하고 백두대간을 비롯하여 정맥, 기맥, 지맥 등 산
줄기를 따르는 분들이 늘어나더니 이제는 무박 장거리 산행에 매력을 갖는 분들도 상당하다.

 

갑장 산우인 여수의 그리운 산 님이 작년 전국 최초로 무박 태극왕복(어천-덕두산)에 성공하고
난 후 불길(?)이 번졌고 이제는 태극 문양과 보다 더 비슷한 수양산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 같다.
-실제 이번 산행에서 만난 수원에서 홀로 온 젊은이나 서울팀 모두 "수양산으로 간다"고 했다-

 

 

                    빨간선이 태극 길이고 파란선이 역 태극 길 -'운해의 산방'에서 복사함-

 

 이런 가운데 구례 병방산에서 만복대로 올라 지리 주능선을 따르다 산청군 선바위산으로 이어지
는 역 태극이 관심거리가 되고 있으니 지리산 태극 길에 관한 자세한 얘기는 잔소리에 불과하다.
단지 약 90km가량 되는 덕두산∼수양산 구간 왕복은 물론 편도나마 무모하게 종주하고 싶은 마
음이 추호도 없어 생각조차 안했는데 지난 달 금남정맥을 끝내고 오랜만에 지리산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며 여러 구간으로 나눠 태극을 이어가기로 하여 출발했던 일행들 틈에 끼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자료를 살펴보기에 이른 것이다.

 

 

                                                      오늘 산행 구간도

 

성삼재에서 물길을 피해 종석대로 오를 수 없다.
또한 중봉-왕등재-밤머리재 구간을 암암리에 통과 하는 줄 알고 있는데 중봉 산사태 정비로 인
하여 컨테이너가 한 동안 자리를 차지하면서 반달곰을 불러들였고 단속도 심하다고 하니 마루금
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리라 여겨진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망설이다 기회를 놓치고 나서 지난주에 진행한 일행들의 뒤를 따르기로 하여
집을 나섰다.

 

주천을 향해 달리다, 싸리봉 분기점에서 군산 앞 바다로 이어지는 신 금남정맥이라고도 하는 산
줄기 첫 구간을 찾아가는 오동산악회 버스를 보니 동행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속 상해진다.
밤재 오르막길에서 버스를 추월하여 천왕봉 휴게소로 들어가면서 보니 그냥 지나가 버린다.

 

"그래!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못 먹어" 이솝 우화를 연상하며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랜 후
육모정에 이르러 입장권(1,600원)을 구입하고 계획했던 대로 운봉으로 가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장날이어서 그런지 상당히 복잡하다.

 

킹 할인마트 옆 자갈밭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 타는 곳을 찾아가다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를 발견
하고 다가가 정령치까지의 요금을 물어보니 "15,000원"이라며 "인월은 9,000원"이라고 한다.
"휴양림에서 출발하면 보다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기사 분을 만류하여 구인월 회관 앞에서 내리
자 "고리봉을 출발하면서 연락하면 비슷한 시간대에 정령치에서 만나게 된다"며 명함을 건네준다.
-운봉 개인택시 모범기사 마종기 011-683-5585-

 

 

                                      지형도의 인월사인지 확인은 하지 못했다.

 

 

                                                           산행 들머리

 

09 : 36 마을 회관 문턱에 걸터앉아 신발 끈을 묶는 등 준비를 마치고 출발.
마을 길 좌측의 지형도에 표기된 '인월사'로 추측되는 신축 절 집을 보며 전답 길을 따르다 산자
락으로 들어서니 벌초한 무덤 1기가 있고 울창한 솔숲 오솔길 초입에 빛바랜 표지기가 걸려있다.

아직도 감기 기운이 남아 발걸음은 무거우나 싱그런 솔내음이 머리 속을 맑게 해준다.
남원방송 송신시설을 지나자 우측 사면은 최근에 간벌을 한 상태로 길을 막은 나무도 있지만 큰
지장이 없다.

 

 

                                                        구인월 갈림길

 

10 : 00∼08 T자 능선에 오르자 좌측에 '잣·송이 출입금지' 팻말이 걸렸으며 가벼운 차림의 중년
남자 한 분이 내려오는데 송이를 둘러보는 중인지 모르겠다.
능선이 분기하는 곳에서 낮은 안부로 내려서니 '↑덕두봉 2.5km'를 알려주는 이정표와 우측으로
구인월로 내려가는 다른 길이 있는데 내가 오른 곳과 달리 표지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이어 잠시 후 도근점(도4)을 보게 된다.

 

 

                                                  이제 덕두산이 보인다.

 

10 : 27 약 700봉에서 좌측으로 꺾어 국립공원 구역으로 들어간다.
지형도를 살펴보면 등고선 상 700m부터 지리산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측 갈림길을 스치면 울창한 솔밭이 잡목 숲으로 바뀌고 등로 주위에 철쭉과 산죽이 펼쳐진다.
앞을 가로막는 바위 우측으로 우회로가 있으나 암벽을 타고 올라 길이 합치는 곳에 이르자 이 곳
에도 표지기들이 울긋불긋하다.
바위가 듬성듬성한 날 등을 타고 암봉 좌사면을 돌아 오르자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덕두산 정상에서

 

 

                            아득한 저 끄트머리가 선바위산으로 이어지는지 모른다.

 

 

                                                            덕두산 삼각점

 

11 : 37∼49 글자 판독이 불가능한 삼각점이 있는 덕두산 정상.
"수원에서 왔다"는 젊은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반갑게 맞아준다.
"수양산으로 내려갈 계획이고 정령치에서 비박할 것이다"는 그와 태극 길에 관하여 잠시 얘기를
나누고 먼저 일어선다   

 

 

                                        용도불명의 철사 울타리가 길게 늘여졌다.

 

헬기장을 지나고 능선 우사면을 한동안 따르다 철사줄 울타리를 만나게 되는데 야간 산행시 발길
을 주의해야할 것 같다.

 

 

                                                           바래봉 표지

 

 

                                     들판 너머 백두대간 길의 고남산이 보인다-중앙

 

 

                                        멀리 고리봉 좌측으로 만복대도 보이고

 

12 : 27∼44 바래봉.
대여섯 사람이 두 패로 갈라져 식사를 하고 있어 조망이 좋은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점심밥을 먹
으며 팔랑치-세걸산-고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뒤의 만복대와 좌측으로 고개를 돌려 노고단, 반
야봉 그리고 웅장한 지리산을 감상한다.
또한 운봉 황금벌판 너머로 백두대간길의 고남산과 멀리 금남호남 길의 팔공산도 바라본다. 

 

12 : 49∼56 바래봉 샘에서 식수를 보충하기로 작정했었기에 우측 능선이 아닌 초지를 거슬러 건
물 앞의 샘터로 내려가니 예닐곱 사람의 남녀가 밥을 먹고 있는데 비록 샘 옆이기는 하나 버너
불이 건조기 특히 초원이어서 염려된다.
내 얼굴에 불편한 심기가 보였는지 "시원한 바래봉 샘물에 미숫가루 한 잔 타 드릴테니 마시고
가라"는 청을 거절하지 못한다.

"서울에서 왔는데 4박5일간 유람 삼아 수양산으로 내려갈 것이며 중봉 밤머리재 구간은 피할 생
각이다"는 말을 듣게되자 이틀 전 "형님! 중봉쪽에 단속이 심하다는 연락이 왔으니 그쪽은 삼가
는 것이 좋겠습니다"며 당부하던 인천 운해 님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제 지리산 태극 길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으며 반달곰 추적장치를 교체하려고 투입되었던
직원들도 거의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인터넷을 통해서 산악회 동정까지 살펴보고
있다하니 입맛이 쓰다.

 

'백두대간 종주자는 모두 다 범법자'는 말이 나온지 벌써 오래 전이다.
출입을 통제하는 입장도 이해한다.
하지만 산줄기를 따르다보면 알게 모르게 통제구역을 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은 무엇 때문에
통제를 하는가?'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 많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서울에서 왔다는 그 분들과 헤어져 발길을 재촉한다.

 

 

                                                조망도가 있는 곳에서 본 바래봉

 

 

                                                               팔랑치

 

 13 : 16 수 년전 철쭉을 보려고 찾아왔다가 무수한 사람들 틈에 끼어 스트레스만 받았던 팔랑치.
현란한 꽃은 없어도 마치 정원사 손길이 지난 듯 싶은 둥그스름한 모습은 그런 대로 아름답다.
'← 부운치' 팻말이 세워진 곳에서부터 쑥부쟁이와 산딸기나무가 군락을 이뤘고 '현 위치번호 지
북 19-13' 공터에서 "안산에서 왔다"는 한 남자가 지나간다.

 

 

                                                   1121.0봉의 삼각점

 

 

                                 1121.0봉에서 본 팔랑치,만복대로 이어진 능선

 

13 : 57 '운봉307 1981재설' 삼각점이 박힌 1121.0봉 헬기장(?) 풀은 아직도 파랗다.
지금 걷고 있는 지리 북서능선은 단풍이라기보다 이파리가 성급하게 말라 뒤틀려버린 듯한 나무
군락지 그리고 가끔 나타나는 억새 꽃이 가을임을 짐작케 할뿐 아직은 때 이르다.

 

 

                                                           부운치

 

 

                                       봉우리마다 쉬면서 천왕봉도 바라보고

 

 

                                                 가야할 능선도 살펴본다.

 

부운치에서 줄지어 가는 안산 사람들과 교행하고 한참 뒤에서도 그 일행을 봤는데 처음 만난 사
람과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을 알고 마치 내 자신을 보는 기분이다.
봉우리에 오를 때마다 앉아 쉬고 또 쉬면서 ×1134봉과 ×1149봉도 넘어 간다.

 

 

                                                                세동치

 

 

                                    수 년전 세걸산 부근의 심설산행이 생각났다.

 

15 : 12 세동치.
정령치까지 아직도 4.3km가 남았다는 이정표를 보고 약 20m거리의 헬기장을 지나며 어떤 분이
러셀한 눈 더미를 구르듯 전북 학생교육원으로 내려가던 일을 생각해본다.

 

 

                                                              세걸산

 

 

                                                          지나온 능선

 

15 : 30∼36 세걸산에 오르면 고리봉과 만복대가 한층 더 가깝게 다가선다.
바위에 '독사주의'라고 쓰인 하얀 페인트 글씨가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안해야겠다는 마음보다 오히
려 께름직스럽게 느껴진다.
돌과 바위, 산죽이 전개되는 길이 두 눈을 바쁘게 만들고 걸음은 늦어진다.
그러나 "안산에서 왔다"는 몇 십명이 지나갔으니 그 녀석들도 숨어버렸을 것이다.

 

16 : 32∼40 조망이 트이는 약 1250봉 바위에 또 주저앉는다.
"다섯 시경이면 정령치에 닿게될 것이다"라고 택시기사에게 말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간다면 택도
없는 빈말이 되고 말겠다.  
멧돼지가 아니 곰이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정령치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
거북이가 되고 말았지만 사방팔방 둘러보며 유유자적하는 것이 본래 내 산행 스타일이 아닌가?
별을 보고 귀가할 단계에 이르렀으나 바쁠 게 하나도 없다.

 

 

                                              정령치와 만복대는 지척에 있다.

 

 

                                                        고리봉 이정표

 

 

                                                      바래봉은 멀어보인다.

 

 

                                                          고리봉 삼각점

 

17 : 23 '운봉25 1991재설' 삼각점이 있는 고리봉.
성삼재 전 고리봉과 이름이 같아 높은 이 곳을 큰고리봉 저쪽은 작은고리봉으로 부르고들 있으며
산아래 주민들은 남원고리봉과 구례고리봉으로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이곳에서 백두대간 길로 접어들게 된다.


기어올라 좌측으로 기어 내려가는 듯한 커다란 구렁이 형상의 정령치 도로와 다음에 가
야할 억새초원인 만복대를 마주보고 부지런히 내려가다 잊었던 것을 생각해 내기라도 한 것처럼
운봉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한다.

 

 

                                                        정령치 휴게소

 

 

                                                 만복대로 오르는 길

 

17 : 36 정령치 휴게소 벤치에 닿자 "대구에서 바람쐬러 왔다"는 두 쌍의 남녀가 차를 마시다 "국
화차"라며 앙증맞은 그릇에 따끈한 차를 따라 건네준다.
1회용 커피에 길들여진 입맛에 국화차의 진미를 어찌 알겠는가만 고맙고 주차장에서는 막 출발하
려던 한 분이 "성삼재쪽으로 가는데 길이 같으면 타라"고 한다.
아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