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금요일), 6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전철로 신촌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 32분. 7시 30분발 강화행 버스가 막 출발하고 있다. 자동판매기에 오천원을 넣고 강화읍으로 가는 표를 끊으니 차표와 600원의 거스름돈이 나온다. 다음 차를 타니 7시 49분에 출발해서 9시 15분에 강화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강화 버스터미널 매표소에서 산화고개(미꾸지고개)까지 가는 차표를 끊으니 1350원. 강화 버스터미널에는 외포리행이 직행과 완행이 있는데 완행인 군내버스를 타야 한다. 대기중인 하점면, 외포리행 군내버스를 타니 9시 30분에 출발해서 9시 52분에 미꾸지고개(산화고개)에 닿는다.

버스정류장 건너편에 바로 고려산 들머리가 있다. 스틱을 펴고 산행을 시작한다. 군데군데 분홍색으로 핀 진달래가 산비탈을 수놓고 있다. 그리고 낙조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행을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방향표지판과 삼각점이 설치된 해발 350 미터의 낙조봉(落照峯)에 닿는다. 낙조봉에서 직진하면 바로 고려산으로 가는 능선길이고 우측으로 꺾어지면 낙조대와 적석사로 내려가게 된다. 낙조대(落照臺)로 내려선다. 낙조대에 닿으니 미꾸지고개에서 여태까지 올라온 능선길과 내가저수지가 한 눈에 다가온다.

 

고려산 들머리 - 미꾸지고개(산화고개) 버스정류장 앞.

 


낙조봉을 바라보며...


낙조봉의 방향표지판.



낙조대에서 바라본 내가저수지.


낙조대.

 

낙조대를 봤으니 낙조봉으로 되올라갈까 하다가 적석사(積石寺)로 내려가 보기로 한다. 큰 길로 내려가지 않고 좌측의 샛길로 접어드니 암벽 앞에 불상이 설치된 곳이 나오고 그 곳에서 계단을 내려서니 적석사의 대웅전이 나온다. 원래의 이름은 적련사(赤蓮寺)라고 한다.

적석사의 경내에는 멸종 위기에 있다는 호랑이 무늬의 진돗개인 호구(虎狗) 암컷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산행객들의 시선과 접근에도 무심한 눈길로 권태롭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약수터를 찾으니 대웅전의 우측에 멋지게 꾸며 놓은 약수터가 있는데 돌항아리 밑에서 물이 샘솟아 올라와 조금씩 넘치고 있다. 두어 바가지 떠서 마셔 보고 수통에 샘물을 가득 채워 넣는다. 그리고 약수터에서 우측으로 가니 고려산으로 오르는 등로의 표지판이 보인다. 오던 길로 되올라가도 되지만 새로운 길을 밟기 위해 그 곳으로 진행한다. 8분 쯤 오르니 낙조봉에서 내려오는 능선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우측으로 꺾어져서 고려산 쪽으로 진행한다.

 

적석사의 불상.

 


적석사의 호구(호랑이 무늬의 진돗개).


적석사의 약수터.



적석사에서 고려산으로 오르는 길.


적석사에서 오르는 길과 낙조봉에서 내려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

 

등로 주변에 진달래가 군데군데 피어 있고 2001년 12월 2일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는 고인돌군 두 군데가 나온다.

미군부대가 있는 고려산 정상이 눈 앞에 가까이 다가온다. 고려산(高麗山)이라는 이름은 몽고의 침입을 당하던 고려시대에 개경에서 천도하여 도읍을 강화도의 이 산 아래에 정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고려산 정상과 함께 진달래군락지도 가까워진다. 고려산 정상의 전위봉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곳은 진달래군락봉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어울리는 곳이다. 북쪽의 산비탈 가득 진달래가 화사한 향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진달래가 활짝 피어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꽃잎이 탱탱하게 피어 있지 않고 미세하게 주름이 잡혀 있어서 몇 일은 더 있어야 절정을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진달래로 가득 찬 산비탈은 환상적인 느낌 마저 준다. 이렇게 밀집된 진달래군락지를 어디 가서 또 볼 수 있을까?

진달래군락봉의 산비탈도 화사한 진달래로 가득 덮여 있지만 진달래군락봉의 능선을 따라 쭉 내려가면 고려산 못미처의 북쪽으로 뻗은 지능선의 밑자락은 진달래숲이라고 할 정도로 진달래의 연분홍색깔이 능선을 뒤덮고 있다. 그 숲으로 내려선다.

 

고인돌.

 


고려산 정상의 미군부대.


진달래로 가득 찬 산비탈 1.



진달래로 가득 찬 산비탈 2.


진달래숲.

 

진달래숲 사이의 샛길로 들어서니 사람 키를 넘는 진달래 속에 파묻히는 느낌이 든다. 짧은 봄의 흥취를 만끽하게 하는 진달래는 얼마 가지 않아 시들겠지만 그 강렬한 인상은 진달래산행을 나선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남으리라.

길지 않은 진달래능선을 내려서니 계곡을 건너는 통나무다리가 나온다. 통나무다리를 건너서 산비탈의 샛길을 수분간 오르면 고려산 정상으로 오르는 포장도로가 나온다. 포장도로를 오르면서 바라보는 진달래능선의 화사한 색조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진달래숲길 1.

 


진달래숲길 2.


진달래가 만발한 산비탈.



계곡의 통나무다리.


계곡에서 고려산 정상으로 오르는 포장도로.


도로를 오르다 바라본 진달래군락봉.


헬리포트 밑에 오련지(五蓮池)라는 연못이 있다. 고구려 장수왕 4년 때, 인도의 천축조사가 고려산에서 절터를 찾던 중 산 정상의 연못에 피어 있는 다섯 가지 색깔의 연꽃을 따서 불심으로 날려 연꽃이 떨어진 곳에 다섯 개의 절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이 오련지는 출입이 통제된 정상의 오련지를 실제 크기로 복사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화려한 진달래군락봉을 내려다보면서 헬리포트로 오른다. 진달래군락봉에서 헬리포트로 오르는 능선길이 보이는데 자신은 진달래능선길을 타느라고 오르지 못 한 길이다.

남쪽으로 혈구산 정상이 바라보이는 미군부대의 헬리포트에 닿는다. 방향표지판과 두 개의 삼각점이 설치돼 있다. 출입이 통제된 해발 436.3 미터의 고려산 정상을 대신하는 헬리포트에서는 고비고개로 내려가는 능선 밑자락의 무선통신중계탑과 고비고개로 오르는 긴 포장도로, 혈구산이 한 눈에 바라보인다. 그리고 어느 산행기에서는 미군부대를 좌측으로 한 바퀴 돌아야 고비고개로 내려갈 수 있다고 하는데 미군부대 우측의 산비탈에 샛길이 있고 사람들이 그 길로 가고 있다. 그 길을 따라간다.

 

오련지(五蓮池).

화려한 진달래군락봉.


진달래군락봉에서 고려산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길.

출입이 통제된 고려산 정상을 대신하는 헬리포트.


헬리포트에서 바라본 혈구산.

미군부대 우측 비탈의 샛길.


비탈길을 진행하다가 고비고개로 내려서는 고려산 남릉을 타게 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게 되고 등로 근처에 있는 무인산불감시시스템을 지나치면 옥상에 무선통신중계탑이 설치된 2층 건물이 나온다. 이 곳부터는 콘크리이트 포장도로가 시작되고 그 포장도로를 내려서면 고려산의 날머리다. 날머리에서 조금 더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서면 리본이 설치된 혈구산 들머리가 나오는데 등로안내판이 보이지 않아서 그 길로 오르지 않고 좌측으로 꺾어져서 포장도로를 오르니 절개지가 나오고 이어서 두 개의 등로안내판이 설치된 혈구산 들머리가 있는 고비고개(나래현)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완만한 능선길을 오르다가 오름길이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들머리에서 20분 만에 봉우리라고 하기에는 밋밋해 보이는 316봉에 닿아서 늦은 점심 식사를 한다. 갈 길이 멀어 식사를 하자마자 일어서서 걸음을 재촉한다.

316봉에서 15분 만에 삼거리에 닿는데 우측의 능선길을 버리고 좌측의 비탈길로 들어선다. 혈구산 정상과 삼거리봉, 혈구산 전위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몇 분 후에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좌측의 비탈로 우회하여 통과한 삼거리봉을 돌아본다. 그리고 혈구산 전위봉에 올라서 혈구산으로 걸음을 재촉하니 혈구산 못미처에 설치된 방향표지판이 우측으로 꺾어져 내려가는, 퇴모산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고 있다.


무선통신중계탑.

고려산 날머리 - 무선통신중계탑부터 이어지는 포장도로.


혈구산 들머리와 고비고개(나래현).

삼거리봉의 삼거리 - 우측의 능선길을 버리고 좌측의 비탈길로 진행.


혈구산과 삼거리봉, 혈구산 전위봉.

혈구산 정상 못미처의 방향표지판.


그리고 직진하는 길에는 아무런 표지판도 없지만 2분 정도 직진하여 오르니 색다른 형상의 삼각점이 설치된 해발 466 미터의 혈구산 정상이다. 혈구산(穴口山)이라는 이름은 이 산에 굴이 아홉 개가 있어서 혈구산(穴九山)이라고 전해져 오다가 혈구산(穴口山)으로 변형되어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혈구산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온다. 사방을 조망해 보니 서남쪽으로 뻗은 퇴모산에 이르는 능선이 한 눈에 바라보이고 미꾸지고개에서 고려산 정상에 이르는 능선, 고려산에서 고비고개를 거쳐 삼거리봉에서 혈구산 정상에 이르는 능선 역시 한 눈에 바라보인다. 조망은 좋은데 바람이 무척 세다. 음료수를 한 잔 마시고 5분 만에 정상을 내려선다.

오던 길로 2분 정도 되내려와서 방향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좌측으로 꺾어져 내려간다. 혈구산 정상을 내려선 지 20분 만에 삼각점이 설치된 405봉 정상에 닿는다. 이 곳에서 북동쪽의 혈구산을 카메라에 담고 등로를 진행하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335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혈구산 정상 - 해발 466 미터.

혈구산 정상의 삼각점.


퇴모산으로 가는 능선길과 서해 바다.

미꾸지고개에서 고려산을 거쳐 고비고개로 내려와 삼거리봉에 이르는 능선길.


삼각점이 설치된 405봉 정상.

405봉 정상에서 바라본 혈구산.


405봉 내림길에 바라본 335봉.

   335봉에 닿는다. 눈 앞에 바라보이는 퇴모산을 카메라에 담고 퇴모산을 향해 내려선다. 진달래군락이 바로 앞에 보이는 퇴모산으로 오르다가 혈구산과 퇴모산을 구분하는 날머리이자 들머리라고 할 수 있는 안부를 찾아서 되내려온다. 그런데 능선이 완만해서 확실한 안부를 찾을 수 없다. 안부로 추정되는 두 군데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러나 나중에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으로 쓴 웃음을 짓는다.

천주교야영장과 퇴모산(농업기술센터)을 가리키는 방향표지판을 지나 직진하면 삼각점과 삼각점안내판이 설치된 해발 338.9 미터의 퇴모산(退帽山) 정상이다. 이 곳에서 방금 지나온 335봉과 405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405봉 뒤로 혈구산이 살짝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초입부터 꽤 험해 보인다. 천주교야영장 쪽으로 내려선다. 뚜렷하고 완만한 내리막의 능선길을 타다가 길을 잘못 접어들었는지 송림숲으로 들어선다.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 있는 희미한 등로를, 푹신한 솔잎을 밟으며 진행하다보니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사거리안부가 나온다. 우측으로 가면 천주교야영장, 좌측으로 가면 양도면, 직진하면 외포리로 가는 길이다. 직진한다.


335봉 정상.

335봉 정상에서 바라본 퇴모산.


삼각점과 삼각점안내판이 설치된 해발 338.9 미터의 퇴모산 정상.

퇴모산 정상에서 바라본 335봉과 405봉.


안부사거리 - 외포리 쪽으로 직진.

   안부사거리에서 외포리 쪽으로 직진하여 7분 정도 오르니 길다란 사각기둥의 삼각점이 설치된 205봉이 나온다. 205봉에서 15분 이상 내려서면 안부사거리가 나오는데 직진하는, 송전탑이 설치된 150봉으로 오르는 길이 애매하다. 비탈길을 올라 무덤을 지나서 오르다보니 송전탑의 바로 아래에서 송아지 만큼 큰 노루같은 동물이 놀라서 뛰어 달아난다.

150봉에 올라서 다시 7분 정도 내려가니 폭이 좁은 임도가 보이는데 푸두덕 하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리니 숲 속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던 까투리와 장끼가 인기척에 놀라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처음 본 것보다 약간 작은 노루 같은 동물 한 마리가 또 뛰어서 달아난다. 오지도 아닌 곳에서 노루 두 마리를 보기는 또 생전 처음이다.

임도를 따라 내려서니 갈 길이 애매해져서 다시 되오르니 임도의 고갯마루 왼쪽에 리본이 설치돼 있어서 그 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삼각점이 설치된 112.1봉 정상에 닿는다. 112.1봉의 정상에는 삼거리가 있는데 외포리로 가는 좌측길로 진행한다.

서해 바다와 외포리 선착장, 외포리 횟집촌이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뱀을 잡기 위해 설치해 놓은 산비탈의 그물들을 지나쳐서 내려와 마침내 퇴모산 날머리에 닿는다.


길다란 사각기둥의 삼각점이 설치된 205봉 정상.

삼각점이 설치된 112.1봉 정상.


112.1봉 정상의 삼거리 - 좌측길로 진행.

외포리 선착장과 횟집촌이 내려다보이고...


퇴모산 날머리.

   포장도로를 따라 쭉 걷다 보니 외포리 선착장을 지나쳐서 외포리 버스종점이 나온다. 이 곳에서 신촌까지 가는 버스의 막차 출발시각(19시 40분)을 확인하고 횟집촌을 따라 걷다 보니 삼별초군호국항몽유허비가 나온다. 이 부근의 횟집에서 인삼막걸리 한 병과 밴댕이회를 시켜 먹고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버스 종점으로 걸어가서 막차를 타고 귀가한다.

생전 처음으로 하는 진달래산행이었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고려산의 진달래군락봉도 꽃잎이 탱탱하게 활짝 핀 모습은 아니었고 혈구산에서 퇴모산 쪽으로 갈수록 아직 봉오리도 열지 않은 상태인 진달래가 많았다. 진달래축제 하루 전에 축제일의 혼잡을 피해 간 것인데 다음 주에나 활짝 핀 진달래를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좋은 날씨를 택해서 이렇게 밀집된 진달래군락지를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만 해도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삼별초군호국항몽유허비.

밴댕이회와 인삼막걸리.


오늘의 산행로 1.

오늘의 산행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