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론산 & 구학산

산행일자 : 2006년 7월20일 목요일
산행자 : 평택,안성 목요산악회원
교통 : 서울관광
날씨 : 흐림 시계는 양호 

 

 

흔적 : 박달재휴게소-전망대-파랑재-주론산-구학산-큰골-방학동정류장(점심&휴식포함 4시간35분)

◆ 구학산(九鶴山)은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구학리와 충북 제천시 백운면 방학리 사이에 솟아 있는 높이 970m의 산이다. 구학산(971m)은 가리파고개에서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상에 솟은 벼락바위봉(939.3m)이 모산이다. 벼락바위봉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이 약 5km 거리인 구력재에서 가라앉았다가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약 3km 거리에 이르러 빚어 놓은 산이다.

구학산에서 계속 남진하는 능선은 주론산(903m) - 박달재 - 시랑산(691m)에 이른 다음, 그 여맥들을 백운천과 주포천(제천천)에 모두 가라앉힌다.
산 정상은 남쪽과 서쪽이 급경사 바위지대로 하단부와 중단부는 울창한 수림지대로 가려져 있다.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만은 다른 산세와 달리 마치 사람이 물속에서 머리만 내민 듯이 바위가 수풀사이로 돌출되어 있어 시원한 조망이 가히 일품이다. 북으로 백운산, 동으로는 감악산, 석기암산, 제천시 전경이 보이고 남으로 주론산과 시랑산 서쪽으로는 삼봉산이 보인다.

◆ 주론산은 제천시 백운면과 봉양읍의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치악산 남단에 자리한 남대봉(91,187m)에서 서남쪽 백운산(1,087m)으로 이어져 내리던 능선이 백운산 정상을 2km남겨둔 981봉에 이르면 남쪽으로 새가지를 쳐 구학산(970m)을 솟구친후 남쪽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을 4km더 내려와 주론산을 빚어 놓았다. 주론산의 들목인 제천시 봉양읍 구하리 배론성지는 한국 천주교화사에서 길이 기억될 유서깊은 곳이다.

이곳 배론은1801년 신유박해때 황사영이 북경의 주교에게 당시의 천주교 박해상황과 천주교도의 구원을 요청하는 백서를 토굴속에 숨어집필한 지역이고, 1855년(철종6년)에서 1866년(고종3년)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서양 교육기관인 배론신학교가 소재했던 지역으로 현재는 성역화되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휘두르고 다니는 장마의 날이 선 칼날에 금수강산은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었다
그중 우리가 가장 아끼는 아름다운 설악산은 마귀의 시샘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무엇보다 설악이 아름다워 설악에 기대어 살던 한계리 주민들은 창졸간에 생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지경에 놓이고
평창 진부 땅도 뒤집히고, 찢기고 선량한 민초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했다

보도 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홍수처럼 넘쳐나고
재앙을 불러 온 인간들의 잘못이 크지만 하늘의 벌은 너무 가혹했다

어느 누구의 가슴도 태연할 수 없는 현실인데...

막상 정기산행일인 목요일이 다가오니 다잡던 마음이 갈라진다
아직 이를지 모르지만 수해지구에 가서 작은 마음과 손을 보태어 드리고 싶은데...
늘 마음이 먼저가는 걸 결국 몸이 좇지 못했다

집을 나서기 전까지 망설이다 몸이 가는대로 버려두니 산행버스를 타러가는 길에 들어섰다
예정된 산행지는 영월 "마대산"이었지만
논의 끝에 행로를 줄여 제천과 원주 두 자락을 깔고 앉은 주론산, 구학산으로 들게되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8:22
들머리 박달재 노래비가 있는 휴게소

무거운 몸 털고 일어나  모처럼 가벼운 몸으로 섰던 하늘이 다시 허물어지려는지 이즈러진다

어디에서부터 따라 나섰는지  가을 닮은 서늘한 온이 온몸을 쓰다듬는다
행여 비라도  만난다면...
다시 버스에 올라 방풍점퍼를 챙긴다


  

                                                    박달재노래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비온 뒤 신선한 오름길
전망대 쉼터까지 계속 이어지는 오름이지만 가을같은 날씨로 인해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8:43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8:55
전망대앞 이정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봉양쪽
아래엔 배론성지가 있다
주론산을 오를 땐 휴양림쪽이나 배론성지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북동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전망대 쉼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주론산에서 동쪽으로 뻗어 나가는 담바위봉 능선 너머엔
매봉산에서 이어지는 감악산이 석기암봉을 이끌고 용두산쪽으로 팔 벌린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전망대 쉼터에서 잘 나가던 길이 파랑재를 지나며 한바탕 된오름으로 이어지니
후미에서 쉬어가자며 신호탄을 날린다

등에 업힌 등짐의 무게조차 무감각해지는 좋은 일기에 이어지는 산행은
길을 더 보태어도 좋을만큼 모든 것이 호사롭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9:59
주론산 고스락은 나무숲에 전면 포위 되어 있으므로 조망은 꿈도 꾸지 마시라!!

2005년 1월 13일에 왔을 땐 주론산에서 조망을 할 수 있었는데
녹음이 우거진 탓인가 조망불가능 판정을 내림

주론산과 구학산의 조망은 나무를 베어줌과 살려둠으로 가, 불가 판정이 나는 것같다.

주론산 정상석을 홀로 두고 구학산으로 향한다
가는 길엔 일월비비추, 하늘말나리가 비탈을 장식하며 심심한 눈을 부른다

여러 가지 어지러운 정황으로 인해 산행인원도 적고
산행지 변경으로 산행지도가 없으니 대장님을 앞세우고 두리뭉실 뭉쳐다닌다
후미를 위한 배려로 이렇게 편안한 길을 자주 쉬어가니 땀이 자꾸 숨는다

산길이 너무 편안하게 이어지고
굳이 발을 맞추지 않아도 되니 그저 마음이 맞는 누군가를 불러내어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아늑한 깊음에 빠져들고 싶다

잘 정돈된 고상함과, 깊음과, 자상함과, 의외로 단호함을 고루 갖춘 그녀를 떠올린다
세련된 말솜씨와 행동거지와는 달리 산길에는 어눌한 그녀

소풍길같은 원주 소금산에서 조금 가파른 철계단을 만난 그녀
단호함은 힘없이 무너지며 샛노란 얼굴빛이 되던 그녀와 함께 이 길에 들고 싶다

배부른 자에게는 너무 심심한 길이라 눈길은 먹이 찾는 짐승처럼 풀섶을 훑고 다니는데
이제 구학산이 가까워지는가보다
드문드문 암릉이 보이는 것이... 그러나 까다로운 구간은 전혀없다

바닥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산길이 있는가 하면
오늘 이 길처럼 정말 씰데 없는 생각을 맘대로 하며 걸어도 편안하기만한 길도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11:14
구학산 정상

구학산 고스락에선 조망이 훌륭하다
<<205년도에 이곳에 섰을 땐 나무들에 가려 조망불가였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북으로 백운산, 동으로는 감악산, 석기암산, 제천시 전경이 보이고 남으로 주론산과 시랑산 서쪽으로는 삼봉산이 보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남동으로 감악산 산릉이 멀리 제천시내와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남으로는 주론산과 박달재 방면과 천등산이 보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고스락에서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내 욕심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 디카로
며느리밥풀꽃과, 동자꽃과, 닭의장풀과,이름모를 버섯을 담는데
가녀린 꽃대가 바람에 흔들려 어렵다

그러나 산행중에 바쁜 걸음 중에 덜컥 만나는 이름모를 풀꽃들이 반갑다
아주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꽃들
그렇게 화려한 자태도 아니건만

나태주님의 말씀대로 자세히 보아야 예쁜 꽃들
나는 그 꽃들에 취해 걷는 일도 잊어 버릴  때가 종종 있다
산을 까맣게 모를 때
각기 모습에 합당한  이름을 가진 꽃들이 이렇게 많은 줄 정녕 몰랐다

안도현님은 이렇게 말한다

애기똥풀

안도현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거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남서쪽으로는 곡창지대를 적셔주는 백마저수지와 오청산이 펼쳐지며,
멀리 남한강 건너 충주 방면 보련산과 국망봉이 가물거린다.
백마저수지 오른쪽으로는 삼봉산과 십자봉이 하늘금을 그린다.

이제 큰골을 향해 내려가는데 6.7km이다
내림길로는 제법 긴 길이다
하지만 내림길이니 걱정은 없다

후미에 붙어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내림길을 줄이니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기 어렵다
나는 종종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 시간의 유랑을 떠나는걸 즐기는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12:22
구학산방

큰골로 내려서는 길은 물길로 이어지지만 험하지는 않은편이라 수월케 내려선다
앞장서서 속도를 내니 뒤에 님들은 더 여유를 붙여 걷는 것같아 먼저 달아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구학산방에서 신림쪽으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산방 나무 울타리 너머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큰골계곡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일월비비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하늘말나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참배암차즈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김춘수님 꽃 중에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동자꽃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꽃며느리밥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닭의장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물레나물



길섶에 풀꽃들에 눈길을 던지며 걷다가
제비나비 나는 걸 쫓다가
줄딸기 빠알간 색깔을 훔치다가
복분자 탐스러움에 흠칫하다가

우레소리 내며 쿵쾅거리는 계류에 휘말리다가
물레나물도 만나고, 석잠풀도 만나고,
으아리인지, 사위질빵인지 헷갈려 한참 헤매다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석잠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사위질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둥근이질풀


홀로 서서 방긋 웃는 둥근이질풀이 너무 귀엽다
행여 친구라도 있을까 살펴보니 우리딸래미처럼 혼자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12:57
구력재를 따라 신림으로 가는 402번 지방도
 

도로 오른쪽 아래엔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이 있었다
땟국 절은 땀 닦아내고 산행이 너무 일찍 끝나 천등산 자락으로 스며들어
자리 깔고 돼지족에다 막걸리로 목 달래는 님들을 남겨두고

어슬렁어슬렁 뭐 훔칠거 없나?
천등사에는 빗장이 걸려 들어가지도 못하고


가는 빗방울이 듬성거리는 거리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늑장부리며 걸어서 집으로
산처럼 높은 우리집 18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두 개의 열쇠로 평안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집에는 종일 갇힌 침묵이 소복히 고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