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24(화)에 K2산악회의 소백산 산행에 동참하였다.
지난날 산행 기록을 뒤져보니 소백산 첫산행은 '82.1.12로
되어 있었다. 그 때 친구와 3명이 부산에서 중앙선 야간열차를
타고 다음날 새벽에 풍기에서 내려 역 근방의 여인숙에서 날이
샐 때까지 몇 시간을 머문 다음 비로사행 첫 버스로 가서 비로봉을
올라 연화봉을 거쳐 희방사 계곡으로 내려가 죽령 고개에서
버스로 단양으로 가서 자고 다음날 고수동굴을 구경한 다음 원주로
올라 가 치악산 구룡사 입구에서 자고 다음 날 치악산을 등산한 다음
밤차로 돌아온 적이 있다. 내가 현재까지도 가지고 있는 아이젠은
그 때 처음으로 구입하여 신어 본 것이다. 소백산을 오르던 그 날
날씨가 너무나 추웠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서 정상에서 잠간동안
사진을 한 장 찍는데에도 매우 고통 스러웠다. 우리가 정상에 올라
가니 우리가 가려는 연화봉 쪽에서 충북대학교 학생 여러명이 막
도착하고 있었다. 얼마나 추운 날씨였던지 그들과 잠간동안 말을
나누는 가운데 상대편 학생의 얼굴을 보니 코 밑 수염에 좁쌀처럼
방울방울 얼음이 맺혀 있었다. 사상역에서 8:30에 출발한 버스는 남해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구마 고속도로를 거쳐 중앙 고속도로로 들어가
영주에서 풍기로 갔다. 목적지 비로사 입구에는 11:45에 도착하였다.
그저께 봄비가 온 뒤라 길에 먼지도 자고 하늘은 맑고 따뜻한 봄 날
같았다. 영주에 이르렀을 때 소백산 줄기를 바라보니 정상 근방에 흰
눈이 좀 보이기는 하였지만 계속된 따뜻한 날씨로 눈꽃을 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능선에 쌓아 둔 눈이나 좀 밟고 오지 않겠나 하는 가벼운
기대를 걸고 비로봉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정상 능선에 오르면 바람과
추위 때문에 점심 먹을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으므로 비로사에서 조금
올라간 양지쪽에 자리 잡아 점심을 먹었다. 오르고 있는 쪽은 남쪽의
양지라 길에는 눈도 별로 없고 따뜻하였다. 정상에 오르는 길에은 약간
힘든 곳은 나무계단 길이 잘 되어 있어 땀만 좀 흘리면 무난히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니 북쪽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오고 있었다. 겨울
소백의 특징이 바람과 눈이라고 산행대장님의 설명이 있었는데 과연
맞는 말이었다. 조금전 올라 올때의 봄날 같은 기온과는 달리 상상할
수도 없이 돌변 하였다. 정상에서 탁 트인 소백산맥을 조망하면서 동쪽으로
국망봉 신선봉과 저 멀리 가물거리는 하늘 밑에 태백산을 확인해 보고 또
서쪽으로 눈을 돌려 가까이의 연화봉 소백산 기상관측소 도솔산 그리고
저 멀리 서북쪽 하늘 밑에 가불거기는 월악산을 산행대장의 설명을 듣고
확인해 보았다. 그러던 차에 가까이 있는 북쪽 계곡을 내려다 보니 들판처럼
들어 찬 잡목 숲이 온통 눈꽃으로 뒤덮여 있지 않은가!
순간적으로 가슴이 벅차 올랐다. 정상에서 가곡면 어의곡리로 약 500m
내려 오는 동안 내 시야에 들어 오는 눈꽃의 아름다움은 가히 환상적인
것이었다. 감동과 감격을 한 가슴 안고 마지막 떠나 가는 겨울의 아쉬운
정을 마음껏 느껴 보았다. 내려가는 길은 좋은 편이 었고 어의곡 주차장에
16:00에 도착하였으니 점심시간을 포함한 산행시간이 4시간쯤 된셈이었다.
거기서 하산의 뒤풀이를 한 다음 17:00에 출발하여 단양으로 나와 시원하게
뚫린 중앙 고속도로로 들어서 어둠이 깔려오는 가로등불의 아름다운 흐름을
바라보면서 20:30에 출발지에 도착하였다.
자세한 시간은 사진의 시간기록을 참조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