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북한산 숨은벽과 호랑이굴


〈산행일〉2004. 2. 7(토) 맑음


〈산행자〉san001, skkim 외 13명 (총15명)


〈산행요약〉

◆ 산행코스 : 효자비→밤골능선→사기막지능선→전망대→대슬랩앞→계곡→V자안부→호랑이굴→백운대→위문→산성매표소
◆ 산행시간 : 7시간 10분
효자비∼(34분)∼사거리안부∼(3분)∼밤골계곡∼(48분)∼전망바위∼(19분)∼대슬랩앞∼(22분)∼계곡∼(40분)∼V자안부∼(1시간48분)∼백운대∼(15분)∼위문∼(47분)∼백운대갈림길∼(29분)∼산성매표소


〈산행기〉

구파발에서

간밤의 눈. 모든 사람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백설의 세계에 아름다움을 느낄지 모르지만 북한산 숨은벽으로 떠나는 마음은 상당히 무겁다. 이러다 호랑이굴을 갈 수 있을까... 다행히 날씨가 화창하고 생각보다 춥지 않은 날씨에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구파발역. 약속시간인 10시가 다 되어가지만 도착한 사람은 skkim님 등3명 뿐. 한사람을 역 밖에서 일행들을 기다리게 하고 지하에 있는 사이 아는 사람이 지나간다. 예전 같은 산악회 멤버, 바쁜 걸음으로 스쳐 지나가 듯 지나쳐 간신히 인사를 하였지만 잘 아는 skkim님을 소개시켜 주지 못하고 눈인사로 지나가는 것이 안타깝다.

회원들을 찾아 밖에 나가자 이번에는 매제(여동생의 남편)가 보인다. 숨은벽 가는 길이라고... 같이 가자는 인사를 뒤로하고 먼저 보낸다.

10시에 일행들이 모두 모여 전체 인원은 15명. 호랑이굴만 우회한다면 별로 걱정이 되지 않으련만 만약 상황이 좋지 않다면... 인원이 많다보니 그것 또한 부담이 된다.

버스 타는 일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송추 가는 버스에는 이미 다른 산악회 사람들로 만원이고... 간신히 비집고 탄 버스는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북한산성매표소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내리고서야 한숨을 돌린다. 효자비 하차하기 직전 아는 사람이 또 눈에 뜨인다. oooo님 아니냐는 나의 질문에 깜짝 놀라지만 얘기할 시간조차 없이 버스 문은 닫히고...

하여튼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과 우연히 만나는걸 보면 구파발은 산악회의 메카임은 틀림없는 듯 하다.


밤골능선길

효자비 앞에서 간단히 이번 산행코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출발한다. 숨은벽으로 직접 오르는 능선길은 사기막능선이지만 현재 휴식년제 구간. 밤골 능선으로 올라 중간에서 계곡을 건넌 후 사기막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택한다.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계곡까지는 295봉의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는 것이 전부. 숨은벽으로 가는 호기심에 모두의 발걸음이 가볍다. 하얀 능선길은 아이젠이 없어도 전혀 지장이 없다.

봉우리를 넘으면 잠깐 숨은벽의 장쾌한 전망과 더불어 백운대로 향해 가파르게 솟구치는 밤골계곡이 시야에 들어온다. 말로는 쉽게 가야할 길을 설명 하지만 상당히 아득하게 보이는 숨은벽의 위압감은 인간의 왜소함을 느끼게 만드는 곳이다.

봉우리를 넘어 사거리안부에 도착하여 아이젠을 착용하며 본격적인 산행을 준비한다. 밤골능선 방향으로는 출입금지 표시판이 있다. 이 능선의 끝은 염초봉. 사기막능선은 좌측으로 향하여 밤골계곡을 건넌다.


사기막능선 지능선길

이제 본격적인 오르막길. 사기막능선의 지능선을 거쳐 사기막능선으로 오르는 길이다. 가파른 오르막에 일행들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그 와중에 skkim님은 속도를 조절해 가며 풍경사진과 일행들의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아침을 거른 사람을 위해 일행들에게 간식 시간을 주려 하였지만 마땅히 쉴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전망대바위 직전까지 오른다.

전망대바위에서 길이 갈라진다. 바위를 타고 오르는 길은 하얀 눈으로 접근조차 어렵고 결국 좌측으로 돌아가는 우회길을 택한다. 좌로 돌아서자마자 펼쳐지는 광활한 도봉산의 풍경.한마디로 숨은벽능선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맛보는 첫 번째 기회이다.

숨은벽능선의 매력은 숨은벽암릉을 타는 재미도 있지만 숨은벽능선에서 바라보는 사방팔방의 환상적인 풍경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압권은 전망대바위에서 바라보는 숨은벽과 백운대, 인수봉의 삼각구도. 그렇지만 도봉산과 상장능선의 장쾌한 전망 또한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멋진 풍경이다.

이번 산행에 있어 가장 걱정한 부분은 두군데. 호랑이굴위의 슬랩과 이 곳 전망대바위 직전의 우회길. 안전하다고 믿는 우회길이지만 사실 어려운 구간이다. 약 5미터를 바위사면을 가로질러 넘어가는 길. 눈이 살짝 내리면 어느 장소보다도 미끄러워 아주 위험한 길이다. 좌측은 물론 낭떠러지. 그런데 수북히 쌓인 눈이 의외로 아주 편한 길을 만들어 놓고 있다. 어째든 한고비를 넘기는 마음이 너무나 편하다.


숨은벽 암릉길

전망바위에 오르면 여기까지 오르는 힘겨움을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허공에 사다리를 놓은 듯한 숨은벽암릉. 대슬랩은 잘 보이질 않지만 좁고 긴 숨은벽암릉 자체가 하나의 경이로움이다.

이런 아름다운 장소가 70년대 들어서야 처음 개척이 되었다니 놀란 따름이다. 숨겨져 더 신비로움을 더해주던 숨은벽... 이제는 틀킨벽으로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는 어떤 분의 이야기에 여자분들의 웃음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지만 그 아름다움에 취해버린 일행들이 사진촬영에 바쁘다. 간식을 위해 바람 피할 곳을 찾지만 마땅치 않고... 다행히 바람을 막아주는 조그만 바위 옆에서 준비해온 간식을 펼친다.

세찬 바람을 뚫고 숨은벽암릉으로 오른다. 살 속으로 파고드는 한기를 피해 바위 옆으로 지나가면 바로 위 날등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완전 봄날이다. 다만 바위를 따라 가면서 걸어온 능선길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대슬랩 직전 바람이 잠잠한 좌측 공터에서 점심을 펼친다. 제대로 쉬는 시간도 없이 올라와 여자분들은 허기에 지친 듯 맛있게 점심을 즐긴다. 나머지분들과 막걸리 몇잔으로 추위를 달래지만 갈수록 추위가 심해진다.

대슬랩 직전에서 잠시 구경을 하고 우측 계곡으로 하산을 한다.


밤골계곡 상단부

계곡과 만나는 지점에서 처음으로 이정표를 만난다. 아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처음 숨은벽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지정표이다. 특히 수풀이 무성한 여름철 밤골계곡을 따라 오를 경우 길 자취가 희미하여 가는 길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때 이 이정표를 만나면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그런 이정표이다.

이제부터 백운대와 숨은벽정상 사이의 안부로 오르는 깔딱고개길이다. 호랑이굴과 백운대로 가는 힘겨운 길 30여분만에 V자안부로 오른다. 다들 궁금한 것은 어디가 호랑이굴인지... 일단 백운대 맞은편으로 올라가 호랑이굴 위의 슬랩 상태를 확인한다.

호랑이굴 자체야 비가 와도 통과할 수 있지만 그 위의 슬랩이 중요한 변수. 약40미터 슬랩 중 반 정도는 눈이 없는 상태고 나머지 구간은 군데군데 눈이 쌍여 있다. 가려면 갈 수 있을 것 같은 판단이 든다. 하지만 이런 판단이 결국 일행들을 힘들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다섯분은 위문으로 우회하고 나머지 분들은 호랑이굴로 향한다. 안부에서 우측 바윗길을 따라 호랑이굴 초입으로 가지만 오르는 길 또한 쉽지가 않다. 다른 방향으로 오르는 길은 하얗게 눈이 쌓인 상태. 밧줄을 풀어 한분, 한분 올리는데도 시간이 한참이나 소요된다.

호랑이굴은 몸만 살짝 걸치는 작은 굴이 아니라 완전히 통과하는 길이다. 굴은 45도의 경사를 이루고 그 폭이 1∼2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아 지나가는데 상당히 애를 먹는다. 들어가는 입구도 두 군데. 납짝하게 엎드려 들어가는 방법과 우측 구멍으로 들어가 다시 내려가는 방법.

기가 막힌 굴의 형상에 일행들의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실미도 훈련 같다는 농담과 더불어 처음으로 굴안에서 사진까지 촬영한다. 굴을 통과하여 바위사면 중턱에 오른다.

여기서 10여미터의 바위슬랩은 모두들 가볍게 오른다. 그런데 그 위의 눈이 멀리서 볼 때보다 그 길이가 길어 올라가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먼저 한분이 가볍게 올라갔지만 미끄러운 바윗길을 일행들이 개별적으로 오르기는 무리.

밧줄을 위로 전달하여 힘쓸 사람을 먼저 올려 보내고... 밑에서 기다리는 일행들이 제대로 설자리가 없는 바위사면에서 추위에 떤다. 밧줄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문제가 없으련만 한번에 올릴 방법이 없다. 중간까지 올라가 바위 크랙에 몸을 의지하여 밧줄로 2명씩 올리고, 다시 밧줄을 위로 연결하여 올려보내는 방식을 취한다.

바위 위로 올라갔지만 여기서도 다시 한고비가 시작된다. 7미터의 바위벽을 오르는 힘겨운 길. 여름이면 쉽게 오르겠지만 바위면이 살짝 얼어붙어 있어 특히 팔 힘을 요하는 곳이다. 밧줄마저 눈속에 파묻혀 있어 스틱으로 밧줄을 건져낸다.

힘겹게 한분, 한분 오른다. 한번에 오르지 못하는 분을 위해 중간에서 도와주려 했지만 너무나 가파른 경사에 내 스스로 힘이 빠져 미끄러졌다. 힘겹게 다들 올라갔지만 마지막 남은 한 분. 몇 번 시도를 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할 수 없이 마지막 생각한 방법은 그 분을 밧줄에 묶어 두 사람이 끌어올리는 방법. 최선의 방법이다.

결국 해냈다. 호랑이굴에서 다 올라오는데... 시간은 평상시의 많이 소요되었지만... 모두 무사히 위로 오르자 일행들의 얼굴에는 무엇인가 해내었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백운대는 이제 지척. 정상인 백운대 온도계는 영하 7도를 가리키고 있지만 호랑이굴의 추위에 비하면 완전 봄날이다. 힘겹게 밧줄에 붙들여 올라온 분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는 듯 즐거운 웃음이 가득하다.

모든게 정상으로 돌라오자 그제서야 우회하여 먼저 간 일행들의 소식이 궁금하다. 위문에서 기다리다 추위에 지쳐 산성매표소로 하산중이라는 소식. 이미 1시간30분 정도 차이가 났다.


산성매표소로 하산길

먼저간 일행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결국 산성매표소에는 1시간30분이 걸려 도착하고...

마중 나와있는 식당차를 타고 뒷풀이 장소로 이동한다. 미안한 마음으로 들어갔지만 반갑게 맞이하여 주는 분들에게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 뜻하지 않은 산행경험에 이야기꽃은 활짝 피고 다음날 5시까지도 이 이야기를 무용담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한분의 이야기에 모두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정〉

10:37 효자비
10:52 휴식
10:59 출발
11:12 295봉
11:18 사거리안부
11:22 출발
11:25 밤골계곡
11:27 이정표 : ↑백운대 1.8km, ↓밤골매표소 1,3km
11:53 사기막능선 갈림길
12:00 전망대바위 직전 우회지점
12:13 전망바위
12:23 출발
12:27 휴식
12:35 출발
12:50 대슬랩앞, 점심
13:18 출발
13:40 계곡
13:45 샘터
14:20 V자안부
16:08 백운대
16:16 출발
16:31 위문
16:46 약수암
17:00 대동사
17:07 북문갈림길
17:18 백운대갈림길
17:47 산성매표소
▣ MJ - 저도 당일 11경 호랑이굴에 들어갔다가 출구를 몰라 1시간을 추위에 떨다 도로 내려왔읍니다.
▣ MJ - 우측 뜀바위 쪽입니까, 아니면 좌측 급경사 위 좁은 구멍입니까, 맨 좌측 인수봉 쪽 출구도 있던데???
▣ 민 우 - 눈길 추운데 대원들 이끌고 마음고생 도 하셨지만 보람된 산행을 하셧네요, 마음조리며 잘읽고 갑니다.내내 건강하시길...
▣ san001 - 굴에 들어가는 구멍은 아시죠? 들어가서 좌측 아래로 나가는 길입니다. 날이 풀리면 다시한번 가세요. 지금은 눈 때문에 힘들더라구요.
▣ 산초스 - 안녕하세요. 김현호님께 얘기들었습니다. 많은분들이 그 위험한 호랑이굴을 통과하여 오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저희팀은 3월말지나 예정하고 있습니다. 한번 뵈야될텐데...
▣ 한국인 - 고생많으셨읍니다.'현호'님의 말씀에 의하면 거의...직전이라고 엄살을 떨던데,같이 못간 저는 안타까움만 더 커지네요.대신 8일날 .'산초스'대장님의 산행 안내에 따라 관악산 삼성산을 잘 다녀왔읍니다."북한산연가"정기산행때 뵙겠읍니다.아울러 산초스 대장님께도 이자리를 빌어서고마움을 전해야 겠네요...
▣ 김현호 - 한국인님!! 잘보셨어요 그냥 엄살부린거맞아요 제가 그런데서 겁먹겠습니까?? 그쵸?? (근데 다신 안가고 싶네요 바위가 맘에 안들더라구요)
▣ san001 - 산쵸스님.. 안녕하세요. 어제 약속이 생겨 같이 산행하지 못한걸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조만간 만나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 김찬영 - san001님 북한산에서도 최고의 숨은벽등로를 접했다니 대단하십니다 그래도 겨울철에는 조금참는것이 좋을듯합니다 . 안전산행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