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그럭저럭 보내고
나를 부르는 이 없어 답답한 마음인데..

진작에 "천산"께서 천성산을 동행하자는 권유가 있었으나
워낙에 황소걸음 인지라 행여 멀리까지 산행하는 분께 폐를 끼칠까 두려워
선뜻 대답을 못하다가 용기를 내어 "천천히"라는 전제를 걸고 따라나선다..
걱정말라는 대답을 들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못 따라가면"하는 염려를 여전히 지닌채...

또 다른 동행이 계시어 모두 4명이 탄 천산님의 프레지오는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여
어둠이 내릴즈음 통도사IC에 도착,새벽산행을 위한 들머리 탐색을 한 후 양산에서
1박하며 천산이 넘기까지의 재미있고 또한 고생한 기록들을 들으며 새벽을 기다리며
그렇게 잠이 든다

4시반 천산님은 벌써 일어나 아침준비에 여념이 없고 "에이 따땃한디 쪼꿈 더 자제."
위대한 전사 "조원제"의 말투정을 생각하며 얼른 따라 일어난다.식사 후 도시락을
싸고 홍룡사 주차장으로 맑디 맑은 새벽공기를 가르며 차를 달려간다..

새벽이라..입장료 받는 이는 출근전이고 어둠에 묻힌 산록은 어서오라며 손짓을 하는듯..랜턴불을 이마에 밝힌채 계곡을 따라 산문으로 들어선다...

천성산은 그전에는 원효산으로 불리웠는지 원효암까지의 오르막은 추운날씨에도
제법 땀을 흘리게 한다..한시간 반만에 원효암... 높은 산중에 아담한 절집을 곁눈질로 스쳐가며.. 이미 밝아져서 동남해 바다까지 보일듯한 산마루길을 걷는다

왼편 정상에는 군부대가 떡하니 들어 앉아있어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는데 을씨년스러운
철조망과 역삼각형 붉은 표지 "지뢰 위험"..그래 우리의 영공과 바다를 지키는 일인데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전망대에 올라선다...

막힘이 없이 탁 트인 동남해와 서쪽으로 영남 알프스가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어서
오라는듯 푸른 하늘을 이고 있다..북측 내리막에는 화엄벌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고
봄이면 진달래 천국이 된다는 글을 읽으며 동북쪽으로 뻗어나가는 천성산 2봉과
정족산..그 넘어로 피재를 향하는 낙동정맥을 가늠해 보며.. 어휴 추워! 얼른 모자를
꺼내쓰며 부지런히 능선길을 걷는다..

정상의 바람 때문인가..고개를 숙인채 길만보고 줄달음을 한참 쳤는데 이상하다??
이렇게 내려가지 않을텐데...뒤를 보아도 천산님은 않보이고 동행하는 조군에게
길을 다시 살펴보자고 얘기하며..그래도 앞에 천성산 2봉은 보이니까 내려갔다 다시
오르자고 결정하고 내림길을 20여분 엉덩방아를 찧으며 내려간길은 내원사쪽에서
오르는 계곡길..에고~~~~ 고도차가 200여 미터 에고~~~~~

내려간것보다 훨씬 힘들게 오른 2봉 위에서는 천산님이 웃고있고 에구~~~~
정상석도 못보고 이제 정족산을 향하여 걸음을 옮긴다..한시간여의 알바가 오늘을
몹시 힘들게 할까봐 마음을 졸이며...넓다란 임도를 따라가다 산길로 드나들며
안적고개를 지나고. 대성암 "성불로 가는길"이라고 적어놓은 표지를 따라 정족산을
오른다 언제나처럼 힘이드는 오름길..오르며 쉬며 차도 다닐만한 임도를 지나
무제치늪..이 산꼭대기에 웬 늪? 자연의 위대함인가...

앞에 보이는 멋들어진 바위를 이고있는 산정에는 태극기를 음각한 석판과 700미터를
알리는 자그마한 표지가 이고 동쪽과 남쪽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사이좋게 마주보며
손에 잡힐듯이 다가온 "알프스"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정맥을 따라가는 길은 온통
죽은이를 위한 공원묘지로 가득하고..그 넘어에는 골프장...지방자치시대에 자치단체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알프스를 언제나 올라볼까..북으로 북으로 뻗어있는 정맥길은 언제나 가 볼 수 있을까...욕심뿐인 마음을 헛 웃음으로 달래며 이제는 낙엽이 미끄러운 하산길을 내려서
공원묘지로 들어선다

가보고 싶음은 마음뿐 돈도 시간도 여의치 못함을 내내 자책하며 홍룡사 차가 있는곳으로 돌아온다..하루의 산행을 접으며...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PS: 추렴하는 경비도 물리치며 애써주신 천산님과 박선배님 미스터 조 고마웠습니다


▣ 권경선 - 선배님들!! 부러울 따름입니다. 아름다운 동반산행, 아름다운 산동무하시며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 이어지시길 기원합니다.
▣ 산거북이 - 천성산, 영남알프스는 제가 사는 부산과 가까워 툭 털고 다녀오는 곳입니다. 언제 다녀도 시야가 틔여 가슴이 시원스레 열리는 곳이죠. 이곳 가까이 오셨다니 반갑습니다. 늘 행복하십시오.
▣ 서정길 - 고석수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 훨훨 나르실 수 있는 날을 고대합니다.
▣ 허경숙 - 한자, 한자 마음에 담으며 눈에 담다보니 산님들의 기개와 따뜻하고 의리있는 천성이 느껴집니다. 고석수님! 누구에게든 오름 길은 힘든거 아시죠? 숨을 수월하게 쉴 수 있음과 저처럼 허파꽈리 잔뜩 부풀려 가며 휘파람 섞인 한숨을 토해내는... 그 차이입니다. 문득 그려지는 여유가 입가에 웃음 돌게 합니다. 천산을 위시한 용사들이여! 영원히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시길 소자 빕니다.
▣ 이수영 - 4시반에 일어나 아침 준비를..정말 천산형님은 타고난 산꾼이시네요. 이 산행기를 읽고나니 제가 이번주 일요일 한번 다녀왔으면 합니다. 자세한 들머리와 날머리 그리고 산행시간등이 궁금합니다.
▣ 김찬영 - 천산님과 천성산을 다녀오셨군요. 모든조건이 좋지않은겨울에 안전하게 잘다녀오셨다니 기쁠따름입니다.정상부근에는 군부대가 자리를 잡고있어 큰불만이었었는데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앞으로는 이해를 하는마음을 갖어야 겠습니다. 우리의영공을 지키는 더나아가 그곳에서 수고하는분들에게도 행복하기를 ....
▣ san001 - 예전부터 가보고 싶어 했던 산.. 난 천산님이 처음에 누군가 했더니 천이백산님이지요. 고석수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고석수 - 다른분들은 한분한분 답변을 하던데....제가 잘 할줄 몰라서...님들께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졸필을 여러 선배들께서 좋은 말씀으로 어루만져주시니..고맙습니다..모두 행복하시기를
▣ 신경수 - 안녕하시죠 선배님 낙동정맥할 당시 겹겹히 쳐져 있는 붉은 그 지뢰표시판들 대석리로 하산하구 말았지요 그곳은 지금 천성산 관통도로 저지 시민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곳이죠 연약한 비구니 지율스님이 수십일째 단식으로 온 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산님들과 같이한 산행 즐거우셨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활기찬 날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 산초스 - 천산님을 비롯한 산하가족분들과 같이 산행하셨군요. 그래서 김정길님께서 산행기를 안올리시는군요. 하여간 자주 이런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저희 산초스팀에서는 2.8(일) 08:30 낙성대역에서 만나 관악-삼성산 산행하오니 많은 산하가족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