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덕절산~두악산

1:25,000지형도=단양

2004년 10월 31일 일요일 맑음(2.2~22.2도)   일출몰06:50~17:30

코스: 가산교12:00<1.8km>742m봉13:00<1.3km>덕절산780.2m14:00<0.8km>뒷들재14:20<1.3km>720m봉15:00<0.5km>두악산732m15:20<1.8km>두악공원16:00

[도상7.5km/ 네시간 소요]

지형도(축소판)    지형도
 

개요: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과 대강면의 경계선상에 있는 덕절산(780.2m)으로 올라, 단성면에 있는 옛이름이 소금무지산으로 불리었던 두악산(732m)을 탐방하는 이번 코스는 백두 대간상의 소백산 아래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산세 수려하고 자연풍광이 빼어난 산들이다.

이들 산 남동쪽 남조천 계곡가의 사인암과 서쪽아래 단양천변의 일명 선유구곡에 자리잡은 하선암은 단양팔경으로 손꼽힐 정도다.

 두악산 뒤로 덕절산     두악산 뒤로 덕절산
 

옛날 하선암이 있는 대잠리 사람들이 단양에 있는 학교로 통학하던 고개, 단양장 보러 넘나들던 뒷들재를 연결 고리로 하는 각기 다른 두 개의 산은 서로의 이름이 바뀐양 덕절산 오름길은 암릉투성이고, 두악산은 순하고 부드럽다.

육산의 부드러움과 쎄미클라이밍 코스를 함께하며 충주호를 시야가득 담고, 주변을 둘러싼 소백산에서 월악산까지 연이어지는 백두 대간의 파노라마를 만끽하기엔  더없이  좋다.

단양천자락의 산첩첩 뒤로는 백두 대간이...    단양천자락의 산첩첩 뒤로는 백두 대간이...
 

특히 두악산의 720m봉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날등길에선 충주호 주변의 제비봉과 말목산, 그 뒤편의 금수산자락이 일목요연하고 고개 돌리면 도락산, 수리봉~황정산, 용두산~사봉이 바로 곁에 있다.

이번코스 서쪽의 단양천은 곧장 충주호로 들어가고, 동쪽의 남조천은 죽령재에서 내려온 죽령천과 만나 충주호에서 남한강 따라 서해바다로 흘러든다.

제비봉과 말목산을 가르는 충주호    제비봉과 말목산을 가르는 충주호
 

가는길: 중앙고속국도 단양나들목에서 5번국도로 내려서면 곧장 사인암가는 927번 지방도를 타고 피티재를 넘어 가산교 입구에서 내린다.

단양군 가산(佳山)리는 지명 그대로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 쌓인 산골동네다. 이 아름다운 마을을 뒤로하고 철탑 우뚝한 마사토지역의 송림 숲길로 접어들면 아름다운 도락산과 황정산 너머의 수리봉이 환송을 해준다.

가산마을과 용두산    가산마을과 용두산
 

십분쯤 팍팍한 오름길을 재촉하면 울퉁불퉁한 암릉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아래서 쳐다보면 정상까지 절벽지대로 형성된 것처럼 바라보인다.

어느지역 두어 곳 정도는 도저히 주변사람의 도움 없이 통과하기가 불가능한 암벽도 나타난다. 그러나 우회로는 어김없이 잘 나 있어 노약자라도 수월하게 진행해 나아갈 수 있다.

쳐다본 덕절산 오름길    쳐다본 덕절산 오름길
 

지형도상의 742m봉에 서면 단양군에서 제설한 [덕절산 780m]의 오석으로 된 정상석이 있어 어리둥절하다.

이후의 북동쪽 날등길은 양쪽 모두가 급준한 급경사로 이루어졌지만 산길은 유순하고 빽빽한 참나무수종들은 시야를 가리는데, 진행방향의 두악산은 여기보다 훨씬 낮은 자세로 나목들 틈새로 휘뜩거린다.

가다 돌아본 황정산(959.4m)    가다 돌아본 황정산(959.4m)
 

지형도상의 780.4m봉엔 삼각점조차 없지만 제일 높은 봉우리임엔 틀림없다. 뒷들재 내려서는 길은 너무 급준해서 자칫하면 슬립다운 당하기 십상이다.

맞은편의 두악산은 삼각형태로 장막을 친 것처럼 우뚝하고 높아만 보이지만, 실상 뒷들재 이후의 오름길은 완만하게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지능선을 타고 오르기 때문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올라 갈 수가 있다.

덕절산의 사실상 최고봉780.4m    덕절산의 사실상 최고봉780.4m
 

두악산은 세 개의 봉우리로 형성되 있다. 고사목 서너그루 뿐인 첫 번의 720m봉에 오르면, 비로소 답답하기만 했던 시야가 사방으로 뻥 뚫리면서 지나온 덕절산의 주능선부분을 뚜렷이 조망된다.

그리고 두 번째 봉우리에 서면 이 곳 역시 단양군에서 제설한 까만 정상석에 [두악산 720m]를 각자해 놓았다. 그러나 지형도상엔 마지막 봉우리에 표기를 해, 어느 것이 확실한지는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두악산에서 본 금수산   두악산에서 본 금수산 
 

마지막 봉우리, 지형도상의 정상인 이곳은 돌담을 둘러 성역화 시켜놓고 소금단지 세 개를 묻어놓았는데  연유인즉슨,

옛날 어느 스님이 단양고을에 들어 화마가 잦은 이곳의 지명이 붉을'丹'자, 볕'陽'자에서 비롯됐으므로, 불의 형상인 두악산 꼭대기에 바닷물을 갖다놓으면 화마를 막을 수 있다는 언질에 따라 지금껏 행해오고 있다한다.

소금단지와 금수산    소금단지와 금수산
 

바다가 없는 산간벽지에서 강물과 소금으로 대신해 화마를 물리친 두악산에서, 임산부의 모습을 한 금수산을 향하여 치성을 드리면 득남한다고 하는 전설의 산에서 하산은 수월하다.

줄 잡고 계단길 따라 내려오면 [정상0.4km/북하리1.4km/면소재지1.4km]이정표에선 선택을 해야한다. 북하리를 따른 하산길은 넓은길 싫어하는자들의 몫으로 두악공원이 종착점이다.

하산길에 본 죽령고개    하산길에 본 죽령고개
 

산행후기: 산속에선 가끔씩 기인들을 만난다. 일년 365일 중에 360일 이상은 산 속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분이 있는가 하면, 숲속을 맨발로 거니는 분들도 있다.

60대 후반임에도 항상 팀의 선두에 서야만이 직성이 풀리는 분이 있는가 하면, 한창 젊은 나이임에도 항상 뒤편에 서서 남을 챙겨주는 분들도 있다.

인진쑥    인진쑥
 

오늘 역시 이런 저런 분들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부지런히 걸음품을 팔아보지만, 언제나 그렇듯 도착지점에 도착해서는 맹~, 꼴찌다.

오늘 처음 참여해보는 이 산악회의 회장님을 비롯한 몇몇분은 오래 전부터 절친한 사이인지라 끝까지 챙겨주시는 고마움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회나무   회나무
 

내 직업상 제천을 자주 들락거리다보니 충주호를 중심으로 한 월악산 국립공원 일대는 거의 섭렵하다시피 했는데도, 이번 코스 덕절산~두악산은 처음이다.

이 부근은 어느 한 곳도 무시할 수 없는 산자수명하고 청풍명월한 고장으로 기암괴석과 낙락장송들이, 드넓은 충주호를 바탕으로 깔고 앉아서 항상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는 산악지역이다.

오그라 든 단풍나무    오그라 든 단풍나무
 

그런데....? 계절 탓일까, 황사 탓일까! 늘 푸른 이 고장도 오늘만큼은 맑은 날씨임에도 먼 산들이 뿌옇게만 바라보이고, 산길의 바스라진 낙엽들과 오그라 든 단풍잎에서 중년의 회한이 밀려옴을 볼 수 있어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지? 실없는 상념을 떨치느라 일행보다 앞서가며 걸음을 재촉한다.

참삽주    참삽주
 

엉터리 정상석을 무시하고 뒷들재로 내려서자 사거리 한복판에 수백년은 됐을 이름모를 유실수 한 그루, 열매만을 조롱조롱 매단 체 서있어 둘러 보지만 무슨나무인진 도저히 알 길이 없다.

계란보다 작은 푸른 열매는 시큼한 맛이나고 열매 씨앗은 없는데, 어떤이는 돌배라고 하지만 돌배나무는 익히 아는터이고, 모과라고 하기엔 너무 작고, 나중에 식물도감을 들여다 봐도...!

뒷들재의 유실수    뒷들재의 유실수
 

모르는게 더 많은 것이 정상이다. 언젠간 알아지겠지! 어떤이는 많은 산을 가 봤다고 한다. 모르는 분은 날더러 많은 산을 알고 있지 않냐고 한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산들은 구우일모에 불과하다. 어떤이는 지리종주 한번하고 지리산엘 다녀왔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어떤 분은 이번에 몇 번 째 산을 다녀왔다고 한다. 과연 그 것이 수치상으로 나타내기가 가능할까?

퇴색해가는 청미래나무    퇴색해가는 청미래나무
 

그냥 내 생각일 뿐임으로, 내 멋대로 생각할 뿐이다. 아직도 토테미즘은 살아 있어서, 산 꼭대기에다 신주단지 네 개나 모셔놓고 해매다 제를 올리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산을 뭉게고, 제단을 쌓고...! 정상석을 세워야만이 그 곳이 정상인가? 낯선길의 반가운 리번 하나, 불특정 다수를 위한 안내문과 이정표! 그 것들이 제 용도를 벗어난 광고물로 전락한 모습들이라니...!

하산길의 노간주나무    하산길의 노간주나무
 

둘러보면 다정다감한 모습들로 서로 부대끼며 연이어지는 산, 산, 산! 한 때의 추억들이, 모습들이 배어있는 그들과 작별을 고한다. 계단길을 벗어나, 북하리쪽의 한적한 오솔길 내리막으로 치닫는다.

유난히 많은 노간주나무의 침엽이 등어릴 콕콕 찔러대지만 오히려 그게 즐겁다. 중앙고속국도 아래의 터널을 빠져나와 조령천에 발 담그고 일몰을, 하루가 다 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조령천변의 개기장    조령천변의 개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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