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속리산 (俗離山. 1,058m)

2. 산행일시 : 2004. 10. 31(일) 10:30 - 16:00

3. 산행자 : 초이스(Choice), S산악회를 따라서

4. 산행코스

쉰섬 마을- 667m봉 - 703m봉 - 천황봉(1,058m) - 비로봉 - 입석대 - 신선대 - 문수봉 - 문장대 - 휴게소 - 법주사 - 주차장

***산행거리 : 쉰섬마을 - 4.5km - 천황봉(1,058m) - 0.5km- 석문 - 0.3km - 비로봉 - 0.8km - 입석대 - 0.6km - 신선대 - 1.3km - 문장대 - 3.2km - 세심정 - 2.7km - 법주사 - 1.8km - 속리교 - 0.8km - 주차장

(총 16.5 km)

***산행시간 : 약 5시간 30 분 (중식 및 휴식시간 포함)


▶▶▶ 속리산은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과 경북 상주군 화북면에 걸쳐 있으며, 1966년 명승 제4호로 지정, 1970년 3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한국 8경의 하나인 명산중의 명산이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속리산의 주능선은 최고봉인 천황봉(天皇峰)을 중심으로 비로봉(毘盧峰:1,032m), 문장대(文藏臺:1,054m), 관음봉(觀音峰:982m), 길상봉(吉祥峰), 문수봉(文殊峰) 등 9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화강암의 기봉(奇峰)과 울창한 산림으로 뒤덮여 있고, 산중에는 1000년 고찰의 법주사(法住寺)가 있다. 봄에는 산벚꽃, 여름에는 푸른 소나무, 겨울에는 설경이 유명하다.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좋다고 하는데????????

속리산의 주능선의 암릉미를 맛보고 싶으면 중사자암을 거쳐 문장대에 오른 후 천황봉에 이르는 능선 길을 따라가는 것이 좋다.

문장대(1033M)는 바위가 하늘높이 치솟아 흰구름과 맞닿은 듯한 절경을 이루고 있어 일명 운장대라고도 한다.( 문장대를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속설이 있기도 하다.)

속리산은 바위산이면서도 산행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등산안내판도 잘 정비되어 있고 몇 군데 어려운 곳은 우회하면 된다.




♠♠♠ 이번 주 일요일 계획은 처가 쪽 친척의 결혼식에 가려고 했었는데 결혼식장이 멀리 「충남 당진」이라고 해서 멀다는 핑계를 대고 인편에 축의금만 보내고 나서 산으로 떠나기로 했다.

토요무박산행을 가려고 인터넷을 뒤져보았으나 마음에 썩 내키는 곳이 없어서 일요일 당일 산행이지만 대간코스를 간다는 S산악회를 따라 가보기로 했다.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밥을 차려먹고 이것저것 챙겨서 06:15분에 집을 나섰다.

07:00. 잠실에서 출발하기로 차량이 약간 늦어진다.

버스 두 대를 대절했다는데 2호 차에는 빈자리가 많이 있다. 덕분에 널널하게 앉아 갔지만 웬지 미안한 생각이 든다.

10:20. 경북 상주군 화북면 상오 2리『쉰섬마을』에 도착했다.

잠시 마을회관 앞에 모두 모여 산행대장의 시범에 따라 스트레칭으로 몸풀기를 한다.
보통 안내산악회를 따라와 보면 대개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자마자 무엇에 쫓기듯이 정신 없이 산길로 사라져버리는 편인데 오늘은 색다른 느낌이다.

어쩌면 몇 시간씩 좁은 버스에 앉아 왔으니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 이런 스트레칭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

<↑ 산행지도>
<↑ 산행 들머리>

앞서 간 일행들이 들머리를 잘못 찾아가는 바람에 다시 돌아오고 있다.

마을앞길을 지나고 밭둑을 따라가니 곧 야산의 등로가 나타난다. 작은 너덜길과 낙엽이 쌓인 길을 따라 가파르게 능선까지 약 20여 분을 오르면 잠시 후 667m봉이 나타난다.

이 산악회는 일요산행으로 백두대간을 뛰는데 지난 번 22번 구간에 이어 이 번 23번 구간이 이곳에서 시작되어 속리산 문장대에서 끝나게 되어 있단다.
결국 이곳 방식대로 한다면 나는 또 한 구간의 대간을 뛰게되는 셈이다.
그러나 완전한 종주코스가 아니라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667m봉부터는 속리산 국립공원지역으로 들어가게 되며 오르막 능선길과 암릉을 지나고 726m봉을 지난다.

<↑ 오름길에서 바라 본 속리산 주능선 방향>

멀리 가야 할 능선이 가로로 시커멓게 늘어서 있다.
그러나 산꼭대기에 바위 모습은 마치 흰눈이 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왼쪽에 가장 높은 봉우리가 천황봉이다.

돌이 많은 척박한 산 능선을 따라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 저 산이 무슨 산 일까?>

저 멀리 남동쪽으로 멋진 능선을 가진 저 산도 언젠가는 오르고 싶어진다.

12:10. 처음으로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사과 한 개를 먹었다.
과도를 잊고 안가져 와서 이로 대강 껍질을 벗기고 먹는데 사과맛이 꿀 맛이다. 사과 껍질 쓰레기가 사과의 절반은 나오는 것 같다.
쓰레기를 줏어 담고 다시 오름길을 재촉한다.

고도를 점점 높여 926m봉을 지나고 산죽군락지대를 오르면 속리산 최고봉인 천황봉(1,058m)이다.
<↑ 천황봉 아래 산죽 길>

산죽과 넝쿨들이 정글처럼 우거져 있다.

12:40. 천황봉 정상에는 법주사나 반대쪽 오름 길에서 온 산님들로 만원이었다.

어떤 부부와 조그만 여자아이가 길옆에 비켜 앉아 간식을 먹고 있었다. 아이에게 몇 살이냐고 물으니 10 살이라고 아빠가 대신 대답을 한다.
우리 둘째 아이와 같은 나이인데 우리 애는 산을 잘 오르 수 있을까?
그 아이가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울 딸은 돼지띠!^@!#$%^)

<↑ 천황봉에서 바라 본 지나 온 능선 길>

저 멀리 왼쪽(사진 7부 정도의 파란 점) 마을에서부터 올라 왔다.


<↑ 천황봉 정상 표지석>

정상에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순간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었다.

천황봉 정상표지석 앞에는 사진을 찍어 알리바이형성을 위한 산님들로 매우 북적인데 바로 표지석 뒤편에 어떤 젊은 여자 분이 앉아서 개기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념사진에 펑퍼짐한 그 모습이 다 들어가 있을 텐데, 아예 꿈쩍도 하지 않고 「꿔다 놓은 보리자루」(너무 심했나???)처럼 앉아만 있다.

여러 사람들이 자꾸 눈치를 주는데도 눈치코치가 없다. 오히려 배낭에서 감을 꺼내어 엄청 맛나게 먹어댄다.
한 참 그 모습을 바라보다 그 모습 그대로 함께 담아 표지석사진 한 장 찍고 발길을 재촉했다.

<↑ 천황봉에서 바라본 문장대 방향 1>

천황봉 정상에 올라 돌아보니 모두가 앙상하기만 하다.

약 7부 능선부터 정상부가 시커멓게 보이는 까닭은 나무가 온통 활엽수이고 그 나뭇잎마저도 다 떨구어버려 앙상한 가지들만 무성하였고, 또 속리산의 돌 빛깔이 유난히도 칙칙(?)한 색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모두 잿빛을 띄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로 인해 능선 길은 러시아워가 따로 없다.

<↑ 천황봉에서 바라본 문장대 방향 2>

사진 왼쪽 뾰족한 바위가 3.5km 전방에 있는 문장대의 모습이다.

<↑ 천황봉 정상부근>

때가 늦었을까? 단풍 구경하기 위해 속리산에 오른 산님이라면 실망이 컷으리라 .


<↑ 산죽 길>

'명산에 산죽이 든다'고 했다던가?

우리나라 큰산에는 산죽이 많은 편이지만 속리산 능선길에도 유난히 산죽이 많았다.
어른 키만큼 큰 산죽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많은 사람들이 양방향으로 교차하려다 보니 자꾸만 걸음이 멈춰지고 옆으로 비켜서게 되어 지체가 된다.
지난 겨울에 왔을 때는 한가해서 운치로 느껴졌던 이 길이 오늘은 왜 이렇게 좁아 터져서 불편하기만 하는지?

<↑ 바위문>

거대한 바위 사이로 나 있는 길은 주 능선길이 아니었다.

천황봉 0.6km - 경업대 - 1.9km전 지점에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그것만 보고 올라갔더니 갈 길이 아니었다. 다시 사람들 뒤통수만 보고 잠시 따라 내려오다 보니 법주사로 하산하는 길이란다.

한참을 다시 뒤돌아 올라가 보니 갈림길 표지판 앞에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 있는데 그 나무를 한 발만 넘어가면 주능선 길인 것을 그만 순간적으로 남들을 따라 법주사 내림 길로 따라 온 것을 알았다.

<↑ 바위 1>

무엇을 닮았을까?
바위의 생김새가 특이하다.

<↑ 속리산 통천문인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바위문 사이를 통과해서 가야 한다.

<↑ 바위 2>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넘 같은데...

<↑ 바위 3>

속리산 바위색깔은 북한산이나 도봉산의 바위와는 많이 다르다

13:23. 전망 좋은 바위를 찾아 술 한잔과 함께 컵라면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었을까? 한마디로 "국물이 끝내줘요!"다.

요즘은 산행을 할 때 예전에 비해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 가지고 다니지 않다 보니 뭐든지 맛이 더 좋은 것 같다.

신선대휴게소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동동주와 빈대떡 냄새가 코를 잡는다.
혼자서 먹기도 그렇고 그냥 GO!

<↑ 지나온 길>

가장 멀리 보이는 곳이 천황봉이다.


<↑ 문장대>

문장대휴게소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그야말로 산행보다 나들이복장을 한 사람들이 더 눈에 많은 것처럼 보인다.


<↑ 문장대 휴게소 부근의 인파>

바위 위에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아래쪽 공중화장실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한쪽에서는 정신 없이 집어넣고 다른 한쪽에서는 부지런히 빼는 것이 우리네 삶이려니...

문장대 바위 오름 길에 긴 줄이 이어져 있다. 무엇을 보기 위해 저리도 오르려 할까?
휴게소에서 중간쯤 올라가다 줄이 움직일 줄 모르고 마냥 서 있었다. 조금 기다리다 그냥 되돌아 내려왔다.

<↑ 문장대에서 법주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

마치 명절 전날 시장바닥 같았다.

법주사로 내려오는 길에는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정체가 된다.
정체의 이유는 사람들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중간 중간에 어린 아이들이 끼어 있어서 더욱 더뎌지는 것 같았다.

때론 대여섯 살밖에 안 먹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산보 나온 차림으로 문장대에 올라 온 젊은 부모들을 용기가 가상하다고 칭찬을 해 줘야 할지 말지.....?

법주사로 내려오는 하산 길 내내 그런 생각을 해야 했다.

또, 구두신고 청바지 입고 올라 온 애어른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1,000m가 넘는 문장대가 언제부터 그렇게 쉬운 코스였었나?
아무튼 우리나라 사람들 통큰 배짱은 알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림길에서 추월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측 깜박이, 좌측깜박이를 번갈아 켜가며 요리조리 피하며 빠르게 내려왔다.

오늘은 능선길도 하산길도 먼지가 풀풀 날린다. 맑은 공기 마시러 산에 왔는데 가을 속리산에서는 먼지만 배터지도록 들이마시고 취해서 내려 오느 것은 아닌지...

가뭄끝이라고는 한다지만 이 가을에 속리산을 찾는다는 것은 '영 아니올시다 '라고 얘기하면 누가 섭섭해할까?

더구나 세심정 휴게소에서 태평교다리까지 내려오는 길은 도로를 재포장하기 위해서 시멘트 포장을 다 뜯어 놓아 흙먼지가 더욱 심했다.

무엇보다도 법주사 쪽 하산 길은 모두 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세수 한 번 할 만한 장소도 없어 그 서운함은 말할 것도 없고, 한 겨울에도 알탕을 하는 내가 오늘은 알탕은 커녕 족탕 도가니탕도 꿈도 꾸지 못하고 말았다.

결국 산을 다 내려와서 공중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 한 번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 법주사 일주문>

湖西第一伽藍이라는데,

법주사 안팎에도 사람들이 미어지게 많았다.

법주사 입장료를 경내 구경은 생략하고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여러 번 질리게 봐서?)
일주문을 지나 꽁지가 빠져라하고 부지런히 내려왔다.

<↑ 매표소 입장료 안내판>

입장료가 두 가지 합해서 어른은 3,800원이다. 저 입장료가 적정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 속리산 호텔 건너편 산의 단풍>

산을 다 내려와서야 비로소 단풍다운 단풍구경을 했다.

시원한 캔맥주 하나를 단숨에 비우고 내려 오는데 어디서 향긋한 냄새가 유혹을 한다.
돌아보니 번데기 냄새다. 정말 오랜만에 번데기 한 컵을 사서 우아(?)하게 먹었다.

***오늘 산행 끝***


▶▶▶산행 후기

***나에게 속리산 법주사는 또 다른 추억이 살아있는 곳이다.
이십여 년 전 한 여인과 연애시절 어느 초겨울 날에 우리는 이곳 법주사를 찾아 왔었다.

그 때는 '따뜻한 방에서 쉬어가라'는 호객꾼도 참 많았는데...

그러나, 그래도, 그렇지만, 우리는 막차를 타고 그냥 돌아왔었다.
말티고개를 넘어 오는데 왜 그리도 서운하던지!~@#$^&

그 때 그 여인은 지금 내 호적에 올라 앉아 떡 버티고 있다.


***속리산은 여러 번 다녀왔지만 가을산행은 처음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헛갈린다.

나는 솔직히 산에 다녀와서 봉우리 이름이나 기타 지명 등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산이 좋아서 가고, 그리고 걷고, 바라보면서 이것저것 쓸데없는 생각에 잠기다가 올뿐이다.

또 한 잔 술이 있어 더욱 좋고...

***남들은 봉우리 이름은 물론이고 산 높이와 거리 등 아는 것도 많더구만, 나는 산행 시 메모도 거의 안 하는 편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러다 보니 내 산행기는 후답자를 위해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것 같다.

나는 또 이렇게 허접스런 산행기를 쓰고 말았다.


***俗離山이란 『俗世를 떠나는 山』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오늘 내가 본 속리산은 분진과 악취와 소음속에 혹사당하고 있는 것이, 마치 속세 한가운데처럼 느껴졌다.

- 끝 -



♣ 길 위에서의 생각 ♣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간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 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 류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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