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옛길을 따라서


언제:05-11-08

누구와:옥전(아내)

어디를:심원옛길을





산 허리 감고 굽이굽이



헐떡이며 오르는 성삼재 길

10여 미터 벗어나서 굴곡 만들고

굴곡 뒤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커브 길



우측 상선암이 고개 내 밀고

주위로 뻗어 내린 가을 빛 동화 속에

하마터면 놓칠뻔한 핸들을 움켜잡고

오~메












갑자기 조급해지는 마음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그곳에 가지 않으면 후회가 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허구한날 지리산만 찾아 다니면서도

가을 단풍이 어쨌다는 둥 지리의 계곡이 아름답다는 둥 하면서도

지리 단풍구경 한번 시켜주지 못함이 아쉬웠다.

분명,

이 가을이 지나면 어떤 보복이 돌아 올지도 모를 처신이기도 하거니와

앞으로 계속 순탄하게 이어져야 할 자신의 산행에 대한 방패이기도 하다











심야근무를 마치고 아침 10:30분에 일어났다.

반 협박

반 권유를 통해 11시가 넘어서 지리를 향해 핸들을 잡았다.

집에서 밥 먹고 가자는 마누라를 꼬드기고 가면서 어디로 가야 할까.

한참을 궁리 하다가 갑자기 떠 오른 심원 옛길이다.

더군다나 K님이 다녀 왔던 그곳이 이틀 만에 낙엽은 지리라 만무하고……












성삼재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노고단으로 향하는 자동차의 물결은 평일인데도 밀려 온다.

혹시 이미 떨어지고 없어진 줄 알았던 단풍들이 그래도 걸려있는

모습들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심원마을과 정령치를 거쳐 달궁으로 내려 올 때도 몇 번이고

산정과 산정 사이로 열려있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내 민다.












달궁 마을에서는 호객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플랜카드가 무색 할 만큼

손님을 맞이 하려는 그들의 생존의식은 여전 할 수밖에 없으니……

이런 달궁 계곡이 머지않아 그들의 생존경쟁 속에 얼마나 견뎌

낼 지가 아쉬워하면서 비빕밥 한 그릇을 비워낸다.












처음부터 계곡으로 빠져든다.

역광으로 비춰주는 계곡의 玉水(옥수)는 싱싱함에 앞서

무지개 빛으로 투영되면서 산정의 노란 단풍의 조화 속에

이따금 하얀 조각 구름을 띄워놓고 덩실덩실 계곡위로 흐르도록

배려하고 있는 자연의 조화가 우리 부부를 황홀경으로 몰아 세운다.












내가 처음 지리산에 갔을 때 함께 가자며 무조건 따라 나선 아내

상위마을에서 만복대로. 화엄사에서 노고단. 두류능에서 초암능으로

그리고 눈이 녹지 않은 이른 봄 날 용수골 산행을 마지막으로

지리와 멀어진 것 같았다. 결국 이날 무리한 산행이 화를 부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여 본다.












가을의 햇살이 따갑게 내리 쬔다.

달궁계곡에 퍼진 단풍 잎의 행렬을 보며

떨어지는 낙엽이 아쉬워 바람을 잠 재우고 싶다.

어린 소녀마냥 좋아라 하는 아내의 모습을 노랑과 빨강을 배경으로

가슴에 담고 익어가는 심원의 가을을 노래한다.









어느덧 심원옛길에 투명한 낮 달이 떴습니다.

신이 우리 부부에게 부여하는 이 가을의 마지막 단풍,

소담스럽지는 않지만 존재의 참다운 기쁨을 만끽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달궁계곡의 싱싱함이 천년 만년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비록 3시간의 짧은 심원옛길을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서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걸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