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일 만에 다시 찾은 호남정맥 제12차 <돗재-예재>

  

제2007072036호        2007-11-24(토)


 

자리한 곳 : 전남 화순군, 보성군

지나온 길 : 돗재~태악산~노인봉~성재봉~말머리재~촛대봉~두봉산~개기재~계당산~예재

거리및시간 : 도상거리: 약 23.5km(07:17 ~ 17: 17) 10시간, 실제거리(알바 및 탈출로포함) 48,007보 약30km

날 씨 : 아침에 흐림 오후 맑음(봄날처럼 포근함)

함께한 이 : 단독

                                             ◆ 엷은 안개가 환상적으로 피어나고 있는 농촌의 아침 ◆

진행을 방해하고 발을 걸어 넘어트리는 잡목과 가시넝쿨들에게 겁먹고 잠시 호남정맥을 접었다가 겨울이 시작한다는 소설날인 23일(금) 11주일 만에 호남구간을 계획하며 기상청(131번)으로 날씨를 알아보니 “서에서 북서풍이 불고 흐리고 한때 비가 오겠고 오전에 개겠으며 강수확률은 오전40% 강수량은 5mm미만이 된다.”고 예보했다.

예보대로면 산행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교통편을 알아보고 지도를 정리하는 시각에 서울지방의 날씨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내리고 있어 오랜만의 산행결심이 잠시 흔들리는 심란한 마음으로 퇴근을 준비하여 심야버스를 이용하기로 했고 이번 산행에서는 가능한 배낭무게를 줄이고 매식한다는 목표로 약간의 과일만을 챙겨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23:10)

                      

                                                                ◆ 들머리에서 날머리까지 ◆

강남터미널에 도착해 심야우등버스표 한 장을 사들고 지정석에 앉아 실내를 둘러보니 늦은 시간이지만 빈 자리 없이 바쁘게 뛰는 승객을 태우고 수많은 버스들이 성을 쌓고 있는 승강장을 빠져나가며 소등하자 편안한 의자에 몸을 의지한다.(00:45)

너무 강한 난방으로 더위를 느껴 중간에 잠을 깼지만 광주터미널에 안착 때까지 수면을 취했다.(04:10)

사평리가는 시내버스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터미널2층으로 올라가 의자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고 터미널건물에서 영업 중인 식당에서 새벽밥(추어탕)을 시켜먹고 식수통을 채우고 편의점에 들어가 우유와 구운 계란을 사들고 버스정류장으로 나가니 청승맞은 이슬비는 보슬보슬 내려서 어깨에 떨어진 방울들이 뭉친 빗방울이 방수기능이 있는 재킷에서 구르기 시작하고 겉옷이 젖기 시작하는데 기다리던 217번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해 사평리 가느냐고 물었더니 이차는 안가고 다음차가 간다며 죄송하다고 인사해 할 수없이 비를 피해 버스정류장 부스에서 20분을 기다려 버스에 올랐다.(06:00)

사평리에 내려 택시로 돗재로 향하는 길목에 아침 안개가 자욱했지만 비는 오지 않아서 다행으로 여기며 “한천자연휴양림”과 마주한 돗재에 도착했다.(07:07)

                                            ◆ 지난 가을에 지나온 천운산과 비박했던 밴취 ◆

가볍게 산행복장을 갖추고 준비운동을 끝내고 75일간 긴 휴식을 끝내고 절개지 옹벽을 뛰어오르며 만보기를 0으로 맞춘 것으로 호남정맥 산행의 첫발을 뛰었다.(07:17)

처음부터 된비알이 시작되어 호흡을 헐떡거리며 무명봉에 이르니 가을에 지나온 천운산 능선이 앙상한 가지사이로 조망되고 남쪽으로는 안개가 자욱함을 뒤로하고 두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 소나무와 작은 바위들이 정상을 이루고 바로아래에 비석이 없는 묘지한기가 자리하고 있는 태악산(530m)에 이른다. (08:19)

                                           ◆ 태악산 정상에 자리한 묘지 후손들이 벌초하기도 힘들겠지요 ◆

갈증을 느껴 배낭을 내려놓고 식수통을 찾았으나 물통이 보이지 않아 내용물을 모두 꺼냈으나 식수통이 없음을 확인하자 온몸의 기운이 한순간에 빠져나가며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라 강행하기로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에게 겨울이라 참아낼 수 있고 수분을 보충할 유유(500L)와 과일(배, 감)이 있으니 가능하다고 격려하며 안개와 엷은 박무로 선명한 일출을 볼 수는 없었지만 비구름이 피해가 뽀송뽀송한 낙엽을 밟으며 초겨울이라고 느낄 수없는 온유하고 포근한 날씨의 축복을 받으며 뿌연 구름과 산마루가 손을 잡는 곳에 빨간 놀이 환상적인 부드럽고 순탄한 능선을 따라 노인봉에 이른다.(09:08)

 

 

 

 ◆ 아직도 안개 자욱해 조망은 시원치 않은 노인봉  ◆

성재봉를 넘어서니 지금까지 흙길과는 반대로 군데군데 바위능선이 위협적인 지역을 조심스럽게 빠져나와 돌머리재를 뒤로하고 촛대봉에 닿았지만 가지만 앙상한 잡목으로 조망이 없지만 하늘은 많이 맑아져 비속산행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니 가능하면 땀이 흐르지 않도록 속도를 유지하며 가파른 오르막과 산죽 숲이 힘겨워 거친 숨결이 폐부 깊숙한 곳에서 뜨겁게 토해내며 촛대봉에 도착했다.(11:23)

 ◆ 성재봉 ◆

별다른 조망이나 특색 없는 마루금이 끝나고 가파른 바위능선을 올라서니 오늘산행의 최고봉인 두봉산(630.5m)을 알려주는 표지판과 삼각점에 선다.(12:04)

 ◆ 오늘 구간에서 최고봉인 두봉산의 초라한 정상표지 ◆

기온은 높아 포근하고 날씨는 맑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엷은 안개와 박무로 조망이 양호하지 못해 아쉬움을 느끼며 선명한 등로를 따라 정상을 자연스럽게 내려오던 마루금이 헬기장에서 급하게 남쪽으로 방향을 틀며 부드러운 낙엽이 쌓인 내리막 구석에 자리 잡고 점심식사로 준비해온 약밥을 배낭에 집어넣는 사연은 식후에 물을 마셔야 하는데 식수를 빠트렸으니 대신 미숫가루와 우유로 대신하고 비상시에 대비하여 우유절반은 비축하고 배 조각으로 후식의 격식으로 점심한 끼니를 때운다.(12:36)

 ◆ 점심식사와 종일토록 버터야 할 수분공급원 ◆

임도를 넘어서자 고도를 서서히 높여가는 오르막이 이어지다 삼각점이 자리한 488.6봉을 확인하고 평범한 등로의 건너편 절개지에는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어 불안해 보이는 다듬어진 58번지방도에는 차량통행이 뜸해 한산한 도로 내리막을 조금 내려서 도로를 횡단하여 개기재와 작별하고 묘지로 이어지는 등로를 이어간다.(13:48)

 

 ◆ 개기재 절개지가 무너져 내리는 한산하기만 지방도로 ◆

비교적 경사도가 있는 절개지 능선을 올라서자 마루금은 유순하게 시작했지만 진행이 계속되자 가파른 오르막에 신고식을 치르며 힘겹게 치고 올라 잡초가 무성한 헬기장에 닿았다.

 ◆ 비상시 헬기장 기능을 할 수 있을련지? ◆

마루금은 철쭉군락지와 산죽 숲의 무차별 태클을 힘겹게 이겨내자 가끔씩 순한 능선조망이 트인 곳에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지만 아직도 안개와 박무가 깔려 있어 시원함이 부족하다.

잡목들 사이로 간간이 조망이 트이는 마루금을 이어가며 압박해오는 목마름을 참아내기 힘겨워 비상용으로 비축해둔 우유로 갈증을 억지로 달래며 계당산에 당도했다.(15:12)

  

   

 ◆ 계당산 된비알을 오르는 길목의 감나무 ◆

별다른 특징이 없는 마루금을 이어가는 사이에도 머릿속은 물 생각만 가득함을 털어보려고 잡생각을 해보지만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벌목잡업이 진행 중인 능선에서 우측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따르다 반대쪽에서 다가오고 있는 산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배낭크기로 보아 야영준비를 갖춘 산객이 분명해 보여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보니 “목포에서 오신 김수봉(유달)”님으로 고향사람을 산에서 만나서 더욱 반가웠고 귀한 물까지 얻어 마시니 기쁨이 두 배로 컸다.

안전산행을 하자고 서로를 격려하고 각자의 길을 향해 멀어져 간다.

충분히 목을 축였는데도 갈증이 가시기는커녕 목마름이 더했고 물구할 곳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 예재에서 산행을 접기로 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마루금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힘겹게 옮기는데 짧은 겨울 해는 서산으로 천천히 넘어가는 햇살로 눈부셨다. 

삼거리 임도를 따라가다 좌측 산으로 들어가 포장도로에 이르고 넓은 공터에는 무엇에 쓸려는지 용도를 모르는 돌 더미가 쌓여있는 사이에 트럭이 주차되어 있어 혹시 사람이 타고 있다면 편승해보려고 다가가 봤지만 사람은 없었고 차량통행이 전혀 없는 옛날도로에서 10시간 동안의 힘들었던 산행을 스틱을 접고 머리와 얼굴을 가렸던 수건을 벗고 예재에서 산행을 마감했다.(15:17)

   

 ◆ 예재 구도로와 돌무덤 사이에 주차해 있는 트럭의 도움을 받았다 ◆

 

인적이 끊어진 고갯마루에 주차된 차량주인이 돌아오기를 한동안 기다려보다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구불거린 포장도로를 내려가는데 동쪽하늘에서 떠오른 보름달이 지나온 마루금 산허리로 얼굴을 내밀어 환하게 밝혀주며 산행마감을 축하해준다.(17:33)

 ◆ 달님에게 소원을 빌어봅니다 ◆

부주의로 식수통을 식당에 빠트리고 온줄 모르고 산행도중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다 식수통이 없음을 발견하고 우유와 배 하나의 수분으로 버텨온 힘겨운 산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울철이기에 가능했다고 계당산신령님의 따뜻한 보살피심에 감사드리고 터벅터벅 발길을 옮기고 있는데 자동차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나도 모르게 시선을 고정해보니 아까 고갯마루에 주차해 있던 트럭이 급커브를 돌아오고 있어 손을 드니 내 앞에 멈춰서 타라고 자리를 내어주고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와 보성읍까지 간다고 대답하니 혼자 산행하느냐? 어디서 시작했느냐? 물음에 답하자 노동면소재지에 음식점이 있다며 친절하게도 식당까지 태워주고 식사와 잠자리를 알아봐 주었으나 작은 마을에는 숙식을 한꺼번에 해결하기에 마땅한 집이 없었고 읍내로 나가는 버스시간이 임박해 더 이상 수고를 끼치기가 내키지 않아 버스로 보성읍내로 나가겠다고 감사인사를 정중하게 드리고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니 군내버스가 들어왔다.

기사에게 내일 첫차시간표를 물러보니 새벽6시 첫차가 있다니 시간은 양호해 터미널에서 다시 버스시간을 확인하고 식당에 들려 동태탕으로 저녁식사를 끝내고 주인에게 24시간 사우나탕을 알아보니 영업 중이던 사우나가 극심한 적자로 얼마 전에 폐업하여 보성읍내에는 없다고 알려주었지만 믿을 수 없어서 미니슈퍼에 들려 식수와 우유를 사들고 주인에게 사우나탕을 물었으나 식당주인과 똑같은 이야기를 해준다.

하는 수없이 불을 밝히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여관에 들어가 숙박료를 물어보니 25,000원을 달라고 하기에 사정을 말하고 20,000원으로 흥정을 해보지만 주말이라 깎아줄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해 건너편 여인숙에서 15,000원으로 숙박지를 정하고 땀에 찌든 손수건들을 세탁하여 건조시키고 집으로 전화하여 안전하게 하산하여 잠자려고 준비하고 있음을 전하여 안심시키고 베개에 머리를 눕히기가 무섭게 곯아 떨러졌다.                             -끝-.

 

~오라는 곳도 불러준 이도 없지만 찾아가 안기면 언제나 포근하기만 한 山을 찾아서~

2007-11-29

계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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