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06년 04월 08일 토요일

 

▶주행거리/시간:15.7km/9시간

08:50 관음사 매표소

10:03 탐라대피소(무인)

10:54 개미목

12:04 용진각대피소(무인)

14:04 백록담

15:32 진달래대피소(유인,매점)

16:51 속밭

17:50 성판악 매표소

 

↗괘적

 

▶GP에서 군복무중인 아들의 휴가기념으로 한라산 백록담과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를 답사하기로 하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GP생활로 산에 신물이 났을 텐데 휴가중에까지 산에 데려가려느냐는 말이 많았다. 휴가일수가 장장 17박18일이나 되어 조금은 의미있게 휴가를 보내게 하려 했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의사를 물으니 매사 적극적인 성격인지라 예상했던대로 대찬성이다. 처음 계획은 당일 한라산산행만 하려 했으나 아내의 권유도 있고 해서 마라도답사를 추가 1박2일로 계획을 변경했다.

 

새벽 04시에 기상하여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하고 보온밥통 2개에 도시락을 싸서 배낭에넣다. 아이젠,방한복,보온수통 등 악천후를 대비하다 보니 배낭무게가 각각 10kg을 넘는다.  집을 나서 김포공항행 리무진 첫차에 몸을 싣다. 공항에 도착하여 배낭을 소화물로 붙이다. 스틱, 등산용주머니칼은 기내반입 금지물품. 이른 시간인데도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김포공항출발_06:55. 제주공항도착_08:00. 배낭을 찾은 후 택시로 관음사를 향해 출발_08:15. 관음사 매표소에 도착_ 08:30. 택시비 일금 10,000원.

 

▶관음사 매표소앞에 구멍가게가 있다. 출발준비를 마치고 한라산 백록담 정상을 향하다_08:50. 양 옆으로 산죽길이 이어지고 잘 다져진 돌길이다. 대개 한라산에 오르는 방법이 성판악으로 오르고 관음사방향으로 하산한다던데 우리는 이쪽 관음사에서 오르고 있다. 대충 나홀로 서너명을 포함 열대여섯개 팀이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주행을 하는 것 같다. 반면 용진각대피소를 넘어서부터는 이쪽방향으로 단체팀들이 정체가 되다시피 넘어오고 있었다.

 

▶탐라대피소를 통과하다_10:03. 무인대피소이다. 등로는 가파른 능선으로 이어진다. 등로왼쪽으로는 탐라계곡이 이어지고 있다. 등로가 탐라계곡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이곳 한라산 탐라계곡, 지리산 칠선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을 일컬어 우리나라 3대 계곡이라 한다는데 직접 계곡길을 오르지 못해 아쉽다. 지금 이 능선은 개미능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계곡이 개미계곡이란다. 능선을 따라 오르니 서서히 눈쌓인 등로가 계속된다. 아들의 주행력이 군입대전보다 훨씬 나아져 보이기도 하고 오버페이스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앞서가다 뒤 돌아서서 아빠가 다가서기를 기다리고 있다. 군에서 산악훈련 행군시 너무 앞서 나가다가 가끔 야단을 맞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입대전 함께 산에 오르면서 가끔 무릎이 아프다고 했었는데 글쎄다. 눈덮힌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다. 러셀흔적을 분간하기 어려운 구간도 나타나고 눈길 중간 중간에 사람 다리 길이의 러셀 구멍이 나 밑바닥 흙이 보인다.


  

↗용진각을 앞둔 안부에서

 

 

▶개미목을 통과하다_10:54. 주위 두리번거려 개미목이라 이름 지은 단서라도 있을까 살펴보지만 감이 안 잡힌다. 등로는 눈길이다. 레설 옆으로 스틱을 힘주어 찍으니 손잡이 가까이까지 내려간다. 지루한 눈길 능선이 끝나고 눈이 다 녹은 안부가 나타나고 침목길이 이어진다. 앞이 확 티여 올려다 보이는 전망이 좋다. 올려다 보이는 봉우리가 지도상의 삼각봉같다. 잠시 디카에 풍광을 잡고 캠코더에도 주위 풍광을 잡으려고 캠코더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뒤따라 나타난 공단 직원이 정상에 오르려거든 용진각대피소를 12시30분전에 통과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시계를 보니 12시 다 되어간다. 캠코더촬영을 포기하고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다. 도중에 침목난간이 눈사태로 휩쓸려 넘어져 있다. 자칫 미끄러지면 저 아래 탐라계곡으로 떨어질 듯하다. 조심조심 눈사태지역을 지나다. 샘물이 흐르는 탐라계곡길과 마주치다.

 

 

 

 

 


 

↗장구목 오름


 

↗장구목오름


 

↗북벽

 

▶용진각대피소에 도착_12:04. 앞서간 공단직원이 대피소주변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정상에서는 14시 이후에는 있을 수 없다고 알려준다. 용진각대피소를 뒤로하고 정상을 향하다. 눈이 녹지 않아 러셀도 정확하지 않고 나뭇가지를 헤치며 오른다. 내려오는 사람을 향해 대충 길을 잡고 오른다. 단체로 내려오는 팀이 많아 일부 구간에서는 잠시 서서 기다리다 내려가기를 기다려야 했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뜸하면 오르는 길이 가늠이 안되어 대충 정상방향을 잡고 오르다. 꺾인 나뭇가지를 헤집고 오르다. 쌓인 눈높이로 작은 나무들은 파묻혀 있다. 눈 쌓인 비탈구간이 얼추 끝나고 돌계단 길이 나타나다. 조망이 잘되는 안부가 이어진다. 내리쬐는 햇빛으로 안부에는 눈이 없이 말끔하다. 눈 녹은 안부를 지나니 다시 눈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1분정도 멈춰서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14시전에 정상에 도착하기 위해 식사시간을 넘기며 강행군을 했더니 허기로 인해 거의 탈진 상태가 되어 버렸다.


 

↗백록담

 

 

 

▶정상에 서다_14:04. 당초 관음사매표소에서 정상까지를 6시간30분 정도로 잡았는데 5시간 14분이 소요됐다. 앞서 걷는 아들을 따라 가다 보니 평소보다 빨리 걸은 것 같다. 백록담은 귀퉁이에 약간의 물이 고인 상태다. 넘실거릴 정도로 물이 차 있다면 정말 장관이었을 텐데. 원래가 백록담에는 이렇게 물이 없었던 것인지. 백록담울타리주변에 깔아 논 침목바닥에는 많은 인파가 왁자지껄 모여 앉아 환담하며 식사하고 있다. 아이들 엄마와 통화를 하니 지금 이 시각 서울 수도권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政도의 황사현상이 왔다고 한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제주도도 멀리까지는 조망이 안 되고 뿌옇게 조망이 된다. 우리도 자리를 깔고 보온도시락을 꺼내어 늦은 점심을 먹다. 정상 귀퉁이 작은 초소에서 공단직원들이 나와 빨리 내려가라고 큰소리를 질러 댄다. 말투들이 꼭 우마몰이꾼 같다. 우리처럼 이제 막 도착하여 식사를 시작하는 팀도 꽤 된다. 몰이꾼들은 밥 먹고 있는 팀들에게 돌아다니면서 빨리 먹으라고 재촉을 한다. 한번만으로도 족하련만 서너번을 재촉한다. 젠장 먹는 음식 체할라. 오르는 길 풍광을 감상하고 한라산 정상에서는 기념사진도 찍고 제주도 전역을 여유있게 조망하려면 관음사매표소를 최소한 08정도에는 출발해야 할 것 같다.

 

▶한 순간 사람들로 붐비던 한라산 정상은 순식간에 다 빠져나가 대부분 관음사방향을 향해 내려들 간다. 내리쬐는 햇빛이 따갑게 느껴진다. 공단직원들만 남아있는 휑한 정상을 뒤로한 채 성판악을 향하다. 정상 안부를 벗어나니 다시 눈 쌓인 완만한 경사길이 이어진다.

 

▶진달래대피소에 도착하다_15:32. 매점이 있다. 하산중인 20-30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성판악대피소방향에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 곳을 12시 30분전에 통과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있다. 잠시 목을 축인 후 하산을 하다. 왼쪽으로 모노레일이 보인다. 아마 진달래대피소까지의 물품운반용같다. 지친 아낙네 몇 사람을 태우고 내려갈 모양이다. 평지 같은 하산길이 계속 이어진다. 사라악샘에 도착하다. 물이 콸콸 솟아 흐른다. 목을 축이고 빈 물병에 가득 채우다. 많은 무리와 사람들을 뒤로하며 하산 걸음을 재촉하다.

 

▶성판악대피소에 도착_17:50. 대피소 앞 11번도로를 지나는 시외버스로 서귀포시 예약된 숙소를 향하다.

 

 

 

 

 


 

↗대한민국 최남단 비석 앞에서

 

↗마라도 삽살개

 

▶후기

이튿날 렌터카로 송악산자락에 위치한 마라도행 유람선선착장까지 이동. 비방울이 뿌리기 시작하는 가운데 10시 배를 타고 마라도로 이동. 마라도 자리덕선착장에 도착 도보로 마라도 일주. 일주에 20-30분 소요. 개를 세마리 만났는데 짖지를 않고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다가선다. 마치 외지 손님을 맞이하는 요령에 대해 훈련을 받은 것 같다. 비가 많이 내려 선착장부근 정자에서 비를 피하며 12시 배 떠나는 시간까지 서있다. 송악산 선착장에 도착을 하니 빗줄기가 굵어졌다. 제주도전역에 오후 내내 비가 내리다. ATV체험을 포기하고 대신 여미지식물원을 관람하고, 빗줄기를 뚫고 다시 북쪽으로 이동하여 민속박물관을 관람하다. 비행기시간을 마추어 공항으로 이동하여 첵크인하려니 모든 비행기가 결항이라면서 내일 아침에 공항에 나와 대기표를 받으란다. 종일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제주도상공에 돌풍이 불어 비행기가 뜨지도 못하고 내리지도 못한다고 한다. 렌터카를 다시 불러 네비게이션 도움을 받아 더듬더듬 제주시로 다시 나가 어렵게 방을 구해 본의 아닌 1박을 더하다. 다음날 이른 아침 공항에 도착하니 한마디로 아수라장이다. 큰 대자로 들어 누워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요 항공사직원들에게 핏대를 세우며 항의하는 광경이 여러 번 목격된다. 방송사에서 나온 ENG카메라기자들 연신 카메라를 돌려대고,사진기자들도 연신 샷터를 눌러댄다. 지인하고 전화통화를 했더니 과일박스를 갖고 공항으로 달려왔다. 항공사측에서 확실한 출발시간을 알려주면 남는 시간 활용하려고 렌터카를 다시 불렀건만 대기표를 주면서 기다려라, 정기항공편의 예약 취소된 좌석이 나오는 대로 주기 때문에 기다린다고 오늘 간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 못 갈 수도 있다고 하는 바람에 렌터카 다시 반납하고 하루 온종일 공항대합실 바닥에서 뭉기다. 항공사에서 안내방송으로 아침 특별기편으로 1,000명정도가 빠져 나갔다고 방송을 하자 새벽6시 공항문이 열리자마자 왔다는 사람이 무슨 특별기편이고 1,000명이냐며 거칠게 항의하며 지금 대기표 갖고 있는 사람들이 1,000명 가까이 되는데 빨리 특별기편을 마련하라고 요구를 하자 비행기 한대 뜨는데 수천만원,수억원의 비용이 들어서 쉽게 결정을 못내린다고 주절거린다. 즉 1,000명 가까이 되는 대기표소지자들은 정기항공편 에약취소자자리가 발생해야 항공권을 받을 수 있다는 야그인데 내참. 해프닝 한 토막. 여행사 여직원 한 사람은 결항되었던 고객들은 다 보내고 자기 혼자 남았는데 항공사에서 나중에 별도로 항공권을 준다고 했다가 줄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고 하자 거의 광분에 가까운 항의를 한다. 무기력하게 마냥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볼거리서비스(?)를 제공한 결과가 돼버렸다. 아침식사,점심식사,이른 저녁식사를 공항내에서 해결하다. 17시 조금 지나자 내 대기번호 673-674번을 부른다. 같은 시간 저쪽 항공사대기표번호는 4,000번에 육박하는 것 같다. 인천행 17시30분 비행기탑승권 2매를 건네 받다. 아직도 공항대합실은 대기표를 손에 쥔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있다. 다행히 항공사에서는 이 시간되어서야 오늘 중으로 집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안내 방송을 한다. 집에 도착하니 21시 다 돼가고 있다. 오늘 따라 애들 엄마 눈이 유난히 동그랗다.

 

웃긴닷컴_www.utgin.com
웃긴닷컴_www.ut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