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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산 4구간에서 - 5구간 청계산으로 어떻케 갈 것인가?


하오고개 방향 연계 코스로 추정되는 산로에 여러개의 리본이 보인다.

그러나, 이 코스가 웬지 내키지 않아
산행기에서 읽었던 기억을 더듬어

보다 더 안전한 "각골입구" 방향의 6-5-4-3 코스로 정하였다.

참고로, 이 글을 쓰면서 후에 알게된 연계 코스의 대략적인 안내도를 보면


1. 하오고개 방향으로 직진하여 1 - 2 - 3 코스로 국사봉 착.

2. 우측으로 우회하여 6-5-4-3 코스로 각골입구 - 406봉을 거쳐 국사봉 착.





KBS(?)송신탑 부터 널직한 임도 중간 중간에 설치된
선로 controlbox를 따라 내려오다보니,



위압감이 대단한 군부대 철책선으로 막혀 더 이상 전진 불가!

죄없는 산객이라, 주저없이 좌측으로 철책선을 따라
계속 전진하여, 굳게 닫힌 군부대 정문 바로 옆을 통과.


계속 20여미터 포장도로를 따라 직진하니,
평지에 가까운 널직한 임도와 연결된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 좌측에 제법 큰 묘지가 보이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속 걷다보면, 좌측에 내려가는 산로가 보인다.

이길로 직진하여 잘 가꾸어진 개인묘지 몇기를 따라 주욱 내려오면
곧, 바깥세상이 훤히 보이는데



우측 송유관공사 표지판쪽으로 가지말고 좌측으로 들어서면
판교-안양간 고속화도로 보행자 전용 터널이 보이게 됩니다.




터널을 나오면, 이름도 친숙한 "장모집" 돌솥밥집이 보인다.


금년 봄에 들렸었는데, 본전 생각은 안 나더군요.(1인분 10,000원이었음)

여기까지 소요시간은 거부기 걸음 기준, 약 42분


길건너,
12년손두부집 과 좋은인연 사이에 406봉(각골입구) 안내판이 보이고




6000원짜리 순두부를 보니, 동동주 생각이 간절하다.


그 동동주 생각에 입맛을 다시니.....악마의 속삭임이 시작된다.

"산행 힘들지? 거봐. 뭐하러 그런거 해....
이집 술맛 끝내주거든.
까짓 술한잔하지 뭐......청계산 가면, 누가 돈 준대?

요 창가에 버스가 보이지?
까짓거, 싫컷 마시고
303번 안양, 220번 분당- 성남가는 버스타고 집에가지 뭘.....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고...40여분 쉬다가

이수봉에서 누런 좁쌀 동동주 악마의 속삭임에 져주기로 하고

털레~털레~ 무조건 직진하다 보니, 각골입구 표지판도 보이고



외곽순환고속도로 보행자 전용 터널도 보인다.



이 터널을 지나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동이 꺼져 예열이 안되 다리는 후들거리지...


악마는 동동주 동동주 하며....버스타기를 계속 속삭이고.


이수봉 싯노란 좁쌀차가 기다리고 있노라~ 좁쌀차...좁쌀차...

좁쌀차 맛을 되뇌이며, 어렵사리 406봉을지나 국사봉에 이른다.





그런데....그토록 고대했던,

이수봉 주막집은.......엇! 금일 휴업인가?
저쪽 한켠에 좁쌀 곡차를 팔던 흔적은 파란 비닐로 덮혀져 있고....

순간에 맥이 다 빠져 버린다.

20여분 쉬면서, 마지막 남은 사과 한개를 씹고.

곡차 생각에 애꿎은 맹물만 들이키며, 입을 쩍쩍 다신다,

시계를 보니, 17 : 03




그놈의 누런 좁쌀차...한바가지 들이키면, 오메 나 죽어. 앗싸인데!

만일에 대비한 헤드렌턴은 있지만,

사기도 떨어진데다가, 일몰의 부담도 떨구고저,
미완의 산행이지만, 이에 만족하고


바로 옛골로 하산한다



17 : 57 옛골에 도착, 생명수를 단번에 마시고,





07 : 00 경기대 정문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17 : 57 이라......
11시간 산을 헤메었으니...



오늘의 산행 강도는 지리산 성삼제 - 벽소령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걱정했던 무릎은 말짱하다. 스틱과 깔창 덕을 톡톡히 본것 같다.

농협 하나로 에서 분당행 버스로 갈아타고, 버스에서 내리니, 이미 어둠이 깔렸다.



미쳤어, 미쳐도 보통 미친게아냐
아예 산속에 집짓고 살지 그래..............



마눌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건 확실해....ㅎㅎㅎ



아니나 다를까,
등산화 끈을 풀르고 있는 등뒤에서, 마눌이 녹음기를 틀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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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시 : 2004. 9. 27. 07 : 00 - 17 : 57(10시간 57분)
들머리 : 경기대 정문
날머리 : 옛골
교통 : 성남발 720번 일반버스 분당 정자동 06 : 10 - 06 : 32 경기대 후문 도착

산행코스 : 경기대 정문 등산로 입구(07 : 00) - 형제봉 - 시루봉 - 경기방송 송신탑 - 억세밭 -
통신대 - 백운산 - 고분재 - 바라산 - 바라산재 - 방송송신탑 - 판교/안양간 고속화도로 터널 -
각골 - 외곽순환고속도로 터널 - 406봉 - 국사봉 - 이수봉 -옛골(17 : 57)

주요 준비물 : 쌍스틱, 튤리스깔창, 식수 500ml 3병, 컵라면용 보온병,
사과 큰걸로 4개, 포도 한송이, 구급약.








경기대 후문을 조금지나,



배낭 준비물을 재 점검 하는데


앗뿔싸! 집앞 정류장에 나오자마자 720번 버스가 오길래 황급히 타느라고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는걸 깜박.....

아이고! 어제밤 고르고 골라 산행기 4편을 출력하여
이걸 보면서 길을 찾는것으로 계획했었는데....책상에 두고 그냥~~~

웬일이야! 무릎 보호대도 없자나!



산행기가 없으니 눈뜬 장님이요
무릎보호대가 없으니 다리는 어쩌라고.
라면을 빼놓았으니 뭘 먹고 산행하나?

머리가 어지럽다.
포기하고 되돌아 가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라면은 없지만, 과일은 충분하고, 광교산 중간에 막걸리 파는곳도 있겠지?

산행기가 없으면, 물어 물어 찾아가면 될 것이고.

무릎보호대가 없으니,
쌍스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천천히 산행하기로 결론.



일부러 시간을 맞추어 07:00 정각에 경기대 정문 등산로에 진입,

1단으로 시동을 걸어 천천히 산행을 시작한다.



무뇌아 처럼,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안내판이 지시하는대로

내가 걷고 있는 것인지, 무얼 하고 있는지도 , 세상만사 다 잊고

그저 걷고, 또 걷다 보니,

그토록 기대했던 억세밭에 다다른다.
(내심 세석평전 처럼 넓다란 억새 구경을 기대했습죠)

그런데, 억세는 아니 보이고....허망하다.

쉬고있는 산객에게 억세밭에 억세가 없네요.....하니.
요기 4그루 있자나여....하며, 웃는다.


이건 완전 사기다.


통신대까지는 안내판을 따라 손쉽게 왔는데, 난감하다.

표지가 있으려나.... 통신대 주위를 한바퀴 둘러봐도 감이 안잡힌다.

급경사 씨멘트 계단쪽으로 끈들이 몇개 걸려있어
혹시나 하고 10여분 내려가다가, 아무래도 미심쩍어 다시 올라와


길찾아 힘 빼느니
30여분간 앉아서 지나가는 산객에게 물어보기로 작정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지나가는 산객은 보이지 않는다.

통신대안에 인기척이 전혀 없다가, 작업하는 인부가 보이길래
소리쳐, 청계산쪽을 물으니, 왼편 철책을 따라가라고 한다.

한자도 안되는 산로 아닌 산로를 따라,
중간에 철봉으로 막힌 곳을 넘어 계속 따라 갔지만


내심 불안한 마음......


마침 아랫쪽에서 올라오는 30대 산객에게 길을 물으니
자기도 경험 했는데, 산속 미아가 되기전에 하산하란다.
자기도 길 못찾아 죽싸게 고생한 경험을 얘기한다.


미아가 되는한이 있더라도
무작정 확실한 등로를 따라 산행을 계속한다.



앗....구세주가 나타났다.

그래 바로 이거야. "박달령"님이설치 했다던 바로 그 표지판.

광교산/바라산, 백운저수지, 고기리, 청계산 산로 방향이 명확하게.........


그 동안의 불안감이 순간에 사라지고 평온이 찾아온다.


저절로 콧노래도 나오고

정말로 위대하신 우리의 수령
"박달령"님이시다.

***박달령님의 사진 인용***


그리고 그다음 부터는 수원여객 백곰산악회 휜리본이 계속 길을 가리킨다


산속 고아 우려가 없어지니,
마음이 편해지면서, 걷는 발걸음이 더욱 더 가벼워진다.


아무 생각도 없이 ... 걸을뿐, 머리는 터엉 비어 있는것 같은 느낌이다.



바라산 정상에 이르니,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산객 두분이 쉬고 있어,

청계산 길을 물으니, 웃으면서 염려말고 이 길로만 주욱 가면 된다고.
중간 중간에 표지가 있으니, 길 잃을 염려는 없다고 한다.

자신들은 청계산에서 넘어오는데, 여기까지 4시간 걸렸다 한다.
거기다 덤을 붙여, 지리산 당일 종주를 했고, 백두대간하며...

어메...어메....어메.... 기죽어라.



급경사 바라산재를 1/3쯤 내려 왔을때,

30대후반으로 보이는 체구가 큰 산객이 나무에 기대어 축 늘어져있고,
동행자 2명이 당황해 하는 모습이 보인다.

얼른가서 정신상태/마비 여부를 살펴보니, 다행이 그건 아니다.

오르는 도중에 갑자기 쓸어 졌다고 한다.

오늘따라 스포츠 음료 대신 맹물 지참을 한게 후회스럽다.
스포츠 음료가 효과 만점인데...이럴때는...

주위를 살펴보니 좀 편한 자리가 있어 대충 정리하고
1~2시간 정도 편하게 누일것을 권한다.

배낭안에 물과 먹을건 충분히 있었다 하는데...
탈진은 아니고, 큰체구로 급경사 오르막길을 무리했나 보다.

마침 50대 나홀로 여성 산객이 오르다가, 이를 보고
지체없이 배낭에서 비닐팩에 담긴 과일즙을 꺼내 먹인다.

곤란을 당할때면 산객들은 똘똘 뭉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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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걷는게 좋아, 오늘 이 산행을 택하긴 했지만
정말로 볼것없고, 특징없는 산행이다.



어느덧 KBS송신탑에 이른다.

하오고개로 갈 것인가?

아니면, 각골쪽으로 갈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