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불암산, 어야고개 ,천보산

*.불암산

나 그리고 19살 청년 14명


 

오늘 산행은 두 곳이다.

우선 한달에 한번씩 19살 청년들과 하는 산행이 있고, 인터넷 동호회(ok sadary)에서 하는 산행이 있다.

첫번째 산행은 19살 청년들과 1달에 한번씩 하는 산행이다.

그들 14명을 나 혼자 리드해 산행하기가 무척 벅차다.

14명중 등산에 취미가 있는 사람은 다섯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그저 소풍 가듯이 따라나선 사람들이다.


 

오전 8시 상계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가니 다 오고 6명이 안왔다

20여분 기다리니 6명이 함께 온다.약속대로 지각비 2000원씩 거뒀다.

이래야 다음에 지각들을 안하지.

불암산 공원이란 글자를 새긴 커다란 화강암 이정표 왼쪽으로 들어서서 산행 시작이다.

오르자마자 질문들이 쏟아진다.

오늘 몇시간 합니까. 

오늘 가는 산이 무슨 산인가요.(아이고 두야 일정표를 복사해서 다 나누어 주었건만) 


 

30여분 오르면 쉬자고 난리들이다.

이들을 데리고 저번에 운악산에 갔을 때 후미를 체력 좋은 사람에게 맡기고 내가 선두에 섰다. 한참 오르니 너무들 처진다.

정상에서 무려 1시간을 기다렸다. 

 

몇 달전에는 북한산을 오르는데 위문에서 인원 점검을 하니 3명이 없어졌다.

이거 야단이다.

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사고라도 났으면 어쩌나.

힘 좋은 사람 밑으로 내려 보내고 나는 연신 전화를 거니 전화가 모두 불통이다.

좀 후에 내려 보낸 사람이 올라 오는데 혼자다.

아무리 뒤져도 없단다. 

큰일 났다.

일단 일행들을 내려 보내려 남은 인원을 점검하는데 밑에서 3명이 어슬렁 거리며 올라온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별안간 라면 생각이 나서 백운산장에서 라면을 사먹었단다.

우이동에서 김밥을 먹었건만,하기야 그 나이에 돌멩이도 소화시키지.

그 날 산행 후 다 모아 놓고 한참 동안 잔소리를 했다.

그래도 이들이 고맙다.  

이들이 올 3월에 한달에 한번씩 산행을 하자고 나하고 약속을 했었다. 

산에 가야 젊은 사람 만나기 참 힘드는데 14명씩이나 간다고 하니 나로선 흐뭇했다.

그리고 빠짐없이 다녔다. 


 

불암산 정상 20여분을 남기고 전망 좋은 넓은 바위에 도착하자 모두 주물러 앉는다.

평소 같으면 엄하게 할텐데 오늘 산행 후 고향 가는 사람이 여럿 있어 애교로 넘기고 정상까지 희망자만 데리고 올라 갔다.


 

내려 오는데 한 친구가 옥수수가 먹고 싶단다.

해서 옥수수 몇 자루 사서 주니 배가 고팠던지 맛있게도 먹는다.

상계역에서 인원 점검 후 그들과 헤어진 후 바로 사다리팀들이 있는곳으로 달려 갔다. 


 

*.어하고개-투바위고개-천보산-투바위고개-어하고개-윗무란마을


 

사다리팀들은 의정부에서 만나 동두천으로 이동 후 국사봉-왕방산-해룡산-천보산-어하고개로 산행코스를 잡았는데 거리가 약 22km이다.

상계역에서 현재 11시 30분이다. 

그 분들은 8시 30분쯤 산행을 시작하였으니 많이들 이동하였을터,나는 거꾸로 어하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중간에 그 분들과 조우한 후 같이 내려온다는 생각으로 전철,버스를 타고 어하고개 입구에서 내렸다.


 

어하고개 정상에서 길 없는 사면을 조금 오르니 능선길이 나타난다.

우선 배가 고파서 가지고 간 떡을 조금 먹고 능선길을 나섰다.

그 능선길이 참 호젓하다. 

오르막 내리막도 별로 없이 널널한 능선이다.

오른쪽으로는 포천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양주군이 보인다.

내고향 포천을 보니 정겹다.


 

30여분 가니 앞에서 두 분이 오시는데 직감적으로 우리 사다리 회원분 같다.

대간거사님과 소백산님이시다.

그 두 분이 선두로 오신 것이다.

반갑게 인사 나누고 두 분과 헤어졌다.

10여분 더 가니 약수터가 있다.

그 바로 위에서 등산객 한 분이 나를 알아보시고 인사하신다.

목소리를 들으니 관악산님이시다. 

이분과는 저번에 연인산을 한번 다녀 온적이 있다.

마음이 넓으신 참 좋은 분이시다.


 

그 분들과 헤어진 후 20여분 가서 메아리님을 비롯하여 서너분을 또 만났다. 

반갑게 악수하고 헤어진 후 좀 가니 투바위고개 정상이다.

이곳에서 또 사다리 회원 세분과 만났다.

신가이버님,바람님,영혼님이시다. 

얘기 몇마디 나눈 후 헤어져 마지막 주자인 토요일님을 만나러 천보산으로 향했다.


 

천보산 정상 다 와서 토요일님을 만났는데 같이 오신 회사 동료분의 무릎이 안좋아서 속도가 많이 느려진다고 한다.

토요일님과 먼저 속도를 내 앞으로 전진한 후 갈림길에서 뒤쳐진 그 분을 한 10여분 기다린다.

이런식으로 서너번하니 시간이 너무 걸리고 그 분 무릎 고통이 심한 것 같다.

그래서 어야고개 바로 전에서 옆으로 빠졌다.(탈출)


 

회원님들 산행 후 사다리팀의 영원한 대장님이신 준치님댁에서 저녁을 하기로 일정이 잡혀있다.

버스 타고 물어 물어 무란마을을 찾아갔다.

전화하니 준치대장님이 손수 나오셔서 반겨 주신다.

우리 대장님이 계속 이렇게 건강하셔야 할텐데...

댁에 도착하니 회원님들의 회식이 거의 파장에 이르렀다.


 

미안한 마음으로 있는데 후미에 오는 분들을 위해서 삼겹살을 남겨 놓으셨단다.

대장님이 따라 주신 양주에 삼겹살을 먹으니 배가 고팠던지라 그 맛이 최상이다.

이 삼겹살은 어느 회원님이 제주도에서 공수해 온 흑돼지 삼겹살을 쾌척하셨다 한다.

고맙게도 여러분과 맛있게 먹었다.

여러 회원님과 주거니 받거니 많이도 마셨다.

슬슬 취해온다.

그 분들과 두 번째 만남인데 몇 년전부터 알고 지낸 듯 만남이 서먹서먹하지 않다.


 

그곳에서 파한 후 의정부에서 2차를 했다.

의정부에서 제일 번화가인 중앙로로 같다.

인자하신 산산산님 부부,언제나 친절하신 메아리님,인상 좋으신 바람님, 토요일님,그리고 닉을 알 수 없는 어느 한 분과 같이 맥주를 했다.

오고 가는 대화내용이 거의 산이 주제다.

산산산님께서 앞으로 40년간 사다리회원으로 남으실 것을 약속하며 일행들과 헤어졌다.

오늘은 여러 회원님을 만난 행복한 날이었다.


 

2. 불암산-수락산-청학리 (홀로)


 

아침 7시에 눈이 떠진다.

오늘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일찍 서둘러 불수사도만 하려고 했다.

전날 즐거운 과음으로 오늘 늦잠을 잤다.

일어나니 머리가 빙빙 돈다. 두통도 조금 있다.

급히 준비하고 상계역에 오니 8시다. 

취기가 덜 깨 걸음걸이가 좀 부자연스럽다.

한걸음 한걸음이 천근 만근이다.

그래도 집에 누워 있는것보다는 훨씬 좋다.


 

산행 시작이다.

숨이 금방 차오른다.한마디로 무지 힘들다.

땀이 비오듯 한다.

땀 흘리면 숙취가 빨리 가신다는 신념하에 죽어라 오른다.

40여분 오르니 이젠 숨이 턱까지 왔다.


 

오르다 전망 좋은 바위를 발견했는데 쉴것이냐 말것이냐 갈등이 온다.

한발 한발 디디면서 어느 순간 발을 디디니 쉬기 좋은 장소다.

에이!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그저 철푸덕 앉는다. 

구름 없으니 앞에 북한산과 도봉산이 장관으로 펼쳐진다.

한마디로 끝내 주는 경치다.

불암산은 전망이 참 좋다.정상에 오르면 동서남북 탁 트인 것이 볼만하다.

한참 앉았다. 힘도 들고 전망도 좋으니 그저 그만이다.

일어 나기 정말 싫다.

오늘 시간도 많겠다 한참 앉았다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사과 한알 껍질 채 먹고 억지로 일어나 오른다.


 

정상 맞은편에 천막이 쳐져있다.

그곳에서 먹을 것을 판다.

벌써 연세 지긋하신 세분이 얼큰해져 막걸리를 드신다.

그곳을 지나쳐 북서쪽으로 자리를 잡아 일단 떡으로 요기하고 수락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수락산으로 가는 동물이동통로를 찾는게 급선무다.

저번에 그 길을 찾다가 알바한 기억이 있어 기억을 더듬으며 조심 조심 간다.

군시설물(방카)이 나오면 일단 오른쪽으로 틀고 ,가다가 큰 바위산과 마주치면 또 오른쪽으로 튼다.

왼쪽 길을 보니 계곡으로 흐르는 것이 직감적으로 아닌 것 같다.

좀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 길은 잘 닦여 있고 오른쪽 길은 좀 희미한 길이다.

왼쪽 길이 그길 같은데 자꾸 오른쪽으로 가고 싶다.

어쩌나 가고 싶은곳으로 가야지.


 

계속 가다보니 길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진다.

이크 알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말이 아니라 되돌아 가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

잘못든 것을 알면서 그냥 죽죽 내려갔다.

이길로 내려가야 덕능고개 가는 길밖에 더 만나랴.

군부대 정문을 만나면 성공이고 아니면 틀린거다.

죽 가니 차가 보인다.

제발 건너편에 정문이 보여라하며 바라본 건너편은 부대 중간쯤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더 내려가 왼쪽 차길을 보니 정문이 약 100미터 떨어진곳에 위치해 있다.

왼쪽으로 좀 이동하니 길이 보이는데 위를 쳐다보니 아까 갈림길에서 잘 닦여진 그길로 왔으면 맞을 것 같다.


 

원형으로 된 쇠구조물을 반갑게 만져보며 동물이동통로를 건넌다.

오른쪽 바로 밑에 군부대 초병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가니 커다란 공터가 나온다.

자세히 보니 국궁터다.주위에 철조망을 쳤는데 그 바로 옆에 과녁이 보이는데 섬찍하다. 

화살이 날아오면 어쩌나.


 

좀 가니 앞에 프린스(자동차)가 지나간다. 웬차? 

그 포장도로가 도선사가는 길이다.왼쪽으로 가면 당고개다.

도로를 가로질러 등로로 다가섰다.이 코스가 많이 험하다.거의 급경사고 반이상이 바위다.

급경사치고 꽤 가파르다.꼭 화악산 오르는 기분이다.

오르면서 한분도 만나질 못했다.안부에 거의 다 와서 두분을 처음 봤다.

아직도 숙취가 남아 있다.

하기야 어제 대간거사님이 맥주에 양주를 타 주셔도 단숨에 마셔댔으니.그뿐인가 다른분들과 주거니 받거니, 흑돼지가 맛 있어서 술도 잘 들어갔다.

뒤돌아보니 내가 왔던 불암산 능선이 죽 내려와 덕능고개에서 꼿히고 수락산이 이어지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쓰러질 것 같은 이 몸을 이끌고 죽어라 죽어라 여기까지 왔으니.

청색시대 장하다 !

청색시대 빛난다 ! ㅎㅎㅎ


 

허기가 진다.

오다 오리지널 떡집에서 사온 쑥인절미가 참 맛난다.

먹으며 마눌 생각이 난다.

우리 마눌 인절미를 참 좋아 하는데.

반 먹고 마눌 줄려고 반 남겼다.(참나! 나 요즘 왜 이렇게 사는지 몰라.)


 

정상에 다가가니 서서히 등산객이 보인다.

정상 임박해서는 인파가 밀려온다.오고 가고 무지하게 많이 오셨다.

길목해서 시아시된 맥주를 마시며 길을 바라보니 흡사 퇴근 시간대의 종로 2가 갔다.

모두들 즐겁다.먹을 것도 많이들 싸오셔서 가족끼리 정답게 드신다.


 

수락산 너머가 처가댁이다.

요즘 배(먹는 배)작업이 한창이라 참 분주하다.

처가는 바쁜데 맏사위가 산에만 다니니.해서 처갓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12시에 참을 먹는다.

참시간에 맞추느라 청학동으로 내려가는길은 뛰어서 갔다.


 

3. 우이동-진달래능선-대동문-대남문-비봉 정상-승가매표소


 

오랜만에 북한산이다.

요즘 도봉산만 주로 다녀 약 한달만인 것 같다.

집이 우이동 방향이라 주로 북한산 북쪽만 다녔다.

오늘은 비봉쪽으로 다녀올 참이다.

작년에 비봉쪽에서 바라 본 북한산이 우이동에서 보는것하고는 사뭇 다르다.

비봉에서 바라보면 북한산의 많은 부분을 볼 수 있고 경치 또한 장관이다.


 

진달래 능선으로 올랐다.

내가 제일 많이 다니던 코스다. 

가는 길이 모두 정겹다.

대동문에 다다르니 오신 분들이 별로 없다.다들 고향에 가셨나보다.

대성문에 가보니 그곳도 쓸쓸하다.

그래도 휴일인데 등산객이 많을줄 알았다.

비봉에 오니 사람들이 쏟아진다.


 

비봉에 올라 진흥왕순수비를 한번 만져보고 급히 구기동으로 내려왔다.

몸이 좀 피곤하다.

집에 와 점심 먹고 지금 산행기를 쓴다.

이젠 게을러져 산행기 쓰기가 힘이 든다.

아 노곤하다.

한숨 자야겠다.


 

  - 산행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