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어지고 새벽에 눈을 뜨니 하얀 눈으로 덮힌 세상이 눈부시다. 일찍감치 출근을 서둘러 업무지시를 남기고 일과에 차질이 없는 지 확인을 하는 동안 이미 마음은 눈 덮힌 산으로 향하고 있다. 계획에 없던 산행일정인지라 아무래도 오전에 시간을 빼내긴 쉽지 않다. 오전업무를 마감하고 점심을 핑계로 식사시간이 길어질테니 찾지말라는 말을 남기고 급하게 길을 나선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눈인지라 눈이 날리고 있는 지금을 놓치면 이 눈을 즐길 틈이 없을 듯 싶었다.
효자원에 닿어니 일행들은 이미 산행을 시작해 주계곡을 오르고 있다고 한다. 입산을 통제하더라는 발걸음을 되돌린 산객의 목소리를 애써 흘려버리고 일행의 뒤를 부지런히 따라 합류하고 보니 휴대폰이 없어진걸 발견한다. 이런, 일상의 시간을 무리하게 운용한 그 책임을 묻는 듯해서 휴대폰을 찾아 되돌린 발걸음에 힘이 쏘옥 빠져든다. 사람이 아름답다라는 것을 자주 자연에서 느껴듯 산을 오르는 산객의 한명이 덤덤하게 휴대폰을 발견했다며 건네준다. 예상보다 쉬이 찾아든 휴대폰으로 하여 다시 발걸음을 돌려 산으로 향한다.
아름답다.
어디일까.. 벌써 오후 두시를 훌쩍 넘겨버렸는데, 그 어느 등산로에 누구의 발자욱도 찍히지 않은 순백함이 남겨져 있을까 락산님과 얘기를 주고 받다가 주등산로를 피해 노적봉으로 오르면 가능하리라는 판단을 하였고 조금의 틀림도 없었다.
누구도 지나간 흔적 없는 순백으로 덮힌 등산로, 일행의 한명한명이 선두에 나서서 꿈길처럼 부드러운 그 길을, 솜사탕처럼 달콤한 그 길을, 고요에 묻혀 자신의 내면이 그대로 담겨질 것 같은 그 길을, 그 길에 자신들의 발자욱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