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개요)

  1 상행 월일 : 2004. 10. 11 - 12 (1박 2일)

  2 산행 코스 : 오색 - 대청봉 - 봉정암 (1박) - 수렴동 계곡 - 백담사

  3 구간별 소요 시간

        오색 - 대청봉 (5.0 Km)                 4시간 10분

        대청봉 - 봉정암 (2.3 Km)              50분

        봉정암 - 백담사 (10.6 Km)            4시간 30분

         ( 총 산행 시간 ( 17.9 Km)             9시간 30분 )

   4 산행 수단 : 대구 X X 산악회 안내

  

(산행기)

정년 퇴직후에야 산행다운 산행을 시작했다.

주로 안내산악회를 통해서 산행을 했다.

설악산은 관광차 여러 차례 찾았지만 대청봉까지는 오르지 못하였다.

  

올해 내 나이 칠순이라 한 살이라도 더 먹기전에 대청봉 한 번 오르는것이 내 소원이었다.

그러나 산악회에서는 주로 무박2일로 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마침 이번에는 대청봉까지 최단 코스인 오색에서 출발, 봉정암에서 1박하고 백담사로

내려오는 1박 2일 일정이 있기에 용기를 내게 되었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 산행경험이 많은 손아래 동서를 졸라 동행하기로 했다.

  

10월 11일 월요일 새벽 6시 10분, 동아쇼핑 앞에서 버스에 올라 치악산휴게소에서

잠깐 쉬고 홍천 나들목에서 빠저 나왔다.

홍천이 잣 생산지로 유명한 곳 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이란 산은 

온통 잣나무 뿐인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듯 시원하게 뚤린 4차선 도로로 인제와 원통을 지난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다 하는 바로 그 곳이다.

나에게는 남 다른 감회를 느끼게 하는  곳, 일년 반 동안 군생활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인제에는 사단본부가, 원통에는 연대본부가 있었다.

벌써 47년이 흘렀건만 그 때 일이 생생하게 내 머리에 스쳐 갔다.

  

한계령을 넘어 오색매표소에 도착하니 12시 정각, 거의 6시간 소요된 셈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너무 상쾌한 날씨다.

어찌나 등산객이 많은지 사람 구경하러 여기까지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평일이라 사람이 적은 편 이라한다.

등산지도상에는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소요시간이 4시간으로 나와 있었다.

천천히 자주 쉬면서 오르면 5시간이면 충분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대청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대개 산행을 시작 할 적에 가파르고 힘드는 산이 많은데 이곳 역시 예외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1휴식소까지가 힘들었고 그 다음부터는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계획대로 설악폭포 (오색과 대청봉의 중간지점)에서 준비해 온 점심을 먹었다.

  

제2휴식소를 지나 정상에 가까워지고 평평한 능선을 밟으면서 나는 오히려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내 시야에 펄처지는 풍경에 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천하 제일의 조경사가 인위적으로 꾸며 놓은것 같은 거대한 정원 속에 

내가 서 있었다.

수줍은 듯, 옹기종기 앉아있는 관목들,

하늘에 닿을 듯, 짙푸른 키다리 교목들,

세월에 불타 재빛으로  장대같이 서 있는 고목들,

게다가 적당한 괴석들이 군데 군데 조화롭게 배치된  운치있는 정원이었다.

나무 하나 하나가 분재요, 돌 바위 하나 하나가 수석이구나 !

누가 오색에서 대청봉까지는 볼만한 것이 없다 하였는가?

어디에서도 이런 정취와 감흥을 느끼지 못하리라.

  

정상 바로 아래  어울리지 않는 흉물스런 콩크리트 축조물이 보였다.

군에서 만든 도치카 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옛날 대청봉대피소로

지금은 폐쇄된 것이라 한다.

  

마침내 정상에 오르니 동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10분이다.

이렇게 빨리 올라 왔다니 내 자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차례를 기다려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곧 바로 봉정암으로 향했다.

  

중청봉대피소와 소청봉산장을 지나 내려 오는 도중에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여든은 훨씬 넘어 보이는 일본인 관광객이 가이드의 부축을 받으며 대청봉을 향해

오르고 있지 않는가.

칠순에 대청봉 등정을 걱정했던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내려 오면서 바라보니 저 멀리 거대한 기암 절벽 아래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면이 보였다.

저기가 봉정암 사리탑이구나 하고 단번에 알 수가 있었다.

암자 뒤에 병풍처럼 둘러 쌓인 거대한 바위들이 20여년전 아내가 찍어온 사진에서

눈에 익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 목표는 대청봉이기도 하지만 봉정암이기도 하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통도사 금강계단, 오대산 상원사 중대,

영월 사자산 법흥사,정선 함백산 정암사 그리고 봉정암) 중에 네곳은 일찍이 참배를

하였지만 오직 봉정암만은 참배의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자라면 누구나 살아 생전에 한번 쯤은 꼭 참배하고 싶어하는 성지이다.

  

봉정암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마침 저녁 공양시간 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줄을 서서 걸어가면서 공양을 마첬다.

옛날 군에 입대 할 적에 강경수용소에서 식사하던 생각이 떠 올랐다.

배정받은 처사동 방에 가보니 쭈그리고 앉으면 다행이다.

그래도 여자들 보다는 낫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쭈그리고 앉아서 코를 고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덕분(?)에 동서와 같이 사리탑에 가서 기도를 하였으니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10월 12일 화요일 새벽 6시에 어렵게 아침 공양을 하고 암자에서 주는 주먹밥

한등이를 받아 6시 30분에 백담사를 향하여 출발했다.

사자바위에서 봉정골 입구까지는 아주 가파르고 미끄러운 내리막이라 매우 힘들었다.

그 다음은 위험한 바위길이 있어도 내려가는 길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수렴동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백담사로 내려가는 코스 중 경관이 제일 못하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너무나 흡족했다.

마침 단풍 절정기라 기암 절벽에 어우러진 단풍절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중간 중간 크고 작은 폭포와 짙푸른 용소는 계곡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특히 조망대에서 바라보는 쌍룡폭포의 장관이 제일 좋았다.

  

  

수렴동대피소를 지나 계곡따라 내려 오다가 피로도 풀 겸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얼음 보다도 더 차가웠다.

백담사에 가까워지면서 사진에서 많이 보아 온 백담계곡이 이어진다.

오랜 세월 씻기고 씻겨 새하얗게 변색된 많은 암석들이 올망졸망 계곡 바닥에

박혀있는 광경은 이 계곡의 특색이다.

  

백담사에 도착하니 정각 11시, 그 긴 골짜기를 4시간 반만에 내려 왔으니 믿기질 않았다.

백담사 바로 앞 넓은 계곡에는 관광객들이 쌓아 올린 수많은 돌탑들이 정겨워 보였다.

산사에는 조금은 커 보이는 수심교 다리를 건너 백담사로 들어갔다.

어쩐지 천년고찰 이라기보다는 기념공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월당 김시습의 얼과 만해 한용운의 민족정신이 깃들고 있는 곳이다.

만해기념관 앞뜰에는 시비와 흉상이 나란히 서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거처했던 작은 방 앞에는 관광객들이 유품과 사진을 보려고

붐비고 있었다.

  

백담사에서 용대리 주차장까지는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걸어가면 한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꾸불 꾸불 내려가는 길은 상하행 버스가 중간 대피소에서 교행하는 위험한 길이었다.

주차장에서 하산주 몇 잔 하고 버스에 오르니 집 떠난지 처음으로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오후 2시 반에 출발하여 대구에 도착하니 7시, 갈 때 보다는 시간이 덜 걸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