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락산, 두악산 (단양).........................이런 날만 있게 하소서!

  


 

날짜: 2004/11/14(일)

동행: 나홀로

날씨: 흐린후...맑음

산행경로  

 

♠도락산 ........상선암-제봉(818)-형봉(835)-신선봉(915)-도락산(964)-채운봉(864)-검봉(825)-상선암  

♠두악산 ........단양 단성지서-두악산(732)-710-725-715-720-뒷들재-안마을-대잠교 
 

산행거리:?

산행시간 ( 7시 30분~16시 30분,  총 9시간  , 휴식 및  차 이동 17분 포함)


 

0530 집출발

0735 상선암도착(중앙고속도로 단양 IC 이용)

0900 제봉

1000 도락산 (964m)

1240 상선암

1300 차량이동 (가산초교 지나 575번 국도이용)

1317 단성면사무소 사거리

1425 두악산 (732m)

1510 720봉

1540 뒷들재

1630 대잠교

1700 단성면사무소 사거리

2010 집도착

 

↗ 도락산 개념도

 

↗ 두악산 개념도


 

↗ 채운봉 가는길에서 본 형봉과 신선봉

  


 

  

↗ 두악산 정상에서 본 충주호......................... 오른쪽 웅장한 말목봉


 


 

1. 따로국밥 산행으로 결정


 

오늘의 행선지는 최근 산행기가 올라온 단양의 도락산인데 도락산 주변에 갈만한 산들이 꽤 눈에 띄인다. 도락산은 황정산(959)을 거쳐 성산봉 수리봉(1019) 선미봉으로 달려가고 도락산의 한쪽은 피티재를 건너 덕절산(780)과 두악산(732)으로 연결되어 충주호로 고개를 숙인다. 황정산 쪽으로 가는 길을 알아보니 빗재를 넘어야하는데 지도에 등로가 나와 있지 않은 걸로 봐서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고 피티재를 넘어 덕절산에서 두악산으로 가는 길은 썩어도 준치님의 산행기를 참조할 때 희미한 등로를 가시덤불을 헤치고 가야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또 한가지 중요한 문제인 일요일 단체 산행객들을 피해야 하므로 요리조리 머리를 굴리다 결국 도락산 두악산을 각각 오르는 “따로국밥” 산행으로 결론을 내린다.

 

↗ 도락산 오름길에서 본 남서쪽

 


 

2. 개점 휴업상태의 조용한 상선암 들머리


 

중부-영동-중앙고속도로를 차례로 타서 단양-IC로 들어가 사인암 가산교를 지나 상선암에 도착하니 거의 개점 휴업상태인 듯 조용하다. 도락산이 이렇게 조용한 산인가? 아니면 내가 너무 이른 시각에 도착했나? 아침 7시 30분 배낭을 차에서 꺼내 출발하는데 부부 인 듯한 커플이 내앞에 나타나 가볍게 인사를 하니 인천에서 왔단다. 청파님 운해님 계신 곳에서 오셨군....

 

↗ 처음부터 가파른 암릉

 


 

3. 처음부터 가파른 오름길


 

도락산은 처음부터 각오는 했지만 가파르게 오른다. 안부라는 평탄한 곳이 없는 산 같다. 연속되는 가파른 계단과 암릉....약간 흐린 날씨속에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지 정북쪽으로 덕절산과 두악산의 봉우리가 봉긋이 고개를 들고 있으며 북서쪽으로는 사봉 제비봉 말목산 금수산등이 아스라이 운해위에 떠있다. 사람들도 없는 호젓한 산길을 오르며 온전히 도락산을 느낀다. 우측으로는 도락산의 걸상한 봉우리들이 칼날처럼 도열해 나를 반긴다. 잠시의 안부를 지나 다시 오르니 제봉이다.  

 

 

↗ 안개속 오름길

 

↗ 오름길에 본 도락산

 

↗ 살짝 고개를 내민 덕절산 두악산 방향

 

↗ 안개가 걷히려나?

 

↗ 형봉 가는길에 본 암릉 줄기


 

4. 정상 가는 길


 

이제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형봉인가? 아니면 신선봉인가? 오르면서 제봉쪽을 다시보니 덕절산과 두악산의 연결능선이 공룡등짝처럼 구비구비 오르락 내리락 보이고.......오늘 저기를 갈수 있으려나? 나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쩝...가파른 경사의 봉우리를 두어개 넘으니 도락산 정상에 이른다.

 

 

↗ 바로 앞에 보이는 덕절산 두악산 능선

 


 

↗ 덕절산-두악산 연결의 작은 공룡


 

5. 조촐한 정상


 

도락산 정상에는 처음 들머리에서 만난 인천부부내외가 사과를 먹고 있고 나에게 사과를 권하지만 배낭에 비워야할 과일이 많이 있다고 하면서 정중히 사양한다. 정상은 오름길에서 본 아름다움에 비해 좀 초라한 모습........동쪽으로의 황정산 조망도 그리 훌륭하지는 않다. 황정산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보지만 위험한 험로이므로 갈수 없다는 경고판이 덩그렁 가로막고 있다.

 

 

↗ 조촐한 정상

 

↗ 걸상한 암릉


 

6. 안분지족


 

깔개를 깔고 앉아 따뜻한 커피한잔과 계란 두개를 까 먹는다. 사람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나혼자 이 단양의 도락산 정상에서 파란 하늘아래 앉아 있으니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베개하고 누웠으니 사내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다”라는 옛사람의 말이 맞음을 안다.

 

 

↗ 채운봉과 검봉

 


 

7. 신선봉에서 채운봉 구간은 도락산의 압권


 

한 20분 정도 쉬고 신선봉에 올라 채운봉으로 향하는데............... 철밧줄을 잡고 가파른 오르내림속에 좌우를 둘러보니 좌우 천애길로 사추리가 떨리며 등골이 서늘하다. 그 누가 그랬던가? 도락산에서는 신선봉과 채운봉사이의 풍광이 압권이라고.....참 대단한 산이란 생각이 든다. 이정도면 오르내리는 즐거움(락)속에서 도를 깨칠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끼워 맞추기식 도락산이 형성되고.....채운봉에서 검봉가는 내리막 계단길도 좌우가 아찔하다. 이정도면 내려가는것보다 올라가는 것이 더 짜릿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원래 롤러코스터 근처도 못가는 나에게는 높은 난도의 산행임에 틀림없다.

 

 

↗ 내려가는게 무서울까? ......아니면 올라가는게 더 무서울까?

 

↗ 채운봉 올라가는 구비구비 가파른 철계단

 

↗ 자개비늘처럼 반짝이는 도락산 암릉

 

 

8. 이제야 비로소 시장기를 느끼다.


 

검봉을 지나 내려오는 길에서본 도락산은 측면 암릉이 빛을 받아 비늘처럼 빛나며 자개같은 빛깔을 띤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큰선바위와 작은 선바위를 바라보는 사이 어느새 아침에 출발했던 상선암에 도착한다. 이미 단체산행객들이 올라갔는지 길가에 버스가 빼곡히 도열해 있고.................이 많은 인파를 피해 먼저 올라갔다 내려왔다는 뿌듯함이 밀려오며 입을 다물수 없는 풍광때문에 잊어버렸던 시장기가 서서히 고개를 든다.

 

 


↗ 큰 선바위


  

↗ 하산길에 본 걸상한 도락산 실루엣

 

 

9. 잘 늙는 것은 너그러워지는 것 ......


 

상선암 아래 어느 식당이었나? 배낭에 넣어간 컵라면은 그대로 두고 라면을 주문했는데 아주머니의 얼굴이 참 맑고 부드럽다. 잘 늙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 곧 너그러워 지는 것이라고 했던가?............너그러운 얼굴.......그 자체라고 생각하며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라면을 비우고 마눌이 싸준 밥도 국물에 말아 헤치운다. ...얼마나 달던지......

 

 

↗ 라면은 역시 양은냄비에 먹어야.....


 

10. 이제는 다시 어디로 가나?


 

새벽에 서리를 만들었던 기온은 이미 햇볕으로 훈훈해져 있고 파란 하늘아래 멋지게 보이는 도락산을 힐끗 올려다보고 차로 향하는 발길은 너무 가볍다. 이제는 어디로 갈까? 시간은 한시가 넘었고..............가산교에 차를 세우고 문종수 선배님과 부산 새한솔 산악회 이두영회장님께서 올리신 산행기대로 덕절산을 넘어 두악산으로 갈까? 날이 어두워져 중간에 탈출할 것과 차량회수 문제를 고려하니 두악산을 먼저 오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가산초등학교를 지나 단양의 단성 면사무소 사거리에 차를 세우고 두악산으로 향한다.

 

 


↗ 17분 차를 몰고 두악산 들머리에 도착 ...............단성면사무소 4거리에 주차

 

 

11. 필수요식행위....알바


 

잘나있는 길을 마다하고 노란 리본이 있는 길로 올라가는데 가파른 사면에 길이 끊기고 가시덤불이 앞을 가로막는다. 어휴~ 잘 모르면 표지기를 달지 말것이쥐~잉......쩝.......다시 내려갈수도 없고....무조건 날등을 오르는데.....웬 가시나무들은 그리도 많은지.......어슴프레 보이는 능선을 향하여 얼마나 비지땀을 흘리며 올랐을까? 겨우 희미한 길이 나와 10여분을 걸어가니 잘 닦여진 정상 등로와 만난다......하여간 일처리가 매끄럽지 않단 말이야.....

 

 

  

↗ 시원하게 곧게 뻗은 나무로 둘러 싸인 두악산 들머리

 

 

12. 아름다운 두악산 오름길


 

곧고 길게 뻗은 소나무들이 뿌려놓은 솔잎을 양탄자같이 밟으며 오르는 두악산 길은 참으로 아름답고 포근하다. 도락산의 작은 공룡과 비교하면 매우 부드러운 육산이라고나할까? 하지만 이런 느낌도 잠시 정상 300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오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끝없는 계단의 출현.................

 

 

↗ 호젓한 산책길


 

13. 항아리 있는 가짜정상이 공사중?


 

안부를 지나 두악산정상에 도달하여 선답자들이 말하는 4개의 소금 항아리를 보려는데 웬? 공사판 소음이 난다. 거기 계신분들게 물어보니 단양에서 정상단장을 하는것이라나? 나무로 전망대를 짤 모양인데........................이곳은 상상봉이란 이름으로 정상이 아니라는 설이 있던데.......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덕절산쪽으로 발길을 향한다.

 

↗ 공사중인 항아리 정상


 

14. 한국의 산하!


 

한 50m쯤가니 다른 봉우리가 나타나는데 여기는 오석의 정상석이 있다. 탁 트인 전망...........충주호를 가운데 두고 좌측의 제비봉과 우측의 말목산이 장엄하게 서있고 오른쪽 멀리 금수산이 1000m가 넘는 높이를 자랑하고 있다. 남쪽 방향으로는 덕절산까지의 능선길이 구비구비 펼쳐져있고 덕절산너머에는 좌측 황정산이 보이고 그 우측에는 아침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올랐던 도락산이 톱니 형상으로 다가온다. 너무 아름다운 조국의 산하!..............영원히 이곳을 떠나지 못하리.......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 충주호 왼쪽 제비봉....오른쪽 말목봉.....오른쪽 멀리 뾰족-뭉뚝  솟은 금수산


 

↗ 두악산 정상에서 본 산하


  

↗ 덕절산까지의 능선길

 

 

15. 너무도 호젓한 청정지역


 

덕절산방향으로 나있는 나지막한 봉우리를 서너개 넘으니 뒷들재로 가는 내림길이 나오는데 낙엽으로 등로가 덮여있고 가만 서있어도 줄줄 밑으로 미끄러질 정도로 가파르다. 해가 나지막히 깔려있어 시간이 없음을 안 나는 덕절산 오르는 것을 쉽게 포기하고 대잠교쪽으로 방향을 튼다. 두악산은 그야말로 사람의 때가 타지 않은 청정지역....두악산에서 처음부터 한사람의 산행객도 만나지 않았으니.........너무도 호젓한 소나무와 낙엽송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 이길을 나혼자....

 

↗ 하늘을 보니
 

 

16. 기원


 

대잠교에 도착한 나는 20분간 기다리다 고마운 아저씨차를 얻어 타고 들머리인 단성지소쪽으로 향하는데........아저씨 왈 “혼자서 그렇게 다니면 쓸쓸하거나 위험하지 않은감~?”...............자주 듣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이 말만 5번째 듣는다.....들을 때 마다 마땅한 답변이 없음을 느끼며 빙그레 웃는다......감사의 인사를 하고 단성 면사무소 앞에 내려 석양이 지는 충주호를 바라본다. 너무도 행복하게 걸었던 짧고도 긴 하루........이런 날만 있게 하소서.....

 


 

↗ 석양의 단성읍


 

↗ 두악산 들머리에 다시 와서..........이런 날만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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