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설악산(1707.9m)

2. 산행코스 : 오색매표소-대청봉-중청-소청산장(1박)-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

                   비선대-소공원

3. 산행일자 : 2005. 11. 12 ~ 13 (1박 2일)

 

 

 

갑자기 변경된 산행

이번 토요일에는 광덕산에서 박달봉을 가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토요일에는 아무래도 일을 나가야 할것 같다.

그러나 금요일 마지막날 거래처에서 Project가 변경되어

잘된일인지? 잘못된 일인지? 산을 갈 수 있었다.

그래 이참에 설악을 가는거다.

단풍때 가보려 했으나 인파문제로 포기하고 오늘에야 가보는거다.

한적한 설악에서 올 한해를 마무리 하고 허무한 마음 다 묻어두고 오는거야....

 

 

마음을 비우니 오색의 된비알이 가볍기만 하고-

새벽 6시 30분에 동서울터미널에서 차를 타고 오색에서 9시 30분에 도착한다.

차는 나와 한팀을 차가운 아스팔트길에 덩그러니 내려두고 양양행 버스는 출발한다.

여름에는 왁자지껄하던 곳이 어쩌면 이렇게 썰렁할까?

차가운 기온에 홀로 산을 오르니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지고

3시간 25분 후 대청에 도착한다.

대청에 올라보니 나를 포함 20여명의 산님들이 사진찍기에 바쁘고

모두가 즐거운 모습들이다.

멀리 동쪽으로는 미시령에서 울산바위 동해로 이어지고 앞으로는 공룡능선과

남쪽으로는 점봉산의 백두대간줄기가 힘차게 이어지고 그 뒤로도 무수한 산들이 이어진다.

천불동은 마치 전쟁터에서 앞에 맞붙은 적군들이 나를 위협하듯 기세 등등하고

그 파노라마에 나 또한 가슴이 확 트이고 마음이 들뜨는것이 나 혼자 느끼기가 너무 아깝다.

올때는 홀로오고 여러가지 아쉬움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정작 와보니

이 광경을 함께 하고픈 사람들이 그립구나 ......

 

 

 

사진은 클릭하시면 선명한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동해바다까지 시원한 조망 수평선까지 보인다

 

 

 

대청에서 바라본 천불동계곡

 

 

 

소청의 일몰을 찾아서-

공룡능선을 가려면 희운각에서 1박을 하는것이 좋겠지만

난 소청산장의 일몰광경을 익히 들은바 소청의 일몰을 보려고 소청산장으로 떠난다.

중청에서는 50여명 정도의 산님등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난 때늦은 점심을 라면으로 해결하고 소청산장으로 널널히 걸어간다.

소청 내려가는 길에서의 서북능선과 그 뒤로 백두대간의 준령들이 정말 아름다워

소청산장에서의 일몰이 잔뜩 기대가 된다.

소청산장이 점점 가까워 지면서 서북능선이 가려지고 백두대간의 준령들도

조금씩 감춰져진다.

아!! 소청산장에서의 일몰이 멎지다는건 소청산장 앞이 아니라

소청에서의  일몰을 말한다는것을 깨닫는다.

일단 소청산장에 도착해 예약 후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하고 일몰에 맞춰 소청을 다시 오른다.

일몰의 광경이 벌써부터 남서쪽 하늘을 일자로 벌겋게 물들이고 나를 흥분 시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해는 구름에 가려지고 소청을 오르는 도중에도 해는 영영 구름에 가려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나를 외면 한다.. 이런!!  한장이라도 미리 찍어둘것을.........

계속 기다리니 해는 완전 넘어가고 어둠이 금새 밀려온다.

산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뒤를 돌아보니 해 대신 멎진 달님이 나를 위로한다.

이것도 멎지구나.

 

 

중청을 내려서며 점봉산의 줄기와 뒤로 하염없이 이어지는 산의 바다

 

 

 

 

소청산장 가기전 중청을 내려서며 바라본 남서쪽의 서북능선, 안산과 준령들

 

 

 

소청산장에서 촬영한 달님 나무가지들이 달님을 받드니 더욱더 멎지다.

 

 

 

용아의 파노라마 굽이굽이 백담사 까지 이어지는 깊은 골짜기.....

 

용아에서 백담사로 이어지는 깊고깊은 능선과 계곡

 

 

 

소청산장에서 만난 산님들

추운 소청의 침마루에서 하늘의 달과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무수한 별을 구경하니

오랜만에 감상에 젖어본다.

7시반 이후 산장에 들어서니 좁은 산장안에서 산님들은 버너를 키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좁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버너를 키고 밥을 한다.

맛들어지는 깊은 밥냄새가 여기저기 진동하고 내 밥도 거의 완성단계 ^^**

나 홀로 반찬은 신김치 하나 허우적 거리며 먹는 모습이 안되보였는지

옆의 대학생들이 돼지고기를 듬뿍 구어 주워 상추에 포식까지 한다.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런것 같다. ^^**

석식을 마치고  한 산님과 매실주를 먹고 산이야기를 하며 시간 가느줄 모르고

대학생들은 뭐가 그리 피곤한지 밥먹고 바로 잠에 떨어지고 소등을 한 후에도

옆의 젊은 남녀들은  언제 부터 친해졌는지 다음 약속까지하며 즐거워 한다. ^^**

잠이나 자자   (- . -)

 

 

새벽에 일어났지만 일출은 포기하고

새벽 5시에 반에 일어난다. 일출을 보기위함이 아니다.

또한 일출도 기대하기 쉬운 날씨가 아니다.

어제밤에는 하늘의 별들이 나를 향해 쏟아질 것 같더니 서서히 여명이 오면서

칧흙같은 어둠에 가려지고 안개구름만이 온통 산을 뒤덮는다.

기온은 내려가고 바람은 거세게 부는것이 비라도 올것 같아

산장에 다시 들어가 일찍 아침을 해결하고 희운각으로 출발한다.

 

 

갈등은 시작되고...

희운각에 도착하니 9시 30분.

식수를 준비하고 떠나려는데 사람들은 희운각에서 거의 움직이질 않는다.

공룡은 처음이고 밤사이 기온이 뚝 떨어지고 하늘은 잔뜩흐려 비가 올것 같은데 어떡한다?

한 그룹이 출발하기에 같이 따라가니 무너미고개 갈림길에서 무정하게도

천불동으로 내려간다.

이상하게도 허벅지 안쪽의 근육도 땡기는것도 그렇고 비까지 오기 시작한다.

갈림길에 머뭇거리다. 언제 다시 오려나 겨울철에는 더욱더 힘들것이고

어차피 내가 결심한것 혼자라면 비가오면 기온이 떨어지고 추우면 어떠랴 출발이다.

 

 

진눈깨비에 비바람도 불지만 서광을 보기위해

초입의 된비알을 힘겹게 오르고 서서히 공룡의 자태가 아즈러히 보인다.

반대편에서 오는 산님들도 만나고 이제 부터 안도감도 놓이고 자신이 생긴다.

사람들이 없는 공룡이 오히려 너무나 좋은게 구름은 없으나 어두운 공룡의 봉우리들은

마치 중세 성벽의 요새와 같은것이 여기저기 둘러본다.

공룡이 멎지긴 정말 멎지구나!

수 많은 봉우리들 다른 산에 있었다면 틀림없는 명물의 봉우리였겟지만

설악에 그것도 공룡의 한가운데에 있으니 이름도 없구나.

그 하나하나의 이름 모를 봉우리가 공룡을 만들나니 

모든 자연도 인간의 인생과 비슷한 점이 많으니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어느덧 1275봉에 도착하니 희운각출발 후 1시간 40분 의외로 빠른 거리다.

마등령 오세암 갈림길까지 4시간 잡았는데....

 

 

 

신선대를 지나 공룡의 수많은 봉우리들

 

 

1275봉을 중심으로 굽이굽이 공룡의 등뼈들이 나를 반기기 시작하며

 

 

 

나한봉이 가까워 오면서 고개 안부에 도착하니 한팀이 식사를 하고 잇다.

나도 그자리에서 식사를 해결하려고 주섬주서 빵을 꺼내 쨈을 바르고

귤과 함께 먹는다. 그팀은 라면을 끓여먹고 잇으며 나한테 라면을 권한다.

어제도 라면을 많이 먹어 고맙지만 사양을 한다.

행선지를 물으니 소공원이라 한다. 오늘 같은 방향의 산님은 처음이다.

몇시에 희운각에서 출발햇냐고 물으니 아침 8시라고 한다.

우와~~ 정말 마음껏 즐기면서 공룡을 보는구나.

나도 내년에 오면 희운각에서 1박을 하고 충분히 감상을 하여야 겟다.

다시 마등령을 향하여 출발이다.

의외로 마등령이 가까와 져서인지 걸음이 느려지고 점심도 해결하고 공룡의 서쪽으로

멎진 모습의 용아능선이 보는데 시간을 지체하고 나한봉과 마등령의 된비알을

오르고 내리니 공룡과 오세암 갈림길 까지 딱 4시간이 걸린다.

역시 산님들의 시간이 분명함을 깨우친다.

(희운각-마등령 오세암갈림길까지 초보자는 5시간, 경험자는 4시간) 

 

 

중세시대의 성같은 모습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공룡의 봉우리들

 

 

 

용아와 서북능의 실루엣

 

 

 

어릴적 부모님과 같이한 비선대가 날 반기며...

마등령능선을 타니 미시령으로 이어지는 특유의 너덜 구간이 조금씩 나타난다.

어느 누가 그랬던가? 너덜길이 길게 이어지는것도 남다른 미개척지의 맛이 있다고-

마등령의 대표적인 세존봉이 왼쪽으로 점점 숨어들어가며 우측으로는 지나온

공룡의 모습들이 지나온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것도 잠시 된비알 내림길이니 딴 생각하거나 한눈 팔면 큰일이다.

이상하게도 앞으로 쾅 내몸이 떨어지고 손으로 앞을 집지만 내 몸무게를

손의 힘은 이길 수 없고 내 이마에는 넓적한 돌덩이가 부딪친다.

어이쿠!!   비명이 절로 나온다.

꼭 피가 나올것 같아 이마를 아무리 짚어보나 피는 흐르지 않는다.

많이 아프나 다행히 돌이 널적하여 상처는 없었다.

추운 겨울날 홀로공룡을 종주하다가 이런일이 일어난다면 큰일다 싶다.

마등령의 내림길은 소공원에서 공룡을 종주하는 산님들에게 힘이 무척 들것 같다.

저 아래 드디어 비선대앞의 천불동게곡이 보이는것이 나를 반긴다.

무려 28년전 부모님과 같이와 발을 담그던 비선대 앞 그 장소

물은 여전히 맑고 모든것이 그대로 이구나 다른것은 계절이 다를뿐-

다리를 내려서 추운 이 날씨에 족탕과 함께 몸을 반쯤 담그니 30초를 못견딘다.

너무너무 좋다.

 

 

어느덧 어두워지는 소공원에서 멎드러진 막걸리 한잔-

비선대에서 옛생각과 휴식을 취하고 소공원 가는길 음식점에서 막걸리와 전을 시켜놓고

소공원의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며 한입에 마시니 정말 꿀맛이었다.

1박 2일의 멎지고 즐겁고 보람있는 산행을 하니 초행의 공룡을 안전하게 인도해주신

설악의 산신령님께 마음속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