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25 목 오후 4:08 - 7:45

 

나홀로 산행

 

날씨 : 맑음

 

산행코스 : 팔당리-예봉산-직녀봉-예빈산-승원봉-천주교공동묘지

 

목요일 산행하는 날이다.

누굴 만나서 점심을 먹으면서 이것저것을 의논도 하고 하다 보니 벌써 세시반이 되었다.

이제라도 산에 갈까 그냥 집에 갈까 하다가 가까운 산에 어디라도 가자 하고 맘을 먹고 그러면 북한산이나 도봉산? 갑자기 팔당쪽이 생각이 나서 예봉산에 가자 맘을 먹고 차를 몰고 팔당리에 차를 대고 준비를 하여 예봉산입구에 도착을 하니 시간이 네시 팔분이다.

예봉산은 작년 철쭉 필 때 집사람이랑 함께 팔당리에서 이번 같이 시작하여 예봉산에 올라서 적갑산-새우젓고개-운길산-수종사 이 코스로 종주를 하였던 경험이 있는 산이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예봉산에서 운길산 반대쪽인 예빈산으로 하여 하산을 하면 시간이 될 것 같아 그렇게 코스를 잡았다.

 

아래 사진들은 제 블로그에 가셔야 보실 수 있습니다.

방문하셔서 감상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http://blog.daum.net/syuanatomy/4320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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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리 예봉산 입구 마을을 지나서 예봉산을 바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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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봉산 입구에 있는 예봉산-운길산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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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초입의 시원한 소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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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초입의 팻말... 예봉산 2.14키로)

 

완연한 봄이라서 날도 이젠 꽤 덥다고 느껴진다. 열심히 땀을 흘리면서 계속되는 오르막을 오르는데 가물어서 그런지 땅이 푸석푸석 하고 먼지도 풀풀 날리고... 제발 좀 비가 한번 신나게 내렸으면 하는 맘이 간절하다.

중간에 전망이 좋은 쉼터가 있어 잠깐 쉬면서 사진도 찍고 내려다 보이는 그림같은 팔당대교를 감상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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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대교가 잘 내려다 보이는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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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의 검단산, 용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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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비된 오르막 등산로)

 

계속된 잘 정비된 오르막을 올라서 예봉산에 도착을 하니 다섯시 십육분...

사방을 조망을 하는데 날이 좀 흐리긴 하지만 그래도 멀리 지난주에 다녀온 화야산-고동산도 보이고 호명산도 보이고... 용문산, 백운봉도 보이고. 양수리와 팔당호의 그림같은 풍경에도 취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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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년만에 다시 올라온 예봉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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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있는 등산 안내도..오늘 하산 코스를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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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봉산에서 바라본 종주능선과 운길산.. 멀리 희미하게 지난주에 다녀온 화야산과 고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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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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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을 할 예빈산쪽 능선 길...)

 

예빈산쪽으로 향하다가 형과 전화를 길게 하는 바람에 시간이 좀 지체가 되는구나.

예봉산에서 내려와서 율리봉으로 오르면서 예봉산쪽을 바라 보니 벌써 해가 예봉산에 걸릴락 말락 할 정도로 시간이 지났구나. 워낙 늦게 산행을 시작했고 전화 하느라 삼십분 정도 소요를 했으니 어쩔 수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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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봉을 오르면서 바라본 예봉산... 벌써 해가 산능선에 걸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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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봉 정상)

 

서둘러 올라 율리봉을 지나서 다시 내리막을 내려 오면서 보니 양수리가 아주 멋지게 보여서 사진을 또 찍고 내려오니 율리고개에 도착하고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시간은 여섯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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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봉에서 조금 내려오니 전망 좋은 곳에서 보이는 멋진 양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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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봉을 바라 보니 가파를 오르막이 보이고 ㅠㅠ)

 

처음 가는 코스였고 지도도 안 가지고 와서 하산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이 안 되니 맘이 조급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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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 고개에 있는 이정표..)

 

열심히 오르막을 올라서 직녀봉으로 향하는데 서쪽을 보니 직녀봉에 오르기 전에 이미 해가 질 것 같아서 석양을 또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어서 사진을 찍고... 난 주로 오후에 산행을 하니 일몰을 많이 보게 되어 일몰 사진 전문(?)이 되는거 아닌가 싶다... 늦게 산행을 하는 묘미가 높은 산에서 일몰을 볼 수 있는 것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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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일몰... 직녀봉에 오르면 해가 질 것 같아서 아쉽지만 이곳에서 일몰을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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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후에 직녀봉에서 바라 본 운길산쪽 능선)

 

직녀봉을 오르니 여섯시 오십분. 이미 해는 지고 노을만 보인다.

예빈산, 승원봉쪽을 보니 갈길이 멀구나. 여기서는 승원봉을 지나서 팔당댐쪽으로 하산 하는 길 말고는 없는 외길인가 보다.

중간에 내려가는 길이 있으면 이미 해도 졌으니 내려갈 수 있나 하고 찾아 보았지만 없어 보인다. 야간 산행을 어디 한두번 해 봤나? 랜턴도 있겠다 뭐가 문제야...

그냥 계속 앞으로 가다 보면 예빈산, 승원봉 지나서 어디가 나오겠지 뭐... 여러 사람이 많이 다니는 코스이니 길은 확실하게 되어 있을테고... 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해 본다.

아까 전화를 너무 여유를 가지고 길게 해서 이렇게 늦어졌구나 하는 후회도 좀 하고... 이제 해는 비록 졌지만 아직은 깜깜하지는 않으니 속도를 내서 좀 서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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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빈산에서 바라본 팔당대교쪽 한강과 아름다운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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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는 검단산과 용마산도 얕은 적막에 쌓여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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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후에 보니 더욱 반가운 이정표...^^  하산길에 대한 감이 좀 잡히고...)

 

해가 지고 나니 이제는 야경이 눈에 멋지게 들어온다.

승원봉에 도착을 하니 팔당의 풍경이 그림같구나. 낮에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을... 아쉽다... 다음에 이쪽부터 낮에 오르면 되겠구나 생각도 하고...

비록 시간은 이미 늦었지만 사진을 또 안찍을 수 없지. 이왕 늦은 거 서두르지 말고 볼 것은 보면서 가자 맘을 먹고 어둡지만 야경이 혼합된 멋진 팔당호를 천천히 감상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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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원봉에서 바라본 팔당대교와 한강.. 날은 이미 껌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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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동일한 사진인데 후레쉬를 안 터트리고 찍으니 더 밝게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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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원봉에서 바라본 팔당호... 야경..^^)

 

다행히 많은 산님들이 다녀서 그런지 랜턴을 켜지는 않아도 길이 워낙 확실하여 길 찾는데는 어려움이 없어 좋구나.

여기까지는 비록 해는 졌지만 길도 문제는 없고 멀리 하산을 할 지점도 불빛으로 보이는 것 같아서 마음도 안심이 되고 하여 순조로운 하산을 하였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여기서 부터 일어났다.

승원봉을 지나서 얼마 안 내려 온 것 같은데 길 좌측에 아주 잘 정비된 큰 묘지와 작은 묘지 두세기가 있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미 해는 져서 어두운에 왠 묘지가 나오나? 아직 하산길이 꽤 남은 것 같은데... 묘지를 좌측으로 하고 우측으로 길이 나 있어 묘지를 피해가게 되어 다행이다 싶구나. 휴우...

게다가 잠깐 몇발짝 내려 왔는데 시멘트 포장이 된 길까지 나와주니 얼마나 반가운지... 이제 이 길따라 하산을 하면 동네가 나올테니...

하지만 이게 왠 일인가?

이 길은 다름아닌 공동묘지내에 있는 포장도로 였던 것이다. 길 옆에 양측으로 자리잡고 있는 묘지들을 보는 순간 소름이 쫙 끼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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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하산길에 만난 반가운 포장도로... 하지만 알고 보니 공동묘지내의 도로 ㅠㅠ 으악!!)

 

이미 깜깜하여 다른 길은 찾을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묘지 사이에 난 도로를 따라서 내려 오는 수 밖에...

 생전 처음 공동묘지 한 복판에 깜깜한 밤에 이렇게 있게 되는 구나. 담력 체험을 하는 기회를 이렇게 맞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산에 해 지고 난 뒤에 하산도 많이 하곤 했지만 공동묘지를 만난 것은 처음 인데... 그리 무섭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게 묘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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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묘지들... 확실하게 담력 체험...^^)

 

다행히 길은 확실하니 고불 고불하고 경사진 묘지내 도로를 십여분 길만 되도록 보면서 내려오는데 혹시 머리 풀어 헤친 흰옷을 입은 여자가 나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일은 없었지만 가끔 양쪽 묘지에서 순간적으로 불빛이 보여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시원하게 뚫린 양평가는 도로에서 비추어 오는 해드라이트가 반질반질한 묘지석에 비추어 지는 것 이구나... 휴우... 드디어 짧고도 긴 시간을 총총총 걸어 내려와 무사히 공동묘지를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굳게 닫아 놓은 공동묘지 철문은 옆으로 통과를 하여 나오니 입에서 또 휴우.. 하는 한숨이 나오고 가슴도 쓸어 내리고...

묘지 입구 바로 아래는 예비군훈련을 받는 곳이 있어 예비군들이 모습이 많이 보인다.

어떤 인간이 홀로 공동묘지에서 나오더니 또 사진을 찍어대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그분들이 뭐라고 생각했을까?

미친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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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를 빠져 나와 만난 반가운 불빛들..)

 

이상한 눈초리로 날 바라 보는 그들의 시선을 멋적은 표정을 지으면서 뿌리치고 버스정거장에 도착을 하니 일곱시 사십분이 넘었구나...

버스를 타고 차를 세워 놓은 곳에 와서 차를 몰고 집에 와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했다.

정말 색다른 묘한 체험을 하였던 하루였다. 주로 평일 오후에 산행을 하니 이런 일도 겪지 뭐...

예빈산으로 하산을 할 때는 공동묘지가 나온 다는 사실을 좀 산님들에게 알리고 싶다. 물론 나같은 사람이 별로 없을 테니 아실 필요도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이런 경우를 당하실 때는 맘을 단단히 먹으시길...

간단하게 두세시간 산행을 하려 맘을 먹은 오늘이었지만 전혀 생각지 않았던 담력체험까지 곁들인 산행이었다.

이젠 산에서 왠만한 무덤 정도로는 눈하나 깜짝 하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감사합니다.




▣ SOLO - 산모퉁이님도 무쟈게 재미있으시네요. 어찌나 웃기던지. 하하.. 예봉산 전망이 꼬마산 치곤 참 좋은 기억입니다. 예봉-적갑-운길. 음악으로 치면 머 소품 같은 그런 아담한 코스 같애요. 예빈산으로 오는 길도 있군요. 주말엔 산에 안가세요?

#  예빈산코스는 담력이 약하시면 한번쯤 권해드리고 싶은 코스이군요... 제가 알기론 SOLO 님께서는 인적이 뜸한 가평산을 누비시니 훈련같은 것은 필요없으시겠지요...^^  감사합니다...늘 즐산하시길..


▣ 산초스 - 산모퉁이님도 저희 뒷동네에 오셨다 가셨군요. 예봉산이 남향이라 보통 진달래가 일찍피는곳인데 아직 덜 피었군요. 저도 예봉산은 많이 다녔으면서 이상하게 예빈산방향으로는 안가게 되던데 연휴때 한번 가봐야 겠네요. 그 천주교 공동묘지 양수리쪽에서 차타고 오다보면 영 안어울리고 보기 싫더군요.

# 산초스님께서는 산과 호수가 바로 옆에 있는 좋은 동네에 사시네요... 저는 집근처에 산은 없지만 서울근교산이 모두 내꺼라 생각하고 다닙니다...^^ 공동묘지는 아름다운 팔당호와는 정말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저도 속상하더군요. 감사합니다. 늘 즐산하시길...


▣ 김준철 - 전 그길로 가다가 양수리로 내려갔는데 무서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