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칠선계곡 산행 스케치 ]

 

 

산행일자 : 2005, 8, 28 (일)

산행구간 : 추성리-두지터-선녀탕-칠선폭포-대륙폭포-마폭포-천왕봉-장터목-백무동

날      씨 : 맑음, 천왕봉에는 박무.

 

 

양재동 서초구청 앞에는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 모였지만  산행거리가 만만치 않음을 생각하면

속닥하니 재밌게 다녀올 수 있는 적정 인원이다.

 

05:25

넓게 차지한 자리 덕에 발 뻗고 자며 추성리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준비를 마친다.

아직 어둡지만 랜턴 없이도 충분하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일행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한분이 기다리고 계신다.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 지른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가며 예전에 라면 끓여주던

할머니 집도 지나고 곳곳에 펜션 분위기의 민박집이 들어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매표소가 있고 매표소 앞 좌측으로 초암능선과 국골 입구인 용소방향의 갈림길이

있으며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넓은 돌을 깔아 만든 돌길이 두지터 입구의 고개까지 이어진다.

두지터를 대표하는 담배건조대는 변함없이 담쟁이에 덮여 있지만 주위는 온통 현대식의 펜션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예전에 느끼던 산골마을의 감흥이 한층 반감된다.

다리를 건너며 들리는 계곡이 떠나갈 듯한 굉음의 물소리는 앞으로 펼쳐질 칠선계곡 모습의

전주곡에 불과하다.

 

 

 

옛모습을 점차 잃어가는 두지터

 

 

 

 

 

계곡입구의 다리

 

 

 

 

옥녀탕

 

 

06:30

주차장을 출발한지 1시간쯤 지나 선녀탕에 도착된다.

이곳까지야 빠른 진행이었지만 이제 계곡이 시작되며

경치 구경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몇 개의 소와 담을 지나 밧줄을 타고 오른 후 계곡을 건너게 되는데

징검다리가 여의치 않아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뛰기엔 조금 멀다고 생각되는 거리를 뛰어 건너야 한다.

 

돌아갈까 뛸까를 생각 하는데 발 밑의 바위에 큼직한 사슴벌레가 기어 가기에

귀한 곤충임에는 틀림 없을 것 같아 카메라에 한 장 담고 바위를 뛰어 건넌다.

착지를 하는 순간 무릎 뒤쪽에 찌릿하는 전율 같은 것이 느껴지며

순간적으로 어떤 무리가 온 것을 직감한다.

 

체중과 배낭 무게를 합치면 거의 90kg이상이니 아마 인대 쪽에 무리가 가지 않았나 생각된다.

모두들 우회하여 건넌 후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도깨비형님이 건네 주는 약을 먹으며

산행에 대한 갈등을 한다.

 

07:35

갈 것 인가?  말 것 인가?

이곳이 다른 곳도 아닌 칠선계곡이고 천왕봉까지 올랐다가 다시 창암능선으로

하산하기엔 남은 거리가 너무 길다.

아니 아직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도 하기 전 이라는 게 맞을 것이다.

 

도깨비형님에게 탈출하겠다고 의사를 밝히지만

아프다는 곳을 이리저리 살피고는 살살 가보자고 하신다.

내 자신이 움직여 보아도 크게 통증이 수반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천천히 따라가기로 하고 산행을 계속한다.

 

08:40

수 많은 폭포와 담을 지나 깔끔한 모습의 칠선폭포에 도착된다.

폭포의 규모나 수량은 이미 지났거나  앞으로 나타날 무명폭포가 오히려 더 크다는 느낌을 받지만

전형적인 폭포의 모습은 가히 칠선계곡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칠선폭포

 

 

 

찬물에 세수 한번 하며 땀을 씻어낸다. 흘린 땀은 이내 없어지며 조금 앉아 있으면

오히려 선선한 느낌을 받는다.

어느새 폭포 우측 위에 수객님의 모습이 나타나 한결 멋지게 보인다.

 

언제부터인지 **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저쪽에 길이 있는지 보러 갔다고 하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모습이 보이질 않아 불안한 마음이

한쪽에 자리잡고 있지만 대간을 단독으로 종주한 **님 이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고 계속 진행한다.

 

09:00

많은 무명폭포를 지난 후 대륙폭포 이정표 앞에 선다.

대륙폭포는 등로에서 50m정도 좌측계곡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고 있는데

반쯤은 그늘에 가려 어두컴컴하게 보이고 바위를 거쳐 떨어지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또 색다르게 보인다.

 

 

 

 

대륙폭포

 

 

무릎 안쪽 부상 덕분에 제일 후미에서 쉬엄쉬엄 가는데

뒤에 인기척을 느껴 돌아보니 선두그룹이 내 뒤에 오고 있다.

이유인즉 뚜렷한 길이 있어 올라가 보니 계곡과 멀어지고 능선쪽으로 향하는 길이라

다시 빽하여 올라오는 중이라 한다.

아마 초암능선의 촛대봉 오르는 길로 들어선것 같다.

 

아직도 **님이 보이지 않는다.

초암능선이나 중봉능선을 타고 천왕봉으로 올라갔으리라 생각을 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바위 밑에 벌집이 있다하여 쳐다보니 계곡건너 지붕처럼 비맞지 않을 지점에

큼지한 벌집이 있고 멀리서 보기에도 커다란 벌들이 매달려 있고 집 주위를 맴도는

벌들의 모습만 보아도 은근히 겁도 난다. 

멋들어진 2단폭포를 지나 마폭포에 도착된다.

 

 

 

 2단폭포

 

 

 

 

마폭포

 

 

 

11:30

이미 도착한  몇분이 폭포를 감상하며 쉬고 있으며 어느님의 명언에 웃음을 지어보기도 한다.

 

“ 10번의 세수보다 1번의 알탕이 낫고 10번의 알탕보다 1번의 폭포탕이 낫다.”

 

간식도 조금 먹고 이후 물이 없으니 물도 가득 받아 이젠 계곡을 버리고

천왕봉 방향의 능선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미 일행들은 시야에서 벗어난지 오래 되었는데 두 사람의 등산객이 내려오며

앞의 사람들과 일행이냐고 물으며 조심해서 올라가시라 한다.

 

12:25

1km남았다는 표지목 좌측으로 중봉 능선에서 이어지는 멋진 암릉을 볼 수 있고

주위엔 수령이 꽤 된듯한 구상나무를 많이 볼 수 있으며

조금 더 오르면 우측으로 이어져 보이는 제석봉능선에 고사목이 보인다.

 

철사다리가 가까워 지겠다 생각이 드는데 앞의 일행들이 멈추어 있다.

얼마가 지났는지 한참을 그곳에서 쉬고 있었던 것 같다.

휴식이 끝나고 모두들 재빠르게 올라 갔지만 나는 굼벵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선두가 어느새 올라가 버리고 천천히 올라가는데 길이 이상하다 싶더니 덤불속에 갇히고 만다.

다시 빽하여  우측으로 사태난 지점의 길로 들어서 철계단 앞에 도착하니 이미 아무도 없이 나혼자다.

 

13:40

철계단을 통과하여 천왕봉 입구에 나오니 일행중 한분이 기다리고 계신다.

천왕봉에 올라 2주전 즉석에서 만들어 놓았던 졸업장이 있나 확인하고 다시 한번 사진에 담는다.

 

 

 

 

통신골 입구의 산오이풀과 구절초

 

 

지리 주능선은 맑은 날씨였지만 2주전의 맑고 선명한 조망을 주진 못하고 박무에 싸여있어

기대한 조망을 즐기진 못했다.

통천문을 지나 내리막길 옆에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있으며

**님이 2시간이나 빨리 와서 장터목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나중에야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장터목에 도착하여 **님도 오랜만에(?) 만나고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백무동으로 하산키로 한다.

지루한 너덜길을 내려오며 소지봉도 지나고 원래 가고자 했던 창암능선 입구를 지나고

참샘으로 내려가는 도중 일행중 한분이 올라와 인대 통증이 있으니 배낭을 달란다.

 

 

 

 창암능선 입구

 

 

18:20

예상보다 많이 늦은 시간에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된다.

나 때문에 늦어진 산행이라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모두들 개의치 말라 하니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저녁 뒤풀이는 인월에 있는 들꽃산장에서 흑돼지고기로 한다.

담백하고 묵은 김치와 같이 싸먹는 맛과 재미도 쏠쏠하다.

몇차례 더 지리산을  산행예정이니 몇 번 정도는 더 들리게 될 것 같다.

버스에 타자마자 바로 소등 후 취침. 일어나니 밤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서초구청 앞이다.

어느덧 만 24시간이 지났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