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일 토요일

 

1월1일 새벽2시 새해첫날의 설레임을 안고 지리에 들어서자 매서운 바람과 눈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형배낭을 메고 하동바위, 참샘을 지나자 동계용 장갑도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손이 시림을 참아가며 어려운 돌계단을 올라섰을때 갈등하면서 창암산능선을 타고 백무동에 내려선 기억이 납니다.  

 

이러한 아픈 기억이 없었다면 지리산에 오르지 않았을겁니다.

 

퇴근후 지리산을 향하여 출발하면서 마트에서 비박에 일용할 양식을 구비하고 고속도로에 나섰으나 담양을 지나자 졸음으로 고속도로 임시주차장에 주차한후 잠을 청해봅니다.

이후 지리산휴게소도 통과하고 백무동에 1540분경 도착하니 주차관리직원이 대피소에 예약되었는지 물어와 올랐다만 내려올거라며 답변하니 주차비를 받습니다.  

백무동에서 샛길로 통과하고 하동바위코스로 올라서 계곡물로 갈증을 달래고 참샘까지는 힘들지 않다는 생각으로 올라섭니다.

 

배낭무게를 감안하여 장터목에서 식수를 확보하고자 물1통만 채우고 돌계단을 올라서니 이제부터 대형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누르기 시작하고 스틱2개를 의지하면서 창암산능선 갈림길까지 올라섭니다.

 

이후 소지봉/ 망바위를 지나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니 이미 대피소주변의 비박장소를 확보하고 저녁식사준비에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피소방송이 시작되고 예약자들은 신분증을 지참하고 예약확인을 한다는 방송이지만

천왕봉에서 비박이므로 장터목대피소 한켠에 배낭을 두고 수낭과 물통을 들고서 충분한 물을 받았습니다.  다행이도 물은 많이 나오고 줄을 서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배낭에 수낭과 물통을 넣고 일어서니 무게가 더해져 늘어집니다.

물이 3250cc/ 무게가 3250g이 더해졌습니다.  제석봉 오르는 길목에서 왜그리 가파르고 힘든지 다른생각은 없습니다.  철쭉이 이제 막피어난듯하나 그 멋있는 주목도 힘들어하는 나의눈에는 아름답게 보이지 않고 잠깐사이에 어두워져갑니다.

천왕봉에서 보는 노을

 

통천문을 지나 계단길을 올라서자 좌측으로 이미 두사람이 비박준비를 마치고 식사를 하고있으며  천왕봉 부근 명당자리는 이미 몇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천왕봉 30미터 하부지점에 비박장소를 확보하고 노을을 확인합니다.

멋들어진 노을을 볼 수 없으며 구름사이로 노을빛을 보고 한컷만 찍을시간뿐입니다.    천왕봉에 부는 바람이 개스와 함께 불어와 습기를 머금고있어  준비해간 여벌옷으로 갈아입고 비박 준비보다는 저녁식사가 우선인지라 버너에 불을 붙이고 물을 끓여 햇반과 카레를 넣고 기다리면서 헤드렌턴을 착용합니다


시간을 보니 20시14분입니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19시 50여분정도로 생각되니 백무동에서 약4시간 소요된것입니다.

 

일부 등산객이 랜턴을 밝히면서 천왕봉을 내려오기도 합니다.

10여분을 지나 햇반을 꺼내보니 속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물을 부어내고 누룽지형태로 만들어 카레를 반찬으로 대신합니다.  차가운 바람에 손이 시려와 준비해간 반찬을 꺼내기도 싫어 저녁식사를 마치고 비박준비를 합니다.

  

팩소주를 하나들고 침낭에 들어가서 소주맛을 보니 물맛으로 취기마저 돌지않습니다.  바람소리에 잠들지 않는채 누워 하늘을 보니 북두칠성이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고 별빛이 뚜렷합니다.  산골짜기에서 부는 바람에 개스마저 올라오니  초롱초롱한 별빛이 갑자기 사그라들고 다시 나타나고를 반복합니다.   내일아침의 일출은 틀렸구나하고 생각하면서 침낭커버를 머리까지 둘러 잠을 청합니다.

 

그러나 잠은 깊이 잠들지 아니하고 여러번을 눈을 떳다 감았다 하면서 새벽2시무렵 산객의 발자국이 다시 눈을 뜨게하나 아직은 컴컴한 밤입니다.

다시 잠을 청하고 이번에는 여러사람의 발자국이 나를 깨우는 것입니다.

하늘을 보니 여명이 시작되었습니다.


 

가늘고 길다란 여명입니다.   

침낭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카메라만 가지고 천왕봉으로 올라섭니다.  일출을 맞이하는 산객이 약100여명정도 될듯합니다.  

새해첫날의 아픔이 가시는 순간입니다.   멀리서 붉게 피어나는 하늘을 향하여 가슴이 시리도록 순간의 기쁨을 느낍니다.

앞으로의 소원을 마음속으로 기원해보며 떠오르는 해처럼 좋은마음을 잡는것입니다.


 

구름이 자욱하나 여명은 확실합니다.

모두들 기다림속에 침묵합니다.  차가운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떠오르기 전까지 바람방향 반대편으로 숨거나 아니면 바람을 맞고 이겨내거나 둘중하나를 택하여야 할정도로 추위와 간절한 기도를 산객들은 침묵으로 지켜내고 있는것입니다.

20여분이 지나 빨간태양이 구름속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니 황홀함이 따로 없을정도로  어떤 일출보다도 더 감동적입니다.  구름속에서 솟아난 태양은 그렇게 아름다웠습니다.

 

비박장소로 돌아가서 짐정리를 마치고 내려서는 길이 가볍기만하나 어깨를 누르는 배낭의 무게는 더해졌습니다.   침낭이 습기가 찼고 침낭커버도 습기를 머금고 블랑켓도 물기를 머금고 있으니 무게가 가벼울수가 없는것입니다.

 

제석봉에 도착하여 철쭉과 어울린 주목이 아름다워 사진에 담고있는순간

개스가 올라오더니 장터목방향으로 둥근 무지개를 연출합니다.  글쎄 사진에무지개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몇 번의 셔터를 눌러봅니다.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수있다고 하나 둥근무지개를 덤으로 보았으니 3대가 덕은 쌓지 않았어도 앞으로 3대가 덕을 쌓아야 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터목은 그냥지나쳐 다시금 하동바위코스로 내려섭니다.   시간을 단축하고자 아침을 거르고 백무동으로 하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