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종주 산행기

 

2005년 5월 30일 그간 벼르고 별렀던 북한산 12성문 종주를 시작했다.

산행코스는 산성매표소를 시작으로 대서문, 대동사, 위문, 백운대, 용암문, 북한산성대피소, 동장대,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 청수동암문, 중성문갈림길, 부왕동암문,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 의상봉, 가사당암문, 백화사매표소를 종착역으로 끝을 맺었다.

 

8시간 30여분에 걸친 힘든 싸움이었다.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했다.

대서문을 통과해 시구문으로 오르려고 한 계획이 그만 수포로 돌아갔다.

산성매표소 출발은 처음인지라 대서문에서 덕암사, 시구문으로 가는 길을 찾는데 장장 1시간을 허비했다. 초장부터 몸을 헐떡이게 만들었다. 안되겠다 싶어 시구문에서 북문까지의 산행을 접고 다시 대서문에서 대동사, 위문을 통과해 백운대정상을 거쳐 산성주능선으로 진로를 수정했다.

 

1시간을 헤매다 09:30분에 대서문을 출발하여 끝없이 이어진 바위오르막비탈을 상대로 힘겹게 씨름하며 겨우겨우 10:05경 대동사에 도착했다. 초반에 쓸데없는 힘을 너무 뺐고, 늦었다는 조바심이 몸을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김밥 1줄과 커피 2잔으로 지친 몸을 달랬다.절을 떠나기 전 ,돌아가신 아버님과 일본에서 병마와 싸우는 동생을 위해 합장을 하고 있는 힘을 다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한 30여분을 기어 오르니 초라한 암자와 허술한 약수터가 나타났다.(10:35)

 

약수암!

혼자 땀 흘린 나를 찍었다. 셀프 디카라! 베트남에서 10불 주고 산 노스페이스 짝퉁베낭을 찍었다.

지금까지 버클하나 깨진 것 외에 아무런 이상 없이 산행에 계속 동참해 준 고마움에 대한 답례로.... .

위문을 지나 왼쪽으로 돌아보니 백운대가 보였다.

희멀건 엄청나게 커다란 바위들이 올 테면 와라며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바위에 쇠철심을 밖아 연결한 쇠줄 난간을 부여 잡고 조심조심 정상으로 향했다.

바로 옆에 우뚝 불끈 솟아 어마어마한 힘을 느끼게 하는 인수봉!

 

11시 15분 경 도착한 백운대 정상(836.5m)에는 붉고 파람이 너무도 선명한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온 세상을 둘러 보는 이 느낌 ,천하가 내 것이고 또 내가 온 천하라!

때마침 오른 서너 명의 외국인이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을 보고 내심 뿌듯했다.

맘씨 좋은 산행객 덕분에 백운대,인수봉을 배경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진 찍고 경치 감상하고 여유를 부리다 시간이 좀 지체됐다.

 

길을 서둘러 본격적으로 산성주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12시경 용암문을 지나 12시 10분에 북한산대피소에 이르렀다. 점심은 좀 뒤로 미루고 오이로 허기를 간단이 해결했다. 2004년 11월에 적합 판정을 받은 약수샘에서 물을 보충했다. 아마 더 이상 물을 보충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물이 부족했다.

물병을 달랑 1개만 준비한 것이 실수였다. 아껴 먹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알록 달록 단청이 아름다운 누각!

동장대에 도착하니 바늘은 12시 35분을 가리켰다. 능선너머로 앞으로 거쳐갈 대성문, 대남문의 산성주능선이 아득히 느껴졌다. 그래도 위문에서 이곳까지 코스는 비교적 무난했기에 서둘러 가고픈 마음이 앞선다. 자, 어서 가자!  갈 길이 태산이다.

 

12시 45분 도착한 대동문은 점심식사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성문 주위의 드넓은 공터와 아름진 나무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는 산행인들은 배의 허기를 더욱 재촉하기에 충분했다. 달랑 하나 남은 김밥 한 줄과 집사람이 타준 아직도 제법 뜨거움이 남아 있는 커피로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대동문 전각 지붕 서가래 사이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저것도 한 생명인데 그 정도야 봐줄 수 있다고 넘어가다가 비둘기가 서가래 곳곳을 완전히 비둘기 똥으로 회칠을 한 것을 보고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대동문도 보물일 것인데 대책이 시급했다.

13:10 보국문을 향한 발걸음을 뗐다.

 

13:20 보국문, 13:37 대성문, 13:45 드디어 그 동안 구기동에서 많이 올라 익숙한 대남문에 당도했다. 예전 같으면 통상 대남문에 문수봉, 비봉으로 가는 비봉 능선을 탔겠지만 오늘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의상능선을 섭렵해야 했다. 14:05 청수동암문, 14:20 중성문 갈림길 입구, 14:40 부왕동암문, 14:50 증취봉까지 오는 동안  산성주능선과는 다른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

아차 떨어지면 끝없이 추락할 능선 축선을 제법 세차게 몰아쳐 몸을 휘감는 바람과 부딪치며 걷는 걸음줄타기는 산행 최대의 백미였다.

 

해발 593m 증취봉!

한 바위에 걸터 앉았다. 저 멀리 백운대를 포함한 세 봉우리, 북한산성계곡!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의 희미한 점 하나 동장대를 비롯하여 6시간 30분을 걸어 온 능선의 궤적이 눈에 들어 왔다.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느낄 새도 없이 가슴 벅찬 뿌듯함과 평온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지나온 것(여정)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조금만 더 쥐어짜면 짤수록 처음 떠난 그 자리(도착지)가 가까워 온다. 인근 군부대에서 사격 훈련을 시작했나 보다. 그리 크지 않은 총소리가 울려 온다.

 

15:05 용혈봉을 접수했다.

아래 직선 방향으로 용출봉과 의상봉과 왼편으로 사모바위가 조그맣게 보이며 비봉 능선이 눈에 확연히 들어 왔다. 지나가는 산사람이  저 아래 강아지 바위 보이죠. 눈,코, 귀.보이죠,아니,안보여요?하는데 나는 도무지 강아지 형상을 볼 수가 없었다. 일단 디카로 눌러 놓고 후에 확인하기로 했다. 15:15 용출봉에 도착함 동시에 의왕봉을 오를까말까 하는 고민이 시작됐다.너무 지쳐가고 있었나 보다. 언제부터인가 한계점을 느낄 새도 없이 지나쳐 온 것 같았다. 발과 허리의 피곤함을 애써 머리가 항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친 발과 피곤한 몸은 그저 한 발 한 발 무감각하게 걸어온 것이다.잔머리 굴리지 않기로 했다. 애초 계획대로 지도에 표시된 계획된 그 선을 그대로 밟기로 했다.

25분을 또 내려서 다시 올라 15:40에 마침내 이제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의왕봉에 도착 했다.

남은 것은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이제 오를 곳은 없다.

 

야~호!, 야~호!

가슴이 터져라 외쳤다.막힌 것이 몽땅 뻥 뚫리는 느낌이다. 마지막 남은 오이,오렌지 4조각과 물병 속의 물을 모두 목구멍에 부어 버렸다. 끝내기 야~~~호~ ~ ~ ~  !로 마무리……………. .!

 

이제 하산!

16:00 가사당암문에서 백화사쪽으로 하산 길을 잡았다.한 30여분을 내려오는데도 등산객을 만나지 못했다. 피로에 짓눌린 내 발에 시원한 계곡물을 선사했다. 발에 열이 올라서인지 계곡물이 그리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의 미끈거림을 섞어서 발을 주물렀다. 생각 같아서는 그대로 시원한 바위에 그대로 누워버리고 싶었다.

 

16:50 마침내 백화사 매표소가 보였다. 종착역이다.

 

아저씨,안녕하세요.

구파발 역 가는 버스 이곳까지 오나요?

한 10분 걸어 나가서 704번 버스 타세요!

수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