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의 상고대 
 

산행지 : 소백산 비로봉

일   시 : 2004. 12.  05. (일)흐리고 한때 눈 

산행자 : 꼭지(아내)와 해병대부부 넷이서

교   통 : 자가운전

 

비로사(07:15)-비로봉(09:20)-대피소-비로사(12:00)

 


 

토요일

추적추적~~♬

창밖에는 짓궂은 겨울비가 많이도 내리고 있습니다.

겨울이라 눈이 내려야 하는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하네요.

 

그렇잖아도 요즘 이런저런 바쁜 일로 인해

한참동안 산행을 못해서 온몸이 수시고 찌부덩 하던차에 비까지 내리니

마음은 구석구석 더욱 서글퍼지고 무엇 때문에 사는 건지 세상사 재미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아는지모르는지 해병대부부도 요즘은 조용한지라

심란한 마음을 억제하며 모처럼 해병대에게 전화를 겁니다.  

 

“삐리릭~~!”

“해병대~! 내일 바쁘나?“

전화의 의도를 이미 눈치 챈 해병대 아저씨 왈

“아이다 안 바쁘다.” 이심전심인가 오늘은 해병대도 대답이 시원합니다.

“그럼 낼 소백산에 눈 꽃 구경이나 가자”

눈 구경이라는 말에 해병대아저씨 진짜 눈이 번쩍 뜨이는지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몇 시에 출발할 끼고?”

“5시까지 우리 집에 온나“ 말은 그렇게 해놓았지만 혼자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내일 소백산가서 눈 없으면 나 해병대한테 진짜 죽었다~~@” 


 

어쩌면 이건 행운에 기댄 도박인지도 모릅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는데 아무리 소백산이라고 해서 눈이 내릴 리가~~?

하지만 어쩝니까. 이미 동전은 던져졌으니 해병대에게 죽기 아님 살기 택일밖에.. 
 

비온 후라 오늘부터 강풍도 불고 날씨도 추워진다고 하니

소백의 칼바람에 대비해 옷도 두둑이 입고 비로사로 향합니다.

매표소는 아직도 개점전이라 또 그냥(?) 통과하고

야영장을 지나 좁은 시멘트차도를 오릅니다. 
 

요 근래에 계속 입장료안내고 공짜로 다니니 공단에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쩝니까 기분만큼은 만점이니..

“역시 국립공원은 공짜로 들어갈 때가 제일 기분이 좋아~~@@” 
 

오늘은 시멘트길을 걷기 싫어 야영장에 주차하지 않고 비로사에 주차하기로 하고

차를 끌고 좁은 시멘트차도를 꾸역꾸역 올라갔으나

비로사주차장은 펜스가 처져 진입할 수가 없습니다.

 

절은 찾는 신자들보다는 등산객의 차들로 주차장이 몸살을 앓으니

아마 스님의 비상한 아이디어 같습니다. 어쩝니까?

냄새는 좀 나겠지만 화장실 앞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초입에 이릅니다.  

 

울창한 잣나무 숲이 인상적인 등로

상쾌한 아침공기가 코끝으로 스며듭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눈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아서 사랑방의 속은 검게 타들어갑니다. 


구름이 끼어 어두침침한 날씨가 더욱 을씨년스럽고 조망도 없는데다

하얀 싸락눈이 떨어져 약이라도 올리듯이 땡그르 구릅니다.

그것도 눈이라고 바라보니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만..

 

해발 1,000m지점을 올라서니 포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하고

서서히 나뭇가지에 상고대가 피기 시작합니다.


 

 

양반바위 해발 1,150m를 올라서니 제법 상고대가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어서 마음의 위안을 받습니다.
 

 

비로봉 바로 아래의 상고대 터널
 

 

▼ 보기만 해도 한기가 몰려오는 듯 한 비로봉 정상석의 모습입니다.
 

 

해병대부부가 비로봉의 세찬바람에 옷깃을 세우고 대피소로 내려섭니다.

 

비로봉사면의 칠쭉나무에 핀 하얀 산호초같은 상고대..

   화사한 봄날을 위해 비로봉 그 삭풍의 겨울을 이겨내는 철쭉나무가 대견스럽습니다.
 

 

비로봉 아래의 대피소.. 이곳에서 찬밥으로 아침을 대신합니다. 에구~~ 추워~~~ 

   대피소안에도 취사가 금지되어 있더군요. 50만원~~ 50만원~~ 벽에 붙은 광고입니다.
 

 

세찬 칼바람을 맞으며 다시 비로봉을 오릅니다.

   시계가 좋았으면 국망봉과 연화봉으로의 주 능선이 참 보기 좋을텐데.. 아쉽습니다.
 

 

오늘은 단산으로 오전에 산행을 끝내기로 하고 비로사로 내려섭니다.
 

 

비로사 하산길에 싸락눈이 제법 많이 내리고 하얗게 쌓이기 시작합니다.

역시나 흐린날의 소백산은 날씨가 무척 변덕이 심하고 예측하기가 힘이들지만

다행이도 해병대와의 약속인 산호초같은 하얀 상고대를 볼 수 있어서 좋은 하루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영장 매점에 내려와

추위에 달달떨며 대피소에서 입맛만 쩝쩝 다신 따뜻한 라면이 먹고 싶어 아주머니에게 주문하고

동동주하면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소백산동동주와 파전으로 오늘의 눈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집으로 갈 때는 꼭지가 운전해주겠다고 하는지라 해병대와 사랑방 주거니 받거니 고주망태가 됩니다.

별로 인물도 좋지않은 자동차, 사진이 또 몇장이나 찍혔는지 알 수 없지만 눈 뜨니 벌써 대구 도착입니다.

에구~  산에 오를 때 그렇게 속도가 빠르면 얼마나 좋을까.~~@@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