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써레봉~불명산~미륵산

1:25,000지형도=장선

2004년 12월 7일 화요일 맑음(-2.7~8.8도)   일출몰07:28~17:15

코스: 가천리 구재마을12:10<0.8km>376.2m봉12:30<2.0km>595m봉13:30<1.0km>써레봉14:30<0.8km>655m봉15:00<2.8km>불명산16:00<1.5km>시루봉16:30<2.2km>미륵산17:20<1.2km>수청마을도착17:40

[도상12.4km/ 5시간 반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의 가천리는 남쪽과 북쪽으로 험준한 암봉들이 둘러치고 있는데 특히 남쪽 써레봉(660m)지역은, 수십길 절벽위의 날등을 타기도 한다.

써레봉 이후의 665m봉(선녀남봉)부터 미륵산(476.4m)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운장산(1126m)을 모산으로 한 금남정맥의 지능선으로 통칭, 금남기맥으로 불리는 구간이기도 하다.

 불명산서 본 써레봉과 금남기맥     불명산서 본 써레봉과 금남기맥
 

금남기맥은 운장산 북쪽의 싸리재에서 북서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이 칠백이고지를 경유하여 665m봉에 이르러 미륵산까지 와서는, 말골재를 건너뛰어 장재봉~천호산으로 이어가다가, 그 여맥을 논산천과 만경강에 가라 앉힌다.

이번코스 가천리쪽 골물은 경천저수지로 모였다가, 고산천~만경강~군산 앞바다로 빠지고, 운주면쪽의 장선천은 논산천~금강따라, 장항 앞바다로 흘러든다.

천등산을 감싸고 돌아가는 장선천   천등산을 감싸고 돌아가는 장선천
 

가는길: 대전~전주간 17번국도상의 완주 독립기념관이 있는 원용복마을에서 구재마을로 들어서면 산내정이란 정자앞에 [곤충왕국] 안내문이 내걸린 다리에서, 왼쪽의 잘 손질 된 무덤 뒤편으로 오른다.

송림 우거진 된비알을 치오르면서 돌아보면, 경천저수지를 둘러싼 김제평야의 야산들이 몰려오고, 남쪽으론 봉수대산(581m)을 비롯한 고산면의 첩첩산릉들이 조망된다.

서봉에서 본 오름길 초반    서봉에서 본 오름길 초반
 

신선남봉으로 불리는 376m봉에서부턴 날등길을 따른다. 동진하던 산길은 동북쪽으로 휘어지면서 510m봉을 경유하다가, 다시금 동진하면서 투박한 암릉들이 자주 나타난다.

써레봉 가는 날등엔 용아장성을 방불케하는 암봉들이 천애절벽위로 울퉁불퉁 솟아올라, 써렛발처럼 날카롭다.

서봉에서 본 가야할 써레봉 능선   서봉에서 본 가야할 써레봉 능선
 

지금은 써레봉이라 하지만 원래는, 선녀봉(665.9m)까지를 통틀어 이 산 전체를 선녀봉으로 불렀었다.

최근에 시우동골에 가나안학교가 들어서면서 그 주변 산을 [호렙산]이라고 하자, 중간의 써레 같은 이 곳을 선녀봉에서 따로 떼어, [써레봉]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상 직전에 돌아본 써레봉 능선    정상 직전에 돌아본 써레봉 능선
 

써레봉 암릉길은 무척 험난하다. 위험구간의 슬링은 닳고 닳아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고, 어떤 지역은 너무 가늘어서 장갑을 끼면 쏙 빠져 달아나기도 한다.

특히 정상 바로 아래 2단으로 된 20m정도의 수직절벽은, 너무도 아슬아슬해서 계절에 상관없이 보조자일은 반드시 챙겨가야 한다.

 정상서 본 금남기맥의 칠백이고지 방면    정상서 본 금남기맥의 칠백이고지 방면
 

변화무쌍한 암릉지대의 스릴 넘치는 험로로 정상에 올라 숨 고르면, 선야봉, 칠백이고지, 봉수대산이 엎드려 반긴다.

천등산 뒤편으론 대둔산에서 운장산으로 연결되는 금남정맥이 하늘금을 긋는가 하면, 이름모를 수많은 산파가 밀려와,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줄 정도로 조망이 좋다.

가야할 선녀남봉   가야할 선녀남봉
 

진행방향의 선녀남봉을 가려면, 커다란 암봉 틈새의 U자 협곡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왼쪽의 돌기둥을 돌아나가면 절벽 틈새로 낙숫물이 고인 옹달샘 하나 있다.

좀 더 위쪽의 암벽 틈새에도 석간수가 방울 방울 떨어지는데, 비닐봉투만 있다면 한겨울에도 식수를 챙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이 스며 나온다.

 선녀남봉에서 본 선녀봉     선녀남봉에서 본 선녀봉
 

선녀남봉에 오르면 칠백이고지(700.8m)로 연결되는 날등이 뚜렷하다. 655m봉에선 선녀봉 쪽 등로는 뚜렷하지만, 용계재 방면으론 희미하다.

북동쪽 1km거리에 떨어져 앉은 선녀봉(665.9m)은, 북과 동으로 수량이 풍부한 용계천과 대활골이 흐르고 있어, 심산유곡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으로, 피서철 계곡산행코스로 유명한 곳이다.

용계재 가는길에서 본 천등산   용계재 가는길에서 본 천등산
 

655m봉에서 불명산 방면의 용계재로 향하는 내리막에선, 운주면 금당리쪽의 장선천을 경계로 우뚝 솟은 천등산(706.9m)의 전모가 뚜렷하고 , 그 뒤편의 대둔산을 정점으로 한 금남정맥에서, 천등산은 외톨이 신세다.

비포장 용계재에서 불명산 오름길은 한참을 가파르게 치올라야 한다. 제단처럼 생긴 고스락에서 시루봉 가는 첫 봉우리는, 무덤이 점령하고 있다.

불명산을 향한 용계재 내림길   불명산을 향한 용계재 내림길
 

용계재에서 장선리재까지를 통상 불명산으로 부르는데, 주봉인 시루봉에 서면 널따란 공터에 삼각점 하나 박혀있다. 야산에 불과하지만 남쪽 산기슭에 자리한 천년고찰 화암사를 품고 있어 유명해졌다.

화암사에는 임진왜란 당시, 무기로 징발당할 처지에 놓여 스스로 우는 걸, 스님들이 땅속에 묻었다가 후일에 구출해 낸 동종이 유명하다.

화암사를 품고 있는 불명산 뒤편으로 써레봉능선    화암사를 품고 있는 불명산..., 뒤편으로 써레봉능선
 

화암사가는 갈레길에 시그널이 사방으로 내걸린 지점에선 주의해야한다. 날등을 고집하면 지능선으로 올라서기 십상이다.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야, 장선리재에 당도할 수 있다.

장선리재에서 소암봉으로 불려지는 450m봉까진 처음엔 리기타송 밀생지역이 반기지만, 이내 굴곡 심한 암릉지대를 가파르게 치올라야 한다.

불명산에서 본 금남기맥...끝에는 장재봉이   불명산에서 본 금남기맥...끝에는 장재봉
 

절벽 틈새를 비집고 올라선 소암봉에서, 미륵산 가는길은 암릉의 연속이다. 미륵산은 능암산, 혹은 능바위산으로도 불려지는데, 이 산의 바위 틈새에는 낙락장송이 무성해서, 멀리서 보면 육산으로 보이기도 한다.  

두 개의 커다란 암봉으로 이루어진 이 산을 동봉과 서봉으로 나누어 부르기도 한다.  그 중에 서봉이 주봉인데, 어느쪽으로 올라도 험하고 가파르기는 매한가지다.

소암봉에서 미륵산 가는 길   소암봉에서 미륵산 가는 길
 

미륵산 정상에서는 장재봉을 향한 말골재 방면으론 하산길이 열려있지만, 서쪽의 대둔산주유소가 있는 수청마을쪽으론 산길이 없다.

그러나 낭떠러지 따라 이어지는 서쪽으로 무작정 치내려가면, 수북히 깔린 낙엽밟으며 수월하게 17번 국도로 내려가 산행을 마칠 수가 있다.

미륵산의 최후  미륵산의 최후 
 

산행후기: 불과 12.4km 능선길에...! 몇 개의 산을 거쳐 가는걸까? 신선남봉, 서봉, 써레봉, 선녀남봉, 불명산, 시루봉, 소암봉, 미륵산...! 이 모두가 지역이기주의 소산임을 생각하면, 쓴 웃음이 나온다.

산행 초입의 절골 갈대밭이 곤충왕국이라지만, 더 이상의 설명이 없어 아쉬운 발길을 숲속으로 들여 놓는다.

곤충왕국  곤충왕국 
 

써레봉 초입의 선두팀과 후미팀 중간에서, 촬영포인트를 찾아 헤매는데, 중년 여성 한 분이 진행방향을 묻는다.

아직 뒤에도 많은 사람이 있으니 험로를 혼자 가지 말라면서 앞서 가는데 뒤편에서, 아저씨~이 하고 부른다.

아줌마~아! 쪼옴, 있다 같이 오이소~오!

써레봉의 험로   써레봉의 험로
 

절벽 틈새를 치고 오르니 먼저 온 분들이 중식을 들고 있다. 오후 두시가 훨씬 지났는데 그들은 여유자적이다. 면면을 살펴보니 달조는 달아났다. 앞선이들 따라가기 급하다.

써레봉을 내려서자 노익장 한 분이 호렙산을 다녀 왔다면서, 절벽틈새의 옹달샘에서 식수 보충을 하고 있다. 샘 안쪽으론 낙엽이 날아들지 않게끔 돌맹이 하나 가로 놓였다.

절벽 틈새의 옹달샘   절벽 틈새의 옹달샘
 

선녀남봉에 당도하여 선두그룹과 함께하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선녀봉을 다녀오겠다고 한다. 예까지 겨우 따라 붙었는데...! 호기심은 있지만, 불원천리를 앞두고 왕복 이키로를 달려갈 마음은 전혀 없다.

아무도 밟지 않은 용계재 내림길을 천천히 내려가는데, 선녀봉을 다녀온 달리는 사람들이, 속속 추월해 뛰어간다.

용계재    용계재
 

용계재에 이르러자 집행부는, 사십여명이 넘는 대식구를 단축코스로 유도하면서, 선두그룹인 내게도 하산을 권한다.

무시~인....^^! 그들을 지나친 불명산 오름길에선 무척 힘들어해 하던 한 분이 날더러 먼저 가란다. 아이, 뭐! 걱정 마시고 천천히...^^**

일엽초   일엽초
 

장선리재 가는 안부에서 날등을 고집하다가, 나침반을 들여다보니 잘못가고 있다. 급히 우측으로 돌아 비포장 고개로 내려섰다.

소암봉 올라가는 오솔길에서 잠시, 지난 겨울 눈보라 몰아치던 대둔산 구간에서의 금남정맥이 떠 올라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 때 한 사나이를 유혹해서 누드 촬영해주고, 술 대접도 자알 받았었는데...^^**

소암봉 오름길의 리기타송    소암봉 오름길의 리기타송
 

리기타송 군락으로 편하기만 하던 기맥길이 급작스레 암릉지대로 바뀐다. 미륵산 너머로 오늘 하루가 넘어가고 있어, 시계를 보니 다섯시가 지났다. 어이쿠야, 큰일났네! 좀 전의 여유는 사라지고 냅다 해 달린다.

암릉구간 12.4km를, 다섯시간 반만에 달려온 사람은 나를 포함해 모두 9명에 불과했다. 어~! 쪼~오매, 늘었네^^**

석양의 미륵산   석양의 미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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