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4. 12. 8(수) 흐림

 

- 산행자 : 원이, san001

 

- 산행요약
◆가야산
: 10:52∼13:57 (3시간 5분)
◆팔봉산 : 15:08∼17:04 (2시간 56분)

 

- 일정
   10:52   가야산 주차장소, 갈림길 출발 : ↖석문봉, ↗옥양봉 ⇒매표소에서 400m 지난 지점, 주차장에서 약1km
   10:56   갈림길 : ↖계곡길(석문봉과 옥양봉 사이 안부), ↗능선길
   11:11/11:15   관음전 갈림길 : 관음전 0.15km, 옥양봉 0.74km
   11:22   관음전 갈림길 : 관음전 50m, 옥양봉 420m, 하산로 580m
   11:43   옥양봉
   11:54   봉우리, 갈림길, 벤치 : ←하산로 ⇒ 이후 내리막
   11:58   안부, 갈림길, 벤치 : 이후 평탄
   12:06/12;12   바위봉우리, 돌탑(미완성)
   12:19   갈림길 : 주차장 3.2km, 가야봉 2.05km, 옥양봉 1.57km
   12:21   일락산 갈림길 , 돌탑
   12:22   석문봉 : 이후 바윗길
   12:35   갈림길 : 주차장 3.21km, 가야봉 1.65km, 석문봉 0.4km
   12:54   갈림길, 벤치, 안부 : 주차장 3.12km, 가야봉 0.42km, 석문봉 1.23km
   13:04   가야봉, 부대 앞
   13:09   갈림길 : 부대를 좌측으로 우회후 능선에 올라섬, 우측길은 돌아가는 길
   13:35   계곡
   13:37   기존 석문봉에서 하산하는 길과 만남
   13:42   포장도로
   13:52   남은들상여
   13:53   남연군묘
   13:57   주차장소

  

   15:08   팔봉산 주차장 산행시작
   15:13   임도 : 양길리 2km, 어송리 2.8km
   15:19   돌거북샘, 쉼터, 화장실 : 계단길 시작
   15:25   1,2봉 사이 안부, 갈림길(A) :
            〈안내판1〉 감투봉 80m(좌), 정상 502m(우) : 3620지구 팔봉로타리클럽 설치
            〈안내판2〉 ↑하산로 임도 0.5km : 1봉 방향으로 약10m 떨어진 곳에 위치
   15:28   돌계단길, 쇠난간, 쇠사다리
   15:32   2봉, 이정표 : 1봉이 잘 보임
   15:39   헬기장 : ←운암사지
   15:43   쇠난간, 절벽 전망지대
   15:46   통천문
   15:48   용굴 : 길이 12m, 정상 61m ⇒ 용굴은 구멍바위 형태로 엎드려서 오름며 굴안에 사다리가 있음,
   15:51   철교
   15:54/15:57   3봉(정상)
   15:59   갈림길 : 3봉 0.1km, 4봉 0.5km, 천제터 0.1km
   16:03   천제터
   16:10/16:32   운암사지터, 정자 쉼터, 대나무숲
   16:37   호랑이굴
   16:38   1,2봉 사이 안부
   16:44/16:49   1봉
   16:52   안부
   16:56   샘
   17:04   주차장

 


〈가야산〉

 

- 산행요약
◆ 산행코스
: 상가리∼옥양봉∼석문봉∼가야봉∼남연군묘∼상가리
◆ 산행시간 : 산행시간 2시간56분, 총시간 3시간5분
      주차장∼(1.5km,19분)∼관음전갈림길∼(0.7km,28분)∼옥양봉∼(1.6km,34분)∼석문봉∼(2km,42분)∼가야봉∼(3km,49분)∼

      남연군묘∼(0.1km,4분)∼주차장

 

- 산행기


여우비... 오락가락하는 겨울비 차창을 때린다. 한쪽은 햇빛, 한쪽은 비구름. 평일 산행을 시샘하는지 날씨가 영 개운치 않다. 어떤 발걸음인데... 북한산종주나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도 아까운 휴일을 그대로 보낼 수 없어 이른 아침부터 설치며 설쳐 찾아온 길인데...

 

산행대상지를 물색하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산을 찾으려니 오직 충청도 일대의 산들뿐. 그 중 산불예방기간과 무관한 산행지로 생각한 것이 가야산(예산), 팔봉산(서산), 칠갑산(청양), 대둔산 정도로 압축이 된다. 그런데 하루를 즐기기에는 너무나 작은 산. 그래서 두 개의 산을 하루에 타기로 한 후 가야산과 팔봉산을 계획한다.

 

가야산은 덕산도립공원에 속한 산으로 풍수지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산이다. 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묘가 있고, 몇 년전 돌풍을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터」의 주인공인 육관도사의 묘가 있는 산이다. 그리고 산 자체도 나름대로 아름다운 산. 능선에는 바위가 많고, 유순한 능선은 걷는 재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산이다.

 

평일이어서 주차장을 지나 쭉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간다. 매표소를 지나면 1차선 좁은 도로. 약400m 들어가자 식당 앞에 너른 주차장이 있다.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단체 등산객이 몰려온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석문봉은 별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옥양봉의 하얀 암벽은 유혹의 대상이다.

 

가야산의 등산로는 단순하다. 능선상에는 가장 좌측에 정상인 가야봉이 있고 우측으로 약2km 지점에 석문봉, 여기에서 또 비슷한 거리에 우측으로 옥양봉이 있다. 이 세봉우리가 산행의 핵심. 이 중 정상인 가야봉에는 중계탑이 있어 예전에는 출입이 통제되었던 곳이나 지금은 바로 옆까지 오를 수 있다. 이 봉우리들로 향하는 등산로의 기점은 모두 남연군묘를 중심으로 부채살처럼 펼쳐진다. 그래서 현재 가장 긴 산행코스는 옥양봉으로 올라 석문봉을 지난 다음 가야봉에서 하산하는 길이다. 물론 가야봉 옆의 원효봉을 거치는 길이 있지만 일반적인 산행코스는 아니다. 예전에 가보지 못한 가야봉을 간다는 자체만으로도 가벼운 흥분을 느끼는 산행. 미완의 숙제를 해결하는 기분이다.

 

주차장을 지나면 바로 갈림길(10:52). 좌측이 정상 역할을 하고 있는 석문봉으로 가는 길, 우측은 옥양봉으로 가는 길이다. 옥양봉길로 접어들어 조금 후 다시 길이 갈라진다(10:56). 좌측은 석문봉과 옥양봉 사이의 안부로 오르는 계곡길, 우측은 옥양봉으로 직등하는 능선길이다. 가야할 길은 당연히 옥양봉. 이 지점까지만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너른 소롯길이 완만하게 이어진다. 아마 관음전(암자)까지 차량통행을 위해 만들어진 길인 듯. 하지만 4륜구동 차량만이 오를 수 있는 길이다. 약12분 정도 오르면 드디어 돌길(11:08).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잠시후 관음전 갈림길(11:11)을 지나면 오르막이 시작되고 옥양봉까지 인내를 시험한다. 옅은 비구름은 어느덧 물러나고 햇빛이 간간이 비치기 시작한다. 모자챙을 타고 뚝뚝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듯하다. 전망도 없고 종아리가 땡기는 가파른 된비알길. 바위지대(11:33)가 나오면서 잠시 여유를 찾는다. 벌써 마을은 상당히 아래 위치하고, 앞의 능선은 이제 눈으로 가늠할 수 있다.

 

드디어 옥양봉 정상(11:43). 벤치가 있고 전망도 뛰어나다. 가야산의 특징은 곳곳에 적절하게 위치한 쉼터. 쉼터가 있는 곳은 어김없는 소나무지대. 한국산의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옥양봉은 거대한 바위봉우리이지만 실제 등산로는 바윗길을 타지 않는다. 석문봉으로 가는 주능선상에서 뒤돌아보면 옥양봉은 호남형의 아주 잘생긴 봉우리. 즉 감상하는 봉우리이지 즐기는 봉우리는 아니다.

석문봉과 가야봉이 의외로 멀어 보인다. 햇빛을 등지고 보아서 그런가... 빨리 산행을 끝마치고 팔봉산 가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단체로 수다스럽게 올라온 팀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석문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상을 지나면 약8분 정도 계속 내리막이다. 그리고 안부(11:53)를 지나 완만하게 조금 오르면 작은 봉우리. 여기가 갈림길(11:54)이다. 즉 등산로 초입에 있는 계곡길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다시 내리막. 또다른 안부에 도착하면 이곳 또한 갈림길(11:58)이다. 역시 계곡길에서 올라오는 또다른 길이다. 한동안 평탄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내려온 만큼 오르는 것은 당연한 법칙. 가파른 길이 시작되고... 녹아 내린 흙이 진흙처럼 미끄럽다.


5분여 올라 봉우리(12:06/12:12)에 오른다. 등산로에서 약간 비껴서 대부분 그냥 지나가지만 반드시 올라보아야 할 전망봉우리. 미완성의 돌탑이 있다. 잠시 온 것 같았는데 옥양봉은 벌써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정말 수려한 봉우리. 기품이 넘쳐흐른다. 처음으로 휴식을 갖고 과일 한쪽으로 입가심을 한다.

 

봉우리를 지나도 여전히 완만한 오름. 소나무지대와 벤치가 쉼터(12:18) 그리고 중계탑을 만난다. 점심식사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 단체로 올라온 팀이 터를 잡는 듯하다.
바로 옆은 갈림길(12:19). 석문봉으로 직접 올라오는 길이다. 즉 처음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올라오는 길이다.

 

이제 조금만 가면 석문봉이라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나타나는 일락사 갈림길(12:21). 그럼 석문봉인데... 역시 석문봉(12:22)이다. 멀리서 보았을 때 V자 형태의 바위를 석문봉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전이 석문봉이다. 정상은 온통 바위. 거대한 돌탑이 정교하게 쌓여져 있다. 가야봉이 중계탑이 있어, 실제 정상 역할을 하는 봉우리이다. 역시 정상답게 전망은 거칠 것이 없다.

석문봉은 옥양봉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즉 직접 밟는 봉우리. 주차장에서 보았을 때는 바위가 보이질 않았으나, 실제로는 주위가 온통 바위군이다. 바로 앞의 암봉은 미끈하면서도 거대한 규모, 이제 옥양봉과 비슷한 거리의 가야봉만이 남았다. 간단히 사방을 둘러보고 다시 바로 출발한다.

 

석문봉을 지나면 이어지는 바윗길. 우측은 절벽지대. 분위기도 좋고 즐기는 맛도 있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이런 바윗길은 하산하는 갈림길(12:35)이 나오면서 끝이 난다. 밧줄이 걸린 대단한 바위봉(12:47)을 우회하면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건물. 중계탑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한달음에 올라갈 수 있을 듯 앙상한 가지만이 남아있는 능선길이 뚜렷하다.

 

다시 안부(12:54). 쉼터를 거쳐 하산하는 마지막 갈림길. 여기서 쉼터란 「터」의 주인공인 육관도사의 묘가 있는 장소이다. 우리나라 풍수의 역사와 풍수지리에 관한 알기 쉬운 설명으로 한동안 풍수지리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 그 분이 묻힌 묘자리는 과연 어떨까. 충청도 어느 땅에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자리라는 「자미원」이 있다고 한 글. 그 자미원이 그 자리일까... 설마 인간의 하잘 것 없는 욕심으로 그렇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런 자리가 있다면 하늘이 내린 사람에게 가는게 진리가 아니겠는가... 여기를 보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더욱 마음을 붙잡는 것은 가야봉을 보아야 하는 호기심.

 

10분간 진흙투성이의 가파른 길을 오르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막혀진 중계소 울타리(13:04). 정상처럼 즐길 장소조차 없다. 다만 위안이 되는 것은 역시 뛰어난 전망. 걸어온 길이 아득히 펼쳐진다.

 

하산길은 중계소 좌측으로 가파르게 이어진다. 나무에 걸린 밧줄이 없었다면 미끄러지기 딱 쉽상이다. 조금 내려와 사면길을 평탄하게 가면 다시 능선과 합류한다. 한무리의 팀이 점심을 먹고 있다.
여기서 길이 갈라진다. 물론 이정표는 없다. 오직 리본만이... 리본 숫자는 우측길이 많지만 좌측으로 향한다. 좌측길은 혹시라도 쉼터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으로... 우측길은 가보진 않았지만 능선으로 크게 도는 길임이 분명하다. 물론 그 길도 원점회기가 가능하다.

 

한없는 내리막길. 낙엽이 수북히 쌓인 걸로 보아서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길인 듯. 20여분 내려와 계곡(13:35)을 만난다. 역시 쉼터와는 능선 하나가 차이가 난 듯하다. 계곡에서 2분이면 기존등산로. 석문봉에서 가야봉 가는 도중 있는 두 개의 갈림길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이 길로 거꾸로 올라가면 쉼터로 갈 수는 있지만... 팔봉산 때문에 포기한다. 그리고 일부러 육관도사에 대해 신기루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면... 알고 있으면 분명히 다시 올라가자고 할테니까... 한 때 육관도사에 빠져 풍수지리에 관한 책들을 섭렵하던 시절이 머릿속을 순간 스치고 지나간다.

 

5분 정도 내려오자 상가저수지 앞의 포장도로(13:42)를 만난다. 평탄한 길을 10분 내려오면 남은들상여를 모신 건물이 나타난다. 남은들상여는 남연군묘를 옮긴 그 상여를 말한다. 요즘 보기 드문 원색의 색감이 특이하다.
남연군묘는 남은들상여 바로 옆. 천하의 명당답게 부채꼴 형상의 가야산 정기를 받는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이 터를 얻기 위해 대원군은 그 자리에 있던 절을 몰래 불태우고,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인근에 보덕사라는 절을 지어 주었다고 전한다.

 

주차장에 도착했어도 여유가 없다. 서둘러 팔봉산으로 가야 하므로... 해가 일찍 저무는 겨울. 팔봉산 종주를 계획했으나 시간이 없어 1봉에서 3봉까지만 산행하여야 할 듯하다.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바삐 움직인 가야산행. 그나마 제대로 종주를 한 보람으로 팔봉산으로 가면서도 마음이 흐믓하다.

 

 

〈팔봉산〉

 

- 팔봉산의 개요
팔봉산(361.5m)은 충청남도 서산시 팔봉면에 위치한 산이다. 칠현산에서 가지를 친 금북정백상의 산으로 금북정맥은 광덕선(699m), 오서산(791m), 가야산(678m)을 거쳐 팔봉산에 이른 다음 태안 백화산(284m)에서 그 맥을 다한다.
여덟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 1봉에서 3봉까지는 바위들이 온갖 형상을 빚어내는 현란한 암릉구간인 반면 4봉에서 8봉은 그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전형적인 육산이다. 정상인 3봉으로 향하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고 위험하지만 지금은 철난간과 철계단이 잘 설치되어 암릉 재미의 진수를 느끼며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4봉에서 8봉까지는 소나무 숲이 터널을 이룬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팔봉산의 매력은 아기자기한 암릉과 더불어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이다. 정상을 향하면서 바라보는 북쪽 가로림만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가로림만은 북쪽을 제외하고는 삼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바다이지만 구불구불한 해변을 아주 깊숙이 파고들어 강인지 바다인지 모를 정도로 폭이 좁고 잔잔하다. 올망졸망 떠있는 육지 속의 섬들과 하늘에 걸린 한 조각 구름 그리고 넓게 재배되는 짙은 녹색의 너른 양배추밭은 가을걷이를 마친 한가로운 들녘과 어우러져 소박한 수채화라 아니 할 수 없다.

 

- 산행요약
◆ 산행코스
: 주차장∼안부∼2봉∼3봉(정상)∼천제터∼운암사지∼1봉∼안부∼주차장
◆ 산행시간 : 산행시간 1시간26분, 총시간 1시간56분

 

 

- 산행기


팔봉산까지 거리는 가깝지만 의외로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시간은 오후 3시. 하늘은 다시 흐리고 가는 빗방울이 흩날린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마음이 심난하다.

 

팔봉산하면 흔히 홍천의 팔봉산을 떠올리지만 서산 팔봉산도 홍천 팔봉산에 못지 않은 명산이다. 여덣개의 고만고만한 봉우리가 연이어지는 홍천 팔봉산과 달리, 서신 팔봉산은 1봉에서 3봉까지는 불꽃을 피어오르는 듯 화려함과 날카로움의 극치를 보인다. 하지만 4봉부터 8봉까지는 너무나 평범한 육산. 그래서 그 멋진 산세에도 불구하고 산행대상지로서의 규모(1봉에서 3봉까지)가 작아져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잊혀진 산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봉우리 숫자로 명명된 산은 대체로 아름다운 산이다.
작은 거인, 팔봉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너른 평야 속에 강렬히 피어오른 산이다.

 

팔봉산 산행은 최초 종주를 생각했다. 어송리에서 서태사를 거쳐 8봉에 오른 다음, 1봉으로 가는 코스. 종주라 하지만 거리는 약5.4km에 불과하다. 문제는 차량회수 문제. 버스가 하루에 몇번 다니지 않아 걸어서 돌아 와야 하는데... 임도를 따라 지름길로 걸어와도 약1시간은 걸어야 한다. 낮이 짧은 겨울, 종주를 포기하고 팔봉산의 진수인 1봉∼3봉만을 산행하기로 변경한다.

 

팔봉산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좁지만 주차장만큼은 의외로 상당히 넓다. 100대도 주차가 가능한... 등산로 입구 주위에는 각종 산나물을 파는 할머니들이 진을 치고 있다. 바로 위의 가건물에 사람이 보인다. 매표소라 생각을 했지만 사실은 입산통제소. 장부에 입산자의 신상을 기재하면 산행이 가능하다.

부드러운 솔잎이 두툼하게 깔린 시원한 소나무숲이 이어진다. 걷는다는 자체가 상쾌한 그런 길이다. 약5분 오르면 임도. 좌측으로는 양길리. 우측으로는 어송리(2.5km)로 이어진다. 만약 종주를 했을 경우, 어송리에서 이 임도를 따라 오면 편리하다.
직진하여서도 여전히 너른 소나무숲길. 잠시 후 돌거북 형태의 샘이 나타난다. 아쉽게도 식수금지(유일한 샘)라는 안내가 있다. 샘 위는 광장. 나무식탁과 화장실 등 마지막 쉼터이다.

 

이제 능선으로 오르는 돌계단길. 이 길은 1, 2봉 사이의 안부에 오른다. 어느 사이에 좌측 1봉의 깎아지른 바위봉이 지척이다. 일단 편해서 좋다.

안부에서 우측 2봉으로 향한다. 좌측에 있는 1봉은 하산시 들려볼 생각으로... 돌계단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바로 철난간과 철계단길. 폭이 좁아 한사람씩만 오를 수 있다. 계단길을 오르면 바위전시장. 바로 2봉이다. 잠깐 올라았는데도 1봉은 벌써 저 아래. 바다가 보인다. 호수같이 보이는 바다. 가로림만이다. 삼면이 육지로 둘러싸여 물결조차 일지 않는 조용한 바다이다.
2봉 주위에는 둥굴둥굴한 바위들이 많다. 멀리서 보는 날카로운 느낌과 달리 기어오르고 쉬어가고 싶은 바위들.

 

평탄을 길을 조금 따르면 헬기장. 좌측으로 운암사지가 내려다 보인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바윗길을 한차례 오르면 전망대 지역. 우측 절벽으로 긴 보호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맑은 날씨면 저물어가는 햇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황홀한 경치를 보이는 곳. 가는 빗방울이 답답하기만 하다.

쇠난간지대가 연이어 나타난다. 우측 옆으로는 거의 100m 에 달하는 거대한 1봉의 절벽. 등산로가 있는 이 길 역시 철난간, 철계단이 없었다면 오르기가 쉽지 않은 가파른 길.


드디어 정상(3봉) 직전의 용굴(일명 통천문)이 나타난다.
용굴은 한 개의 작은 석문을 통과 후 두 번째 나타나는 굴이다. 안내판에 의하면 길이 12m. 배낭을 메고 통과하기가 어려운 좁은 굴이다. 평지굴이 아니라 굴안에 설치된 쇠사다리를 밟고 오르는 길. 간신히 빠져 나온다.
용굴 위는 절벽, 거대한 바위들, 아름다운 전망이 함께 어우러진 절경이다. 우측으로 정상으로 가기 위해 철교를 건넌다.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산을 즐기는 멋진 요소가 골고루 갖추어진... 그래서 작은 산이지만 반드시 한번쯤은 가보야 할 산이라는 느낌이다.

 

정상은 바로 위. 비슷비슷한 높이의 두 개의 봉우리가 있다. 두 봉우리 모두 정상석. 정상에 오르자 매서운 바람이 몰아친다. 추위에 떨며 오래 버티지 못하고 바로 두 번째 봉우리로 간다. 역시 대단한 전망. 올라온 길은 바윗길의 연속, 반면 맞은편 한눈에 들어오는 4봉에서 8봉까지는 밋밋한 능선길이다. 둥굴둥굴하지만 걸어보면 정확히 봉우리가 구분된다.

 

정상에서의 하산은 일반적으로 3, 4봉 사이의 안부로 내려가다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1봉에서 3봉 사이의 동쪽 사면을 횡단하여 1, 2봉 사이의 안부를 거쳐 원점회기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조금 내려가면 천제터. 하늘에 제를 올리는 장소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1∼2평 규모의 넓적한 바위가 3단의 계단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일부러 다듬어 놓은 돌같이 절묘한 모양이다.
작은 능선을 넘자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침목을 깔아놓아 운치가 있다. 이제 겨우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도 벌써 어둑어둑한 느낌이다.

 

평탄한 길이 나타나면서 주위는 온통 대나무숲. 그 앞에 너른 터가 운암사지. 현재 정자가 설치되어 있다. 모처럼 한가한 휴식시간을 갖는다. 가야산 가기 위해 덕산에서 산 막걸리를 처음으로 꺼낸다. 가야산부터 마시고 싶었던 막걸리. 시간에 쫓겨 이제사 한모금, 목젖을 적시는 그 달콤함을 무엇에 비기랴... 안주는 3분 짜장. 산을 즐기는 개념차이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작은 산은 산으로 취급하지 않는 경향과 전국에 산재한 작지만 명산에 관하여...

 

다시 작은 능선을 넘으면 내리막. 중간에 좌측 암벽에 호랑이굴이 있다. 깊이는 약3m, 높이는 1.5m 정도 규모이다. 예전에 안내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 흔적도 없고... 나무계단길을 내려오면 1,2봉 사이의 안부이다.

 

1봉은 일명 감투봉. 3봉과 더불어 팔봉산을 대표하는 봉우리이다. 사극에서 나오는 감투모양의 바위들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있다. 안부 방향에서 오르는 길을 제외하고 나머지 방향은 거의 수직 절벽에 가까운 독립봉이다. 그런 만큼 봉우리 자체를 오르는 매력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사방을 굽어보는 전망대 역할을 하게 된 봉우리이다. 오히려 3봉보다도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1봉은 안부에서 약50m 거리. 완전히 바위로만 이루어져 오르기가 쉽지는 않다. 힘들게 오르면 역시... 겨울 찬바람에 느낌만을 간직한 채 서둘러 내려온다.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온다. 하산 도중 붉게 저물어가는 태양이 숲사이로 보인다. 그런데도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흩날리고... 두 가지 날씨를 한꺼번에 보고 느끼는 하루종일 을씨년스런 날씨이다.

 

오늘은 두 개의 산을 하루에 다녀왔다. 그렇게 힘든 산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에 쫓기는 ... 역시 지방산이다. 처음에 덕숭산(예산)을 포함 세개산까지도 생각했지만 역시 겨울은 짧다. 아무리 가벼운 산이라도 부지런한 새가 모이를 먹는다는...
어째뜬 나름대로 뿌듯한 하루. 서울로 돌아오는 길도 훤히 뚫려 마음이 상쾌하다.


- 산행안내

〈코스의 개요〉
팔봉산의 산행은 아주 단순하다. 크게 여덟 개 봉우리 전부를 종주 하거나 팔봉산의 진수인 1봉에서 3봉(정상)까지의 암릉구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다. 차량을 이용한 원점회기산행인 경우 3봉까지의 산행이 일반적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종주가 바람직하다. 하지만 3봉에서 8봉까지의 거리(약1km, 35분 소요)가 멀지않아 8봉을 다녀와 원점으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다. 정상(3봉)을 거치지 않고 1,2봉 안부와 3,4봉 안부사이를 우회하는 길이 있어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고도 하산이 가능하다. 
주차장에서 정상(3봉)으로 향할 경우 1,2봉 사이의 안부로 올라서며 좌측에 위치한 1봉은 별도로 다녀온 후(0.1km, 5분 소요) 안부에서 다시 3봉으로 올라가야 한다. 1봉은 감투를 쓰고 있는 화려한 모양의 바위 봉우리로써 반드시 다녀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산코스〉
제1코스 : 주차장→1,2봉 안부→1봉(감투봉)→1,2봉 안부→2봉→용굴→정상(3봉)→3,4봉 안부→천제터→운암사지터→호랑이굴→

              1,2봉 안부→주차장 : 3.4km, 약1시간40분 소요
제2코스 : 주차장→1,2봉 안부→1봉(감투봉)→1,2봉 안부→2봉→용굴→정상(3봉)→3,4봉 안부→5,6,7,8봉→서태사→어송리 검문소

              : 5.4km, 약2시간40분 소요
제3코스 : 주차장→1,2봉 안부→1봉(감투봉)→1,2봉 안부→2봉→용굴→정상(3봉)→3,4봉 안부→5,6,7,8봉→7,6,5,4봉→3,4봉 안부→

              천제터→운암사지터→호랑이굴→1,2봉 안부→주차장 : 5.2km, 약3시간20분 소요


〈추천코스〉
원점회기산행 : 제3코스
대중교통이용시 : 제2코스


〈산행들머리 찾기〉
팔봉산 주차장(양길리) 방향 : 아래의 교통안내 참조
어송리 검문소(어송리) 방향 : 서태사를 지나 8봉에서 1봉으로 가는 코스, 어송리 검문소 삼거리 오른쪽을 보면 대문마트(가게)와 로타리

                                         식당 사이로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가면 서태사로 향할 수 있다.

〈입산통제〉
  봄철(4월4일∼5월15일)과 가을철(10월20일∼12월20일)에는 산행이 통제된다. 물론 통제기간 중에도 완전 폐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서산시 농림과에 확인 후 출발하는 것이 좋다. (☎ 041-660-3423)
  개방이 되는 경우 등산로입구 화기물보관소에서 직원이 입산신고를 받는다.

 

- 교통안내

〈승용차 이용시〉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 또는 해미I/C에서 빠져 나와 서산 방향으로 향한다. 서산에서 태안으로 이어지는 32번 국도로 가다 어송리 검문소(오른쪽 로타리식당 방향, 팔봉산 방향이라는 교통안내판과 팔봉산 등산안내도가 있음)에서 갈라지는 우측 지방도를 갈아탄다. 
팔봉면사무소를 지나 나오는 첫 번째 사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향한다. 고개를 향하는 완만한 길을 따라 팔봉산이 본격적으로 보이는 지점에 버스정류장과 팔봉산입구라는 작은 안내판(작은 안내판으로 자칫 지나치기 쉬움)이 있다.. 여기서 우측길(2차선 폭 넓이의 도로)로 약1km 들어가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만약 고개를 넘을 경우에도 양길주유소(양길정미소)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소로(차 한 대만 통행 가능)에서도 주차장으로 갈 수 있으나 대형 차량은 진입을 할 수 없다. 여기에도 역시 팔봉산입구라는 안내판이 있지만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시〉
산행들머리인 팔봉산 주차장 입구까지는 서산에서 양길리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여야 한다. 양길주유소 앞에서 하차할 경우 1.2km를 주유소 가기전 팔봉산 입구에서 하차할 경우 1km를 걸어 들어간다. 
양길리 가는 시내버스는 하루 약10회 운행된다. 오후시간에는 12시5분, 13시50분, 14시30분, 16시35분등(서산 출발 기준)이 있다. 
1봉에서 8봉으로 종주한 후 차량회수를 위해 다시 팔봉산 주차장으로 가고자 한다면, 어송리 검문소에서 양길리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다시 팔봉산 주차장 방향으로 가야 한다. 어송리 검문소에는 서산 출발후 약15분후쯤 도착한다. (자세한 내용문의 : ☎ 041-665-4808)
8봉에서 1봉으로 종주하는 코스를 택해 어송리 검문소까지만 가고자 하는 경우 서산에서 양길리행 시내버스뿐만 아니라 서산에서 태안으로 가는 버스를 타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