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2004. 11. 28(화) 맑음

 

〈산행자〉san001 등 2명

 

〈산행요약〉
■ 산행코스
: 사당역∼사당능선∼연주대∼549봉∼팔봉능선∼무너미고개∼삼성산∼칼바위능선∼관악산입구(서울대)
■ 산행거리 및 시간 : 약16km, 산행시간 6시간12분, 총시간 7시간28분
■ 구간별 시간
매표소∼(29분)∼국기봉∼(4분)∼319봉(방공호)∼(17분)∼헬기장∼(2.1km,52분)∼연주암갈림길∼(0.6km,26분)∼연주대∼(0.3km,12분)∼연주암∼(0.3km,8분)∼KBS송신소∼(2.0km,23분)∼549봉∼(1시간)∼계곡∼(12분)∼무너미고개∼(23분)∼삼성산초소∼(13분)∼국기봉(446봉)∼(25분)∼제1야영장∼(17분)∼국기봉(칼바위)∼(30분)∼돌산∼(21분)∼관악산입구(서울대)

 

 

〈산행기〉

 

매년 이맘 때처럼 산행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계절이 없다. 서울의 산에서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던 문제가 조금만 경기도 지방으로 나가도 영락없이 산불예방기간으로 출입이 통제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유명한 코스는 일부 개방되지만 알찬 산행을 하기에는 역부족.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이럴 때 평소 시간을 별도로 내기 어려웠던 서울의 산을 찾는 일.

 

비교적 길게 산행할 수 있는 코스를 선택을 하다 문득 관악산, 삼성산 종주를 떠올린다. 이 코스는 관악산을 좀 더 길게 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가끔 이용하는 코스이다.

관악산만 종주하자고 마음먹는다면 사당능선을 거쳐 인덕원으로 갈 수도 있고, 삼성산만 종주 한다면 칼바위능선을 거쳐 안양으로 하산할 수도 있지만 개별 산행만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두산을 연결하는 산행이 이루어지고 그 연결루트는 관악산의 유명한 바윗길인 팔봉능선이 주를 이룬다.

 

관악산... 유명한 바위산이다. 대다수 능선이 바윗길인 산. 예전에 자주 찾았지만 최근 북한산에서 푹 빠지다보니 그동안 소홀했던 산이다. 그러다 올초 한국의 산하와 합동산행시 그간 잊혀졌던 관악산을 다시 보게 되었다. 비록 북한산만큼의 깊이는 없지만 북한산과 다른 아기자기한 바윗길의 묘미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산이다.

 

아침부터 설쳐 간신히 8시경 산행을 시작한다. 늦어도 오후 3시∼3시반 경에는 하산해야 하는 산행. 산행을 하면서도 하산주 한잔 할 시간이 없을까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사당역에서 관음사 방향으로 접어든다. 유명한 코스임에도 사당역에서는 관악산 가는 안내판이 없다. 입구에서 귤이며 김밥이며 준비를 했지만 깜빡 막초 한 병 사는걸 잊었다. 그래도 삼성산 정상에서 파는 한잔 술을 기대하며...

 

처음부터 오르막이다. 은근히 쌀쌀한 날씨. 몸이 더워지면서 굳었던 다리는 조금 풀리지만 발걸음은 은근히 무겁다. 최근 연이은 산행의 피로가 누적된 듯하다. 북한산14성문종주, 검단 용마산 종주, 영남알프스 종주 그리고 일요일 북한산 산행 등 열흘 사이에 5번째 산행.
철조망이 있는 갈림길에서 정면(정면으로는 이정표 없음)의 바위봉으로 오른다. 가벼운 릿찌길. 겨울에는 위험할 수도 있는 길이다.


국기봉을 지나 첫 번째 바위봉(방공호 있음)에 오르자 연주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연이어져 보이는 능선길은 바위봉우리들의 연속. 전체적으로는 완만한 흐름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고도가 319봉, 연주대 오르기 직전 안부가 약500m. 즉 고도 200m를 약2.5km 거리에서 서서히 높여 가는 길.


예상대로 부드럽다. 첫 헬기장에 도착하면 지나온 방향으로는 이정표가 없다. 즉 첫봉우리 올라오기 전 철조망에서 직진하지 않고 우측 이정표 방향으로 올라오면 합류하는 길이다. 헬기장 옆으로는 역시 국기봉, 333봉이다.

이렇듯 관악산, 삼성산에는 국기봉이 많다. 내가 알기로도 9개 정도.

 

헬기장을 지나면 기암괴석의 연속. 하마바위, 해태상 등 안내판이 있는 바위도 있지만 쌍오리바위, 돼지바위, 청둥오리바위, 장난치는개바위, 벌레바위, 황소바위 등 알려지지 않은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하지만 사실 안내판이 있어도 알기가 어렵다. 그냥 멋지다는 생각과 무슨 이름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만 하며...

 

해태상 안내판(헬기장, K77)이 있는 414봉을 지나면 잠시 내리막 후 오랜만의 긴 오르막. 오르막이라 하지만 그동안 워낙 평탄하여 그렇게 느낄 뿐이다. 오르막의 끝은 헬기장(K2), 능선분기점이다. 지도를 가지고 가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엔 남태령 갈림길인줄 알았지만 착각. 여기저기 군시설물을 보호한다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헬기장에서 보면 연주대로 가는 능선상에 있는 두 개의 봉우리가 상당히 뾰죽하다. 특히 바로 직전 전위봉은 하늘을 찌를 듯 가파르다. 이 중 첫 번째 봉우리가 바로 남태령 갈림길. 우려와 달리 봉우리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등산로는 허리를 가로지른다.


허리길을 지나면 갈림길. 연주대를 거치지 않고 연주암으로 갈 수도 있다. 연주대로 가는 길은 가파르다. 두 번째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바윗길을 오른다. 10분이면 봉우리 정상. 정상 바로 아래에 관악문이 있다.


잠시 내리막 후 안부를 거쳐 연주대를 향한다. 역시 바윗길. 중간중간에 암벽에 걸린 쇠줄 및 밧줄을 잡고 오른다.

 

연주대... 관악산의 정상답게 전망이 시원하다. 발아래 펼쳐지는 서울시와 과천시. 정상의 여유를 즐기기에는 은근히 마음이 조급해 온다. 유유자적 여유 있게 올라오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조금 부족할 듯 느껴지기 시작하고...
일단 연주암으로 향한다. 무거운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연주암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서둘러 KBS송신소가 있는 고개로 향한다. 서늘한 음지에서 바람이 불자 한기를 느낀다. 점심 아니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고개에서 밥 먹을 장소를 찾아 주능선으로 접어든다. 불꽃바위 같은 봉우리들의 경연장. 능선을 넘나드는 바람에 마땅히 쉴 곳이 없다.

결국 팔봉능선 갈림길인 549봉에 오른다. 마침 봉우리 옆에 평온한 쉼터.

 

밥상을 푼다. 보온병을 준비했지만 컵라면의 온기는 시원치 않다. 시장기로 밥맛은 있지만 막걸리 한통이 없다는 아쉬움은 뭔가 모를 허전함으로 남는다. 어차피 아쉬운 식사. 후일을 기역하며 서두른다. 그런데 삼성산까지 갈 수 있을지... 아직 11시 40분에 불과하지만 바삐 서둘러야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물론 그냥 하산하면 문제가 없지만... 은근히 하산을 떠본다. 몸이 유달리 피곤함을 느낀다.

 

팔봉능선길은 암릉의 연속. 6봉 능선과 더불어 관악산을 대표하는 능선이다. 팔봉능선의 정상인 549봉을 포함 8개 봉우리라 하지만 막상 세어보면 몇 개인지 잘 모른다. 맞은편 삼성산에서 보면 6개는 분명하지만...

모든 봉우리를 다 들려 확인을 한 후 내려오다보니 거의 한시간이나 걸려 계곡에 내려왔다. 

 

그냥 하산했으면 좋겠지만... 이럴 바에는 차라리 관악산 종주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인덕원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을 뻔했다는 탄식에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래 가자... 조금 부지런히 걸으면 될 일을...

 

계곡을 거슬러 올라 무너미고개에 도착했다. 무너미고개는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선. 이 고개를 사이에 두고 남쪽으로 흐르는 물은 안양천으로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도림천이 된다. 낮은 고개이지만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뜻을 떠올린다.

 

경계 능선을 따라 오른다. 위로 오를수록 건너편 팔봉의 봉우리 윤곽이 뚜렷해진다. 오를 때와 내려올 때 달라지고, 가까이 보았을 때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달라지는 봉우리 숫자. 봉우리 숫자가 무엇 중요하다 하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인 산행코스의 개념 및 윤곽을 파악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다시 삼성산으로 오르는 길이지만 사실 금방 오른다. 10분 정도만 바짝 올라가 헬기장 이후는 완만. 삼성산초소에서부터는 포장도로길.


삼성산의 정상(455m)은 군부대가 있어 등산객들을 위한 정상은 제1국기봉(446m)이다.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거북바위 옆에 갈림길. 우측으로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의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포장도로는 좌측으로 방향을 튼다. 우측길에는 산뜻한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정면으로 나가 솔잎이 부드러운 완만한 길을 따르면 그야말로 시장 바닥. 다른 산과 달리 아직도 취사까지 하며 음식을 파는 매점이 남아있는 것이 놀라울 따름. 보기에는 좋아 보이질 않지만 은근히 내 자신도 즐기는 마음을 어떻게 하랴. 막걸리 한잔하고 가자고 하지만 일단 제1국기봉으로 향한다.


오후1시31분. 아직도 가야할 칼바위능선상의 마지막 봉우리인 돌산은 멀기만 하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출발한다. 제1야영장으로 가는 길은 대체로 완만. 중간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안부 두군데가 있다.

 

시흥 및 호압사 갈림길인 제1야영장 근처는 운동장처럼 넓다. 여기를 지나면 바윗길이 시작된다. 일명 칼바위구간. 아무리 바빠도 재미있는 구간을 우회길로 돌아가기 싫어 지나간다. 제법 날카로운 구간. 역시 스릴 넘친다. 칼바위 중간에 있는 국기봉에서 관악산을 쳐다보면 지나온 구간이 상당히 길다.   


이제는 하산만이 남은 길. 30분만에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돌산에 오른다. 다시 20여분 내려오면 관악산입구(서울대).

 

신림역에 나와 딱 맥주 한잔만 하려 하였지만 문을 연 가게가 없다. 몇군데를 찾아보았지만 시간만 빼앗기고... 뭔가 뒤끝을 개운하게 풀지 못한 허전함이 있지만...  최초 계획대로 산행을 마친 풍족한 마음만을 갖고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