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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찾아 시험삼아 2주전 다녀온 산행기 올립니다. 재미삼아 보시기 바랍니다.

 

 

【제   목】억새의 바다... 영남알프스(취서산, 신불산, 간월산, 배내봉)

 

【산행개요】
 
■ 산행일 : 2004. 11. 24(수) 맑음

 

■ 산행자 : 신기루, san001

 

■ 산행코스
   ◆ 산행코스 : 백운암∼능선∼취서산∼신불재∼신불산∼간월재∼간월산∼배내봉∼배내고개
   ◆ 산행시간 : 산행시간 6시간26분, 총시간 9시간52분
   ◆ 구간별 시간
        등산로입구∼(45분)∼백운암∼(37분)∼능선∼(58분)∼비로암갈림길∼(9분)∼취서산∼(43분)∼1045봉∼(6분)∼신불재∼(3분)∼

        신불대피소∼(2분)∼신불재∼(19분)∼신불산∼(11분)∼능선갈림길∼(28분)∼간월재∼(22분)∼간월산∼(19분)∼등억온천갈림길

        ∼(52분)∼배내봉∼(32분)∼배내고개

 

■ 산행일지
   23:30   동서울터미날 출발 : 야간우등 (₩25,500)
   04:15   신평(통도사 입구) 도착 : 4시간 45분 소요
   04:20   신평 출발 : 택시 (₩8,000)
   04:31   백운암 등산로 입구
 
   04:40   산행 시작
   05:10   휴식
   05:24   출발
   05:39   백운암
   06:01   출발
   06:06   능선
   06:19   바위지대
   06:28   출발
   06:47   주능선 : ←시살등, →영축산(2km), ↓통도사 백운암(1km), ←한피지고개(1.5km)
   06:50   출발
   06:53   바위봉(1) : 불꽃같은 봉우리로 시살등이 보임
   06:57   출발 
   07:01   바위봉(2, 큰 개념으로 1) : 신불평원이 시야에 들어옴 ⇒ 이후 내리막
   07:05   일출
   07:08   출발
   07:12   바위봉 : 우회길(좌측)이 있음
   07:17   바위봉(3, 큰 개념으로 2) : 이후 내리막
   07:22   산죽길 시작
   07:23   안부, 양산시 4-라 : 정상 1.5km ⇒ 좌측 사면길로 평탄하게 이어짐
   07:33   능선과 합류 : 취서산 앞으로 두 개의 봉우리가 보임 ⇒ 이후 평탄후 오르막
   07:37   밧줄
   07:40   바위봉(4) : 전위봉과 취서산이 보임 ⇒ 이후 완만
   07:44   돌탑. 억새시작
   07:47   추모비, 공터 : 지나온 전망이 잘 보임, 너른 길 시작
   07:55   안부, 비로암 갈림길 : 이후 오름
   08:04   취서산(1059m) : ↑신불산 2.95km, ↓극락암 백운암 2.1km, 시살등 3.0km, →지산, 환타지아 ⇒ 아리랑릿찌, 신불릿찌가  보임
   08:20   출발
   08:23   취서산장 : 이후 대로, 미로 같은 길이 혼재, 단조산성
   08:35   다 내려옴 : 이후 오르막
   08:39   돌탑 봉우리 : 이후 평탄
   08:40   금강폭포 갈림길 : 출입통제 (하단부 군부대 사격장)
   08:43   서서히 오르막 시작
   08:57   바위봉 : 올라가기 힘듬, 잡목으로 길이 흐릿
   09:03   1045봉 : 이후 내리막
   09:09   신불재 : ←신불산 자연휴양림(하단부), →삼남가천리, ↑신불산, 가천마을 4.15km, 영취산 2.3km, 신불산 0.65km
   09:12   신불대피소, 샘터
   09:16   출발
   09:18   신불재
   09:21   휴식, 아침
   10:13   출발
   10:29   신불산(1159m) : 돌탑, 간월산 2.3km, 영취산 2.95km
   10:35   출발
   10:46   능선 분기점, 울주군 나무의자 : ↑파래소폭포, →간월재, ↓신불산 정상
   10:52   출발 : 이후 거친 돌길
   10:59   간월재가 정면으로 보이는 지점 : 이후 잡목구간, 내리막
   11:10   나무 울타리 시작
   11:18   신불산 공비토벌격전지 안내 : 등억온천 3km, 자연휴양림 입구 7.5km ⇒ 신불, 간월재 억새군락지 보존공사
   11:20   간월재, 돌탑, 벤치 : ←신불산자연휴양림, →홍류폭포,등억온천 ↑간월산↓신불산   ⇒ 이후 가파른 오르막, 가장 힘든 구간
   11:36   돌탑봉우리 : 이후 돌길, 잡석
   11:42   간월산(1083m) : 신불산이 보임, 취서산은 능선에 가려 보이질 않음
   11:52   출발 : 내리막, 배내봉까지 약 3개 봉우리가 있음
   12:08   다 내려옴, 잠시 평탄한 후 오름
   12:11   등억온천 갈림길
   12:13   출발 : 이후 잠시 소나무지대, 억새
   12:21   암반구간
   12:22   봉우리(1) : 간월산이 상당히 높아 보임
   12:28   휴식 : 완만한 내리막
   12:40   출발
   12;41   오르막 시작
   12:47   완만한 봉우리 : 이후 대체로 평탄
   12:50   전망바위, 봉우리
   12:53   완만한 봉우리
   13:02   오르막 시작 : 잡목 지대
   13:10   바위봉 : 또다시 앞에 두 개의 봉우리가 보임
   13:12   봉우리 : 정상주위가 억새
   13:17   배내봉(966m), 헬기장
   14:00   출발
   14:08   갈림길 : ←배내고개(이정표 없음), ↑송곳산 3.5km, 오두산 0.6km, ↓간월산 2.5km
   14:24   기존 등산로와 만남 : 배내봉에서 직접 내려오는 길
   14:32   배내고개, 신불, 간월산 등산로 종합안내

   14:45   출발
   15:01   석남사 도착
   15:07   매표소
   16:10   석남사 구경후 매표소

 


【산행기】

 

〈출발에 앞서...〉


수요일 비가 오고 추워진다는 예보. 안개속에서 고생하기 싫어 가까운 산이나 다녀오자고 제안하였으나...
「오랜만에 휴일인데... 가야지.」


갑자기 바빠진다. 산림청 양산지사에 전화하니 다행히 신불산 통제가 없다. 통도사 가는 버스편. 경부고속터미날에서는 울산 가는 편만 있고, 다행히 동서울터미날에는 통도사로 직접 가는 야간우등버스가 있다. 오직 밤 11시30분 한 대.


그런데 이번 버스를 알아보면서 다시 한번 이상한 점을 확인했다. 목적지가 같더라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값 차이가 거의 30% 난다는 점. 몰론 같은 우등버스 기준이다. 즉 동서울터미날의 경우 2층(고속버스)과 1층(시외버스)의 요금이 다르다는 점이다.
모두 6명이 승차. 내 집 같은 편안하게 잠을 청한다.  

 

 

〈산행코스〉


이번 산행은 통도사 방향으로 올라 취서산, 신불산, 간월산, 배내봉을 거쳐 배내고개로 하산하는 길로 정했다. 물론 빠른 산행을 하면 재약산, 사자평을 거쳐 밀양 표충사도 갈 수는 있겠지만 멋진 풍광을 충분히 즐기겠다는 심정.
비만 오지 않는다면... 오직 바라는 건 그것뿐이다.

 

 

〈산행 들머리에 서서...〉


신평. 통도사 가실 분 하차(04:15)하라는 소리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 내린다. 알고 보니 통도사가 종점이 아니라 양산이 종점이다. 썰렁한 새벽 신평 시내.
처음에는 너무 이른 시간 도착이 예상되어, 해돋는 시간까지 백운암으로 서서히 걸어가려고 하였으나 어둠속에서 갈 길이 막막하다.


택시(₩8,000)로 이동(04:20)하니 11분 거리. 칠흙 같은 어둠을 뚫고 극락암 갈림길을 지나 조금 오르자 백운암 등산로가 시작하는 너른 공터(04:31)가 나온다. 택시가 횅하니 떠난 숲속은 별빛만이 하늘을 밝히는 어둠뿐이다. 별이 솟아지는 하늘. 쭉쭉 하늘로 자라난 나무 사이로 보이는 좁은 하늘에는 오리온자리와 시리우스 별빛이 유별나게 밝다.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새벽. 청명한 날씨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부풀어오른다. 이제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며 능선까지는 서서히 오르기로 한다. 어둠속에서 능선의 멋진 풍경을 놓치기 싫어서...      

 

 

〈백운암 가는 길〉


등산로에 접어들면(04:40) 하늘을 뒤덮는 나무숲으로 더욱 어둠이 밀려온다. 등산로 주위에는 미끈한 소나무들이 지천에 널려 있고 너른 길에는 솔잎이 가득하다. 여기저기 보이는 돌무더기탑. 소박한 불심이 함께 하는 길이다.


조용한 길에는 오직 우리들의 발자국 소리뿐. 잠시 후 물소리가 들린다. 보이지는 않지만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인 듯하다. 약13분 완만한 길을 오르면서 계곡을 벗어나 사면(04:53)으로 오른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신평시내의 불빛이 하나둘 들어온다. 하지만 여전히 어둠의 정령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가파른 길. 희미하게 언덕배기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비치는 듯하다. 그리고 간헐적으로 들리는 목탁소리... 약간의 안도감을 갖고 휴식(05:10/05:24)을 취한다. 날은 여전히 어둡지만 능선의 실루엣은 어느 정도 윤곽을 들어낸다. 


백운암(05:39). 취서산 중턱에 자리잡은 멋진 암자이다. 시원하게 트인 전망. 신평의 새벽야경이 꿈을 꾸듯 환상적이다. 하늘을 보자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보인다. 습관적으로 쳐다보는 밤하늘에 순간 몸이 휘청거린다. 너무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밤하늘이 아니던가...


이른 새벽임에도 산사는 분주하다. 아침예불을 끝내고 요사채와 주방은 훤하다. 백운암 안쪽으로 들어가면 신도들을 위한 집. 그 앞 마당은 목재로 만들어진 전망대. 그리고 화장실. 뜻밖에 수세식이다. 산사와 속세의 만남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 편안함에 끌려 한번쯤 산사에 귀의하고픈 마음은...


암자 입구에 설치된 커피자판기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빵 한조각으로 허기를 달랜다. 등산로 방향으로 조금 가자 등산객들을 위한 화장실이 따로 있다. 불빛이 없는 화장실을 가는 것이 보통 고역이 아닐 듯 싶다. 아까 화장실은 스님과 신도를 위한 화장실.  

 

 

〈여명... 깔딱고개로 가는 된비알길〉

 

암자 입구 샘터 우측으로 등산로(06:01)가 있다. 가파른 길을 잠시 오르면 다시 능선길(06:06). 이제부터 능선까지는 된비알길이다.


약10여분 오르면 바위지대(06:19/06:28). 동녘하늘이 점점 붉은 기운이 감돈다. 올라가야 할 능선이 좌우로 펼쳐지고 뭉뚝한 몇 개의 봉우리 가장 오른쪽에 취서산인 듯한 봉우리가 보인다. 생각보다는 가까워 보이는 봉우리. 잠시 쉬는 사이 빠르게 별빛은 자취를 감추고, 랜턴을 꺼도 될 정도로 주위가 밝아진다.


여전히 가파른 길. 약간은 찬 기운이 감돌지만 산행하기에는 적당하다. 고도를 높이면서 뭉뚝하게 보이던 봉우리는 의외로 날카로운 바위봉. 취서산에 대한 다른 면모를 조금씩 느낀다.


드디어 능선(06:47/06:50). 좌측으로 가면 시살등(981m), 우측으로 가면 취서산 가는 길이다.
가슴이 탁 트인다. 날로 이제 완전히 밝았고, 멋진 억새 산행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가볍다. 

 

 

〈뜻밖의 바위능선... 취서산을 향하여〉

 

아기자기한 바위능선길


능선에 서면 취서산 방향으로 불꽃같은 바위봉이 바로 옆에 있다. 시살등이 보이는 멋진 전망. 바위봉(06:53/06:57)에 오르면 또다시 앞을 가로막는 바위봉. 동쪽으로는 천길 낭떠러지의 수직벽을 이루고 있다.


두번째 바위봉(07:01)에 오르자 비로소 영남알프스의 광활한 전경이 조금 시야에 들어온다. 취서산을 비롯 신불평원의 너른 갈색 군락지 그리고 그 너머 아득히 먼 신불산... 상상한 그대로의 모습이다.


능선안부에서 취서산까지는 크게 약3∼4개 정도의 봉우리를 넘는다. 물론 쉽게 스쳐 지나가는 봉우리까지 합친다면 그 이상. 그런데 비로암갈림길(안부) 직전에 있는 봉우리까지는 억새는 보이질 않고 오직 바위봉과 바윗길이 어우러진 길이다.


영남알프스하면 당연히 억새를 떠올리지만... 의외로 펼쳐지는 바윗길은 생각지 못한 재미를 준다. 특히 낭떠러지 사이의 날등길은 밤에 지나가면 생략할 수밖에 없는 길이다. 역시 날이 밝기를 기다린 것이 제대로 된 판단이라는 만족감과 함께...   


바위봉을 지나면 내리막이다.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훤해진 동녘하늘에 순식간에 떠오르는 태양(07:05). 잡티하나 없는 붉은 태양이 너무나 선명하고 깔끔하다. 청명한 하늘과 잠잠한 날씨 덕분에 찾아온 행운에 잠시 일출 감상에 접어든다.


바윗길을 내려오면 갈림길(리본)이다. 좌측은 날등을 피해 가는 우회길. 짧은 밧줄이 걸린 우측 바윗길로 향한다. 우측은 절벽이지만 바윗길 그 자체는 별로 잡을 곳이 많아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다시 바위봉(07:17)을 지나면 역시 내리막. 약6분 내려오면 안부(07:23)(119안내판, 양산시 4-라). 우측으로 흐릿한 갈림길이 있다. 


이후 등산로는 능선 좌측 사면으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10분후 다시 능선과 합류(07:33)하고... 밧줄을 잡고 짧은 오르막을 오르면 바위봉(07:40)이다. 신불평원의 억새밭이 이제 가까이 보이기 시작한다.

 

억새밭의 시작


완만한 오름길. 나무 하나 없이 헐벗은 비탈면에 여러 기의 돌탑(07:44)이 서있는 장소를 지난다. 이 지점부터 억새밭이 시작된다. 무슨 선을 그은 듯, 수목이 분리되는 현상이 신기하다.
잠시 후 추모비가 있는 너른 공터(봉우리)(07:47).


공터를 지나면 안부로 내려가는 너른 길이 시작된다. 부드러운 취서산의 스카이라인이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을 듯 너르고 완만하다.


비로암으로 가는 갈림길 안부(07:55)를 지나 완만한 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너른 바위봉인 취서산.

 

취서산


취서산(08:04)은 신불평원을 굽어보는 최고의 전망대. 햇빛을 등지고 바라보는 광활한 신불평원의 갈색 억새 바다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저 멀리 하늘금을 그리는 신불산까지 보이는 건 오직 억새와 억새.. 신불산에서 바라보는 신불평원보다 훨씬 감동적이다.

 

완만하고 너른 능선과 달리 우측(동쪽)은 깎아지른 절벽. 칼날을 일렬로 세워놓은 듯한 아리랑릿찌와 신불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흘러 내려가는 신불릿찌가 억새와 차별화된 강렬한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낸다.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의 절묘한 조화... 영남알프스의 진면목이다.


서쪽을 쳐다보면 재약산의 굵은 능선이 산중 고원을 보는 듯하다. 아득히 먼 길. 마음은 벌써 사자평으로 향하고 있다. 


취서산에는 취서산과 영취산이라는 두 개의 정상석이 있다. 국립지리원의 정식 명칭은 취서산. 영취산이라고도 부르지만 이는 한자를 그대로 읽기 때문. 엄밀한 의미에서는 영축산이 맞다. 영축산은 석가모니가 불법을 하였다는 산이름. 우리나라 법보사찰인 통도사와 관련된 명칭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불교식인 영축산이 맞는 것으로 판단된다.       

 


〈억새의 바다... 신불평원〉

 

대로와 미로가 공존하는


취서산 정상은 우측으로 지산 통도환타지아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정면으로 조금 내려가면(08:20) 취서산장(08:23). 말이 산장이지 말 그대로 움막 수준이다. 굳게 문이 잠겨있다. 안부로 내려가는 완만한 평원에는 대로와 미로가 공존하는 길. 억새밭에는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여기저기 있다. 간혹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여기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맨다는 소리가 이해가 된다. 안개가 있다면 사방이 거의 비슷한 풍경. 길이 넓다고 반드시 맞는 등산로라 할 수 없는 길이다.


너른 평원 우측, 능선 끝 방향을 보면 돌무더기가 긴 띠를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예전 신라시대에 축성하였다는 단조산성(丹鳥山城)의 흔적인 듯. 허물어진 돌무더기이지만 비슷한 형태의 돌이 많을 걸 보아 인위적으로 갔다놓은 돌임은 틀림없다. 통도사 8경중의 하나라는 단성낙조(丹城落照)가 이 지역을 의미한다. 


편안한 길이지만 발걸음은 느려진다. 그냥 걷기만 해도 좋은 길. 약10여분 내려오면(08;35) 다시 완만한 오름길.


부드러운 돌탐봉우리(08:39)를 지나면 곧 금강폭포 갈림길(08:40). 폭포 하단부에 군부대 사격장이 있어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판이 있다.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고 옆으로는 아리랑릿찌가 지척으로 보인다. 아리랑릿찌와 연결되는 봉우리는 바위 병풍 같은 절벽지대. 약13분 정도 올라 바위봉우리에 오르려 하였지만 잡목이 많고 길이 흐릿하여 포기를 했다.


다시 6분 정도 오르면 1045봉(09:03). 신불재와 그 오른쪽으로 조그만 신불대피소가 내려다보인다. 신불산의 부드럽지만 거대한 억새밭이 정면을 꽉 채운다. 처음으로 신불산 정상으로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아마 신불재로 올라온 사람들이리라... 

 

신불재 


봉우리에서 잠시 내려가면 너른 신불재(09:09). 등산객들이 많이 쉬어 가는 듯 억새가 뉘어져 있는 자리가 여기저기 남아 있다. 신불재는 가천마을(우)과 신불산 자연휴양림(좌) 갈림길. 우측으로 50m 가면 신불대피소(09:12/09:16). 이 곳 역시 움박 같은 수준이다. 컵라면이라도 사서 아침을 먹으려 하였지만 숟가락 자물쇠로 문이 잠겨있다. 대피소 바로 아래에는 샘터. 수량은 풍부하다.


신불재로 올라와 자리를 편다(09:21). 느긋하게 산행을 하였지만 벌써 4시간40분이 지난 시각. 햇볕도 따스하고 밥맛도 꿀맛이다. 막걸리 한잔으로 즐거움을 만끽하다보니 벌써 50여분이 지난다(10:13).


신불산까지는 긴 오르막길. 밧줄 하나가 정상부터 신불재까지 늘어져 있다. 미끄러운 겨울철을 대비한 줄인 듯하다. 올라가는 도중 되돌아본 억새밭은 은빛 물결. 역광으로 바라보는 억새는 환상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약16분. 드디어 영남알프스 억새밭의 중심인 신불산에 올랐다.


취서산에서 신불산을 바라보면 가야할 길이 한눈에 보여 쉽게 갈 것 같지만, 막상 약3km 구간에 약1시간 정도 소요된다.

 

신불산


신불산 정상(10:29)  너른 공터. 거대한 돌탑이 세워져 있고,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지만 안테나가 있다. 그리고 간이 주점.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막걸리통을 가져왔는지... 평일임에도 등산객들이 간혹 눈에 뜨이기 시작한다.


신불산의 전망 역시 취서산에 못지 않다. 가야할 방향으로 간월산, 배내봉 그리고 능동산을 거쳐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굵은 능선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 너머에는 능선상의 바위가 하얗게 빛나는 가지산과 운문산이 뚜렷하게 하늘금을 그린다. 뒤돌아본 취서산 방향 또한 벌써 상당히 아득하다.


신불산은 등산지도에는 1209m로 표시되어 있지만 2002. 10 국립지리원에서 측정한 높이는 1159m. 그 위치와 높이를 표시한 안내판이 정상에 설치되어 있다.


신불산은 또한 아주 대중적인 봉우리. 취서산이 접근로가 길어 종주하는 등산객들 이외에는 잘 찾지 않는 반면, 신불산은 가천리 등 연결 코스가 다양하고 간월재까지 임도가 연결되어 비교적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호흡 한 번 고른 후 바로 출발(10:35)한다.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황량한 임도... 간월재〉

 

능선분기점


신불산을 지난 이후 능선은 좌측으로 90° 휘어진다. 거의 평탄한 능선길. 약10분 가면 능선분기점(10:46/10:52). 직진하는 길은 파래소폭포로 내려가는 길. 간월재는 우측 방향(안내판 있음)이다. 갈림길에는 울주군에서 설치한 나무의자가 있다. 아니 쉬어 갈 수 없도록 만든다.


간월재로 가는 탁 트인 길은 바위가 많은 거친 돌길. 약7분 내려가면(10:59) 비로소 간월재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간월재 일대와 간월산으로 오르는 길 역시 광활한 억새밭. 절묘하게 능선을 중심으로 좌측으로 흐린 갈색, 우측 잡목지대는 진한 갈색으로 확연히 식생분포가 구분된다.


가파른 내리막길은 잡목으로 이어진다. 곳곳에 남아있는 살얼음이 녹아 땅이 상당히 미끄럽고 진창이다. 여름이면 시야가 가리겠지만 앙상한 가지 덕분으로 답답하지는 않다.
약11분 내려가면 나무울타리(11:10). 간월재까지 이어진다.

 

황량한 임도... 간월재


간월재에 내려가면 한창 공사로 시끄럽고 분주하다. 신불산 공비토벌격전지 안내판(11:18) 옆으로 신불산과 간월재 억새군락지 보호를 위해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나무데크로 만든 너른 길을 만드는 공사이다.


간월재(11:20)에서 좌측으로는 신불산자연휴양림, 우측으로는 등억온천으로 연결이 된다. 안부 역시 넓고 돌탑과 나무의자들이 설치되어 있다. 아쉽게도 산허리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임도가 상당히 눈에 거슬린다. 

 

가장 힘든 오르막... 간월산으로


간월재에서 간월산으로 가는 오르막길이 또 하나의 고비. 긴 오름길에 땀은 비오듯 솟아진다. 억새밭 사이로 너른 길이 열려있다.


약16분 오르면 돌탑이 세워져 있는 봉우리(11:36). 이후 능선은 좌측으로 크게 휘어지며 대체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금방 도착할 것 같은 정상(11:42)은 약6분 정도 지나야 나타난다. 


간월산(1083m)도 전망 좋은 봉우리. 신불산 정상에서부터 지나온 길들이 마치 「Z」같은 형상이다. 취서산은 신불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뻗은 능선으로 보이질 않지만 멀리 시살등이 능선 너머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제 남은 길은 배내봉으로 가는 길. 사람과 사람 잡지에서는 1시간30분 걸린다고 하지만 부드러운 굴곡의 능선이 금방이라도 달려갈 듯하다. 보기에는 약3개 정도의 둔덕(봉우리)만 넘은면 도착할 듯.

배내봉이 가까워지며 배내고개에서의 차편이 걱정으로 떠오른다. 하루에 버스가 오직 두 번. 차라리 능동산에서 가지산으로 가는 능선을 타고 석남고개에서 하산하는 길을 가늠해본다.

 

 

〈보기보다 먼 완만한 오르내림의 연속... 배내봉으로〉

 

부드러운 능선길


간월산을 지나면(11:52) 가파른 내리막. 황량한 잡목이 길을 같이 한다. 한없이 내려가는 길은 약16분 지나야 끝(12:08)이 난다. 뒤를 돌아보면 어떻게 저길 내려왔나 싶을 정도로 거대한 장벽.


잠시 평탄한 길을 따르다 조금 오르면 바로 등억온천 갈림길(12:11/12:13)이다. 국제신문의 리본이 달려있다. 영남알프스 산행을 하며 느낀 건 리본이 참으로 많이 달려있다는 점이다. 대구 산사랑방님을 비롯, 상구귀신, 구름나그네 등 친숙한 닉네임도 적지 않다.


잠시 이색적인 소나무 구간을 지나 첫 번째 봉우리(12:22)에 오른다.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잠시 휴식(12:28/12:40) 후 두 번째 봉우리라 생각되는 곳을 향한다. 멀리서 보았을 때 한 개 같던 봉우리가 막상 걸어보면 고만고만한 봉우리(12:47/12:50/12:53)의 연속이다. 지나가면서는 특별히 봉우리라 느낄 수 없는 구간.


약20분 정도 그런 길을 지나면 바위봉(13:10). 배내봉을 포함 2개의 봉우리가 아주 가까이 다가온다.


거의 평탄한 길. 잡목구간을 지나 억새가 정상 부위를 감싸고 있는 봉우리(13:12)를 지나 5분이면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배내봉(13:17)에 도착한다.


간월산에서 배내봉까지 걸린 시간이 1시간25분. 물론 천천히 왔지만 가까이 보이던 배내봉을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도착한 것이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다. 시야가 트여 가까워 보일 따름이지 역시 산은 산이다.   

 

배내봉


배내봉(966m)은 너른 억새밭 지대. 영남알프스 종주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재약산으로 가는 능선길이 훤히 보이는 봉우리이다. 배내봉에서 보면 높이가 비슷한 능동산.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배내고개까지 거의 300m를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하는 어려운 길이다. 다만 임도길과 구불구불 이어지는 등산로가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느낌의 차이 일뿐...
배내고개의 너른 주차장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가지산 전의 석남고개로 가는 부드러운 길에 대해 시간계산을 해본다. 능동산까지 30분, 석남고개까지 1시간30분(약3.5km), 석남사까지 50분 그러면 총 2시간50분. 갈 수는 있겠지만 시간에 쫓길 것이 뻔하고... 가자고 하는 신기루님을 설득 배내고개에서 하산하기로 한다.


시간도 일러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따스한 억새밭에 자리잡고 정상주 한잔. 그리고 한달 전 영남알프스 두 구간을 한꺼번에 먼저 다녀온 정범모님, 겨울새님의 산행을 화두로 삼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영남알프스 종주의 중간 기착지... 배내고개〉

 

배내봉(14:00)에서 정면으로 이어지는 평탄한 능선을 따르면 갈림길(14:08). 이정표 상에는 송곳산, 오두산, 간월산 표시는 있지만 특이하게 배내고개 방향 표시가 없다. 아마 배내봉에서 배내고개로 직접 내려가는 길이 있는 듯하다.


배내고개 방향으로는 억새밭 사이로 흐릿한 길이 있다. 처음엔 억새길, 나중에 잡목길로 바뀐다. 약15분여 내려오면 좌측에서 내려오는 뚜렷한 길(14:24)과 만난다. 이 길이 정상적인 길인 듯. 


점점 차량의 소음 소리가 요란하고... 8분 내려오면 배내고개(14:32)이다. 입구에는 산행안내도가 그려져 있다.


(제1코스) 간월산장∼임도∼간월재∼신불산정상 (8km, 2시간40분)
(제2코스) 간월재∼신불산정상∼신불평원∼취서산∼백운암 (11km, 5시간30분)
(제3코스)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정상 (9km, 4시간20분)

 

배내고개는 사진에서 보던 한적한 느낌과 달리 몇 십대의 차량도 주차가 가능한 너른 지역그리고 차량 통행이 많은 분주한 고개이다. 통도사에서 배내고개까지를 1구간으로 하고, 배내고개에서 재약산을 거쳐 표충사까지를 2구간으로 한다면 중간 기착지에 해당하는 지점. 몇 개의 주막이 여기저기 있다.  

 

다음을 위해 능동산 들머리를 확인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 석남사(14:45)로 향한다. 약5km. 터벅터벅 내려오는 도중, 친절한 화물차가 차를 세운다.


석남사 입구에 오면 울산으로 들어가는 버스들이 많다. 석남사도 가지산의 유명한 고찰. 자주 올 수 없는 이 기회에 석남사매표소(₩2,000)에 배낭을 맡기고 고즈넉한 사찰을 한바퀴 돌아본다. 그리고 가지산, 운문산 종주를 위한 쌀바위로 올라가는 들머리를 확인한다.

 

 

〈영남알프스를 다녀와서...〉

 

몇 번의 시도가 무산되어 영남알프스와는 인연이 없는가 했더니 마침내 다녀왔다. 재약산 방향은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어 유별나게 가보고 싶었던 신불산... 상상한 것 이상으로 아름다운 억새의 매력이 흠뻑 젖어든 산행이다. 비록 제철에 가지는 못하였지만 황량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광활한 전망은 영남알프스의 매력을 오히려 더 가까이에서 느끼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이제 남은 가지산, 운문산... 그 동서를 가르는 거대한 장벽은 억새와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듬뿍 안겨줄 거라는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