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삼봉산~백운산

1:25,000지형도=운봉. 가흥

2004년 12월5일 일요일 맑음(-1.2~9.3도)   일출몰07:23~17:16

코스: 백장공원11:00<1.5km>779.5m봉11:30<2.5km>투구봉12:30<3.0km>삼봉산14:00<4.5km>백운산16:00<3.0km>해탈교17:00

[도상14.5km/ 6시간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경상남도 함양군의 함양읍과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의 경계선상에 솟은 삼봉산(1186.7m)은, 4.5km 서남쪽에 자리잡은 백운산(902.7m)과 함께 경상도와 전라도를 구분짓는 주능선상에 있다.

삼봉산에서 바라보는 장대한 지리산 조망은, 태극종주로 치닫는 주능선이 너무도 뚜렷해서, 지리산 바라보기 산행코스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가면서 본 삼봉산 
  가면서 본 삼봉산
 

삼봉산에서 남동쪽으로 보면, 천왕봉을 중심으로 동쪽의 하봉~웅석봉이, 서쪽으론 영신봉~반야봉~만복대가 하늘금을 그으며 달려와, 바로 곁의 바래봉으로 연결 되 있다. 북동쪽의 필봉산~황매산도 뚜렷하다.

북쪽의 덕유산 주능선은 말할 것도 없이 남덕유로 이어지는 백두 대간이 뚜렷하고, 월봉산~기백산~금원산이후로 뻗어가는 진양기맥이 아스라하다.  

정상에서의 천왕봉 
  정상에서의 천왕봉
 

후반부의 백운산에선 삼봉산자락에 막혀 북쪽으론 꽉 막혔어도, 임천강의 구절양장같은 물줄기가 돌아나가는 그 뒤편으로, 삼정산자락이 너무도 확연해서, 마치 뒷동산에 올라 앞동산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남원시에서 최근에 조성한 백장공원에서 올라가, 삼봉산 주능선을 두루 섭렵하고, 백운산을 거쳐 실상사 초입의 해탈교로 내려서는, 이번코스 북쪽의 위천과 남쪽 만수천은, 임천강~진양호~낙동강따라 남해로 빠진다.

해탈교가 있는 만수천 
  해탈교가 있는 만수천
 

명소: 들머리로 잡은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의 백장교에는, 2000년도에 남원시에서 조성한 백장(강쇠)공원 이 있다. 이곳의 유래판을 읽어보면---,

판소리 변강쇠타령의 주무대로, 변강쇠가 옹녀를 만나 운우지정을 나누던 이 곳에서, 변강쇠가 처처에 있는 장승을 땔감으로 태웠다. 대빵으로 성질 난 대빵장승이, 팔도에 있는 백개의 장승신을 집합시켜 변강쇠를 벌 준 곳으로, 이곳에는 음양바위, 선녀폭포.....가 있다.

백장공원 
  백장공원
 

날머리의 해탈교 건너 실상사에는, 9세기 중엽에 수철스님이 4천근이나 되는 철을 녹여 만든, 높이 2.7m의 거대한 철조여래좌상이 가장 유명하다.

약사전 문을 열면 지리산 천왕봉을 응시하고 있는데,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때면 땀을 흘린다고 한다. 한 때는 일본으로 흘러가는 땅의 기운을 막기위해 일부러 맨땅에 불상을 모셔두기도 했었다고 한다.

실상사 철조여래좌상 
  실상사 철조여래좌상
 

가는길: 88고속국도 지리산 나들목에서 60번 국도 대정리의 백장공원에 내리면, 백장암 올라가는 포장도로로 지능선에 들어선다.

지금껏 알려진 코스로는 주로 24번 국도상의 팔량재로 올랐으나, 이번 코스를 따르면 삼봉산능선을 종주하는 재미도 있지만, 각처에서 끌어 모은 100개의 다양한 장승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좋다.

전망바위 선 오름길 초반부  
  전망바위서 내려다 본 오름길 초반부
 

779.5m봉의 주능선에 올라설 때까진 꽉 들어찬 송림지역으로, 조망을 기대할 순 없다. 그러나 가파른 오름길엔 쿳션좋은 갈비가 깔려있고, 오솔길엔 정자도 있어 쉬어가기에 좋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봉분 한 기 지나치고, 좀 더 진행하면 삼각형태의 봉분 3기를 만나면서 활엽수림지대가 펼쳐지는데, 짤막한 암릉코스엔 로프가 매달려 있다.

투구봉서 본 촛대봉 
  투구봉서 본 촛대봉
 

서서히 빼곡한 관목수림지대를 헤쳐 오르면, 멋진 전망바위가 있다. 그 곳에 오르면 지금껏 힘들게 올라온 능선들 뒤편으로 지리산의 막내둥이 바래봉이 만수천을 경계로 이웃하고 있다.

그러다가 지능선이 갈레쳐 나간 분기봉인 삼봉산 다음의 최고봉 촛대봉에 오르면, 전혀 조망이 없다가도 작은 바위에 서면, 나아갈 삼봉산능선의 전모가 확연하다.

투구봉서 본 가야할 삼봉산 
  투구봉서 본 가야할 삼봉산
 

촛대봉에서 10분쯤 내려서면 무인 산불감시탑이 날렵하게 서 있고, 바로 곁에는 함양군에서 제설한 투구봉 표지석이 있는데, 주변 수림을 깨끗이 제거해서 사방으로 시야가 터진다.

투구봉 바로 아래엔 [팔령재입구2.45km/삼봉산...]이정목이 있다. 팔령재삼거리를 통과하면, 아주 오래된 산불 감시탑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억지로 버티고 있다.

감투봉 가다 본 함양 상산 
  감투봉 가다 본 함양 상산
 

촛대봉에서 감투봉 가는 날등길엔 우회로가 자주 나타난다. 어쩌다 마주친 함양쪽의 절벽위로 올라서면, 상산너머로 합천호 주변의 유명산들이 조망된다.

감투봉에는 누군가 참나무 몇그루 짤라내서 진행방향의 삼봉산이 갑자기 클로즈 업 되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가 있지만, 오른쪽으로 봉우리 하날 넘고가야 정상을 밟을 수가 있다.

감투봉에서의 삼봉산 
감투봉에서의 삼봉산 
 

귀하기만 하던 이정표는, 지금부터 자주 나타나기 시작한다. 안부에는[삼정산0.85km/투구봉1.9km]이정목이 있고, 전위봉에 오르면[삼정산0.5km/큰골1.3km]가 나타난다.

삼각점과 정상석의 삼봉산 정상에도 [오도재3.9km/금대암5.95km/팔령재..]가 있어 삼봉산이 함양군 차지임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다.

삼봉산 정상 
  삼봉산 정상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고 널따란 헬기장을 거쳐 간 1030m봉에도 어김없이 이정목은 있어, [하산길(창원)/금대암]을 가리키고 있다.

등구치로 내려가는 930m봉에도 [삼봉산/금대암]이 있는가 하면, 918m봉의 [삼봉산1.8km/금대암4.15km]를 끝으로 이정목은 사라진다. 정작 있어야 할 등구치에는 생략한 체로...!

정상에서 본 오도재와 법화산 
  정상에서 본 오도재와 법화산
 

지금껏 황갈색 일변도의 상수리나무 군락지역이, 918m봉 이후론 빼곡한 소나무 밀생지역으로 바뀐다.

두툼한 갈비가 깔려있는 918m봉에서 등구치까지의 1.3km구간은, 무척 가팔라서 자칫 미끄러지기 십상이고 암릉지역도 있다. 완경사를 이룬 등구치는 경운기 한 대 넘어갈 정도의 비포장 고개다.

삼봉산 직전봉에서 뒤돌아 본 걸어온 길 
  삼봉산 직전봉에서 뒤돌아 본 걸어온 길
 

등구치에서 백운산까지의 1.2km구간은 계속해서 완경사로 이어진다. 날등따라 가는 길 서쪽으론 잡목이 무성하지만, 동쪽으론 처음부터 끝까지 울울창창 잣나무 수림지역 아래로 난, 융단길을 걸어간다.

[삼봉산4.25km/금대암1.7km]이정목과 정상석이 박혀있는 백운산 정상에는, 돌보지 않은 봉분 한 기가 자리하고 있어, 뭇사람들의 등산화에 짓밟히고 있다.

백운산 뒤로 삼봉산 
  백운산 정상... 뒤로 삼봉산
 

백운산에선 하산길이 사방으로 갈린다. 그러나 희미한 남서쪽으로 내려가면, 하산로는 뚜렷하질 않다가 그마저 중도에 사라지고 만다.

한참을 급경사로 내리쏟다가 뚜렷한 등로를 만나면, 그 길은 서쪽으로 계속해서 이어진다. 산 자락 자락을 계속 넘나드는 그 길에서 남쪽의 지능선길을 좇으면 [청송심씨묘동]을 거쳐 60번 국도상의 백일마을로  내려서게 된다.

백일마을에서 본 실상사와 바래봉 
  백일마을에서 본 실상사와 바래봉
 

산행후기: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다는 건, 늘 흥미롭고 가슴 설레인다.

변강쇠와 옹녀가 포옹하고 있는 변강쇠공원에는, 돌을 갉아서 국 끓여 먹으면 정력이 좋아진다는 근연 바위와, 빌면 잉태한다는 태아바위가 있고, 폭포수 아래서 명창들이 목청을 가다듬던 선녀폭포도 있다는데...!

후일로 미루고 지리산 바라보기산행의 고샅으로 파고 들었다.

반갑게 맞이하는 변강쇠와 옹녀 
 반갑게 맞이하는 변강쇠와 옹녀
 

백장암 올라가는 도로변에서, 전국 각처에서 모인 장승들의 사열을 받으니 기분이 아주 좋다. 그들의 면면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오름길의 백장암은 놓쳤지만, 오늘 이 곳의 그 많은 볼꺼릴 한꺼번에 다 둘러볼 수는 없다.

기분이 좋은 건 해학적인 장승만이 아니다. 오름길의 갈빗길은 어찌나 폭신폭신한지, 저절로 피톤치트향이 폐부 깊숙히 스며든다.

기분 좋은 오름길 
  기분 좋은 오름길
 

주능선에 올라서니 찬 바람이 쏴~ 불어온다. 암릉도 타는데 손 끝이 시려온다. 더 이상 추워지기 전에 폴라쟈켓 하나 더 걸치고 모장갑을 꺼내든다.

앞선이의 벙거지 모자가 부럽고, 대수롭쟎게 버리고 온 차 안의 월동장비가 생각난다. 이 정도 쯤이야~^^! 행동거지를 좀 더 바삐 움직이다보니, 잠시 촬영중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암릉도 타고... 
  암릉도 타고...
 

차창 밖으로 볼 때만 해도, 어제 내린 비가 이 곳에선 눈이었으면 하고 바랬다. 실제로 산등성이는 은색으로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 내린 비는 스쳐만 갔는지 낙엽만이 젖어서 퍼석거린다.

해발 800m대의 전망바위로 올라서자 빙화 천국이 가없이 펼쳐진다. 햇살에 투과된 그 영롱함이란 형언키 어려운데, 성능 약한 내 디카는 그 빛깔을 담아내질 못한다.

빙화터널 속으로 
  빙화터널 속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화려함은 극치를 더한다. 촛대봉을 넘고 감투봉을 건너, 삼봉산을 향하는 오름길에선 탄성조차 버겁다. 새파란 하늘의 흰구름 한 조각도 빙화로 보인다.

삼봉산 정상은 왜 경상도가 차지했을까? 지리산 천왕봉을 두고 서로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더니...! 그래도 이 지역의 해발표기는 지형도와 일치한다.

하늘도 얼어... 
 하늘도 얼어... 
 

지리산에선 바라보기만 했던 삼봉산을, 오늘은 여기서 지리산을 바라본다. 그러나 주능선을 덮어버린 운무는 좀체로 벗겨질 낌새가 없다. 하늘 위의 흰구름도 미동을 않고 있다.

할 수 없지! 먼데 산은 커녕, 지척의 백운산조차 역광에 희끄무레한 실루엣만이 아른거릴 뿐, 나목들 틈새로 전모를 드러내질 않고 있다. 그냥 신기루처럼 아득히 먼 곳에 있을 뿐이다.

 빙화1 
   빙화1
 

하산길의 헬기장에서, 라면 호호 불어먹던 한 팀이 커피한 잔을 권하지만, 나는 메고 다니는 바나나 짐을 덜어야 했다.

오늘도 어느듯 맨 후미로 처졌다. 그러나 등구치로 내려서자 대여섯명이 중도 하산하면서 함께 하자고 한다.

무신소리! 나는 종군 기자랍니다^^**

빙화2 
  빙화2
 

의외로 백운산 오름길은 순탄하기만 해서, 그냥 뛰다시피 내질러도 힘겨운 줄 모르겠다. 그 참 희안하네! 가르마능선길 끝까지 잣나무가 따라오고 있으니...!

불현듯, 작년 8월에 있었던 한북정맥 수원산~죽엽산 구간이 생각난다. 그 당시, 술 담아 먹겠다고 폭풍우에 떨어진 잣 열매 배낭에 넣고 달리다가, 헤롱~헤롱 지친 나머지, 솔방울 한 개도 챙기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등구치 가는 길 
  등구치 가는 길
 

백운산 정상에서 몇 분과 함께한다. 그런데 왜, 이 좋은 곳에 모셔만 놓고 무덤을 돌보지 않을까? 명당의 후손들 살림살이가 좀체로 낳아지질 못한 걸까?

년전에 본, 청옥산 아래 신선봉에 있던 무덤 한 기는, 행락객들이 버린 귤껍질을, 쓰레기를 소복히 덮어 쓰고 있던데...! 납작한 봉분에 무심코 올라 선 내가 황당해 죽을 지경이다. 미안 합니데이!

희귀종이 되버린 은사시나무 
  희귀종이 되버린 은사시나무
 

길없는 길 따라 백운산에서 한참을 내려오자 몇 개의 리번이 팔랑거리길레, 우리도 그 길을 따른다. 그러나 그 길은 쉽게 끝 날 생각을 않고, 끝도 없이 산자락을 있는대로 다 타고 있다.

일행들도 놓쳤다. 그러나 주변 풍광만은 너무 좋다. 어릴 때 많이 봐오던 은사시나무의 하얗고 미끈한 몸매도 보고...! 백양나무로 불리던 저 수종은 박정희 시절에 녹화사업으로 많이들 심었더랬는데...!

이끼1 
  이끼1
 

지형도를 꺼내보니 그 길은, 하황마을로 해서 백일마을로 도로를 타고 있다. 산악회버스는 실상사 앞 해탈교에 대기하고 있는데...!

에라 모르겠다! 탈출이다. 잘 생긴 능선에 지름길 타고 룰루랄라 내려섰더니, 자그마한 소공원에 납골당이 자리한 청송심씨묘동이다. 아까 본 이끼들은 몇 년생일까! 그들은 죽질 않는걸까? 오늘 거쳐온 많은 무덤들 위로 이끼식물이 오버랩 된다.

이끼2 
  이끼2
 

갑자기 누런 짐승 한 마리 후다닥 수풀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저쪽의 안가를 향하여 치닫는다. 노루일까! 사냥개일까?

포장길 따라 솔솔 내려오는 그 길에서 본, 어둠이 몰려오는 맞은편의 삼정산 자락은 그냥 시커먼 형체일 뿐이고, 먼데 산은 하얗게 분 발랐다. 가깝고도 먼 지리산, 저 곳의 하얀 저 것은 빙화일까, 설화일까?

지리산 언저리에서 지리산을 그리워하고 있다.

끈질긴 생명력...엉겅퀴
 끈질긴 생명력...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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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es of whispers(올드보이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