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과 싸우며 암릉종주. 해남 오소재에서 강진 주작산까지

 

산행일 : 2004. 12. 5(日). 흐리고 강풍. 오후에 갬.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오소재 (10:52) 

  ☞401.5봉 (11:39~11:44. 401.5봉과 412봉 사이에서 점심식사(13:56~14:15)

  ☞412봉. 삼각점(14:21~14:25)

  주작산과 작천소령가는 갈림길 (15:44)

  ☞주작산 (16:16~16:20)

  ☞주작정 (16:30) 

  ☞헬기장. 주작산 정상 바로 밑 (16:43) 

  ☞신전초등학교 (17:05) 

총 산행시간 : 6시간 13분 (사진 253컷 찍느라 완전 거북이 산행)

구간별 거리 : 이정표가 없어 잘 모름. 

총 산행거리 : 대략 10km정도로 추측

산행지도


 

산행기

  신전초등학교에 차를 대고 지도와 주작산을 바라보니 주유소쪽(북일면 방향)으로 조금 더 가야 능선에서 내려오면 맞을 것 같다. 다시 차를 몰아 주유소 못미처서 주차를 하고, 주유소(S-오일)앞까지 걸어가며 히치하이크(hitchhike)에 나선다.

손을 든 차 중 네 번째 차(쏘렌토. 완도사시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핸섬한 분)가 고맙게도 우리 부자를 태워 북일면 택시승강장앞에 내려준다. 감사! 감사!


 

  여기서 히치하이크하는 요령을 잠깐 소개하겠다. 일반승용차와 소형트럭은 거의 안세워주니 아예 손을 들지 마시고, 지프형차나 승합차가 잘 태워주니 창피하다고 생각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손을 들어보시라. 짧게는 5분 안에 얻어 탈 수 있으며, 길어봤자 10분을 넘기지 않으니 한 번 시도해 보시기를...


 

 5분정도 달렸을까 오소재에 이른 택시(요금 4천원)는 우리 부자를 내려놓고 차를 돌려 내려간다. 몇 분의 산님들이 오르고 계신지라 쓸쓸할 것으로 예상했던 산행이 괜찮을 것 같다.

 들머리의 주작산 지도가 너무 잘 되어있다. 등산로도 그런대로 잘 나있어 길 잃을 염려도 없다. 생각했던 것보다 산행 내내 꽤 많은 산님들로 너무 복잡하지도 너무 한산하지도 않은 적당한 산행을 한다.

산행들머리(오른쪽)인 오소재
 

  첫 번째 로프구간을 올라가는데 거의 능선에 올라갈 즈음 강풍으로 갑자기 모자가 날아가 능선위의 진달래 숲에 떨어진다. 먼저 올라가있던 50대로 보이는 산님들 중의 한 분이 얼른 주워든다.

“감사합니다.”하고 모자를 덥석 잡으며 잡아당기니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모자를 주지 않는다.

“제 것인데요.” 그제서야 모자에서 손을 뗀다. 알고 봤더니 앞서 올랐던 그 분들 중의 한 분이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 능선 너머 어딘가로 떨어진 모양이다.

아들 녀석이 “저 넘어(남쪽)로 날아갔어요.”하며 날아간 곳을 손으로 가리킨다.

첫번째 로프구간. 이곳에서 모자가 바람에 날아갔다가 주웠지만...
 

  배낭 메고는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좁은 석문을 배낭을 벗어 먼저 밀어 넣고 몸을 옆으로 해서 빠져 나간다. 밋밋한 362봉을 지나 401.5봉에 올라서니 아까 모자를 날렸던 여수 산님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계신다.

 사진을 찍는 동안 그분들 먼저 내려가시고  5분쯤 지나  20m가량 내려가니 바위위에서 그분들이 서 있는데, 아까 모자를 잃어버리신 분이 손에 부목을 대고 얼굴이 긁힌 상처가 보인다. 아마 이 바위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모양이다. 다른 일행들이 근심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요 근처에 탈출로 있을까요?”

“제가 알기로는 없는데요.”

지도를 꺼내 보이며 다시 오소재로 돌아가시는 게 제일 빠르다고 말하니 고맙다며 서둘러 돌아가는 뒷모습이 안타깝다. 큰 부상이 아니길 바라며, 주작산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길을 돌린다.

산세와 암릉, 바위 모양새가 해남 달마산과 너무 닮아 달마산을 오르는것 같은 착각에 빠질 지경이다.

401.5봉에서 바라본 두륜산

 

401.5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 왼쪽이 덕룡산, 가운데가 주작능선, 오른쪽끝이 주작산

 

 

401.5봉(왼쪽 봉우리)조금 지나서 사고를 당한 여수 산님. 첫번째 로프구간에서 모자를 잃어버리시더니 기어코...

 

중간 중간에 짧은 산죽길이 있어 산행을 감칠맛 나게 한다.

 

 이후로 날카롭고 우툴두툴한 바위와 돌들로 이루어진 암릉은 산행 내내 작천소령 전 삼거리까지 산님들을 괴롭힌다. 게다가 태풍 급의 강풍까지 몰아치니 암릉에만 올라서면 바람에 몸이 휘청거린다.

 멋진 바위가 있어서 그곳에 오르는 순간, 강풍에 모자가 날아간다. 어어! 하면서 뒤돌아보니 45°각도로 마치 연이 날아오르듯 하늘높이 날아간다. 약 200m쯤 날아갔을까 보이지도 않는 곳으로 떨어진다. 아이구야! 저게 얼마짜리 모잔데.... 찾을 엄두로 내지 못하고 입맛만 다시며 날아간 곳을 쳐다본다.

아들 녀석이 얼른 모자를 벗어 내게 건네준다. 지레 겁먹고 벗은 게다. 그 후로 부자는 머리띠 형태의 귀마개를 하고 산을 탈 수 밖에 없었다.


 뾰족한 바위들이 무수히 많다.

 

자금우와 그 열매. 아주 예쁜 사랑의 열매(?). 자세히 보면 등산로 주변에 굉장히 많다.

 

새집. 새들은 대단한 건축가이기도 하다.

 

두륜산(오른쪽)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덕룡산(왼쪽)이 손에 잡힐듯 보이긴 하지만... 

 

 진달래가 피어있다. 겨울에 진달래라, 흥분이 된다. 진달래 사진을 찍으려는데 최선호님에게서 전화가 온다. 1500산님이 광양의 산을 타고 있으니 백운산과 함께 넷이서 저녁이나 함께하자고 하신다.

진달래와 억새 그리고 다도해

 

 

진달래를 사진에 담고 있는동안 아들녀석은 바위에 오르고...

 

쐐기를 박았네.

 

덕룡산(왼쪽) 밑에 작천소령(고개)이 보인다.

 

울창한 동백숲

 

화순 백아산 같기도 하고

 

 20 여m의 수직 암벽.

로프를 타고 내려가다가 거의 다 내려갈 즈음 발 디딜 곳이 없어서 중심을 잃고 몸이 오른쪽으로 기운다. 간신히 내려와서 아들 녀석이 내려오는걸 밑에서 쳐다보는데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중심을 잃었던 곳에서 “악”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밧줄을 놓치며 녀석이 떨어진다.

 이미 예상을 하고 떨어질 것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지라, 녀석을 붙잡는데 성공하여 녀석은 발만 땅에 닿았을 뿐 엉덩이는 아슬아슬하게 지면과 몇cm를 사이에 두고 착지에 성공한다. 대신에 그 충격으로 나는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는다.

 조금만 더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면 둘 다 크게 다쳤을 것인데, 아무도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으니 천만 다행이다. 위험한 구간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진다.

노약자나 초등학교 이하의 아이들에겐 매우 위험한 산이다. 

문제의 암벽구간. 하단부에서 사건이 발생하였었다.
 

  완도 상황봉이 잘 보이는 곳에서 늦은 점심을 컵라면과 라면에 바로 넣어먹는 햇반류의 라밥으로 먹는데, 찬밥을 넣으니 컵라면 국물이 금방 식어서 맛이 별로다. 게다가 라밥이라는 것이 어찌나 뚜걱거리고 맛이 없는지 다시는 사먹고 싶지가 않을 정도로 형편없다.  집에서 찬밥을 싸와서 말아 먹는게  훨씬 좋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아예 보온 도시락을 싸오던가. 아들녀석이 컵라면을 좋아해서 그랬는데....

  동백숲이 나오더니 동백꽃이 만개하여 바닥이 떨어진 꽃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산정에서 난데없는 동백꽃을 보다니 히어리가 희열을 느낄 만도 하다. 동백하면 보통 바닷가 평지에 많아서 더욱 그럴 것이다.

  

멀리 완도 상황봉이 보인다.

 

맛없는 점심

 

삼각점(412봉)과 산친구1. 오른쪽으로 주작산이 보인다.

 

이제 덕룡산과 작천소령이 가까이 보인다.

 

왜 혼자 서있지?

 

줄을 잡고 내려오는 산님들

 

주작능선의 동백꽃. 한 송이만 클로즈업해서 그렇지 나무 전체가 만개한 상태이다.

 

꽃잎이 한 잎 두 잎 바람에 떨어지고...

 

작은 석문과 동백나무

 

꼭대기에 산님 한 분이.... 오른쪽 아래는 동백숲.

 

쌍동이 바위

 

잠시 쉬다가 우연히 발견한 관악사로 보이는 산사

 

횃불같기도 하고, 촛불같기도 하고

 

잘생긴 사자상

 

저 봉우리만 넘어가면 암릉은 거의 끝을 맺는다.

 

아슬아슬하다.

 

 주작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으면서도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수많은 봉우리(어림잡아 약 삼십 개쯤)를 넘고 넘어 작천소령(난농장)과 주작산으로 가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처음으로 나타나는 이정표. 주작산까지 1.68km. 지친 아들 녀석의 입에서 드디어 볼멘소리가 튀어나온다.

“1.68km면 아직도 멀었잖아. 와 짜증난다.”

“여기서 부터는 길이 좋으니까 금방이다. 기운내거라.”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 능선 따라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하다보니 주작산 정상이다. 그 흔한 정상석 하나 없고 이정표 한 가운데에 누군가가 정상이라고 표시해 놓았을 뿐이다. 몇m아래로 내려가니 헬기장이 나오고 저 아래 주작정이 보인다. 주작정에서 신전초등학교 쪽으로 내려가는 능선길이 있을 법도 한데 보이질 않는다.

저기만 넘으면 작천소령이 코앞이다.


 

덕룡산과 작천소령 그리고 난농장

 

작천소령(왼쪽길)과 주작산(오른쪽)으로 갈리는 삼거리.

 

처음 본 이정표

 

주작산 오르다 그 동안 걸어온 주작능선을 바라보았다.

 

주작산(429m) 정상

 

주작정 가다가 바라본 덕룡산의 암릉. 작년에 저 길을 아들과 같이 걸었지만 주작능선에 비하면 참 좋은 산길이었다.

 

주작정

 

 일단 주작정까진 내려왔으나 정작 주작산 정상을 되돌아보니 우리가 내려가야 할 능선이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내리 뻗친 게 아닌가. 으~~. 저 능선을 타야하는데 여기까지 내려오다니

다시 올라갈 수밖에....

아들 녀석을 겨우 달래 정상을 향해 0.5km를 다시 치고 올라간다. 약간 가파른 능선을 쉬지 않고 올라가고 있는데 백운산님에게서 전화가 온다. 내가 너무 늦어서 셋이서만 저녁식사를 해야겠단다. 그려, 저녁 먹고 만나자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 밑 헬기장에 다시 올라선다. 여기서 주작정을 내려다보자면 오른쪽으로 신전초등학교 쪽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이 보인다.

이런 곳에 이정표 하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터인데, 너무나 이정표가 귀한 산이다.

쓸데없는 팔각정은 자연파괴해가면서 많은 돈 들여 건립해놓고, 정작 등산객들에게 필요한 이정표는 없으니 행정을 하는 사람들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건지 의심스럽다.

다시 올라온 헬기장. 왼쪽 리본있는쪽으로 내려가면 주작정.

오른쪽 헬기장 표지석의 1시방향으로 나있는 길이 신전초등학교로 내려가는길.
 

 하산 길은 완벽할 정도로 잘 되어 있었다. 그다지 급경사도 없어 쉼 없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처음에 차를 주차했던 신전초등학교 왼편이 나온다.

부자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차도를 걷는다. 저만치서 하얀 차가 주인을 말없이 기다린다.

1500산님에게 전화를 걸어 모두들 순천에서 만나 술 한 잔 하자고 약속을 한다.

날머리. 신전초등학교 왼쪽에 있는 쉼터

 

신전초등학교. 뒷산이 주작산. 왼쪽부터 주작산 정상.  가운데가 주작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