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의 집시들....선자령(仙者嶺)에 서다
 

 

언      제

 2005. 1. 22.(토요일)

누  구  랑

 평택시청 산사모 43명

어  디  로

 선자령 1,157m (강원 평창군 도암면)

일자

이  동  경  로

산  행  경  로

01/22

평택시청(38도로)→동일죽휴게소→ 감곡 IC→영동고속도로→횡계IC
→대관령휴게소

대관령휴게소(10:55)→선자령(12:35)→초막교(14:50)

仙者嶺 槪觀

선자령은 평창군과 명주군의 경계를 이루는 대관령 북쪽에 위치한 산으로 대관령 남쪽의 제왕산(840m), 능경봉(1,123m)과 함께 겨울산행코스로 인기있는 산이다.

 

선자령 등산기점인 대관령 고갯길은 옛날에는 오솔길 이었으나 고갯길을 조선조 중종때 이지방 사람인 고형산이 사재를 털어 우마차가 다닐수 있도록 넓혀 놓았다.

 

그후 수십년 흐른후 병자호란때 청나라 군대가 확장해 놓은 길로 쉽게 한양까지 침범하게 되자 인조왕은 크게 노하여 고형산의 묘를 파헤치게 하였다는 야사가 전해지고있다.

 

해발 840m인 대관령과 선자령의 표고차은 317m에 불과하고 선자령까지의 거리는 6km나 된다 그래서 거의 평지길이나 다름없는 긴 능선을 통해 오르게 되므로 등산로는 매우 완만하다. 그러나 겨울철에은 혹독한 북서풍이 이 지역을 끊임없이 강타하고 있다.(이상 김형수 선생님의 한국 400산에서 발췌)

 

☆ 산행기 : 구담봉, 옥순봉 산행을 마지막으로 2004년 산행의 마침표를 근사하게 찍었는데.... 예년에는 2월말 까지 제출하게 되어있는 모종의 작업을 금년에는 뜬금없이 1월말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지엄하신 분부에 간이 오그러 붙은 저는 장마철에 빨래 널어논 아낙의 마음처럼 안절부절 지리산 가리산 갈팡질팡하다가 똥 마련 계집 국꺼리 썰듯 설렁설렁 마무리해 놓고 산사모 신년 산행에 우령각씨를 안동하고 따라 나섰습니다요....

 

사람의 마음이란게 간사하기 짝이 없어서.... 작년에 첫눈이 엄청 왔을때 길가에 차를 버려 두고  걸어서 출근했던 생각에 올겨울에도 그런 사태가 생길까 겁이 나는 지라... 행여 날씨라도 우중충하고 꾸무럭 대면 눈이 올까 싶어 눈 오는게 웬수 같드라만 오늘은 눈구경하러 나선 참이니 눈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듭니다....이런 밴댕이 같은 속 창아리하고는....쯧쯧쯧!!!...

 

산행 들머리인 대관령휴게소입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스패치를 차고 아이젠을 등산화에 건다고 부산하게 호들갑을 떠는 일행들의 모습이 마냥 즐겁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설국인가 싶게 세멘트 포장길은 두껍게 눈이 덮혔고 눈위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빠각빠각하는 아이젠의 금속성 마찰음이 경쾌하게 들립니다

 

수많은 산객들과 어울려 넗다란 포장도로 올라 가는데 년말에 구담봉, 옥순봉을 다녀 온뒤로 3주만에 처음 하는 산행인지라 근육은(근육이라고 할 것도 없는 살덩이) 마른 흙덩이처럼 퍼슬퍼슬하고 힘줄은 삶아 논 머우 잎줄기처럼 야들야들하니 벌써부터 땀이 만만치 않게 흐름니다.

 

이런 눈 산행을 대비해 어렵사리 마련한 싸구랴 고글을 꺼내 쓰면서 한껏 폼을 내보는데 웬걸 첨으로 써보는 고글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드라구요....연신 흐르는 땀에 고글 밀어 올리고 땀 닦아야지요....또 흐르는 콧물은 어찌하고요?....이러다 보니 자연히 걸음은 더뎌지고....에레이~ 이 미욱한 인간아?...상놈이 양반 흉내 낸다고 양반되는 것도 아닐텐데?....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겨....짜~샤!!!

 

평지나 다름없는 키작은 관목들이 지천인 발자국으로 다져진 능선길은 외길인지라 날러 댕기는 재주가 없는 이상에는 앞사람 발자국만 따러 댕기는 언필칭 "first come first served"입니다요....ㅋㅋㅋ

 

새봉입니다....도저히 겨울날씨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치 바람 한 점 없지요.....하늘을 너무 파랗다 못해 검푸르지요.....창공에 검은 독수리 한쌍이 여유작작하게 활공을 하고 있는 설원에 퍼질러 앉아 때 이른 점심을 챙기고 있는 산객들의 얼굴은 세상에 걱정하나 없이 하루 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집시들의 낙천적인 바로 그 얼굴입디다....

 

선자령입니다....먼저 올라온 권회장님과 여러분은 자리를 잡고 점심 준비중이고 우렁각씨와 저도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보온물통에 담아온 뜨거운 무국에 밥말아 후루룩 마셔 버리고....원체 많은 식구들인지라 기념사진 찍기가 만만치 않아 단체 기념사진을 파노라마로 돌려 버리고 초막교로 내려 갑니다

 

초막교 까지 내려 오는데 꼴랑 2.7km 밖에 안되는 길을 무려 6번이나 넉장거리 했으나 그래도 눈에서 넘어졌으니 망정이지 오늘아침 보온물통을 씻던 마누라가 하는 말이....

 

우렁각씨 : 아니? 물통이 왜이래요???.... 어디서 떨어뜨렸어요?....

 

빵과버터 : 왜?....

 

우렁각씨 : 아하?... 초막교로 내려올 때 디립다 넘어지드만 그때 어디에 부딪쳤나 보네요?....

 

세상에.....단단한 스텐레스 물통의 옆구리가 푹 꺼져 버렸드라구요.....물통 덕분에 어디 한군데 상한데는 없었지만....

 

이제 초막교입니다.....선두로 일치감치 내려오신 권회장님 사모님께서 커다란 국솥에 돼지고기를 푸짐하게 넣고 끓인 김치찌게에 쐐주 일잔 털어넣으니 허한 속이 금새 따땃해지고 내장에 훈기가 돕니다.... ㅋㅋㅋㅋ

 

근데 참!....세상에 공짜는 없었어요....국립공원이니 도립공원이니 하며 산행할 때마다 입장료 내고 어쩌고 번거러웠는데 오늘은 그런 절차없이 공짜 산행을 즐겼는데 마지막 초막교의 이동식 화장실은 눈이 쌓에 문을 열 수가 없는지라 서서 용변을 보는 남정네들이사 별걱정 없이 해결했지만....자세가 틀린 여자분들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게 미스테리였다구요....ㅋㅋㅋ (산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