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산행을 위한 1박2일간의 시간대별 주요일정 소개 

 

# 1일차
08:10 순천 출발
09:30 녹동항 승선수속 및 승선(남해고속 카훼리7호)
10:20 녹동 출항(정상적 출항시간은 10시인데 차량 승선관계로 출항지연)
14:15 제주항 도착 및 하선( 정상적 항해시간은 3시간 30분인데 3시간 55분 소요)
14:25 렌트카 인수
15:15 송악산 도착(가파도, 마라도, 형제섬, 산방산, 한라산 등 조망)
15:30 송악산 출발
15:45 산방굴사 도착(산방산 중턱의 산방굴 관광, 바위에서 떨어지는 약수맛 시원하고 좋음)
16:20 산방굴사 출발
16:40 주상절리 도착(오뎅 하나에 700원)
16:55 주상절리 출발
17:05 약천사 도착(동양 최대의 대웅전과 8만 불상)
17:35 약천사 출발
17:50 천지연폭포 도착
18:20 천지연 출발
18:25 탐라갈치요리 전문점 도착(석식. 벽, 천장 할것 없이 손님들 낙서로 가득)
19:20 탐라갈치요리 전문점 출발
20:55 숙소 도착(잘만한 곳 찾아 구제주에서 신제주까지 헤매임)

# 2일차
06:00 기상
06:40 택시로 성판악 이동 후 한라산 산행
13:30 하산하여 택시로 숙소 이동(비가 내리기 시작함)
13:45 숙소 도착 후 사우나
14:30 목욕탕 출발
15:00 제주항 부근 흑돼지 전문 식당에서 늦은 중식(우도에서 직접 길러 잡은 돼지라고 함)
16:00 용두암 도착(오뎅 하나에 500원)
16:20 용두암 출발
16:35 여객선 터미널 도착 후 렡트카 반환 및 매표
17:30 승선 수속 및 승선(셔틀버스로 4부두까지 이동하는데 왕짜증)
18:10 제주항 출항
22:20 녹동항 도착(예정 시간보다 50분이나 연착)
23:45 순천 도착(운전하는데 진짜 졸리데~)

◆ 한라산 산행기

§ 산행일자 : 2005년 1월 22일
§ 산행코스 : 성판악~진달래밭 대피소~동능정상~용진각 대피소~탐라대피소~관음사 매표소
§ 산행시간 : 6시간 25분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르는 한라산.
올해 들어서만도 제주도까지 갔다가 날씨 때문에 산행을 못하고 돌아왔다는 사람들을 부지기수 접하였던 터라, 제주에 오기전까지 하루에도 수 차례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거린 정성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20일 저녁에 발효됐던 대설주의보도 풀려 어제 오늘의 날씨는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좋아 포근하기까지 하였다.

 

06:55 성판악 출발
성판악 주차장의 빙판길을 미끄러져 들어간 택시에서 내리자 "지금 한라산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고 아직 날이 밝지 않아 매우 위험하므로 등산객 여러분들은 필히 아이젠과 랜턴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관리소 직원의 안내멘트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통제소를 막 지나 등산로로 접어들자 조금 전에 통화를 했던 영기형이 차를 관음사로 가져다 줄 사람이 있나 찾아본다고 다시 하산중이다.
허리까지 쌓인 눈이 폭 1미터 정도 다져진 길을 따라 랜턴을 켜고 산행을 시작했지만 등산로가 완만하여 아이젠까지 착용할 필요는 없었다.

07:45 화장실 도착
성판악으로부터 4.1킬로미터 떨어진 간이 화장실에 도착하자 영기형과 함께온 일행들이 영기형을 기다리고 있다.
몇 마디 인사를 나눈 다음 이들을 추월해 앞서 오르기 시작했다.
약간 경사가 있는 곳도 있으나 대체로 완만한 등로 주변에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삼나무에 쌓인 흰 눈이 제법 괜찮은 설경을 서서히 보여주기 시작한다.
굳게 닫힌 문앞에 누군가 큰일을 본 흔적만 뚜렷하게 남은 사라악 대피소를 지나서 부터는 약간 가파름이 더해지고 더딘 걸음을 하고 있는 등산객들을 계속해서 추월해 나갔다.

08:50 진달래밭 대피소 도착
성판악으로 부터 7.3킬로미터 떨어진 진달래밭은 주변이 넓게 트여있어 바람이 강하게 불고 대피소 위 산비탈에는 구상나무 설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등산객들로 북적이는 대피소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기 위해 섭취한 사발면이 이렇게 맛있기는 아마 군대 이후 처음인것 같다. 
  

 

09:13 진달래밭 대피소 출발
영기형 일행과 어울려 사진 몇 컷 찍고 나서 백록담으로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가 조금더 심해졌으므로 미끄럽기는 했으나 아직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아도 오르는데 지장은 없을듯 하다.
가이드로프는 구상나무의 허리높이까지 쌓여있는 눈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고 대신 나무 위에 걸쳐놓은 가느다란 임시로프가 등산로를 안내하고 있다.
올라갈수록 더욱더 아름다워져 가는 설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등산속도는 점점 더디어져만 간다.
좀처럼 추월당하지 않는 우린데 여러명을 추월시키도록 사진 찍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거리를 알리는 표지판이 자주자주 나타나 지루하지 않는 가운데 정상을 600미터 남겨둔 나무계단 부터는 세찬 바람과 짙은 구름에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눈썹과 양볼에는 얼음이 얼고 바람에 날린 눈가루가 등산복에 달라붙어 등산객들이 설인처럼 보인다.
통나무로 만들어놓은 가이드레일에 얼어붙은 눈이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볼거리. 
   

 

10:24 동능 정상 도착
성판악으로 부터 9.6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백록담에 도착한 것은 성판악을 출발한지 3시간 29분만이다.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과, 사방을 휘감은 짙은 구름으로 인해 백록담을 손톱만큼도 볼수 없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백록담의 배경을 대신해 정상의 표지목을 부여잡고 사진찍는 사람들로 떠들석하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10:34 동능 정상 출발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관음사방향으로 내려서자 급한 내리막으로 변하고 성판악길의 눈은 눈의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많은 눈이 쌓여 있다.
구상나무의 맨 꼭대기만 드러나 있을 정도로 많이 쌓인 눈은 어림잡아 3~4미터는 되어 보이고 조금이라도 길에서 벋어나면 여지없이 허리까지 빠져버린다.
50미터 가다가 찰칵, 100미터 가다가 찰칵, 환상적인 설경에 내 배낭 지퍼만 수도없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달아 오른다.
용진각대피소가 가까워 오자 짙게 드리워졌던 구름도 사라지고 시야가 밝아지면서 북벽에서 삼각봉에 이르는 능선과 탐라계곡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11:27 용진각 대피소 도착
탐라계곡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용진각대피소.
백록담으로부터 1.9킬로미터에 불과했지만 사진 찍는데 시간을 보내느라 여기까지 오는데 50분이 넘게 걸렸다.
점심 때가 가까이 됐으므로 좁은 대피소는 밥먹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고 대피소 아래 샘터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샘물이나 약수를 보면 반드시 한모금이라도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도 포기했는지 그냥 지나쳐 뒤따른다.
가파른 비탈에 비스듬이 나 있는 등산로는 자칫하면 수십미터 아래로 곤두박질 치거나 눈속으로 파묻히기 쉽상이지만 마주오는 사람들과 비키려면 다리 하나를 허벅지까지 눈 속에 파묻어야 했다.

11:55 개미목
개미목에 이르러 올려다 본 정상은 더더욱 짙은 구름에 휩쌓여 있고 대신 동양화속의 봉우리를 닮은 뾰쪽한 모습의 삼각봉이 우뚝하게 솟아있다.
개미계곡과 탐라계곡 사이로 길다랗게 불룩 솟은 부드러운 개미등을 타고 내려가자 이제는 소나무지대로 변한다.
가늘고 뾰쪽한 솔잎에 얼어붙은 눈은 볼품없고 지전분하기까지 하다는 기존의 상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소나무에 두텁게 얼어붙은 설경도 아름답다.
개미목까지 내려오면서 가끔 마주치던 등산객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10~20분 정도만에 겨우 한 두 사람 만날 정도로 뜸해졌고 영기형 일행을 비롯한 관음사방향으로 하산하는 사람들도 몇 사람 보이지 않는 한적한 눈길이 계속되었다.  
  

 

12:28 탐라계곡 대피소
붕괴위험이 있어 폐쇠한다는 안내문구와 함께 관음사 3.2킬로미터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탐라계곡대피소를 지나 탐라계곡을 가로지르자 반대편 능선으로 약간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산행 중 유일하게 로프에 의지해야 하는 가파른 절벽길이였으므로 주의를 요했다.
조난지점을 표시한 푯말의 번호를 세어가며 내려오기를 한참만에 이상한 굴 하나를 발견하니 구린굴이다.
출입금지 표지판이 없었더라면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구린굴은 마치 짐승을 잡기위해 파놓은 허방처럼 평평한 땅밑으로 뚤려 있어 그 옛날 용암이 흐르면서 형성된 것으로 짐작된다.
5..4..3..
줄어든 푯말의 숫자는 관음사매표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대지에 쌓인 눈의 두께가 얇아졌다고는 하지만 스틱으로 가늠해보니 아직도 3~40센치는 되어보인다.

13:20 관음사 매표소 도착
주차장 옆에 설치되어 있는 커다란 산행안내판을 보면서 다시 한번 코스를 되집어보는 것으로 환상의 한라산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간간히 흩날리던 눈발이 택시에 오른 직후 비로 바뀌는걸 보면서 생각하건대,
비록 짙은 구름 때문에 백록담을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패한 한라산 산행을 비교적 좋은 날씨 속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복이 아닐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