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백운산,바라산,청계산 종주

▶일시 : 05. 01. 22(토)

▶날씨개항 : 맑은 날씨, 바람 없고, 기온은 맨손으로 컵을 잡고 있으면 손이 시러울 정도, 눈이 내린 등산길은 잦은 발길 탓으로 흙길로 변해 있고 간혹 그늘진 비탈길은 눈얼음판,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들은 녹아버린 상태.

▶주행시간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양재 화물터미널 : 13시간 29

▶만보계

37,887(보폭 65cm)

24.63km

3.12km

1,725kcal

▶주행기록

09:15 (들머리)경기대학교 후문앞 반딧불이 화장실 출발

10:30 형제봉(448m) 통과

11:18 시루봉(583m) 통과

11:56 통신대 통과

12:10 백운산(567m) 통과

13:15 바라산(428m) 도착, 점심식사(여기까지 4시간 15분소요)

15:00 363고지 통과

15:15 청계산 도로 철조망 도착(도로 무단횡단)

15:27 하오고개 등산로 입구 도착

16:27 국사봉(540m) 통과

16:05 수봉(545m) 도착, 잠시 휴식

17:45 망경대(618m) 도착, 정상에서 잠시 휴식 및 과천, 의왕 방면 사진촬영

18:32 매봉(582.5m) 도착, 잠시 휴식

19:44 옥녀봉(375m) 통과

20:55 화물터미널 도착(13시간 29)

 

▶버스로 경기대학교 정문 입구에 내리다_08:31. 학교안을 통해 후문쪽으로 이동하다. 후문을 나서니 대여섯명의 등산객들이 오르고 있다. 김밥, 오뎅 리어커상인들이 벌써 손님을 맞을 차비를 갖춰 놀고 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집을 나서기에 오뎅국물통에서 김이 오르는 모습을 보니 군침이 돌다. 오늘 장시간 종주를 마음먹었으니 아침은 든든이 먹어야 하겠기에 아래쪽으로 더 내려가 식당에서 해장국 한 그릇을 먹다.

▶반딧불이 화장실 계단을 오르다_09:15. 오늘 나홀로 산행의 종착지점은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이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는 산을 오른다. 이른 시간인데도 어린애를 앞세우고 오르는 젊은 아빠도 있다. 집을 나설 때 날씨가 춥고 며칠 전 눈이 내렸기에 등산객들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생각했는데 의외다. 벌써 반대쪽에서 하산하고 있는 무리들도 보인다. 일전에 수원에 근무할 때 수원에 사는 사람에게 수원에 광교산이 있다는 것은 수원가람들에게는 커다란 행운이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산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분명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가끔 동행하면서 왜 산을 찾느냐고 묻는다. 조지 멀로리(George Mallory)는 같은 질문을 받고 산이 거기 있으니까!_ Because it is there. 라고 답했다는데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산을 찾으면 세파에 찌든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다. 미움과 잡념에 사로 잡혀 있는 감정들이 다스려지는 같다고. 비오듯 하는 땀을 흐르며 하염없이 걷다 보면 무상, 무념의 순간들을 느낀다. 그래서 주로 나홀로 산행을 한다. 그런데 산을 내려서면 다시 마음에 무거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오십줄을 넘기고도 아직 객진번뇌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탓이리라.

 

 

▶형제봉, 비로봉을 통과하여 시루봉에 도착_11:18. 많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간식들을 먹으며 정겨운 담소들을 나누고 있다. 일군의 산악회원들이 프랑카드를 앞세우고 기념촬영들을 하고 있다. 청계산과 관악산이 한눈에 안겨 온다. 청계산 망경대 뒤로 통신대가 보인다. 한 등산객이 눈에 보이는 광경들을 설명한다. 경기대학교 후문에서 양재동 화물터미날까지 발이 빠른 사람은 8시간 걸리고, 좀 천천히 걸으면 10시간 걸린다고 안내한다. 그런데 나는 13시간 29분이나 걸리게 된다.

 

 

 ▶노루목 대피소를 지나 억새밭 갈림길에 오니 많은 등산객들이 상광교동쪽으로 하산하거나 그 쪽에서 오른 사람들이 노루목쪽을 향한다. 표지판 옆에서는 한 여인이 커다란 막걸리 통을 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 저 큰 통을 여기까지 들고 올라 오느라 엄청 힘들었겠다.

<억새밭>

▶백운산방향을 향해 계속주행. 가는 중간에 신입사원들의 긴 행군대열을 만나다. 극기훈련중이라고 하다. 지나치면서 인사도 정말 잘한다. 부디 극기훈련 잘 받고 열심히 근무하여 젊은 꿈을 키워 나아가기 바랍니다. 통신대에 도착_11:50. 오른쪽 철망쪽으로 방향을 잡고 주행을 하다. 통신대를 벗어나니 바로 백운산 정상이다. 능선 길 평지에 넓게 펼쳐진 곳에 백운산 정상 표지석이 서있다. 서쪽 아래로 의왕민자고속도로가 화성방향으로 길게 뻗쳐있다. 디카 몇 커트를 찍은 후 걸음을 옮기니 지지대고개로 내려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지지대고개라는 이름의 유래는 정조대왕이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를 화성에 모셨는데 효자였던 정조께서는 자주 성묘차 행차를 하셨다고 한다. 성묘를 마친후 한양으로 돌아가시면서 이 고개를 넘으면 아버지묘가 안보이기에 행차행렬을 가다서다를 반복하게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더디고 더디다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표지판을 뒤로하고 바라산을 향해 출발.

▶바라산을 향하는 내리막길이 매우 가파르다. 눈과 흙이 석여 모래밭 처럼 푸석푸석하다. 바라산 정상에 도착_13:15. 정상 바로 아래에서 산악 자전거회원들 7-8명정도를 마주쳤다.복장들이 매우 섹시해 보인다. 잠시 선채로 한숨 돌리며 뒤에서 이들의 이동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니 평지나 내리막길은 패달을 밟으며 이동하는데 조금만 경사가 진 곳은 패달 밟는 것이 힘에 부치는지 이내 내려서서 끌고 오른다. 또한 패달을 밟고 이동할 때는 나무 잔가지에 얼굴이 긁히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할 것 같다. 정상에서 몇커트 찍고 정상 조금 아래 에 자리를 펴고 점심식사_컵라면, 연강갱, 사과, 녹차. 컵라면 첫 젓가락질에 입천장을 데워버리다. 젠장 주변 기온이 춥다보니 뜨거운 줄 모르고 덥썩 삼키려다 당해버렸다. 손이 시러워 장갑을 낀채로 먹다. 귀에 꼽은 라디오방송에서는 목포의 한 해운관광회사의 77세 먹은 경리할머니직원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37세에 입사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경리업무와 59세인 사장의 비서일을 맡고 있단다. 아직도 주판을 사용한단다. 할머니는 지난 IMF때 젊은 직원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지만 사장님이 반려를 했다고 한다. 할머니도 대단하지만 사장님도 참 대단한 사람 같다. 모은행과 모그룹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다는데 내일 처럼 걱정이 된다. 구조조정 말이 좋지 한 마디로 직원 모가지 잘라 길거리에 내팽개치는 것 아닌가. 이들에게 행운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경리할머니 이야기에서 위로받기를 빈다.

 

▶바라산을 출발_13:39. 바라산재를 통과하며 갈림길 표지판을 보니 누군가 잘못된 지명표지를 매직으로 고쳐 놓았다. 보기가 민망하다. 행정부서에서는 빨리 표지판을 교체해주시기 바란다. 왼쪽 무릎 통증이 다시 시작하여 배낭에서 무릎보호대를 꺼내 차다. 양재까지 가야하는데 걱정이다. KBS중계탑이 나타나고 363고지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철조망이 처져있고 표지판에는 청계산방향 등산로는 없고, 우측 정신문화연구원까지는 2,400m라고 안내하고 있다. 철조망이 한 사람정도 드나들 정도로 뭉겨져 있고 표지판에 등산로없음글자가 매직으로 그어져 있고 청계산 500m라고 써져 있다.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철조망을 통과하다. 이 곳 위치가 지도에 학현이라고 표기된 곳이리라. 양재쪽에서 오는 초행 등산객들은 이길을 찾기가 쉽지 않을 듯. 아마 대개 정신문화연구원방향 운중저수지쪽에서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철조망 통과후 잠시 가니 완전 절벽 아래로 청계산을 넘는 신도로, 새마을군집기, 하오고개 등산로 입구를 끼고 도는 구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보인다. 저 신도로를 닦기위해 엄청 산을 깍아 내렸을 것이다. 아예 터널을 만들지 않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북 공히 땅굴파는데는 전세계적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한다는데. 내리막길은 절벽 가장자리을 따라 아래까지 이어진다. 만약 눈비가 와 얼었다면 이 곳 길은 아이젠 없이는 오르내리기 불가할 정도로 가파르다. 다행이 눈들이 사람들 발길로 흙과 섞여 푸석하여 발을 내딛을 때 미끄럼이 느껴지지 않아 배낭속에 준비한 매직스파이크 아이젠은 사용 안해도 될 것 같다. 내리막 비탈길 양쪽은 무릎 높이 크기의 관목들 뿐이라서 만약 잘못하여 미끄러 진다면 사람몸체를 지탱해줄 큰 나무도 없어 저 아래 도로경계벽철조망까지 추락해 버릴 것 같다. 엉금엉금 내려오니 내리막 끝나는 부분에 2군데에 밧줄이 메여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363고지에서 내려다본 청계산관통 시구도로,외곽순환고속도로>

 

<하오고개 등산로입구>

▶도로경계벽철조망이 터져있는 곳에 도착_15:15. 경계벽을 넘어 도로에 내려서려는데 도로가 얇게 얼어 반질반질 윤이 난다. 조심스레 도로에 내려서니 미끄럽지는 않다. 차들이 바람처럼 쌩쌩 지나간다. 도로 중앙선에는 사람 크기의 철조망이 쳐져 있다. 저 벽을 어떻게 넘을까. 전에 어떤 분의 종주기에서 횡단할 수 있게 철조망을 터났다고 하던데. 좌우를 자세히 살피니 왼쪽방향 도로마루에 말대로 횡단할 수 있게 중앙선철조망이 터져 있다. 차들은 양쪽에서 줄이어 쌩쌩 잘도 오간다. 나도 공무차 안양이나 과천쪽을 갈 때 이 길을 자주 달리는데 그동안 몰랐다가 등산객들만 알 고 있는 이 길을 오늘 처음 알았다. 조심스레 무단횡단을 하여 비탈길을 오르니 구도로가 나오고 정문연쪽을 향해 다시 걸어 올라가니 하오고개 등산로 입구가 나타난다_15:27. 송전탑 전기줄이 어어진 능선을 타고 오르다. 왼쪽은 공원묘지.

▶갈림길 표지판이 있는 곳에 오니 국사봉이 눈앞에 다가 선다. 바라산을 출발한 후 이 곳까지 오는 도중에 등산객 한 사람 마주치지를 못했다. 국사봉 오르막길에 들어서서야  나홀로 등산객 2사람과 지나치며 인사를 나누다. 국사봉 통과_16:27. 이수봉 도착_17:05. 잠시 목을 축이다. 해가 지고 있다. 발걸음을 빨리하고 싶지만 왼쪽 무릎 통증 때문에 슬금슬금 주행을 계속하다. 석기봉에 도착하다. 봉다운 모습은 보이지 않고 넓은 평지만 있는데 아마 통신대 도로를 만들면서 헬리포트용도로 평평하게 다져 놓은 것 같다.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 봉투들이 버려져 있는데 아마 청소차가 이 곳까지 올라 오는 모양이다. 버린 묶음들을 살펴보니 배낭에 담기에 부담가는 부피와 무게가 아닌데도 굳이 이 산 정상에다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나 버리게 하는 것이다 다 안 좋다고 생각한다.

<석기봉 헬리포트>

▶망경대는 릿지로 오르다. 다행이 줄이 있기에 릿지는 폼만 잡은 것 같다. 그렇지만 왼쪽을 힐끗보니 어두워지고 있는 계곡 아래가 아찔하게 보인다. 망경대 정상. 과천쪽으로 경마장으로 보이는 타원형 불빛이 보인다. 일군의 등산객들이 망경대 아래 우회로를 통해 이수봉쪽을 향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을 몇커트 찍고 매봉을 향하다. 나중에 집에 와서 노트북으로 디카사진을 보니 야경 사진은 다 엉망이다. 자동카메라라서 잘 나오려니 했는데. 혈읍재능선을 통과하며 몇 사람을 지나쳤는데 조심해가라는 격려인사를 나누다. 주위는 완전 어둠에 묻히다.

매봉에 도착_18:32. 잠시 앉아 마지막 남은 사과조각, 녹차 한잔을 하고 헤드라이트를 꺼내 머리에 쓰려는 순간 갑자기 검은 물체가 눈앞에 나타나다. 등산객이다. 귀에 MP3를 끼고 있어서 다가오는 소리를 못 들었다. 내가 결례를 한 것 같아 미안하다. 산행을 하며 귀에 무엇을 꼽고 있는 것은 산에게도 결례인데 하면서도 음악듣는 재미에 부득이하게 결례를 범한다. 이분은 잘못하여 과천으로 내려 섰다가 다시 올라 원터마을 쪽으로 간다고 하다. 금년 4월경에 백두대간 단독종주를 계획하고 있단다. 6주정도의 일정을 잡고 있단다. 직장은 휴가를 낼 것인지 물으니 현재는 자영업을 하고 있어 몇가지만 준비하면 그 정도 기간은 비워도 영업에 지장이 없다고 하였다. 부럽다. 백두대간종주는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해야 한다고 하자 전적으로 동감을 해주다. 왼쪽다리에 통증이 있어 무릎보호대를 하고 있다고 하자 연골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고 하다. 나이가 들면 연골이 없어지거나 퇴행성으로 줄어들어 등산이나 몇몇 운동은 절대하지 말라고 의사들이 권할 정도라고 한다. 병원을 찾아보라고 하다. 그렇지 않아도 엑스레이를 한번 찍어볼까 했는데 그분이 적시에 도움말을 준 것 같다. 산행길 그 것도 서로 얼굴도 알아 볼 수 없는 캄캄한 밤중에 우연히 만나 4-50분 같이 하산하면서 나눈 대화가 참 유익했다. 우리는 원터마을방향과 옥녀봉방향 갈림길에 당도하다. 그 분은 원터마을쪽으로 같이 하산하기를 기대했는데 내가 원래 계획대로 양재동 화물터미널로 하산키로 하겠다고 하자 왼쪽무릎이 그런데 갈 수 있겠느냐고 고맙게도 걱정을 해주다. 통성명은 피차하지 않고 아이디만 주고 받다. 사이버상에서 만나기로 하다. 그리고 백두대간종주 잘하시기를 기원하는 인사를 건네다.

 

 

옥녀봉 통과_19:44. 화물터미널 등산로 안내표지판앞 도착_20:55. 13시간 29분 소요. 만보계측정거리 37,897(보폭65cm) 24.63km. 아무래도 오늘 산행은 무식한 산행이 아니었는지 자문하면서 어슬렁어슬렁 마을버스정류장을 향하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