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최악산(697m) 넘어 동악산 대장봉까지

▲ 산행일 : 2005. 1. 23(日). 흐림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괴티재 (09:30)

  ☞ 고압송전 철탑 (10:00)

  ☞ KBS 곡성 TV중계소 (10:55)

  ☞ 최악산 정상 (12:15~12:57. 697m) 

  ☞ 형제봉 서봉(일명 대장봉) (13:33~13:38) 

  ☞ 최악산 정상 (14:11~14:13) 

  ☞ KBS 곡성 TV중계소 (15:23)

  ☞ 고압송전 철탑 (13:58~14:03)

  ☞ 괴티재 (16:11)

▲ 총 산행시간 :  약 6 시간 40분

▲ 산행지도

▲ 산행기

  밤새 비가 왔다. 하지만 창밖의 봉화산을 보니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남해고속도로 곡성 나들목을 지날 때마다 북쪽의 수려한 산이 눈에 들어왔었다.

미지의 산 곡성 최악산이다. 오늘 그 산의 들머리를 찾아 집을 나선다.

어젯밤 세 시간 가까이 최악산에 대해서 인터넷을 찾아 헤맸지만 정보를 전혀 얻을 수가 없었다. 최악산이 동악산 남쪽줄기라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곡성 나들목을 나와 우회전하여 동악산 도림사쪽으로 가다보면 그다지 높지 않은 고개(나들목에서 차로 2~3분 거리)를 넘어가는데, 그 고개가 괴티재이다. 그 고개를 넘어서 내려가다가 삼거리에서 유턴하여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 괴티재를 넘자마자 나오는 버스 정류장 한 쪽 구석에 주차를 한 후 산행 준비를 한다.

                                    산행 들머리인 괴티재. 왼쪽 길로 오르면 된다.

  왼쪽 산길에 들어서니 어느 문중의 문중묘가 잘 꾸며져 있다.

왼쪽 계곡길따라 5분정도 올라가니 네기의 잘 가꾸어진 묘가 나온다.

묘 상단 왼쪽으로 올라서니 널찍한 급경사 길이 잘 나 있다. 그 길 오른쪽 위로 치고 올라가니 송전철탑이 나오고, 여기서 왼쪽 넓은 내리막길로 내려가다 다시 올라가면 두 번째 송전탑이 나온다.

                                    산행들머리에 있는 어느 문중묘의 예쁜 나무열매

                                     계곡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네기의 묘

                            고압 송전탑. 송전탑으로 올라서지말고 왼쪽 내리막길로 내려서야한다.

                                                   두번째 송전철탑 가다가

  여기서부터 오른쪽 숲 속 능선 길로 올라서 희미한 길을 따라 제법 경사가 급한 숲길을 한참 오르다가 또 내려가기도 한다. 산행 초반엔 지독한 안개로 오로지 나침반에만 의존해서 오른다.

중간내리막쯤에선 맞은편 능선의 수려한 산이 가는 이의 눈을 시원하게 해주지만 이내 안개에 휩싸여 그 모습을 감추고 만다.

  다시 치고 올라가니 산불감시초소와 곡성 TV중계소 건물이 나온다.

오르락 내리락을 몇 차례, 삼거리가 나오고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표지기를 만난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오른쪽으로 형제봉이 보이지만 그 거리는 항상 일정한 간격을 유지할 뿐 가까워지지는 않는다.

            곡성 TV 중계소. 여기도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산불감시초소(오른쪽 파란 건물)에서

            바라보는 조망도 훌륭하다. 

                                               구름에 휩싸여있는 가야할 길

                                 최악산 가다가 바라본 조계산쪽 조망. 운해가 장관이다.

                                              운해에 휩싸인 통명산 

                                               동악산 형제봉이 성큼 다가왔다.

  최악산인줄 알고 오른 봉(백계남님의 표지기엔 635m, 최악산 정상에서 고도를 맞추고 하산 길에 본 내 고도계엔 685m)이 최악산이 아니다. 저만치 바위가 멋들어진 봉우리가 최악산인가보다. 또 내려가야 한다. 마지막 힘을 모아 치고 올라가니 진짜 최악산이다. 그 능선에 칼바위들이 즐비하다.

             최악산 약 1km전의 삼거리에 매달린 백계남님의 리본. 오늘 처음보는 반가운 표지기이다.

                                            백계남님의 635봉, 히어리의 685봉.

                                635봉에서 바라 본 운해 위에 떠있는 무등산 (줌 촬영)

              635봉에서 바라 본 무등산(오른쪽)과  왼쪽으로 멀리 백아산으로 보이는 산줄기가 보인다.

                                                      저기가 최악산 정상

                                           정상오르다가 바라 본 통명산 (줌 촬영)

                                            정상 가다가. 뒤에 보이는 산이 최악산 정상

                                                     최악산 정상(697m)

                                                  정상에서 바라 본 형제봉

                         정상 북쪽의 칼날능선. 저위로 가는 길은 없고, 오른쪽으로 우회길이 있다.

                                                        정상 북쪽의 기암

                                                             형제봉쪽 능선

                                              가운데 뾰족한 산이 남원 고리봉

  사진 몇 장 찍고, 눈이 녹아 축축해진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으려고 옆구리의 물병 꽂는 그물망에 꽂아 두었던 휴대용 방석을 찾으니 보이질 않는다. 몇 번 잃어버린 적이 있었기에 직감적으로 중간에 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보온도시락 커버를 깔고 앉아 점심을 먹는다.

식사 후의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다. 아무도 없는 정상. 자리를 비켜줄 사람도 없다. 여유와 자유가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커피대신 따끈한 보리차 한 잔(보온병 뚜껑)을 들고 남쪽, 서쪽, 동쪽을 돌아보며 대자연에 빠져든다. 멀리 무등산도 보이고, 운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운해님이 장관이 되셨나?)

  갑자기 해가 떠서 선글래스를 찾으니 어어~~. 없다. 배낭 밑창에 딸린 배낭커버집에 넣어두었는데 녀석이 없다. 아마 산행초기에 소나무에 쌓인 눈이 녹아 빗물처럼 떨어지기에 배낭커버를 꺼내 씌우면서 지퍼가 다 잠기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빠진 모양이다.

산행 코스를 수정할 수밖에 없다. 당초 계획은 대장봉을 거쳐 배넘어재에서 청류동계곡으로 하산하려했는데, 선글래스 때문에 대장봉까지만 갔다가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야겠다.

  그렇게 해서 대장봉까지 갔다가 다시 최악산까지 되돌아왔다.

이제부터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내 발자국만 찾아 내려가야 한다.

중간쯤 내려왔을 즈음 반갑게도 휴대용 방석을 만난다. 이제 선글래스만 찾으면 된다.

하지만 송전철탑까지 내려왔어도 발견하질 못했다.

  그리고 무덤을 지나 마지막 종착역 괴티재까지 내려왔지만 반투명 플라스틱 케이스에 들어있는 그 녀석은 영영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작년 불암산님이 수도, 가야산 종주하다가 선글래스를 잃었을 때의 심정이 나와 같았을 것이다.  으~~ 그게 얼마짜린데....

                                                              대장봉 가다가

                                                  윗 사진의 바위에 올라서서

                                                         형제봉 서봉인 대장봉

                                사진을 찍고 있는 대장봉 위의 단체 산님들 (줌 촬영)

                                                               대장봉 정상

                                            혼자 밟고 온 눈길. 저길을 다시 가야한다.

                                                 최악산 정상부위의 칼날 바위들

                              되찾은 휴대용 방석. 저 바위를 펄쩍 뛰어내릴때 떨어진것 같다.

        봄을 기다리는 춘란. 다음달에 필것이다. 오를때는 눈이 하얗게 쌓여 보이지 않았었는데, 하산 중에는

        대부분의 눈이 다 녹았다.

                    산행들머리에 있었던 어느 문중묘의 예쁜 나무열매. 그 많던 눈은 어디로 갔을까? 

  효자(孝子, My car) 의 트렁크를 열면서 혹시나 해서 배낭 바깥쪽 지퍼를 열어본다.

“ Oh, my god! "

녀석은 거기에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