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남한산 종주기

 

                                                      *산행일자:2005.1.22일
                                                      *소재지  :경기 광주/성남/서울송파
                                                      *산높이  :남한산535미터/검단산535미터
                                                      *산행코스:석운교-왕기봉-검단산-남한산-객산-천현1교 
                                                      *산행시간:9시5분-16시45분(7시간40분)

 

지난 해 12월 하남의 검단산을 다녀온 후 어제 달 반만에 광주의 검단산을  올랐습니다.
광주의 검단산은 고도가 해발 535미터로 한자표기도 똑 같은 하남의 검단산에 비해 백여 미터 낮고, 남한산의 남서쪽에 자리잡은 

말산이어서  많은 분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듯 싶습니다.  지난 해 12월 초 하남의 검단산-용마산을 잇는 주능선을 오르내린 후,

12월 말에는 강 건너 서쪽의 운길산-적갑산-예봉산의 능선을, 어제는 길 건너 동쪽의 검단산-남한산의 마루 금을 밟아 하남의

검단산 양옆의 능선들을 모두 종주했습니다.

 

어제는  약 8시간의 산행을 순조롭게 마쳤습니다.
아침 8시 강변에서 광주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50분을 달려 남한산성입구에서 하차한 저를 어느 노인 분이 차에 태워 이번 산행의

기점인 석운교에 내려주어 출발부터 순조로웠습니다. 또 7시간 40분간의 긴 코스 중 2/3 이상이 초등길인데 알바 한번 하지 않아

해지기 전에 산행을 마쳤으며, 하산하자마자 곧 바로 버스를 잡아타 강변 역으로 되돌아와 시간낭비가 전혀 없었습니다.

 

아침 9시5분 석운교를 출발하여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예상대로 주중에 내린 비가 이곳 산에서는 눈으로 쌓였기에 모처럼 설산 산행을 즐겼습니다. 석운교에서 지리네미골로 들어서는

들머리를 바로 찾아 오르다가 산소에서 길이 끊겨 왼쪽으로 10여분간 길을 내며 치켜 올라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길을 걷는 기분이 더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잣나무와 전나무가 눈이 쌓인 흰 산을 푸르게 했는데 이들 침엽수 밑에 서있는 노간주

나무는 푸른 기색이 월등히 떨어져 자리를 잘못 잡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노간주나무에 열리는 두송실은 드라이 진의 원료로

쓰이며 그 기름인 두송유는 관절염이나 류마치스 치료에 쓰이는 약재이어서 아주 유용한식물인데 노간주 나무는 저 어릴 적에 시골에서는 가시 잎으로 도둑의 출입을 막고자 울타리에 심기도 한 정감가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10시11분  검단산에 오르는 주능 상의 458봉에 올라 목을 추겼습니다.

눈 속에 가린 모이를 찾고자 주위를 맴돌고 있는 박새(?)의 귀여운 모습을 카메라에 옮겨 담는데 성공한 저는 오른 쪽으로 방향을

잡아  모개미 고개를 거쳐 빽빽이 들어 선 낙엽송 숲길을 걸어 조금씩 고도를 높여나갔습니다. 458봉 출발 40분 후에 해발 500미터의

왕기봉에 올라섰습니다. 이번 산행 중 처음 만난 젊은 분에 길을 물어 검단산으로 향했습니다. 광주의 이배재고개에서 출발해 왕기

봉에 오른 후 검단산을 거쳐 남한산성의 남문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토요일인 어제도  산객들로 붐벼 석운교-왕기봉 구간의 호젓한

산행을 더 이상 이어 갈 수 없었습니다.. 

 

11시33분 왕기봉에서 약 2키로를 걸어 검단산에 다다랐습니다.
넓은 헬기장에 검단산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더 높은 곳에 위치한 한국통신의 송신탑과 공군기지가  앞을 가로막아

민간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어 답답했습니다. 북동쪽 먼발치의 용문산을 카메라에 담은 후 잘 포장된 대로로 접어들어 남문으로

하산했습니다. 산길과 시멘트 포장길을 번갈아 바꿔가며 반시간 남짓 걸어 남문으로 내려 섰습니다.

 

12시14분 남문을 통과해 남한산성의 약사를 수첩에 요약해 옮겨 적었습니다.
인조 4년인 1624년에 완공된 남한산성은 그 둘레가 약 7.5키로로 동,서,남,북의 4대문과 16개의 암문을 통해서만 성밖으로 드나들 수

있도록 축조되었습니다. 견고하게  잘 축성된 이 남한산성도 명분에 쫓겨 실리를 내 팽개친 무능한 임금이 자리잡은 조선을 외적으로

부터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제가 남한산성을 처음 찾은 것은 1967년 고등학교 3학년 가을소풍 때였습니다. 마지막 소풍을 마무리하고

오후 5시경 버스에 오르자 라디오에서 엘비스프레슬리의 노래를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으로 번안해서 불러 인기를 모은 가수 차중락이

낙엽처럼 가버렸음을 알리는 뉴스가 흘러나와 망연자실했던 일이 새롭게 기억났습니다.

 

13시50분 4대문 중 동문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남문에서 시작한 시간 반 남짓한 성곽순례를 동장대지에서 마쳤습니다.

남문을 지나 20분여 시멘트포장길을 걷다가 길옆에 놓여있는 돌의자에 앉아 점심을 들었습니다. 양지바른 곳이어서 햇살이 가감 없이

비추어 떡을 먹는 동안 별로 추위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서문을 거쳐  북문에 다다라 시멘트포장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성곽을 따라

걸어올라 돌무덤이 쌓여있는 동장대 터에 다다랐습니다. 잠시 주위를 조망한 후 동장대 암문으로 되 내려갔습니다. 동장대 암문으로

성을 빠져 나와  중부고속도로와 나란히 북쪽의 하남시  방향으로 곧게 뻗은 남한산-객산의 주 능선을 탔습니다.

 

14시22분 남한산 최고봉인 해발535미터의 암봉인 벌봉에 올라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눈덮인 골짜기가 더욱 깊어 보였고, 이제껏 걸어온 검단산-벌봉의 주능을 되돌아보며 산세를 조감할 수 있어 좋았으며, 이제부터 밟을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와 더 더욱 좋았습니다. 북으로 향하는 하산 길은 대부분 눈이 덮여 있어 미끄럽기는 해도 눈위를 걷는 기분 또한

상쾌했습니다. 검단산-남문-벌봉까지의 수많은 인파가 온데 간데 없어 사라져 하산 길에서 가끔 만나는 산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14시50분 355봉의 망바위에서 2시간동안의 긴 산행을 멈추고 짐을 풀어 남은 귤을 마저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까마귀가 인사를 건네 왔습니다. 올 들어 매화산과 포암산에서 산행 중 까마귀를 만나지 못해 궁금했었는데 이번에는 까마귀

한 마리가 제 주위를 맴돌며 까악 까악 짖어대 반가웠습니다.

 

15시53분 몇 개의 봉우리와 재를 지나 해발 291미터의 객산에 다다랐습니다.
10여분 계속된 적송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오랜 시간 산행에서 오는 피로를 풀었습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가능한 한 길게 코스를 잡아

종주를 하고자 마음먹은 터라 중간에 샛길로 빠지지 않고 오로지 곧바로 능선을 따라 걷고 또 걸었습니다. 오른 쪽으로 꺾어 선법사 방향으로 하산하다 다시 왼쪽으로 꺾어 291봉을 트래파스하여 산불감시초소로 이어지는 능선 길로 다시 들어섰습니다. 객산 출발 25분만에

다다른 산불감시초소에서 마지막으로 짐을 풀고 목을 추겼습니다. 이 곳에서 능선이 완전히 끝났기에 왼쪽 길로 들어서 하산을 했습니다. 포장도로를 3-4분 남겨 놓은 산길에서 제법 덩치가 큰 개가 덤벼들 듯이  쫓아와 스틱을 휘둘러 방어를 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16시45분 큰 길로 내려서 만남의 광장을 100미터 남겨 놓은 천현1교에 도착했습니다.
5분을 걸어 다다른 하남시 초입의 국도에서  광주에서 오는 시내버스를 잡아타 강변 역으로 되돌아와 7시간 40분간의 종주산행을 마무리졌습니다. 어제는 3주만에 가진 저 혼자만의 산행이 생각보다 순조로워 별로 힘들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백두대간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경기도의 산들을 오르고자 합니다. 

저는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경기도의 산들을 오르내렸는데 아직도 미답의 산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의 안내산악회들이

지방의 명산들을 원정산행하느라 가까운 산들을 찾지않아 경기도의 산들은 아직도 사람들로 북적대지 않아 먼지가 일지 않으며, 고즈넉해 조용히 생각을 키우며 산행을 하는데는 안성맞춤입니다.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 나홀로 산행이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작년 여름에는 저 혼자 한북정맥을 종주했습니다. 올 한해 아직도 오르지 못한 미답의 산들을  부지런히 오르고 열심히 산행기를 남겨 제 고향 경기도 산들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