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5년 1월 16일 ( 셋째주 일요일 )

▶누구랑 : 상록봉사산악회 외 39명

▶어디로 : 속리산 ( 1057.7 m )

▶등산코스 : 화북매표소 ~  문장대 ~ 신선대 ~ 천황봉 삼거리 ~ 법주사 ~               주차장


 

▶시간표 :


 

07시 20분  천안 출발

09시 40분  장암리 화북매표소 주차장 도착   ( 2시간 20분 소요 )

09시 50분  등반 시작

11시 25분  문장대  ( 1시간 35분 소요 )

11시 45분  기념촬영후 신선대로 출발

12시 20분  신선대 ( 35분 소요 )

13시 10분  식사후 천황봉으로 출발

13시 30분  입석대 ( 20분 소요 )

14시 20분  삼거리 ( 천황봉 ~ 법주사 ~ 경업대 )

14시 40분  휴식후 법주사로 하산

15시 50분  세심정 삼거리

16시 30분  법주사 ( 1시간 50분 소요 )

17시       대형차 주차장

18시 10분  천안으로 ~~ 


 

등반소요시간 6시간

식사         50분

기념찰영     20분

총 소요시간  7시간 10분



 

◆ 시작이 반 이라는데 ,
    어떻게 하면 첫 단추를 예쁘게 달지?
 


 

작년 연말에 상록봉사회 산악대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수락 한이래
사실 많은 압박감을 느꼈다.

남들이 차려주는 밥상을 넙죽 넙죽 받아만 먹다가
막상 기획부터 실행까지 도맡아서 진행 하자니
“이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 운영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열심히 역할분담을 해주니까
한결 큰 도움이 되었으며 ...이자리를 빌어 감사 드리는 바 입니다.



내가 처음에 알음알음으로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객꾼으로 산행을 할 때
얼마나 어색하고 불편 했었는지... 그랬던 숙맥이 벌써 이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

이런 취미 활동에서도 Leader의 위치란 힘들고
고독 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찌되었던지 한 단체를 이끌어서 산행에 나서야 하는 부담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열심히 홍보를 하였지만 신청자가 그리 많지 않다.

최소한 버스 삯은 나와야 하는데 그마저도 어림없겠다.

처음부터 적자로 시작되면 헤어날 수 없는 구렁에 빠져 들 것이라는
판단에 적극적으로 주변에 동참을 부탁 드렸다.

사실 예전에 안내산행에서 느꼈던 불편함과 소외감은
이번에 구체적인 산행계획을 직접 세우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이래서 속담대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는 인생의 참 맛을 모른다.”
라는 말이 실감난다. 



설상가상으로 일요일에 많은 눈이 올 거라는 기상예보까지 , 
도로 사정이 걱정이다.

이런 와중에 시간은 후딱 지나서  ,
토요일 오후에 가까스로 46명으로 예약 되었을 때는 함께 기꺼이
참석 하시겠다는 주변 분들께 감사함과 함께

비로소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 첫사랑을 만나도 이만큼 반가울까? 



요즘은 6시가 지나도 새벽이다. 길거리에는 오가는 사람도 없고 ...
바람이 차갑다.

배낭 짊어지고 커다란 찜통에 한말짜리 물통까지 들고서
이른 아침에 택시에 타니까 기사분이 의아한 모양이다.

찜통 속에 라면 40개가 들어 있는 줄 모르고 “뭘 해 드실 건데? ”

“아하 산행 후에 주차장에서 먼저 기다리시는 분들 따끈한 국물이라도...”
라고 대답하니 무척이나 부러워한다.

차가 오기까지 5분 전 제왕하구 필려가 모습을 드러내고
서원석님과 김정순님이 오셨다.

올해 연세가 예순을 넘기시고도 산행 하실 때는
젊은이들 제치고 항상 선두이시다.

이번 속리산에서도 보통 6시간정도 소요 되는데
천황봉까지 등정하시고도 5시간 만에 주차장까지 주파 하셨으니
얼마나 정정 하신가.






버스가 설 때마다 차에 올라타는 분들을 뵐 때의
기쁜 마음이 반갑기 그지없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약 하고도 못 오신 분들로 인해
결국 39명만 참석 했지만 ,

어디 첫사랑을 만나도 이만큼 반가울까? 



자!! 일단 첫 단추가 예쁘게 달아 질 것 같은 느낌이다.


 

♣ 얼어붙은 눈길은 만남의 열기로 녹이며
   속리산으로 간다.
 


 

사실 상당히 걱정스런 만남 이었다.

상록봉사회님들은 Cafe에서 주로 글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다소는 개방적인데 반하여
충남등산연합회에서 오신 분들은 주로 산행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대체적으로 보수적이고
세대간의 견해차로 인한 어색한 분위기가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에
염려 되었었다.

이러한 우려감은 잠시 후 기우 이었음이 드러났다.



산행지를 선정 할 때 출발지에서 차량으로 2~3 시간 이동하고
산행은 4~5 시간 할 수 있는 곳 이라면 최적지라고들 한다.

사실 그렇게 맞아 떨어지는 곳이 흔하지 않다.

헌데 천안에서는 속리산이 가까운 곳이라서 다행이다.



여기 저기 대설주의보가 내려졌지만 다행히 우리가 가는 길은
약간의 눈발이 날릴 뿐이다.

그래도 고갯길을 버스가 거북이처럼 움직일 때는
금방 미끄러질 것 같아 은근히 걱정스럽다.



예주님과 하루님은 양송이버섯하고 먹을거리를 나누어 주신다고 분주하다.

하루님은 국민학생 소풍 나온 듯이 “재잘  ^^* 재잘~ ” 
기분이 한층 고무되어 즐겁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소풍 나왔다고 한층 고무되고
들떠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옛날 국민학교 시절을 떠 올린다.

차내에서 처음에 다소 어색했던 분위기는
서서히 만남의 열기로 언 땅 녹듯이 풀어지고 있었다.



휴게소에 잠시 들렀을 때 다른 차가 한대 정차 해 있었는데
충주호 방면으로 산행하는 산악회 일행이란다.

여기서 일봉님을 뵈었는데 젊은이 못지않은 탐구 열정과
끊임없이 산행 하시는 왕성한 정력은 정말 우리들에게
귀감이 되신다고 생각한다.

언제고 꼭 함께 모시고 산행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흐리고 눈, 비 오는 날 촬영은
   복권당첨 기다리는 심정이다.
 


 

매표소 직원이 몇 번이나 당부한다. “ 눈이 살짝 와서 얼었으니
특히 바위를 조심 하십시오”

우리 일행도 내가 사전에 수도 없이
아이젠 지참을 공지 했건만 마이동풍이다.

오늘도 아이젠 안가지고 오신 분들이 계신다. 

등로 입구에서 아이젠을 팔던데 사시는 분도 없는 것 같다.

속리산 , 태백산 , 지리산 , 계룡산 등 등 너무 자주 들어서 친근감에
우습게 여기는 건지 아니면 산행에 탁월한 재능이 있으신지 ...

어쨌든 제발 다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법주사로 하산 할 때도 어떤 분이 미끄러져 무릎이 깨져
응급치료 하는 모습을 보았다.

으샤~ 으샤 한데 어우러져 준비체조 하다보니


이제 모두가 비로소 하나가 된 듯하다.

이제 등반 시작... 얼른 쫒아가서 선두에서 몇 컷 찍었다.



이때가 유일하게 내가 선두에 서보는 시간이다. 

좌우 경관이 너무 좋다. 법주사 쪽에서 바라보는 속리산과는 딴판이다.

날씨가 흐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게 너무 아쉽다.



그래도 아쉬운 대로 찍어서 추억으로 남겨야지.

자동노출로 찍으려니 너무 어둡게 나오고 ,
iso 감도를 올려서 찍으려니 자칫 초점이 안 맞고 ,
두꺼운 장갑을 벗었다가 꼈다가 ... 손가락이 얼어서 아프다.







그런데도 재킷을 입고는 더워서 안 되겠다.

재킷을 벗으니 이젠 맨살에 와 닿는 냉기에 팔뚝이 아려온다.



경관이 나뭇가지에 걸려서 거슬리므로 등산로를 조금 벗어나
바위위로 올라가서 한 컷 찍으려고 하니까 미끄러진다고
봉남씨가 기겁을 한다.

히~히 저렇게 신경 써주는데 어떻게 보답을 할까.  나에게는 수호천사다.

항상 걱정되는 건 다들 이렇게 애써서 오르는데 이쁜 모습을 남겨 드려야지





충남등산연합회의 건각들...한사람은 거북이 빼고 , 근데 모델로는 최고 !

힘들게 찍은 모습이 어둡다든지 흐려서 “제대로 안 나오면 어쩌나” 라는
생각에 진짜 복권당첨 결과 기다리듯 노심초사 했는데 다행이다. 휴~~~ 








♣ 문장대 !!! 또 찾아오라고
   비경을 숨기고 보여주질 않네....
 




아직 한참 남았나 했는데 왁자지껄 ... 널찍한 앞마당이 나타난다.

문장대휴게소 , 1000여 m의 정상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분위기 속에
마치 장터 같다.

문장대에 올라서 단체사진이라도 함께 찍으려 했는데
선두와 후미의 차이가 너무 벌어져 제각기 흩어져서 통제가 어려웠다.

문장대 오르는 철계단은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오를 때는 쉽게 오르지만 철계단이 얼어서 미끄럽다보니 여자분들 중에는

내려올 때 꼼짝 않고 중간에서 움직이지 못하시는 분들이
혹간 있다보니 정체가 가중된다.

운무로 인해 시야가 가려 주변 경관을 전혀 볼 수 없어
너무 아쉽지만 모두들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동심으로 돌아간 즐거운 표정들이다.




요까지 오는 동안에 반백으로 ...하얗게 변한 나

 

신선대로 향하는 길은 설원 속에 떨어진 듯 하다.






올겨울이 가기 전에 꼭 다시 한번 더 찾고 싶다.



오늘 흐린 가운데 감춰진 비경들을 꼭 들춰 봐야겠다.

신선대에 와서 보니 어째 일행들이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만
모두 휴게소 안에서 도시락을 펼치고 식사중이다.

도시락을 펴고 보니 오늘 같은 날씨에 휴게소가 너무 고맙게 여겨지네.·

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산중에 휴게소가 좀 많은 편 아닌가?

혹여 경관을 흐리는 것 아닌가? 라는 떪뜨럼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

쩝쩝 ~~ 사람이 이처럼 간사한 모양이다.

아무튼 언 몸도 녹이고 훈훈한 온기에
막걸리 한잔 쭈~욱 들이키니 꿀맛이다.



웬걸, 밥 먹을 생각은 않고 연거푸 두 잔을 들이키고 나니 속이 뜨끈뜨끈 ~·~

은근히 장난기가 동해서 찰칵!!


 

♣ 천황봉을 향해서 출발 ~
   눈부신 은빛 파노라마 ....
 


 

천황봉을 향하는 능선 길은 그리 험하진 않은데
군데군데 미끄러움은 조심해야겠다.



 

하루님은 서너 번은 족히 미끄러졌을 게다.


그러고도 다친데 없으니 몸이 유연한 탓인가?

속리산에는 유달리 산죽이 많다.

 
통상 고도가 높은 8부능선 위에 분포하던데
속리산에는 구분 없이 여기 저기 온통 산중이 흔하다.

설경 속에 푸름이 또 다른 운치를 보여준다.

신선대에서 식사하면서 막걸리를 너무 많이 먹었나?
밥 먹고 나서는 속도가 더 느려졌다.

그렇다고 상고대가 펼쳐진 설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일행 중 한분이 다리에 경련을 호소하므로
응급처방으로 침 몇 번 찔러 드리고 ...








하늘의 푸름과 굴러가는 옥빛 햇살만 함께 한다면
기절 할만한 설경 일 텐데.

법주사 하산길 삼거리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까
나로 인해 너무 지체 될 것 같아서 여기서 기다리기로 하고


봉남씨 혼자 운동 좀 할겸 천황봉에 다녀오라고 보냈다.

말 떨어지자마자 배낭 벗어 두고는 토끼처럼 잽싸게 사라진다.

30분 만에 후딱 갔다가 내려오네...





하늘이 서서히 개이는 중인가? 잠깐 푸른 하늘을 비췄다가 금방 흐려진다.





하산 길은 미끄러울 것 같아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보니 훨씬 편안하다.

어떤 분이 미끄러져 무릎을 다치신 모양이다.
크게 다치신 것은 아닌지 ~쾌유하시길 빕니다.

안전산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겨울산행은 가벼운 충격에도 크게 다치는 경향 이므로
조심조심 하여야겠다.

속리산 코스 중에서 한 가지 단점은 하산길이 지루하다는 것이다.



세심정부터 법주사 거쳐 버스주차장까지는 단조롭고 너무 지루하다.


 


 

♣ 하늘아래 다시없을 꿀 맛....이거 라면 맞아? 


 

주차장에 내려와보니 여러분이 삥~ 둘러서서 물통만 쳐다보고 있다.

“왜 이리 안 끓어? ”

젓가락 들고 기다리시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바람막이 없나? 아하! 저기 Box OK!! "



얼른 종이
Box로 감싸니까 딱 맞춤이다. 일단 조치 해드리고


저쪽으로 옮겨서 소주 한잔,

엄귀준씨는 냄비를 아예 챙겨 왔었네. ... 

햐~~ 고놈 참 라면의 심오한 맛. !!!
 


ㅋㅋ 둘이 먹다 기절해도 모르겠다 ~~ 그지?  언닝야 ^^*
식기전에 빨리 먹고 우리 또 먹자


에궁~~제왕 체면이고 뭐고간에 먹고보자...아!!! 이 감미로운 맞@@ 앞이 깜깜혀~~~

어휴~이 쫄깃한 면발....

으잉~~ 아니 ! 왕초 식사 하시는데 뭘 보는것이여..저리 물러서 !!!

이렇게 우리들은 속리산의 뜨거운 품속에 함께 녹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