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동엽령·백암봉 눈꽃산행기] 일시: 2005.01.16 (일요일) 날씨: 흐림, 차가운 바람이 매우 심하게 불어 몹시 추운날 (나중에 오후늦게는 갬) 산행자: 영원한 산친구와 22살짜리 아들 그리고 나 車의 길: 경남 통영시-서진주-통영대전고속국도-서상IC-병곡마을회관 앞 산행코스: 병곡마을회관-송어양식장-합수머리-동엽령(1,320M)-1,327봉-백암봉(1,503M)-1,445봉-횡경재(1,350M)-지봉아래 삼거리-송계사-송계매표소 산행시각 07:30 통영출발 10:05 병곡마을회관 앞 10:10 병곡마을회관<산행시작> 10:20 송어양식장 10:51 합수머리(계곡) 12:36 동엽령 12:44-13:14 점심식사 (동엽령 아래) 13:45 1.327봉 14:20 백암봉 14:58 1,445봉 15:31 1,385봉 15:43 횡경재 (1,350m) 16:43 지봉밑 삼거리 17:01 영천약수 17:05-17:10 송계사 17:15 송계매표소 <산행끝> 17:35-17:50 택시타다 (거창 위천택시 15,000원) 19:22-19:58 사천에 있는 '四天成'(중화요리집에서 저녁식사) 20:49 통영도착 ■ 산행 거리 약 12.6km ■ 산행 시간 약 7시간 ■ 나의 만보계 25,329步 ■ 車의 거리 왕복 335km
덕유산 (click here) 참고 산행기 산&산-부산일보
산행전 이야기.. 몇 번의 번복 끝에 결정한 들머리
오늘은 덕유산 눈꽃산행을 하려고 한다. 원래 계획은 월악산으로 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한국의 산하’ 게시판에 실린 덕유산 눈꽃산행을 보고 마음이 달라졌다. 올 들어 눈꽃산행을 한번도 하지 못한 우리에게 덕유산 눈꽃산행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물론 미답지인 월악산도 가고 싶었지만 월악산이야 다음주에 가도 되고 또한 4주 연속 장거리 원정산행도 약간은 부담스러웠다.
내 산행스타일이 테마산행보다 미답지 산행을 더 중요시하는데 이번만은 테마산행에게 밀려난 느낌이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미답코스를 가려고 연구를 한다. 그러자 부산일보의 산&산에 나온 기사가 생각났다. 부산일보 기사는 여름철 산행으로 소개하였지만 이 코스대로 산행하면 겨울철 눈꽃산행으로도 좋을듯하다.
그래서 부산일보 기사를 모델로 삼아 여러 가지 응용코스를 연구한다. 1. 부산일보 기사대로 송계사 계곡~백암봉~동엽령~병곡리계곡으로 2. 반대로 병곡리계곡~동엽령~백암봉~송계사계곡으로 3. 빼재(신풍령)~ 지봉~백암봉~동엽령~병곡리계곡으로
좌우간 혼자서 모래성을 쌓았다가 허물었다가를 수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결국 결론은 부산일보 기사대로 하기로 한다. 오늘은 비교적 가까운 곳(거창 북상면)이므로 아침을 집에서 일찍 먹고 출발하려고 한다. 아침식사를 위해 부친을 모시고 오는데 뉴스에서 들었다고 하시며 멀리 가지 말고 가까운 곳이나 다녀오라고 하신다. (뉴스 내용인즉, 어제 밤에 강원도와 경상북도에 눈이 많이 내려 미시령은 통행이 다 금지되었다 한다.) 그 말씀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은 바로 태백산이 떠올랐다. 아~~태백산으로 가야 하는데 아깝다.. ^^ 西진주에서 통영대전고속국도를 따라 서상IC를 빠져나와 황점까지는 이미 여러 번 온 경험이 있으므로 식은 죽 먹기다. 그런데 아침에는 멀쩡했던 하늘이 이곳에 오자 점점 흐려지며 가는 눈발까지 흩날린다. (아침에 붉은 노을이 보이더니 날씨가 흐려질 징후였었나?) 바람도 불고 눈까지 흩날리니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온다. 판쵸의도 준비하지 않아 저체온증에 대한 불안감과 눈이 많이 내릴 경우 차량회수의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그래서 들머리를 병곡리계곡으로 할까? 아니면 송계사계곡으로 할까? 하고 정말 씰데없는(?) 고민을 수차례 하다가 결국 병곡리로 올라간다. (차를 돌렸다가 되돌렸다가를 몇 차례 반복함.) ^^; 지나가는 동네 주민에게 물어보니 차로 한2분만 올라가면 횟집이 나오는데 그곳이 산으로 올라가는 들머리라 한다. 걸어서 5분이면 된다는 말에 걸어서 올라가니 잠시 후 횟집이 나온다. 횟집을 지나니 안내판이 나타나는데 민망스럽게도 출입금지란 표지판이 턱 버티고 있다. 뒤에는 작은 팻말에 산불기간이 표기되어 있는데 이 기간만 출입금지인지? 아니면 계속 출입금지인지? 헷갈린다. 설마 부산일보가 출입금지 구역을 기사에 내었을까? 그래서 믿고 그대로 올라간다. 아니라고 해도 이젠 올라갈 수 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찜찜한 마음은 감출 수 없구나..^^; 계곡과 만나는 합수머리지점을 지나자 드디어 된비알이 시작된다. 체력단련 목적으로 몇 일전에 등록한 권투도장에서 스텝 밟는 것을 트레이닝한 아들은 아킬레스 근육이 뭉쳐 오름길이 무척 힘드나보다. 언제나 궁합이 맞는 두 모자는 뒤에 쳐져 세월아 네월아 하고 오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아무도 오르는 사람도 없고 내려오는 사람도 없는 외로운 등로를 셋이서 칼바람을 맞아가며 오르기를 근 1시간 40여분.. 고도가 높아지니 어느 지점에 도달하자 드디어 눈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 아들은 재빨리 포즈를 취한다. 어제 나와 아내가 쓰려고 방한모 두 개를 샀는데 내것은 아들에게 양보했다. 대신 오늘의 사진모델료는 공짜다.-- "다리 오무리고 옳지" ^^ 산행초입에서 근 2시간 30분 걸려 동엽령에 도착한다. (겨울산이라 다소 더 걸린 것도 있지만 천천히 올랐기 때문이다. 2시간 정도면 충분 할 듯) 일단 동엽령에 올라 사진부터 한 컷 찍는데 주능선에 부는 매서운 칼바람으로 오래 버틸 수 없다. 그래서 다시 후퇴하여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우리도 점심을 먹기로 한다. 사실 내 마음 같으면 밥이고 뭐고 귀찮아서 그저 간편한 행동식으로 때웠으면 했지만 모자의 생각은 다르다. 아들은 마치 이런 식사 시간을 즐기기 위해 산행하는 것처럼 즐거워한다. 나도 갑자기 허기가 진다. 하긴 아침을 6시에 먹었으니 배가 고플 때도 되었지.. 춥고 배고프면 아무리 아름다운 눈꽃인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 주변은 온통 눈으로 하얗게 덮여있어 산불이 날 확률은 제로지만 그래도 라면을 끓이려니 다소 켕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라면을 먹는데 너무 추워 민망스럽게도 코에서는 콧물까지 흐르네.. 라면을 먹고 자리에서 채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대기조가 대기하고 있다. 그리고 보니 우리가 앉았던 자리가 명당자리로군..^^ -- (점점 산님의 숫자가 불어난다.) 아들아! 즐겁지? 따라오길 잘했지? '고진감래'라는 말처럼.. 고생 끝에 이런 환상의 눈꽃길을 보니 감회가 새롭지? 이 세상 모든 것이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단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말은 꼭 기억해라 “진정한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으며 늘 할 수 있다는 능정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언제나 열심히 너의 인생을 살아라.” 그리고 산을 타면서 인내와 용기와 탐험정신을 배우기 바란다. ^^ 이정표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초행길의 산님일 것이다. 초행길에 이런 환상의 눈꽃길을 걸은 저 산님은 넉넉한 덕유의 품을 평생 잊지 못 할 것이다. 올 여름 한국의 산하가 맺어준 11명의 대원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의 길’ 을 우리도 걸었었지.. 지능선 상에는 보기 힘든 산님들이 주능선 상에서는 많은 산님으로 가득하다. 등로에 많은 산님들이 보이자 아들은 즐거운 모양이다. 외롭게 우리들만 산행하는 것 보다 이렇게 같이 기쁨을 느끼는 산님들이 많으니 나도 오히려 즐겁다. 여태까지는 사람이 많은 것이 결코 달갑지만은 않았는데 오늘만은 나도 예외다. 너무도 아름다운 눈꽃길에 취한 탓일까? 아니면 생존본능에 따른 안도감일까? 백암봉에서 내려서니 아까 병곡리계곡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산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우리 셋만 내려가고 있다. 한 20분 내려가니 좌측으로 중봉의 모습이 눈꽃사이로 얼핏 보인다. 다시 3분 후 이정표가 나타난다. (송계매표소 5.1km 송계삼거리 1.4km 지점) 이 이정표를 지나니 다시 오름길인데 약 8분 정도 오르니 지나온 능선과 좌측으론 우리가 내려왔던 백암봉이 보이고 우측으론 중봉이 보인다. 사진에서 보듯 구름에 싸여있는 모습이다. 아~ 저런 구름들이 조망을 방해했었나 보다. 남쪽으로 거대한 구름들이 지나가고 있다. 운해는 운핸데 조망을 가리는 나쁜 운해네..하지만 그 자체는 무척 아름답구나! 사진 실력 부족으로 노출이 다소 많이 되어 제대로 표현이 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나의 사진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모른다. 내 생각에 이곳이 1,445봉이 아닌가 싶다. 1,385봉으로 향하여 걸어가는데 주변이 밝아지면서 구름이 걷히는 것 같다. 얼른 1,385봉으로 올라서서 남쪽의 조망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1,385봉에 올라서도 조망은 그리 시원하게 터지지 않았다. 구름이 조망을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심한 구름들이 지나가기를 한참 기다렸으나 어느 세월에 다 지나갈지 몰라 포기하고 뒤돌아서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마침 정차하고 있는 버스가 있어 기사님에게 물어보니 18시에 출발할 예정이라 한다. 어차피 우리 화이트가 있는 ‘병곡마을’까지 가려면 중간에서 갈아타야 하므로 택시를 부르는 것이 상책이다. (‘위천 개인택시’-- 추워서 버스 안에서 택시를 기다림.) ‘병곡마을회관’까지 돌아와 택시를 보내고 차를 타려고 하니 아내의 스틱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 택시에 두고 내렸나 싶어 연락을 하니 택시에 두고 내리진 않았다. 그렇다면 아까 추워서 잠시 버스 안에 있었는데 버스에다가 놓고 내렸을까? 골머리를 싸고 있는데 영악한 아들놈이 디카에 촬영한 사진을 보고 알아낸다. 디카에 촬영된 사진을 보니 (위 송계매표소 사진참조) 아들놈 스틱만 있고 아내의 스틱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 . 아까 송계사 별채에서 용무를 보러 갔다가 그만 스틱을 놓아둔 채 빈손으로 내려 왔던 것이다. 잃어버린 스틱은 송계사에 전화를 하니 스님께서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곱게 포장까지 해서 택배를 보내주신 송계사 스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 |
며칠전에 다녀왔는데 다시 설경을 대하니 그때 산행길이 눈에 선합니다.
눈꽃 그리고 상고대...칼바람과 잿빛하늘... 모두가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귀중한 자산이지요. 가족과 함께한 산행이 돋보이구요...
섬세한 글과 내용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