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철쭉 산행) 종주기


5월 17일(금) 비

   내일이면

개고야 말거라는 일기예보를 철썩 믿어 뿌리고 일단 예매한

서울역 12:50분 발

전라선/무궁화/469호/2호차49,50호에 몸을 맡기니

구례구역18:00 경 도착하드라

구례/버스터미널부근식당에서 재첩 국 백반으로 저녁을 때운다

19:40분 발 피아골(연곡사)행 시외버스를 타고 밖을 보니

   차창을 때리는 빗줄기야 뭐 대수랴!

비를 맞으며 캄캄한 밤에 머리 누일 민박집을 찾아야지!

그래도 쉬운 산행을 위해 제일 꼭대기 집으로 찾아 드니

그 이름도 “산 아래 집”이라나

   TV는 없어도 공동 변소에 샤워 꼭지는 계시는지라

며칠을 못 씻길 몸뚱이 생각에 굳이 찬물에 몸을 적시고

젖은 신발은 방안에서 말려 봐야지

   에라 모르겠다.

다섯 개 밖에 안 가져온

아까운 소주 1개와 참치 캔 한개 깨트려라

물이 뿔어 시끌 버쩍 떠드는 계곡물 소리와 야속한 빗방울을 벗 삼아서

캬! 한잔씩 들이키고 보자!

지리산 신성한 정기 받아 님도 따면 안 될까보냐

11시가 다되어서야 내 던진 막대기 처럼 눕게 되는 구나

    

5월 18일(토) 또 비

   첫날 밤 부터 피곤도 하셨겠지

06:00 경에나  눈을 뜨게 됐고

예비 건전지랑, 비상약품, 마른 옷가지는 물론

큰맘 먹고 삼각대 까지 지고 온 카메라 젖어 뿌리면 낭패라

배낭카바에 비옷 상의를 걸치고

07:00 경 피아골 대피소를 향해 보무도 당당하게 힘차게 발을 내딛다.

   부슬비가 됐다가

가끔씩 안개비로 바뀌는 하늘은 무슨 뜻 인고 헤아려 판단하니

   지리산 신령님께서

불쌍히 여겨 주시는 촬영타임인가 받아 섬기고.

가져온 품이 너무 아까워

억지로라도 써 먹으려고 어설픈 아마츄어가 프로작가 폼 잡고

얼른 얼른 카메라 다리 펴고 몇 장씩 박으며 오르다 보니

바삐 가면 그냥 지나칠 뻔한 이 곳이

가슴속을 깊고 넓게 적셔오는 신비롭기도 한

   계곡 물안개여

피부에 느끼는 시원함은 단풍철이 아니래도 신령 된 기분이다

   만나는 사람도 없는 호젓한 산길에

절로 노래도 나오건만

얼른 밥해 먹어야 하는데...

피아골 대피소가 보일 듯도 한데...

   08:30 경 도착한 피아골 대피소

인기척이라도 낼려고 들어가 보니

백발의 아저씨가 나와 반갑게 인사하고

물 떠다 밥 짓는데 산장지기에 웬 아줌마

   시아버님 모시고 영감이랑 이곳에 살게된 연유,

미국 가 공부하는 큰 아들,

시집가 지난번 놀러왔다던 딸과 작은 아들 자랑에

우린 그저 끓어 넘치는 코펠만 바라보고....

   허겁지고 순대 채우고

밥 좀 남겨 싸서 점심 먹을 것 준비하고

다시 배낭 꾸리고 물 떠 넣고

우메 벌써 한 시간을 훨씬 지체해서 10시가 됐구만요

   임걸령까지

치 받치는 오르막으로 족히 3시간은 넉히 걸릴 텐데

어쩌노 서두를 수 밖에

다음 번엔 꼭 한번 자고 가라는 아줌마 배웅을 귀 뒤로 흘리고

그저 그저 가쁜 숨 몰아가며....

   혼자 내려오는 젊은 남자 영계(우리 마눌 한테는) 계시드라

반갑게 맞으며 철쭉 안부 물으니

노고단에서 여기까지 질퍽한 흙밭에 떨어져 뒹구는 꽃잎밖에  못 봤단다

   오후 1시 경 임걸령에 도착하니

샘물가에 웬 떼거리

남녀 열 대여섯 명과 몇 무리가 한숨 안자고 왔다며 무용담(?)에 웅성거리며...

우리도 허기를 때울 자리를 찾지만 별 수 없지 뭐 조금만 더 가잔다.

   삼도봉(전라남,북도 및 경상남도 경계점)에서 몇 장 더 박자며 폼을 잡는데

남 셋, 여 하나 헐레벌떡 뛰어와

옆자리에 털 부쩍 주저 앉아

   웬 빵과 우유 ... 

같이 먹자며 말을 건네 들어보니

삼형제에 막내 제수란다 노고단에서부터 한번도 안 쉬고 달려 왔단다.

   토끼봉 찍고 총각 샘을 찾으려다 못 찾고 명선봉을 향한다.

우와 이거이 어쩐 일인고

다 진줄 알았던 연분홍 철쭉 꽃이

하나 둘 방긋이 웃으며 우릴 마지하려 남아 있었는가? 

고맙다 아그들아

그나마 명색이 철쭉 산행인데,  놓칠세라 사진에 남겨보자 

   오후 6시 경 연하천 대피소

도착하여 여긴 샘물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개울(천)이다.

슬리퍼 갈아 신고 세수하고 남들 눈치 볼일 없이 발 딱고 해도

물이 철철 넘쳐 덜 미안하다 뭐

가져온 풋 고추에 소주 곁들여 밥해 먹는데

옆에 부부 즉석에서 뜯은 싱싱한 지리산 산나물로 된장국 끓이고 찍어 먹어도

   우리 마눌 아무리 부러운 듯 하지만두

그저 구경뿐이지 어쩌겠나

저나 나나 뭐가 뭔지 알아야

산나물 채취가 불법이래도 몰래 한 두잎 챙기지

서로 기다 아니다 의견만 분분하지

막상 따 먹는 데는 자신이 없는 걸 어쪄!

   차고 습기찬 바닥에서 잠이 올까? 지만

때도 세계가 법석대는 시절

월드컵 개최국 우리나라 지리산으로 각 대륙 대표들 모였나?

코 고는 소리 각양 각색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소피 마려워 깨어보니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라

후레쉬 들고 강 건너 들판 지나 화장실 갈려는데(엄청 먼 곳에 있음)

칠흙 같이 캄캄한 밤에 비는 오지 높은 산인데 숲에서 산 짐승이나 볼려나

등화관제 후 얼른 내리 깔겨 버렸지 뭐 


5월 19일(일) 차차 갬

05:00 경 부스럭 궁시렁 대는 소리에 눈을 뜰 수밖에 없음

마눌 보고 아침 해먹자고 보채지만 더 자야 한다나.

  셀프 하지뭐!

혼자서 불 때고 물 부어 안쳐놓고 미역국 끓여 상 차리니 싱겁단다.

   어젯밤 추워 설치다가 한숨 못 잤다고 푸념 떨면서 하는 말

새벽 3시 경 변소 찾는데

그 때야 도착한 어느 팀이 물구덩이에 야영한다고 텐트를 치드란다

와 정말이네 저 멀리 앞마당에 그 들은 아직 한 밤중이네

07:00 경에야

결국 짐을 나눠 지고 벽소령 대피소를 향했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 지는가 했더니 지고 없다던 그녀 들이란

우린 입이 벌어져 다물기 싫어 지고....

가는길 군데 군데 커다란 군락은 아니지만 뭉텡이 뭉텡이로 피어

   색깔도 연 분홍에서 진 분홍까지 가지 가지드라

함박 웃음으로 마지하는 꽃들은

내 짧은 필력으로 표현키 어려운 예쁜 모습들 이드라...

소풍 온 초등학생 여자 아이들 무리가 연상되어 절로 따라 웃어 인사하고

    우린 모두가 고지의 화사한 꽃 가족들과 어우러 진다

이리 저리 더 좋은 곳이 어딜까 찾아대며 사진 찍는 산객들이랑

어디서 날라 올라와 여기 저기 앉아보는 꿀벌들이 닮았다면

꼭 맞는 표현일까 몰라

    많이 지체하며 벽소령 대피소를 지나 선비 샘 까지 그 황홀경은 계속이드라

저쪽에서 오는 무리들과 인사 중에 지리산 열개 절경 중에

으뜸이라는 세석평전 철쭉 군락지를 기대하며 여쭤보니

거긴 아직 이라네

    덕평봉 찍고 칠선봉 돌아 영선봉을 지나서

오후 1시경 점심 먹기로 한 세석 대피소가 저기 보이는데 부터

좌우로 도열해선 철쭉나무들아

어쩜 그래 야속하게도 봉우리만 탱탱한가 말이다.

    소주 곁들여 라면 3개 반 끓여 먹으며

대피소 직원에게 정식으로 따져 물었단다.

올해는 이상 기온으로 일찍 개화한다 해서 아까운 연차휴가 빼서 왔는데 말이여 응???

      아! 이곳을 저 아래 땅의 속세 기상청에서 어찌 알아요?

      저 위에 신선 사는 하늘나라 기상청이 알제!

      한 일 주일 후면 만개할까 본데 그때 다시 오소 

      크 하 하 하 .... 

별 수 없이 붉은 기 보이는 군락지를 향해 애꾸진 카메라를 몇 번 눌렀단다.

천왕봉이 가장 멋있게 보이는 촛대봉에서 다정한 커플을 보고

사진 한번 찍어 달라다 보니

   어쿠 일본 말이네

에라 모르겠다 서툰 영어를 씨부렁대니 알아듣는 체 한다.

세석 대피소가 얼마나 가야하나 묻길레

“스몰 타임” 대답하고 하 하 하 하,

그네들도 뭔 의민지 몰라도 하 하 하 하

삼선봉 올라 연하봉을 바라보며 천왕봉의 위엄을 잠시 느끼는가 했더니

어느새 마지막 산상 숙박지인 장터목 대피소가 저기네

이제부턴 주목나무, 구상나무, 잣나무 등에도 눈길 주며

   오후 6시 경 장터목 대피소에 이르러 짐을 풀었다.

어제 밤 고생을 한 마눌 한테 미안해 얼른 자자고 해보나 말 뿐이지 뭐

그래도 슬리퍼 갈아 신고 50m 애래 샘물 길어다

내일 먹을 아침까지 미리 해 놓고

이빨 딱고 면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이번이 지리산 종주 세 번짼 대요 한번도 못 뵈었으니

      내일 아침엔 지리산 10경중 제일경인 천왕봉 일출을....

      아시자나요

      저 어제 산에 오를 때부터 아직까지 담배 안 피웠고요

      내일 내려갈 때 까지도 그럴께요

      이제부터 다른 죄도 안 지을께요

      삼가 비나이다.

      그리고 한번 더 또 비나이다

차가운 밤공기 안주 삼아 마지막 남은 소주 한잔...

  크 으 ~ ! !    좋단다,,, 

누가 ?  누군 누가야 나 말이지

5월 20일(월) 아주 맑음

   03:30에 기상

너 나 없이 일출 보려고 벌써부터 부산떠는데

우리 마눌 남자 방에 들어와 내 발가락을 간질러 깨우드라

한 20여분 대충 정리하고 나가보니 캄캄한 하늘에 별도 유난히 밝다

내가 아는 별자린 북두칠성 뿐인데

보이지도 않는 어둠 속에 반딧불 같은 헤드랜턴 불빛끼리 수근대는 말

40여년 만에 수성 화성 목성 토성 다 일직선으로 모여 보인다나

아무리 쳐다봐도 북극성 하나는 더 알아 보겠구먼

   어라  이 정도 별이 밝으면 하늘은 쾌청이라

왠지 일출 예감이 굉장히 좋구만

“어제 밤 저는 따듯하게 잤단다

  지리산 쑥 약효가 영험하다 자랑하며 어떤 아줌마가

  쑥을 엄청 뜯어와 침상에 말리다 직원 한테 들켜 과태료 물린다 하니

  한번만 봐달라고 애걸하며 따라 나갔다나“

마눌 말이 귓가에 서성대도

제석봉 오르는 좌측 고사목 군락지가 어째 엉성하다

내 안본 사이 넘어져 뒹구는 것이 많이 생겼는가 보네

내 랜턴이 자꾸만 내려와 코끝만 비추길래 올리려고 신경쓰는 중에

통천문을 지나며 죄 많은 나를 하늘로 통과 시켜줄까

순간만은 참으로 두려웠다오

   머리 위 하늘에 붉은 빛이 동녘부터 보이는가 싶어

정상이 가까워 지는 구나 했는데

갑자기 10차선 폭이나 됨직한 넓고 시 뻘건 도로가 눈앞에서

하늘과 땅 사이를 갈랐드라

  이미 사람들이 많이 올라와

저마다 바람 좀 막아주는 좋은 자리 차지하고 쭈구리고 앉아 웅성댄다

우리야 뭐 카메라 덕분에 가져온 옷을 다 꺼내 입고도 추워 떨면서도

갖은 폼 다 잡으며

듬직한 천왕봉 비석에 기대어 몇 방 눌러댔다

  우릴 포함한 30여명이

이렇게 과분한 천혜의 축복을 받을 자격이 있었든가?

그야 말로 남들은 평생 한번 보고 싶어 했어도

그런 저런 사유로 인해 술자리 푸념속 아쉬움을 달랜 동지들께 죄송합니다

    

    거대한 백두대간 산맥의 능선들을 발아래 두고

    저 멀리 아득한 지평선너머 동녘바다를 평활히 고르고 나신 다음

    모든 삼라만상이 머리 숙여 경배하는

    가슴 짓 누르는 묵직한 침묵으로 좌정하여 정돈하시고

    시커먼 운해를 좌우로 갈라 물리쳐 조아리게 하시고선

    이글 이글 끓는 눈으로

    부라리며 솟아 오르는 지리산의 붉은 태양이시여

    진정 위대한 우주의 주인이시리라


여기 둘러선 한 무리의 인간들이 벅찬 감동으로 정신 못 차릴 때에

    속 좁은 우리 둘은

장엄한 일출 경을 배경삼아 촬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뒤돌아 카메라를 들이대며 한번만 눌러 주십쇼.

부탁을 한다.

   그분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하다가 어떨 결에 받아들고

  “아! 저 지금 기도 중인데요~”

하면서도 두 번 씩이나 찍어 주시데요

   감사합니다.

비는 소원 반드시 성취하시고

우리 꺼 까지 복도 두 배로 받으세요.

   05:17 일출 시각이었으니 족히 30분은 경과 했음이라

황홀한 감동에 얼어붙은 듯  남들이 움직이지 못할 때

우린 나머지 여운을 간직한 채 빠져 나온다.

아직도 울렁대는 가슴을 진정 못하면서도

헉 헉 대며 올라가는 중봉

   말이 하산이지

“에구 감짝이야”  놀라 서는 마눌 보고

앞서 가보니 건장한 남자 셋이 누웠다 일어나며 반갑게 인사한다.

새벽부터 올라왔다는데 어디부터냐니깐 글쎄

배낭이며 짐이 너무 커 범상치 않더라 했지

 “우린 등산로 개척을 한데이.

   설명 드려도 잘 모를겜니데이.   조심해 내려 가이소“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푹 퍼지며 지도를 꺼내보니

해발 1,875M 라 지리산 제 2봉을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그 짬 중에 우리 온 쪽에서 올라오는 한 남자를 본다.

아주 찐한 경상도 사투리로 대원사 쪽으로 먼저 내려 간다며 인사 하길래,

따라 가자 했더니 프로 같아 보인다고 마눌이 무리란다.

    거의 날마다 기상 후 식전에 큰걸 보는 이놈이

어쩜 내려오다 주책 맞게도 정확히 증세 아니 신호를 보내노

참을 수가 없어 망보라 하고

으슥하고 좀 편한 곳을 찾아 일을 치루고

해돋이 보며 입었던 두꺼운 겨울 조끼 방풍의 벗어 배낭에 챙긴다

   한참 후에 싸리봉을 넘어 서서야

배가 몹시 고파 8시가 다 되어 감을 알았고

키가 큰 나무에 가려 깊고 아늑한

그 곳에 치밭목 대피소가 자리하고 있었네요,  

반갑습니다.

   아까 그 경상도

바나에 불을 지피려 준비하고 있드라.

우린 거기서 즉석식 된장국 끓여 한개 남은 소주랑 해서 아침을 때우고

경상도는 남은 쌀이며 라면 등을 모두 대피소 지기에게 내 놓는데

엄청 고마워 하는 걸 보고 마눌이 눈치를 주구만두

남은 거라곤 간장에 절인 깬 잎 한 캔과 밥 한통뿐인걸 어쩌노

내려가다 어쩔지 몰라 비상식으로 가져가려고 태연히 인사하고 내려간다.

   어따 이것을 뭐라 해야 할지

하산하는데 길인지 개울인지 등산로 찾기가 여간이 아니고

복조리 만든다는 산죽이 가슴까지 올라와 힘든게 두배라.

오히려 영롱한 갖 가지 산 새소리에 마음 달래며 휘파람 따라 하다

개울을 건넜다 하면 따라가고, 지난다 하면 물 흐르는 소리도 안 들리네.

적막하기 이를 데 없는 이 힘들고 지친 몸으로 오르고 내리길

   얼마나 지났나.

여기가 어딜까 방향도 잃고 하늘도 안 보이고 바람 한점 없구나.

  그래도 쉬기 좋은 개울가에 다 달아

발 쫌 담그고 세수 쫌 할까 앉아보니 물은 너무 맑고 시원해 보인다.

땀에 찌들었다 말랐다 한 팬티 까지 갈아  입자  했었지만 두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나

에라 첨버덩 몸뚱이 채 담갔다가

얼어 죽는 줄 알았네

호들갑 떨고 있는데 우리 마눌 등목 까지 하라며 컵 들어 물 뿌리네

  앞으로 지리산 종주 했다고 하는 자기 친구들이

이 계곡 모른다 하면 말도 못 꺼내게 하겠단다나

춥다 못해 얼었던 피부가 다 식기 전에 버스 종점이 나왔으면...

   언제 부턴가 다시 개울이 나타나고 물소리가 커지는 게

꽤나 내려 왔을 텐데 민가도 인기척도 감감하구나.

먼저 내려간 그 사람은 어데 쯤 가길래 안 보이노.  

사람이 그리워 지네.

   앞 서 가던 마눌이 비명을 지르고 커단 뱀이라고 했지만

내 눈으로 못 봤으니 무효라며

의미 없는 말이나 주고 받으며

가사도 박자도 음정도 틀려요 감정도 없는 아무노래나 중얼대는데

갑자기 꼼짝 않고 서서 킁 킁 대며 더덕 냄새가 난다나

잠시 호흡을 중지 했나 했더니

어 정말 그 냄새 되게 진하게 나드라

이 정도면 오래된 더덕이라 산삼보다 날 꺼라는 소문은 들었겟다.

배낭까지 내려 놓고 한 참을 찾아 넝쿨을 헤집어도

둘 다 촌년, 촌놈이라 더덕 줄기며 잎이며 순을 제대로 봤어야지

   결국 포기하고

산신령이 냄새만 준 것으로 감사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며

합의하고 경운기가 다닐 만한 큰(?) 길을 봤다 했더니

    어쿠야!!

하며 마눌 콕 꼬구라져 일어날 줄 모르네.

얼른 일으켜 보니 내 주관이지만 쪼끔은 예쁜 편에 드는 얼굴에

왠 뻘건 줄 무니 람.

팔이고 손목이고 그냥 아프다고 만 엄살이네

별 수 없이 배낭 뺏어 앞에 메고 신작로 따라 내려가는데

야속한 이정표

    “여기서 부터 버스 종점 3.9㎞”

얼마 못가 지 배낭을 뺏어 지면서 버스시간 늦을라 빨리 가자며

씩 웃는 얼굴이 가관이라

적어도 한달은 집에서 꼼짝 못 하겠구만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천만다행이네

항상 내려올 때 조심 안하면 지쳐 있는 상태라 

조그만 돌부리에도 넘어 진다는 건 산 사람들의 상식이라

    겨우 진주행 버스 종점에 도착하니

아직 30분이나 남았다고 아까 그 경상도가 기다리다 말한다.

저는 새재로 길을 잡아 아주 편하게 빨리 왔지만

산채 비빔밥 아주 맛있다며 시켜먹으란다.

   절에 들러 공양을 할려고 비상식도 모두 정리 했었는데

시간 지났다 못 얻어 먹어, 그 스님이 섭섭하다고 투덜댄다.

    진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경상도와 헤어지고

고속버스 터미널에 오니 오후 3시차가 우등이길래 20분 땡겨 출발했드만

고장 난 앞차 손님 태우느라 지체하고  길도 밀리더니

   오후 7시 20분에야

서울 남부 고속 터미널에 도착하여 보니

마눌 다친 게 남 보기 안 됐다 생각이 들면서

지하철도 그렇고 일반 택시는 기다리기 뭐하고 해

씨거먼 노랑머리(모범택시)에 파김치 몸을 구겨 넣고 상계동 당고개 까지 와

주차장에 세워둔 우리 애마를 몰고 집에오니

  오후 8시 45분.    끝.

  

2박 3일, 총 산행시간 31시간, 총 산행거리 41㎞, 총 소요경비(2인) 약195,000원(준비식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