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갑산 산행기

 

 

● 산행일자 : 2004년 2월 4(수요일)

● 산행구간 : 장곡사→사찰로→칠갑산 정상→삼형제봉→장곡로→장곡리→장곡사

● 산행시간 : 2시간 25분

교통편

* 청양-칠갑산 주차장(군내 버스 터미널에서 승차)

. 08:40, 12:40, 15:20

* 청양-정산(군내버스 터미널에서 승차)

. 07:00, 07:50, 09:20, 13:00, 14:40, 17:40, 18:40


 

● 산행후기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갑산은 해발 561m의 높이로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이며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은 청양군 대치면, 정산면, 장평면, 남양면 등 33.013㎢의 면적에 걸쳐 있고 1973년 3월 6일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주요 명소로는 칠갑광장, 벚꽃길, 아흔아홉골, 자연휴양림, 지천구곡, 천장호, 장곡사, 장승공원, 정혜사, 도림사지, 두륭성 등이 있다.


 

청양 군청에서 소개한 자료에 보면 칠갑산은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여 봄에는 산철쭉과 벚꽃으로 단장하여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으며 여름에는 울창한 천연림이 현대인들의 심신을 안정시켜준다. 또한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어우러지고, 겨울의 설경은 천상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으로 다가와 사시사철 등산객들에게 독특한 묘미를 전해주고 있다.』고 한다.

  


 


 <칠갑산 정상에서...>


 

 

<칠갑사 전경>


 

 

<칠갑사 입구의 장승>

 

칠갑산은 산 높이에 비해 골이 깊다. 올라갈 때는 50분밖에 걸리지 않았던 산행 길이 내려 올 때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흔아홉골이 있다고 하니 그 규모가 가히 짐작이 가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이곳을 충남의 알프스라 부르고 있는 모양이다. 비록 콩밭 메는 아낙을 볼 수는 없지만 그럭저럭 마음을 달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장곡사의 풍경도 이 산의 운치를 더해 준다.


 

칠갑산에는 제각각 발달한 7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7개의 등산로란 ① 산장로(철쭉로 3.0km) ② 사찰로(송림로 3.0km) ③ 휴양로(계곡로 6.5km) ④ 지천로(설경로 3.9km) ⑤ 장곡로(단풍로 5.0km) ⑥ 천장로(호수로 3.7km) ⑦ 도림로(온천로 2.5km) 등을 말한다. 제각각 가지고 있는 특징이 달라 한번쯤 가 볼만하다. 기호에 따라 두 가지를 연결해서 산행을 할 수가 있다.


 

충남 서해안에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몇 번을 망설이다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금북기맥의 마루금을 이어가기 위해 나서기는 했지만 불안감이 사라지지를 않는다. 하지만 천안을 지나고 예산을 지나 청양 땅에 들어설 때까지도 눈은 고사하고 구름조차 없는 화창한 하늘이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역시 오기 잘했다는 생각에 쾌재를 부른다.


 

그러나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라고 했던가? 내가 본 이것이 착각일 줄이야. 청양에서 잠시 차편을 알아보고는 남양을 지나 외산으로 들어서는 순간 지금까지 그토록 눈부시던 하늘은 어디 가고 시커먼 눈구름 하늘을 덮고 있다. 자연의 변화 무쌍함이 이토록 오묘할 줄이야...


 

한 두개씩 보이던 눈송이가 폭설로 변하고 앞으로 가면 갈수록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분간조차 할 수가 없다. 그 잘난 경험만 믿고 까불었더니 애마는 주인의 허락도 없이 제 마음대로 굴러가 버린다. 결국에는 탈출, 탈출, 대탈출... 그러나 하늘은 차를 돌려 되돌아가는 것조차 쉽게 허락해 주지를 않는다. 이럴 수가!!!


 

겨우 차를 돌려 남양으로 다시 나오자 언제 그랬냐 쉽게 하늘이 화창하다. 도대체 뭐가 뭔지, 그토록 산신령께 기도를 드리고 드렸건만 아직도 내가 芻狗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이 좁은 땅덩이에 한쪽은 이토록 화창하고 한쪽은 저토록 폭설이 내린다니,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차를 몰고 청양으로 되돌아가다가 도저히 수긍하기가 어려워 봉황리 사는 임용혁씨에게 전화를 넣었다. 그러나 그쪽도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 산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단다. 임용혁씨의 대답을 듣자 차라리 홀가분하다. 핑계거리가 생겼으니 다음을 기약하자는 느긋함도 생기고...해서 포기하고 돌아가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눈이 그쳤다는 임용혁씨의 전화다. 이럴 어째???


 

청양 외곽에 차를 세워 두고는 한동안 외산쪽을 관망하였지만 빙판 길을 뚫고 나갈 자신이 없다. 아무런 준비 없이 달리다 당한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호되게 당했던 터라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를 않는다. 시간도 9시 반을 넘기고 있어 다시 돌아가서 산행을 한다는 것도 어렵다. 해서 다음을 기약하자는 전화를 넣고는 발길을 돌렸다.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다. 어둠을 뚫고 두시간 넘게 운전해서 왔는데, 그냥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영 내키지가 않는다. 이런 생각이 들자 쓸데없는 고민이 다시 생긴다. 해서 꿩 대신 닭이라고 나선 산행이 칠갑산이다. 예전에 다녀간 경험도 있고 산이 낮은데다 등로까지 뚜렷하여 폭설이 내려도 상관이 없다. 허전함을 달래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다.

  

  

매표소를 벗어나자 한 겨울의 적막감을 가르는 독경소리가 계곡을 따라 울려 퍼지고 도로 한편에는 장승공원이 보인다. 갖가지 모양의 목장승이 장인의 손맛을 느끼게 한다. 제법 너른 계곡을 따라 수백 종의 목장승이 손짓을 한다. 이곳 사람들의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곳이다.

  

장승공원을 지나고 장곡사 일주문을 지나자 경사진 언덕 위에 장곡사가 보였다. 절의 규모는 작았지만 통일신라시대에 창건한 사찰인 만큼 고색 창연함이 돋보인다. 오래된 사찰인 만큼 가지고 있는 보물도 많다. 경내 곳곳에는 국보와 보물에 관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그 수가 절의 규모를 압도한다. 3谷寺 중의 하나인지라 그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 더구나 이곳에는 대웅전이 두 개나 있다.

  

청양군에서 소개한 내용을 보면 『장곡사(長谷寺, 충청남도 청양군 대치면 장곡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이며 통일신라시대인 850년(문성왕 2)에 보조선사(普照禪師, 체징)가 창건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중수되었다. 장곡사의 특이함 점은 약간 경사진 땅 위에 2개의 대웅전이 있다는 것이다. 아래쪽에는 운학루(雲鶴樓), 하대웅전, 요사(療舍), 주지실이 있고 위쪽으로는 상대웅전과 응진전(應眞殿)이 있다. 상대웅전 안에는 통일신라시대의 철조약사불좌상부석조대좌(국보 제58호)와 철조비로자나불좌상부석조대좌(보물 제174호)가 봉안되어 있고, 하대웅전에는 고려시대의 금동약사불좌상(보물 제337호)이 있다.』

  

『상대웅전(上大雄殿, 보물 제162호)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집 건축(建築)인데 기둥과 대들보 및 종량(宗樑) 등의 用材에서 고려시대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기둥 위에 있는 주두(柱枓)는 고려시대 건축의 특유한 굽받침 형태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그 건립연대는 조선이전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공포의 구성은 다포식(多包式)이지만 平枋이 없는 것이 특이하고 또 기둥사이에 있는 공간포(空間包)는 하나씩 넓은 간격으로 배치하였으므로 외관이 주심포식(柱心包式)과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상대웅전 안에는 통일신라의 석조대좌(石造臺座) 2개(국보 제58호 :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 보물 제174호 : 철조비로사나불좌상부석조대좌)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위에는 같은 시대에 제작된 철불(鐵佛) 2구를 안치하였다.』


 

『하대웅전(下大雄殿, 보물 제181호)은 맞배지붕의 小規模 건축인데도 불구하고 다포(多包)집 계통의 공포를 받쳤으며 특히 건물의 좌우측면(左右側面)에 이르기까지 平枋을 짜돌리고 包를 배치하였는데 이러한 예는 극히 드물다.』


 

상대웅전에서 비로자나불을 뵙고는 삼성각을 지나 능선 길로 올라가자 징소리와 어우러진 북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무슨 애달픈 사연이 있어 구슬프게 굿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회색 빛 하늘만큼이나 마음을 가라앉게 한다. 눈송이가 나풀거리고 있으니 마음이 더 무겁다.

  

  

사찰로라고 부르기도 하고 송림로라 부르기도 하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자 이름만큼이나 많은 소나무들이 등로를 덮고 있다. 지나간 사람들이 많았던 탓에 등로가 얼어 있어 올라가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 가끔씩 계단이 나타나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 주기는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하지만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어 등로를 이탈할 염려는 없다.


 

올라갈수록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삼형제봉이 보이는 능선부터는 서서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백월산이나 성태산은 시커먼 구름이 덮고 있어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충남의 오지답게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다. 이런 곳에서 콩밭 메는 아낙을 생각했으니 작가의 상상력도 과히 놀랍다.

  

정상에 올라서자 함박눈이 내린다. 언제 올라왔는지 아낙네들의 조잘거림이 정겹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등산로 안내판이 있으며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다. 산불감시초소도 있고 제단도 갖춰져 있다. 사방이 트여 있어 조망이 화끈한 곳이다. 하지만 눈이 내리고 있으니 보이는 것은 오로지 눈과 산뿐이다.


 

눈 때문에 오래 쉴 수가 없어 기록을 마치자마자 다시 내려갔다. 갈림길에 도착을 해서는 사찰로를 버리고 장곡로로 들어섰다. 등로 하나하나에 이름을 새겨 둔 사람들의 배려가 멋스럽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 길을 지나고 나란하게 이어져 있는 봉우리를 지나자 제법 널따란 공터가 나타났다. 삼형제봉의 마지막 봉우리다. 올라선 그곳에 선 막걸리를 마시고 있던 평상복 차림의 한 사내가 계면쩍은 인사를 보낸다. 그리고는 막걸리의 진한 향내가 유혹을 한다. 하지만 차를 가져 온 죄로 냄새만 맡아야 했으니, 이래저래 나그네의 여유가 부럽다.

  

사내와 헤어진 후, 마재 고개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무시하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계속되는 장곡로를 따라 내려가자 내리막과 오르막길이 연이어지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게 한다. 이곳에도 오래된 소나무의 향내가 달콤하다. 고도가 낮아짐에 따라 구름도 사라지고 내리던 눈도 사라졌다. 자연의 변화에 내 오감은 손쓸 틈조차 없다.


 

지천리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지천 유원지를 구경하고는 계속되는 장곡로를 따라 내려가자 다시 갈림길이 나왔다. 직진하는 등로를 따라가면 장곡리 주차장으로 곧장 내려갈 법 하지만 여기서는 잠시 등로를 벗어나 우측으로 내려갔다. 능선 아래에 보이는 임도의 유혹이 너무 강렬한 탓이기도 하고, 오랜 기간 길 없는 능선에서 헤맨 탓에 길이 아닌 곳이 더 정겨운 까닭이기도 하다.

  

임도로 내려간 다음 장곡리로 방향을 틀어 비닐하우스가 있는 곳으로 나가자 새끼줄이 쳐진 산신각이 나왔다. 을씨년스런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게 보이지만 신령을 믿는 마을 사람들의 정성이 신령스러움을 더해 준다. 장곡리 너머에 있는 산등성 위로는 파란 하늘이 놀리는 듯하다.

  

장승공원을 한번 더 구경하고는 사찰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장곡사로 올라갔다.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보물들을 다시 한번 더 살펴보고 장곡사의 유래도 알기 위함이다. 통상적으로 비로자나불을 모시고 있는 곳을 대적광전이라고 부르는데, 비로자나불을 모시고 있으면서 대웅전이라고 부르는 까닭도 궁금하다. 하지만 동안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인지 올라간 절에는 신도들만 분주하다.


 

잠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소란을 피워 보았으나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없다.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없으니 머무르기가 멋쩍다. 차 한잔 나누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것이야 내 마음, 구례의 사성암이 그립고 지리산의 문수암이 그립다.

▣ 김정길 - 방학 기간에 가고 싶었던 산 많이많이 둘러 보시고 금북기맥도 무사히 마치소서. 여러번 가 본 산인데도 님의 발거름이 궁금하여 자세히 읽어보니 또 새롭습니다. 참, 사모님은 등산 싫어 하시는지 아님 다른 일 하시는지요.
▣ 신동만 - 02년 5월 10山 연일 입산시 청양 땅을 밟으며 터널 위길~유순한 능선길~정상~장곡사로의 사색의 길. 해질 녘이었고 참 아름다운 혼자만의 기억입니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또 집중력이 모자라니 많이 배워 갑니다. 고맙습니다. manuel
▣ 칠갑산행 - 늦가을의 보슬비가 내리는 칠갑산 하산길의 아름다움을 잊을수 가 없었습니다.
▣ 안성산지기 - 안녕하세요. 김정길 선배님 산행 다녀 오신다더니 잘 다녀오셨는지요? 제 아내도 산을 좋아 합니다만 집안 사정 때문에 저 혼자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동만 선배님 오랜 만에 뵙습니다. 건강하시지요. 금북기맥을 마무리 하고 싶은데 계속해서 눈이 내리고 있어 답답합니다. 칠갑산행님은 처음 뵙게 됩니다.  좋은 날 되십시요.